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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2) (150/170)
  •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2)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2)

    첫 번째 죽음의 던전 이후.

    세르자의 플레이어들이 반격에 나섰다. 그들은 더 이상의 패배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3성 챔피언들을 앞세워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그들은 ‘승리’해도 아쉬울 게 없었다. 그 이유는 이미 4패를 쌓아둬서 순위가 뒤바뀔 염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오! 악마 조합이라니! 그것 밖에 안 되나, 이상현? 이러면 너무 실망스러운데.”

    이상현은 킬리언과 두 번 만났다. 그리고 두 번 모두 패배했다. 짐승 조합의 킬리언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글쎄. 모르지. 뭔가를 준비하고 있을지.”

    “큭큭큭! 허풍도 심하시군! 뭐, 마음대로 하라고! 견제하든 말든 그딴 건 상관없으니까!”

    킬리언은 이상현의 의미심장한 말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심리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구 측 플레이어 중에서 쿠론과 김인식은 패배하지 않고 연승을 이어갔다.

    패배한 것은 이상현과 신하영뿐이었다.

    ‘이상현은 왜 패배한 거지? 무슨 생각일까? 으음. 뭐, 좋은 생각이 있겠지.’

    쿠론은 연승을 이어가지 않는 이상현이 이상했지만, 반대로 이상현이라서 깊은 뜻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김인식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다름 아닌 이상현이니까.

    ‘쓸데없는 걱정이야.’

    영웅의 전당에서.

    킬리언은 하이에나의 주머니를 찾아냈다. 그리고 하이에나의 왕을 완성했다.

    “큭큭큭! 행운의 신께서 나를 돕는군! 그래! 한 번이라면 네 놈을 이길 수 있지!!”

    하이에나의 왕은 두말할 것도 없이 최상급 아이템! 게다가 하이에나 왕에게 장착시키면 등급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특수효과까지 존재한다.

    이제 이상현이 땅 마법사를 만들어도 충분히 썰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 킬리언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정도면 괜찮지.’

    그리고 이상현은 ‘성스러운 목걸이’를 선택했다. 목적은 데몬의 등급을 상승시키기 위함이었다.

    이상현은 8강(3-8)과 (3-9), (3-10), (3-11)까지 7연패를 했다. 물론 이 패배를 진짜라고 생각하는 플레이어는 아무도 없었다. 세르자 측에서도 가짜라고 여겼다.

    ‘과연, 어떤 꿍꿍이속일지.’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A조)]

    [1위: 쿠론(90)│9승, 2패]

    [2위: 김인식(89)│9승, 2패]

    [3위: 킬리언(64)│5승, 6패] 

    [4위: 신하영(63)│5승, 6패]

    [5위: 데카(58)│4승, 7패]

    [6위: 르브론(57)│4승, 7패]

    [7위: 알레카스(56)│4승, 7패]

    [8위: 이상현(55)│4승, 7패]

    이상현의 7연패로 순위가 재미있어졌다.

    4승 7패로 승패가 같은 사람이 4명이나 되는데, 각각 1라이프 차이로 순위가 갈라진 것이다.

    만약 이상현이 5위나 6위였다면 세르자 측이 불리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상현의 순위는 8위였다. 위로 3명의 적을 두고 있는 외딴섬.

    그래서 세르자의 플레이어들은 이상현이 죽음의 방은 물론이고 악마의 방에도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다.

    ‘후후후! 절대 못 들어가지. 들어갔다가 자폭이라도 당하면 끝장이니까.’

    킬리언도 이상현이 사자의 방에 들어갈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 사자의 방으로···. 죽음의 방이라고?’

    그런데 이게 웬걸?

    믿을 수 없게도 이상현은 사자의 방도 악마의 방도 아닌 죽음의 방에 들어갔다.

    ‘무슨 생각이지?’

    킬리언의 미간이 좁아졌다.

    알레카스와 르브론이 킬리언을 쳐다보았다. 당황한 두 플레이어에게 필요한 것은 킬리언의 계획이었다.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서 자폭해버려. 2대1이라도 2대1이 아니니까. 이상현만 쓰러뜨릴 수 있으면 결코 손해가 아니야.”

    킬리언의 지시에 알레카스와 르브론은 이상현을 따라서 죽음의 방으로 들어갔다.

    ‘정확한 판단이군.’

    ‘재수 없는 놈이지만 판단은 믿을 만하지!’

    두 사람이 생각하기에도 이상현과 자폭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난 악마의 방이겠군.”

    “멍청하지 않아서 좋네.”

    데카는 악마의 방에 들어갔으며, 그 뒤를 따라서 신하영이 악마의 방에 들어갔다.

    ‘무슨 생각이냐 이상현. 설마, 두 사람을 떨어뜨리는 게 목표는 아니겠지? 그런 허접한 전략으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진심으로 실망이다.’

    킬리언은 죽음의 방으로 들어간 이상현을 노려보며 악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알레카스와 르브론이 자폭하기 위해서 챔피언들을 모두 팔아버리는 것을 지켜본 다음에서야 움직였다.

    [지옥 파수꾼-하브(★★★★★★)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괴물 마귀(★★★)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괴물 케르베로스(★★★)가······.]

    [영웅 데몬이······.]

    [······.]

    나는 여섯 마리의 악마를 전장에 배치했다.

    [악마(6)를 만들었습니다.]

    [악마들의 이빨에 지옥의 불꽃이 생겨납니다(3).]

    [악마들에게 지옥의 방패가 생겨납니다(6).]

    [불(5)을 만들었습니다.]

    [바람 속성에게 +144%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지옥의 방패!

    지옥 파수꾼-하브를 무시무시한 무지개 반사거울로 만들어주는 힘이다.

    이제 지옥 파수꾼-하브는 10000이 넘는 체력 이외에도 1998이라는 방패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방패는 44초가 지날 때마다 4배로 강해진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44초가 지나면 7992가 되고, 88초가 지나면 자그마치 31968이 된다.

    44초. 길면서도 짧은 시간이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악마 수호자 조합을 완성하면!!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보스몬스터 오크전사-발루크(★★★★★★)와 전설의 오크전사(★★★★★)가 죽음을 향해서 포효합니다.]

    「쿠오오옷!!」

    알레카스와 르브론은 2골드·6성의 지옥 파수꾼이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도 못했다. 그 탓에 한동안 정신이 멍했으며, 자폭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핫?!!”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전투가 시작된 뒤였다.

    알레카스와 르브론은 계획이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솟아날 구멍이 없는 건 아니었다. 비록 자폭은 실패했어도 견제에 실패한 건 아니니까.

    2대1이니 견제라는 수단은 여전히 유효했다.

    “정신 바짝 차려. 무조건 견제해야 해. 견제하지 못하면···. 우리가 진다.”

    “알고 있어.”

    잠시 후, 오크전사-발루크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발루크의 몸에서 일곱 개의 아이템이 나타났다.

    [1. 도플갱어의 구슬]

    [2. 이프리트의 램프]

    [3. 지옥의 마수]

    [4. 거인의 피]

    [5. 지니의 마법램프]

    [6. 가고일 조각상]

    [7. 거인의 발자국]

    “!!”

    알레카스와 르브론은 제일 먼저 도플갱어의 구슬을 견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2골드·6성 챔피언을 복제해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8강(3-11)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300골드가 나올 것이 분명하니 무조건 막아야 했다.

    그래서 두 번째가 이프리트의 램프였고, 세 번째가 지옥의 마수였다. 네 번째는 거인의 발자국이었다.

    “다수결의 원칙대로. 내가 먼저 선택하겠다. 내 선택은 도플갱어의 구슬이다.”

    “두 번째로 내 선택은 이프리트의 램프다.”

    민주주의, 그러니까 다수결의 힘은 강력했다. 견제라는 덕목을 완벽하게 실천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3번째로 밀려난 이상현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엉뚱한 아이템을 선택했다.

    “지니의 마법램프를 선택하겠다.”

    “?!”

    지니의 마법램프라고?

    지옥의 마수가 아니라?

    알레카스와 르브론은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당황했다.

    ‘그, 그래! 지니도 악마였지! 그걸 깜빡했군!’

    ‘이프리트의 램프 대신이군!’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려서 지옥의 마수와 거인의 발자국을 견제했다. 거인의 피보다는 거인의 발자국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상현은···.

    “가고일 조각상을 선택하겠다.”

    이번에도 예상을 벗어난 아이템을 선택했다.

    ‘무슨 생각이냐, 이상현?!’

    알레카스와 르브론은 이상현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에 불편한 의심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의심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내가 만들고자 하는 조합은, 6성 챔피언이 존재하는 유니버스 STFT에서만 가능한 조합이다.

    조합의 이름은 악마 수호자 조합이다.

    리빙아머(1)【땅, 질서▶그림자+수호자】

    케르베로스(2)【불▶악마+짐승+수호자】

    지옥 파수꾼(2)【불▶악마+수호자】

    스핑크스(3)【땅, 질서▶그림자+수호자】

    가고일(4)【땅, 질서▶그림자+수호자+요정】

    이프리트(4)【불▶악마】

    지니(4)【물, 불, 바람, 땅▶요정+마법사+악마】

    살라만더(5)【불, 정령▶악마+요정】

    황금사자(5)【땅, 질서▶그림자+수호자】

    드래곤(6)【불▶악마】

    5불+5땅+4질서+6악마+6수호자+3그림자+2요정으로 이루어진 조합이며 핵심은 지옥 파수꾼이다.

    이 조합은 오로지 지옥 파수꾼을 위해서 존재하는 조합이다. 지옥 파수꾼이 없으면 가치를 상실한다.

    내가 이프리트의 램프가 아니라 지니의 마법램프를 선택한 이유는 5땅을 만들기 위함이다. 다른 악마 챔피언을 넣으면 6악마는 만들 수 있어도 5땅은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반드시 지니가 필요한데···.

    때마침 지니의 마법램프가 나온 것이다.

    [지니의 마법램프(1회)]

    ↳2~6성의 지니를 영구적으로 소환한다.

    그리고 가고일 조각상을 선택한 이유는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가고일 조각상]

    ↳가고일 전용 아이템. 30초 동안 적 챔피언에게 받는 모든 피해가 20% 감소한다(이 효과는 모든 아군 챔피언에게 적용된다).

    안타깝게도 30초라는 제한이 붙어있지만, 그래도 매우 좋은 아이템이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니의 마법램프를 문질렀다. 그러자 마법램프에서 신비로운 연기가 꼬불꼬불 피어오르더니, 우락부락한 근육이 돋보이는 지니가 되었다.

    [지니의 마법램프에서 영웅 지니(★★★★)가 나타났습니다.]

    「하하하!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부디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십시오.」

    다행스럽게도 2성이 아니라 4성이 나왔다. 물론 마법사가 아니라서 크게 의미는 없다.

    가끔 튀어나오는 용의 분노만이 좋을 뿐이다. 반대로 아마겟돈이 나오면 왜 지니를 외면하는지 깨닫게 된다.

    후.

    이제 챔피언들을 숨길 이유가 없다. 목적을 달성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불필요한 챔피언들을 모두 팔아버리고, 그 자리를 진짜 멤버들로 꽉꽉 채웠다.

    그러자 30초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3-12)]

    [상대: 3위 킬리언(64)]

    [잔여 라이프(55)]

    [전투가 시작됩니다.]

    지금부터.

    반격 시작이다.

    역시나!

    예상대로 이상현은 비장의 수를 가지고 있었다. 멍청한 두 녀석이 자폭을 감행했을 텐데도, 죽지 않고 죽음의 방을 공략한 것을 보면 숨겨둔 무기가 존재했던 거다.

    “과연, 과연! 그럴 줄 알았다만 그래도 놀랍군! 혼자서 죽음의 방을 공략할 줄이야.”

    킬리언은 이상현과의 만남이 기다려졌다. ‘하이에나의 왕’을 만들고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야수’를 만든 자신과 싸우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승리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상현이라는 벽을 반드시 넘어야 하니까.

    “오오오! 6성 지옥 파수꾼이라고? 4성 지니는 또 뭐야? 도대체 무슨 조합이지? 악마? 악마는 아닌 것 같은데, 악마가 여섯 마리란 말이지”

    때마침 8강(3-12)에서 이상현과 만났다.

    죽음의 방을 홀로 깨부순 이상현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

    특히, 2골드·6성의 지옥 파수꾼은 죽지 않는 불사의 괴물이었다. 어찌나 단단한지 체력이 닳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오오! 강해! 강하다고! 하지만···. 악마 조합은 약한데···. 악마 조합이란 말이지.”

    킬리언은 머리를 굴려야 했다.

    도대체 이상현은 무슨 생각일까? 무슨 생각으로 지옥 파수꾼을 사용하고 있는 걸까?

    “아닌가? 악마 조합이 아닌가? 아, 아, 그래!! 수호자로군! 수호자야! 지니와 리빙아머가 있는 것을 보니, 땅 수호자를 넣었어! 그래! 지옥의 방패를 활용한 수호자 조합이야!!”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8강에 올라온 플레이어답게 킬리언은 이상현의 조합을 알아맞혔다. 머리를 살짝 굴려야 했지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큭큭큭! 그거참, 재미있는 조합이잖아! 분명 44초마다 지옥의 방패가 강해지는 거였지? 그래, 맞아! 바로 그거였어. 그래서···. 역시! 역시, 네놈이다!!”

    그리고 킬리언은 이상현의 의도를 완벽하게 알아차렸다. 지옥의 방패와 파멸의 방패를 활용하는 전략이라는 것을.

    “그래! 게임은 이래야 재미있지!!”

    킬리언은 계획을 수정했다.

    하라톤을 사용하는 땅 짐승 조합이 아니라 히드라를 사용하는 물 짐승 조합으로!

    “큭큭큭! 크하하하!!”

    킬리언은 미친놈처럼 웃어댔다. 그에게서 두려움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직 광기만이 있을 뿐이었다.

    [패배했습니다.]

    바깥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기에 무토는 이상현의 의도를 파악할 수가 있었다.

    물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가령 7연패를 한 것과 적들이 뻔히 달려들 것을 알면서도 죽음의 방에 들어간 것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그 의도를 파악했을 때 온몸이 오싹했다.

    ‘그래, 그거였어! 승점 자판기를 만들기 위해서 끌어들인 거였어! 그래야 아군의 생존이 보장되면서 적을 야금야금 갉아 먹을 수 있으니까!’

    무토가 알기에 무적인 조합은 없었다. 어느 조합을 선택해도 카운터가 존재한다. 피닉스 조합도, 마법사 조합도, 땅 조합도, 물 조합도 카운터가 존재했다.

    이상현은 그 점을 노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 예로 지금은 신하영이 밀리고 있지만, 만약 10레벨을 만들고 10바람+6궁수를 완성한다면, 그때는 킬리언이 질 것이다. 짐승 조합은 바람에 취약하니까.

    ‘과연. 저런 방법도 존재했군!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아군이 적을 꺾어버리면 되는 거였어!’

    무토는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떴다. 그래서 더더욱 이상현과의 승부가 기다려졌다.

    물론 그전에 베르트랑이라는···.

    미친 운빨을 가진 플레이어를 꺾는 게 우선일 것이다.

    “후아암~!”

    베르트랑은 16강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유롭게 누워 있었다.

    긴장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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