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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 (155/170)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

다른 플레이어들이 나를 분석하고 연구한 만큼, 나 또한 다른 플레이어들을 분석하고 연구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토의 플레이 스타일을 연구했는데, 그 이유는 무토의 플레이가 나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비슷하다. 추측하기로는 아마도 무토가 나를 연구하면서 비슷해진 게 아닌가 싶다.

상대를 연구하다 보니 어느새 그 상대를 닮아있었다는 이야기는 흔하니까.

물론 기분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몇 번이나 ‘똑같네’라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정말로 무토가 나를 닮았다면.

나와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거울을 보고 하는 가위 바위 보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결론만 말하자면 할 수 있다.

의외로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

전략이라는 건.

단순할수록 의외의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거울을 보고 하는 가위 바위 보다. 옆에서 찌르고 들어오면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9전사 러쉬를 선택했다.

첫 번째 아이템을 선택하는 장소에서 무려 11개의 아이템이 나왔다. 보통 9개가 나온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선택의 폭이 매우 넓었다.

[1. 용병의 구슬(7회)]

[2. 죽은 자의 손톱]

[3. 트롤의 피]

[4. 날카로운 검]

[5. 단단한 방패]

[6. 요정의 날개]

[7. 그림자 헝겊]

[8. 눈먼 화살]

[9. 하이에나의 활]

[10. 수수께끼 구슬(??)]

[11. 파란 수수께끼 구슬(??)]

참고로 아이템들의 가격은 전부 10골드이며, 선택이 중복될 경우 주사위를 굴려서 높은 숫자가 나온 플레이어가 획득한다.

11개의 아이템 중에서 가장 무난하고 좋은 아이템은 트롤의 피와 날카로운 검과 단단한 방패다.

하이에나의 활도 괜찮긴 하지만 궁수 전용이라서 크게 의미는 없다. 물론 하이에나의 검과 주머니를 모으면 얘기가 180도 달라지지만, 모든 조합 아이템이 그렇듯이 모으기 어렵다.

나는 용병의 구슬을 선택했고, 같은 팀인 신하영은 트롤의 피를, 강무혁은 날카로운 검을, 김인식은 단단한 방패를 선택했다.

다행스럽게도 시타의 플레이어들은 수수께끼 구슬 두 개와 하이에나의 활, 그리고 죽은 자의 손톱을 선택했다.

내 라이벌인 무토는 하이에나의 활을 선택했다.

“용병의 구슬을 선택하다니. 9전사라도 할 셈이냐?”

“응.”

나는 순순히 밝혔다. 밝히고 자시고 할 것도 없으니까.

나는 정말로 9전사 러쉬를 할 것이다.

나 말고도 우리 팀 전원이.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그런 어설픈 심리전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둬라. 괜히 어설픈 심리전을 걸어서 승부를 망치지 말란 말이다.”

무토는 나를 노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무토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날 걱정해주는 마음(?)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거 알아? 용병의 구슬은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야. 사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지. 물론 그 한계가 명확해서 나쁜 것도 사실이지만.”

“···흥.”

무토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나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다. 의심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전략의 효과가 상승하니까.

“기대해. 9전사 러쉬를.”

“···웃기는 소리.”

눈빛에서.

설마 정말로 9전사를 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의심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말을 아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무토가 심리전에 걸릴지 걸리지 않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정말로 나와 비슷한 플레이어라면 99.9% 걸려들 것이다.

9전사 러쉬 만큼은 아니라고 말이다.

내 시작 챔피언은 운이 좋게도 창병이었다.

그리고 더더욱 운이 좋게도 챔피언 상점에 창병과 방패전사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창병(★★)이 탄생했습니다.]

[방패전사(★★)가 탄생했습니다.]

나는 즉시 레벨 업 버튼을 눌러서 레벨을 2까지 상승시켰다.

[40골드 남았습니다.]

그다음 용병의 구슬을 사용해 3전사를 만들었다. 초반에 가장 강력하다고 일컬어지는 3전사를!

[창병(★★)이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방패전사(★★)가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용병(★★)이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전사(3)를 만들었습니다.]

[전사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15, 체력이 +150 상승합니다.]

이제 적에게 3성 챔피언이 하나 있어도 나를 이기지는 못한다. 뭐, 두 명이 있으면 이기기 조금 힘들겠지만, 그런 경우는 99%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튜토리얼이나 예선전이라면 또 모를까. 현재로서는 1골드 챔피언에 투자하는 플레이어는 없다. 나조차도 투자하지 않는다. 하물며 초반에는 패배해주는 게 공식화(?)되어 있다.

그러니 안심하고 이길 수 있다.

나를 포함한 지구 플레이어 전부가.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1-1)]

[상대: 1위 무토(100)]

[잔여 라이프(100)]

[전투가 시작됩니다.]

초반에 연승을 거둬서 쭉쭉 치고 나가는 전략이 사장된 이유는 아이템을 획득하는데 난관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초반에 7연승만 해도 첫 번째 죽음의 던전과 영웅의 전당, 두 번째 죽음의 던전과 영웅의 전당에서 아이템을 늦게 획득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특히, 가장 중요하다고 일컬어지는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죽음의 방은커녕 악마의 방에도 못 들어갈 확률이 높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적당히 패배하거나 아니면 연패를 해서 아이템 획득 확률을 높였다.

STFT에서 ‘연패코인’이라고 불렸던 이 전략은, 이제 유니버스 STFT의 핵심 전략이 되었다.

이 전략의 가치는 예선전에서 수도 없이 입증되었다. 물론 연승을 거둬서 이기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하지만 연패코인을 사용해서 이기는 플레이어가 더 많았다.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 연패코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내가 연승코인을 타려는 이유는.

연패코인의 허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본선에만 있는 허점이다.

그래, 허점이다.

연패코인의 허점.

예선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오직 본선에만 존재하는 허점.

그것은 바로 ‘팀전’이라는 것이다.

예선전에서는 여덟 개의 서버가 각축전을 벌였다면, 지금은 두 개의 서버에서 각각 네 명씩 나와서 싸운다. 요컨대 1대7의 전투가 4대4로 바뀐 것이다.

같은 팀원끼리는 전투를 벌이지 않으니, 한 바퀴(1~7)를 돌기 전에 똑같은 적을 두 번 만나는 경우가 3번이나 발생한다.

그래.

그 점이 다르다.

예전에는 한 바퀴를 돌아야 만났다면, 지금은 팀전이라서 한 바퀴를 돌지 않아도 두 번 만난다.

그 말은.

그 뜻은.

승부의 흐름이 짧아졌다는 것이다.

그래, 반으로 짧아졌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는 견제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들이 일부러 패배했기 때문이다.

최소 두 명 이상이 패배했기에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뿐이지 실제로는 짧아졌다.

내가 노리는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말하자면 9전사 러쉬를 통해 빠르게 결판을 내는 것!

그것이 이번 전략의 핵심이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설마···. 설마···!!”

무토가 이상현의 전략을 완벽하게 알아차린 시점은 4강(1-8)이 지나서였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A조)]

[1위: 이상현(100)│8승, 0패]

[1위: 강무혁(100)│8승, 0패]

[1위: 김인식(100)│8승, 0패]

[1위: 신하영(100)│8승, 0패]

[5위: 무토(33)│0승, 8패]

[6위: 라스칼(32)│0승, 8패]

[8위: 베놈(31)│0승, 8패]

[8위: 게게게루(31)│0승, 8패]

보통은 지금쯤이면 견제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가 3패 혹은 4패를 기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적이 죽음의 방이나 악마의 방에 들어가는 것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버13279는 단 한 명도 패배하지 않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속전속결!

이 승부를 최대한 빨리 끝낼 속셈인 게 분명했다.

무토는 뒤늦게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음에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알아차렸다.

“다, 당했다!!”

이상현이 승부를 앞당겼다는 것을.

정말로 9전사 러쉬를 선택했음을.

“이, 이런!!”

무토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사색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무토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죽음의 던전이나 영웅의 전쟁터가 아니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으니까.

그 말은.

그 뜻은.

견제 역할을 맡은 녀석들이, 손 놓고 있다가 이대로 침몰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무토는 부랴부랴 챔피언들을 뽑았다. 그러나 전사들과 맞서 싸우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그 이유는 챔피언 창고에 ‘진짜’를 숨긴다고 가짜 병력을 전면에 배치해둔 탓이었다.

말하자면 골드를 ‘이중’으로 소모한 탓에 챔피언들을 뽑을 골드가 부족해진 것이다.

그 결과.

무토는 패배했다.

그리고 무토 뿐만 아니라 시타 측 플레이어 전원이 4강(1-9)에서 패배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지구 측 플레이어들이 모든 골드를 써서 레벨 업을 하고 챔피언을 보강했다는 사실이었다.

“황금 주머니···. 전부 황금 주머니를 획득한 거냐?!!”

무토는 지구 측 플레이어들이 ‘올인’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다시금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하지만.

무토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첫 번째 죽음의 던전과 영웅의 전당에서 획득한 아이템? 그것들이 힘을 발휘하려면 한 바퀴는 더 돌아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챔피언 조합조차도 그렇게 맞춰져 있다.

이상현의 견제를 대비한.

견제를 견제하는 조합으로 말이다.

그 탓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 도착했을 때.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A조)]

[1위: 이상현(100)│11승, 0패]

[1위: 강무혁(100)│11승, 0패]

[1위: 김인식(100)│11승, 0패]

[1위: 신하영(100)│11승, 0패]

[5위: 무토(5)│0승, 11패]

[6위: 라스칼(3)│0승, 11패]

[7위: 베놈(0)│0승, 11패]

[8위: 게게게루(0)│0승, 11패]

시타 측 플레이어는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4강(1-12)에서 패배했다.

9전사의 압도적인 화력에 밀려 전멸한 것이다.

12전 전승!

12전 전패.

서버13279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역할을 나눠놓은 이유는 마구잡이로 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역할에 맡게 활동하면 적을 견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략을 펼치기도 쉽다.

특히, 죽음의 던전과 영웅의 전당에서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그게 핵심이니까.

그래서 모든 서버에는 견제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가 최소 2명은 존재한다.

그런데 이상현이 그것을 완전히 비틀어버렸다. 비튼 것도 모자라 깔아뭉개고 짓밟아버렸다.

그것도 이제는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9전사 러쉬를 사용해서 말이다.

“용병의 구슬을 획득하는 것을 보고 설마 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사장되어버린 전략으로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할 줄이야. 네메시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실이었다니. 하, 하하···. 하하하!!”

이 모습을 함께 보고 있던 아크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렇게 쉽게 승리를 거두다니···.”

아크의 얼굴 곳곳에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가득했다.

“그것도 한물간 9전사로······.”

불신은 곧 두려움으로 변했다. 이상현이라는 존재가 만들어내는 지독한 두려움으로.

그 탓에 아크는 자신의 운명을 의심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건 저들이 안이하게 대처했기 때문이야. 만약 완벽한 팀이었다면 저렇게 당하기 전에 알아차렸을 게 분명해. 그리고 대응을 했겠지.”

아크는 의심을 지워내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말하자면 저들도 완벽한 팀이 아니라는 뜻이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분명했다.

“···난, 우리는 달라.”

아크는 4강 1차전에서 가뿐하게 승리를 거둔 이상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두근두근.

정말 운명이 맞는 걸까?

혹시 이상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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