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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4) (158/170)
  •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4)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4)

    언데드라서 오히려 안심했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이상현이 감춰왔던 진짜 조합을 본 무토는 당황한 것 이상으로 승리를 확신했다. 그 이유는 수호자 조합에 가고일과 발키리가 있기 때문이다.

    언데드들을 처단하는 것에 있어 최고의 챔피언들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특히, 수호자 발키리는 전사 발키리보다 공격력은 떨어져도 언데드들을 상대하는 일에서만큼은 압도적이다.

    3성 수호자 발키리가 5성 데스나이트를 쓰러뜨린다고 말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빛의 심판이 작렬할 때마다 대부분의 언데드들은 한 방에 소멸한다.

    “이상현! 제 발에 걸려 넘어졌구나!”

    5성 해골전사와 3성 사령술사 등등을 보면 언데드 조합이 분명하다. 예선전에서 보여줬던 ‘땅 언데드’ 조합이.

    뭐, 창병이라든가 성직자와 같은 전사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지만, 그건 조합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아무래도 2중으로 챔피언들을 구성하다 보면 곳곳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다른 조합일 확률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세 번째 죽음의 던전을 앞두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두 번 세 번 조합을 바꿀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무토는 다음 전투를 기다렸다. 그때는 10수호자로 완성된 발키리로 이상현을 쓰러뜨릴 수 있을 테니까!!

    “각오해라, 이상현!!”

    무토가 땅 언데드라고 확신한 이유는, 이상현에 의해 땅 언데드가 사실상 정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언데드 조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땅 언데드 만큼 강력한 힘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언데드라는 조합 특성상 굳이 언데드로만 조합을 구성할 필요가 없다. 사령술사와 같은 챔피언을 뽑아서 전투 중에 늘려도 10언데드 효과를 얼마든지 만들 수가 있으니까.

    오히려 언데드로만 구성하면 마이너스였다. 차라리 좀비의 관이나 죽음의 서, 사령술사, 땅 속성으로 복제하는 게 훨씬 더 좋았다.

    그래서 땅 언데드가 정석이 된 것인데···.

    “뭐지···?”

    네메시스의 눈동자에 비친 이상현의 언데드는 땅이 아니었다. 물 속성인 듀라한과 불 속성인 데스나이트가 섞인 괴상한 언데드였다.

    “무슨 생각이지?”

    그렇다고 전사 조합도 아니었다. 전사 조합이었다면 미라와 사령술사를 뽑을 이유가 없으니까.

    “현재 땅이 다섯, 그리고 물이 넷이군. 그리고 전사 여섯과 수호자 셋···. 이것도 저것도 아닌 조합인데?”

    네메시스의 말처럼 아무것도 아닌 조합이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괴상한 조합.

    하지만 그 조합을 사용하는 사람이 바로 이상현이라서···. 함부로 속단할 수가 없었다.

    “무슨 생각이냐, 이상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새로운 조합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언데드.

    그래서 네메시스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며 이상현이 완성하고자 하는 그림이 다 그려지기를 기다렸다.

    아크 또한 마찬가지.

    ‘설마···.’

    네메시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크는 ‘아포피스’를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은 가능성에 그쳤다. 왜냐하면 아포피스라는 챔피언은 궁수가 없는 그라울러만큼이나 약했기 때문이다.

    ‘아니야. 게다가 두 자리야. 두 자리가 남아. 그렇다는 말은···.’

    아크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진실에 닿기에는 경험이 부족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A조)]

    [1위: 쿠론(74)│14승, 4패]

    [2위: 라스칼(68)│13승, 5패]

    [3위: 이상현(51)│11승, 7패]

    [4위: 무토(45)│9승, 9패]

    [5위: 신하영(32)│7승, 11패]

    [6위: 알티어(27)│7승, 11패]

    [7위: 마나(25)│7승, 11패]

    [8위: 엘리자베스(1)│4승, 14패]

    운 좋게 만들 수 있었던 전설의 해골전사 덕분에 깔끔한 4연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1라이프라는, 너무나 아슬아슬한 라이프를 남겨두고 살아남았다.

    우리에게는 매우 운이 좋은 일이었다. 만약 탈락했다면 견제하는 힘이 떨어졌을 테니까.

    우리는 상의 끝에 엘리자베스를 죽음의 방으로 보냈다. 그러자 마나가 죽음의 방으로 들어갔고, 알티어가 악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신하영은 어쩔 수 없이 죽음의 방으로 들어갔다. 악마의 방으로 들어가면 무토가 죽음의 방으로 들어갈 테니까.

    “이번에는 우리가 웃었군.”

    무토는 나를 도발하며 악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만약 여기서 내가 악마의 방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라스칼이 들어갈 게 분명하다. 아이템 견제를 받는 것과 받지 않는 건 차이가 크니까.

    그래도 나는 언데드 조합을 선택한 플레이어답게 ‘죽은 자의 손톱’이라는 싸구려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서 시련의 방으로 들어갔다.

    [시련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잠시 후, 문이 닫힙니다.]

    죽음의 방으로 들어간 엘리자베스, 마나, 신하영이 탈락했다. 그 이유에는 마나가 자폭한 것도 있지만, 하필이면 보스몬스터가 노움이었기 때문이다.

    주변 2칸에 피해를 입히는 노움이 나온 탓에 수적 우위도 소용이 없었다. 사이좋게 한꺼번에 터졌다.

    그 결과 자폭 아닌 자폭이라는 처참한 결과가 지구는 물론이고 시타 측 플레이어들까지 놀라게 했다.

    세 사람이 터지기 전에.

    알티어, 라스칼과 함께 악마의 방으로 들어간 무토는 믿기 어려운 행운과 마주쳤다.

    [1. 보름달의 짐승]

    [2. 하이에나의 왕]

    [3. 발키리의 날개]

    [4. 미노타우로스의 뿔]

    [5. 가이아의 축복]

    [6. 가고일 조각상]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아이템들이었다. 도플갱어 조합을 선택한 라스칼에게도, 수호자 조합을 선택한 무토에게도 전부 좋은 아이템이었다.

    무엇보다 아이템 선택이 겹치지 않았다.

    “행운의 여신이 우리를 돕는군!!”

    짐승 조합의 라스칼은 하이에나의 왕과 보름달의 짐승을.

    무토는 발키리의 날개와 가고일 조각상을 선택했다. 마음 같아서는 가이아의 축복도 선택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선택할 수 있는 아이템이 두 개였다.

    ‘나뿐만 아니라 라스칼도 이상현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이상현과의 1대1 승부가 가장 이상적이고 가장 완벽한 마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무토는 ‘팀 게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래.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이상현이 16강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물론 아쉬움은 남겠지만, 그것 또한 승리다. 부정할 수 없는 승리. 그래서 무토는 날을 갈았다.

    승리라는 거룩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이상현이라는 강적을 꺾기 위해서.

    “반드시···. 반드시 이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시련의 방으로 들어간 이상현의 결과였다.

    내가 죽은 자의 손톱을 획득한 건 우연이었다. 아니,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불행이었다. 수호자의 장갑을 선택하려다가 떠밀리고 떠밀리려 떠안게 된 거니까.

    우연도 뭣도 아니다. 불행이다.

    그러나 이것을 보면 ‘우연’이 맞는 것 같다.

    [1. 죽음의 방패]

    [2. 죽은 자의 손톱]

    [3. 죽은 자의 손톱]

    [4. 검은 수수께끼 구슬(??)]

    그래, 우연이다.

    우연이 나를 이곳까지 이끈 것이다.

    우연이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잘 나올 수가 없으니까.

    두근두근.

    아아, 심장이 두근거린다. 왜냐하면 오늘처럼 언데드 조합이 잘 풀린 경우는 드무니까.

    하물며 운명이 걸린 4강 마지막 게임이 아닌가?

    아무래도 죽음의 신이 날 팍팍 밀어주려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난 요즘 조용한 죽음의 신을 향해서 “감사합니다, 죽음의 신이여!”라고 도발을 날린 다음.

    죽음의 방패와 죽은 자의 손톱 두 개를 선택했다.

    [죽음의 방패를 획득했습니다.]

    [죽은 자의 손톱(2)을 획득했습니다.]

    이로써 죽은 자의 손톱은 5개가 되었으며.

    언데드 최강의 아이템이라고 일컬어지는 죽음의 왕관이 탄생했다.

    [죽음의 왕관]

    ↳언데드 전용 아이템. 장착하면 공격력과 방어력이 +44 상승하며, 체력이 +44% 상승한다.

    죽음의 왕관을 장착한 언데드 챔피언이 적 챔피언을 처치하면, 처치된 챔피언과 동일한 가치와 등급의 언데드로 부활시킨다. 부활한 언데드가 적 챔피언을 처치하면, 동일한 효과가 발휘된다.

    그리고 챔피언 상점에 아포피스가 나왔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가.

    [아포피스(★) 두 명이 합류했습니다.]

    [아포피스(★)]

    속성: 물

    직업: 언데드

    공격력: -

    방어력: 88

    체력: 999

    마나: -

    스킬: 죽음의 안개

    이제 조합이 완성되었다. 아포피스 조합이라는, 언데드 조합 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인 조합이.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3-19)]

    [상대: 6위 알티어(27)]

    [잔여 라이프(51)]

    [전투가 시작됩니다.]

    스윽. 스으으윽.

    녹색의 시커먼 안개가 달려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도망칠 틈도 없이 휩싸이고 말았다.

    요정들은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컴컴한 죽음의 공포를.

    부들부들! 딱딱딱!

    온몸이 떨리고 이빨이 마구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포는 육체는 물론이고 마음까지도 먹어치우며 자신의 배를 불렸다. 그리고 몸을 속박하던 쇠사슬이 끊어졌다.

    “?!!”

    동시에 안개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것들이 움직였다. 그것들은 죽어서도 죽지 못한 언데드였다.

    덜그럭덜걱.

    언데드들의 눈은 공허했다. 언데드들의 옆으로 살아있는 것들도 존재했지만, 그들의 낯빛은 어두웠으며 혼이 빠진 것처럼 눈동자에 초점이 없었다.

    “고, 공격해!! 도와줘, 친구들아!!”

    물론 요정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몸을 야금야금 갉아 먹는 독 안개를 헤쳐나가며 언데드들과 맞서 싸웠다.

    “고오올!!”

    요정들의 선두는 골렘과 허수아비와 노움이었다. 셋 모두 버티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는 챔피언이었다.

    콰직! 콰드득! 빠득! 뿌드득!

    전투는 치열했다.

    그러나 그 치열함은 거짓이었다.

    광기를 머금은 피에로가 연출한 거짓.

    스아오오으아으으.

    망령의 노랫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그 기괴하고 섬뜩한 노랫소리에 요정들의 몸이 자신도 모르게 비틀렸다.

    “어? 어?!”

    그리고 요정들은 녹아내렸다.

    안개의 독에···.

    사르르 녹아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안개는 옅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지독해지며.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쿠론은 2차전의 패배를 설욕하고 싶었다. 정말 아쉽게 패배했으니까, 이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느낀 것은 운이 나쁘다는 것이다.

    ‘···재수가 없어서 드레이크가 나왔던 거였어.’

    2차전에서 막 패배했을 때에는 그게 아닌 줄 알았다. 말 그대로 행운이 변덕을 부린 거라고 여겼다. 왜냐하면 2차전에서 이길 뻔했으니까.

    6성 드레이크가 없었으면 이겼을 것이다.

    아마도 100%!

    그러나 잘 생각해보니···.

    오늘 운이 나빠서 6성 드레이크가 나온 게 아닐까?

    희망고문을 당했던 게 아닐까?

    ‘빌어먹을!’

    쿠론은 서서히 패배로 물들어가는 자신의 챔피언들을 바라보며 빠드득! 이를 악물었다.

    누구든 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조건 이기고 싶을 것이다. 그것은 쿠론도 마찬가지.

    조금도 지고 싶지 않다. 무조건 이기고 싶다. 적은 물론이고 같은 편인 이상현도 뛰어넘고 싶다.

    하지만 패배를 거듭할수록, 라운드가 넘어갈수록, 초반의 연승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현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제야 쿠론은 깨달았다.

    오늘은 아쉽게 진 날이 아니라.

    비참하게 농락당한 날이라는 것을.

    “빌어먹으으으을···!!”

    그래서일까?

    더더욱 이기고 싶어졌다.

    아니, 이겨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 비참한 마음을 짓밟기 위해서라도!

    ‘이상현. 이상현은 어떻게 됐지? 이상현이 진다면 그때는···! 우리는···!!’

    다른 사람도 아닌 이상현을 걱정한다는 게 조금 우스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이상현이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니까. 연습 게임에서는 곧잘 지고는 했다. 8위도 심심찮게 했다. 본인 입으로 꼬이면 답도 없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

    그래서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상현은 이겼다.

    물론 승패를 보니 라스칼에게 거둔 승리가 아니라 견제 역할을 맡은 알티어에게 거둔 승리였다.

    ‘이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 이유는 적들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따라가는 것조차도 버거울 정도로.

    ‘언데드 조합으로? 물론 기존의 언데드 조합과는 많이 다른 듯하지만···.’

    쿠론의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래, 이상현이야. 다른 사람도 아닌 이상현이라고. 존나 알아서 잘 할 거야. 왜? 이상현이니까!!’

    무한한 신뢰가 깃들어 있었다.

    쿠론은 이상현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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