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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16강(6) (148/170)
  •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16강(6)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16강(6)

    라프탈 측 플레이어는 두 명밖에 남지 않았기에 크로노스는 16강(3-20)에서 이상현과 만났다.

    “땅···. 땅 마법사라고···?”

    예상했던 피닉스 조합이 아니었다. 피닉스 조합이 아니라 10땅+6마법사라는···. 땅 속성과 마법사의 힘을 잘 살린 조합이었다.

    “날 속였던 거냐?!!”

    크로노스는 이상현이 자신을 속이려고 지금까지 마법사들을 숨겼다고 확신했다.

    “이, 이 자식!!”

    그래서 크로노스는 살의로 가득 찬 눈빛으로 이상현을 노려보았다. 가능하다면 와그작와그작 씹어먹을 기세였다. 그러자 이상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글쎄. 어떨까? 널 속였을까?”

    명백한 도발이었다.

    “한 번 맞춰봐. 물론 아무 의미도 없겠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승패가 더 중요하니까.”

    크로노스는 그 도발에 걸려들어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날뛰었다.

    설상가상으로 전황이 좋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신의 사자의 힘이 전설의 이프리트를 바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크아아악! 나의 힘이! 나의 힘이이이···!!」

    첫 번째 스킬을 100% 무효화시키는 힘과 33% 확률로 실패시키는 힘과 3그림자가 합쳐지니···. 이프리트로서도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크라아아···!!」

    3성 드래곤도 힘을 쓰지 못했다. 열심히 분노를 모으면 후아암~! 맥빠지는 하품처럼 흩어졌다.

    「소멸하라!」

    그사이 타이탄이 우레를 내리쳐 악마들을 처치했다. 시무르그들도 악마들을 불태우며 날뛰었다.

    「크하아앙!!」

    복제된 황금사자가 울부짖었다. 그리고 진짜 황금사자가 죽음에서 부활했다. 발키리의 날개의 힘이었다.

    「으, 으으···! 더러운 천사놈!!」

    악마들은 그 모습에 전의를 상실했다. 가까스로 쓰러뜨렸는데, 완벽한 모습으로 부활하다니!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끔찍한 일이었다.

    그리고 우레가 내리쳤다.

    우레는 전쟁의 끝을 알리는 심판이었다.

    「사라져라.」

    세 번째 죽음의 던전을 기점으로 두 서버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패배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던 서버13279는 환호성을, 승리를 자신하던 서버08085는 이상현의 활약에 공포를 느꼈다.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들은, 특히 이상현의 라이벌을 자처하는 무토와 킬리언, 네메시스, 아크는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땅 마법사라···. 사기적인 조합이야. 물론 신의 사자나 가이아의 축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무토는 이상현의 땅 마법사를 이길 수 있는 조합을 생각해보았고,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개의 아이템이 없더라도 충분히 강력해. 물론 마법사 타이탄만큼은 아니지만···. 대신 훨씬 안정적이야.’

    킬리언과 네메시스도 무토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좋군, 좋아. 아주 좋은 조합이야. 확률에 따라 그 어떤 조합도 이길 수 있으니까!’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군! 그래, 9마법사는 불안하지. 아무리 강해도 질 때가 있으니까. 그러나 땅 마법사는 9마법사와 달리 안정적이지.’

    그리고 아크는 이상현의 땅 마법사에서 어쩌면 적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만약 이상현처럼 신의 사자와 가이아의 축복을 가진 상태에서 시무르그를 5성이나 6성으로 만들 수 있다면···.’

    물론 이론상의 계획이라 실전에서 먹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상현처럼 성공시킬 수 있다면···.

    그때는 적도 이길 수 있으리라.

    ‘충분히 가능해.’

    아크는 희망을 꽃피웠다. 희망은 쓰레기더미에 핀 붉은 장미꽃처럼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상현은 카이손, 크로노스, 그리고 또다시 카이손을 잡아내며 3연승을 달렸다.

    세 번째 영웅의 전당.

    어쩌면 이 게임의 승패를 좌우할지도 모르는 장소였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흘러넘쳤다.

    물론 상대적으로 지구 측 플레이어들은 여유로웠다. 그 이유는 머릿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상현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견제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견제를 할 수 없는 크로노스와 카이손과는 입장에 완전히 달랐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잭 로어보다 먼저 선택한다는 거겠지.’

    크로노스는 잭 로어를 바라보았다. 자신과 똑같은 조합을 선택한 잭 로어를.

    ‘만약 이곳에서 이상현에게 대항할 수 있는 아이템을 손에 넣지 못한다면···. 그때는······.’

    크로노스는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상상에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이템을 선택했다.

    ‘부탁한다!!’

    이상현과의 승부를 이대로 허무하게 끝맺고 싶지 않았기에 간절함은 그 누구보다 컸다.

    ‘저건?!!’

    크로노스는 보았다.

    황금사자의 머리라는, 신의 사자의 스킬 실패 효과를 무효화 해주는 아이템을!!

    [황금사자의 머리를 선택했습니다.]

    신하영은 ‘종말의 괴물’이 아닌 ‘악마의 책벌레’를 견제했다. 마법사 조합을 카운터치는 아이템을 제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어차피 크로노스는 이 아이템을 선택 못 해. 선택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하면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꼴이니까. 그리고 잭 로어씨라면 반드시 종말의 괴물을 견제할 거야.’

    신하영은 잭 로어가 종말의 괴물을 선택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건 어쩔 수 없군.’

    잭 로어는 신하영의 예상대로 종말의 괴물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카이손에게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상현은···.

    수수께끼 구슬처럼 보이는 아이템을 획득했다.

    [예언가의 구슬을 선택했습니다.]

    ↳마법사 전용 아이템. 3×3 지역에 적 챔피언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한다. 예언이 적중할 확률은 각각 50%이다.

    지금까지 등장한 적이 몇 번 없는.

    그마저도 스쳐 지나간 아이템이었다.

    “빌어먹을···! 어째서 가장 좋은 아이템이 미노타우로스의 도끼냐고!!”

    카이손은 미노타우로스의 도끼라는, 공격력을 많이 올려주는 아이템을 선택했다. 다만, 세 번째 영웅의 전당에서 획득한 아이템치고는 조금 부실했다.

    그래서 카이손은 진심으로 분통을 터트렸다.

    “으아아아!!”

    게임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세 번째 영웅의 전당. 그곳에서 크로노스는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했고, 이상현 또한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했다.

    자, 그렇다면 과연 누가 더 좋은 아이템을 획득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16강(3-22)에서 드러났다.

    “이게 대체···?”

    크로노스는 타이탄의 우레에 휩쓸리는 것을 막기 위해 따로 배치해둔 챔피언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잠시 후, 그곳에 콰과광! 우레가 떨어졌다. 5×5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여섯 명의 챔피언을 파멸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3×3 크기의 우레가.

    “챔피언들을 모으는 아이템이 존재한다고···?”

    크로노스가 모르는 아이템이었다. 비단 크로노스뿐만 아니라 많은 플레이어가 접해보지 못한 아이템이었다.

    “예언가의 구슬···?”

    “영락없이 수수께끼 구슬인 줄 알았는데···.”

    “내가 모르는 아이템이 더 있었어?”

    “···새롭게 패치된 건가?”

    지금까지 수백 번도 더 플레이했음에도 어째서 모르는 것일까? 하다못해 조합 아이템도 아닌데.

    그 이유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마법사 조합, 그러니까 최소 6마법사를 만들었을 때만 나오는 특수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법사 조합이 비주류 조합이라서 잘 하지 않을뿐더러, 예언가의 구슬이라는 아이템 자체가 워낙 고급 아이템이라서 잘 나오지 않는다.

    사용해보면 알겠지만 사기라서 그렇다. 급으로 따진다면 죽음의 왕관 이상이다. 그래서 안 나온다.

    우르르콰과과광!!

    천둥소리에 크로노스는 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질렀다.

    “아, 안 돼!!”

    그러나 인정사정없이 우레가 내리쳤다. 5성 이프리트가 강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적은 아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핑크스와 가고일과 황금사자가 악마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크허어엉!」

    특히 딴딴한 황금사자는 악마들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우레가 내리칠 시간을 벌었다.

    우르르르콰과과광!!

    스핑크스와 가고일이 쓰러지고.

    황금사자마저도 쓰러졌다.

    그리고 악마들조차도 쓰러졌다.

    그 순간.

    크로노스는 자신의 패배를 직감했다.

    “이렇게···.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크로노스는 절규했다.

    카이손은 골드를 모았다. 이상현에게 3연패를 당하든 말든 무조건 무시하고 오로지 골드만 모았다.

    “이,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난···. 난 오늘 운이 좋단 말이다!! 운이 좋다고!!”

    카이손은 네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난이도가 가장 낮은 짐승의 방에 들어갔다. 목적은 당연히 황금 주머니를 획득하기 위함이었다.

    카이손은 자신의 바람대로 황금 주머니를 획득했다. 혹시나 해서 선택한 수수께끼 구슬에서는 로빈의 화살이라는 꽝이 나왔지만 그래도 황금 주머니에서는 97골드가 나왔다.

    “제발···. 부탁한다.”

    아이템을 포기하면서까지 골드를 선택한 이유는 역전 가능성이 조커 카드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발···!!”

    이 순간, 카이손보다 간절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온 우주를 뒤져보아도 카이손이 가장 간절했다.

    그러나 간절하다고 해서 이루어진다면 세상에 못 이룰 일이 어디 있을까?

    카이손의 간절함은 행운의 신에게 닿았지만, 행운의 신은 공평하고 또 공평했다.

    [음. 미안하게 됐네. 난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그게 아니더라.]

    행운의 신은 카이손의 발악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조커 카드에서···.

    [조커 카드에서 괴물 리빙아머(★★★)가 나타났습니다.]

    [조커 카드에서 영웅 마귀(★★★★)가 나타났습니다.]

    [조커 카드에서 바포메트(★★)가 나타났습니다.]

    쓰레기들이 나왔다.

    50골드조차도 못 되는 쓰레기들이.

    “아, 아, 안 돼애애애애애애애!!!”

    카이손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만약 완벽한 팀이었다면, 2위로 밀려난 카이손이 죽음의 방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그래야 이상현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팀이 아닌 팀이다 보니, 카이손은 ‘자신’을 우선시했다. 어처구니없게도 팀이 아닌 자신을 선택한 것이다.

    “이, 이런 멍청이가아아?!!”

    크로노스는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이 카이손이 아니라 이상현이라는 사실에 절망하고 절규했다.

    너무나 끔찍하고 믿기 어려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생각이라는 것을 할 줄 아는 녀석이라면 도저히 이럴 수가 없었다.

    “아, 아으아아아아!!”

    크로노스는 멍청한 카이손을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기회만 있다면 카이손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좌절감만이 눈앞에 있을 뿐이었다.

    예상대로···. 정해진 순서대로 크로노스는 4위인 잭 로어와 1위인 이상현에게 견제를 당했다.

    만약 이곳에 이상현이 아닌 카이손이 있었다면, 그랬다면 살라만더의 등급을 상승시켜 줄 ‘살라만더의 혓바닥’과 마법사의 힘을 감소시켜줄 ‘악마의 책벌레’를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반전을 꿈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위인 카이손은 이곳에 없었다. 무슨 병신 같은 생각을 가지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안 돼···.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다고!! 난···! 나는 아직···!!”

    반전의 기회는 허무할 정도로 시시하게 달아났다.

    “으아아아아!!”

    이 모습을 본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들은 깨달았다. 좋든 싫든 팀으로 뭉쳐야 한다는 것을.

    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영웅 시무르그가 날아올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무르그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무려 네 마리였다.

    신비로운 시무르그의 뒤로는 타이탄들이 거대한 산처럼 우뚝 솟아있었다.

    “크르으으···.”

    영웅 드래곤은 그 모습에 주눅 들었다. 전설의 이프리트도 영웅 살라만더도 분노를 마음껏 드러내지 못하고 얼굴에 쑤셔 박고는 엉거주춤 뒤로 물러섰다.

    “크라으으···!!”

    궁지에 몰린 악마들이 으르렁거렸다.

    이윽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동시에 하늘을 찢어발기는 굉음과 함께 벼락이 내리쳤다.

    우르르르콰과과광!!

    우레는 악마들을 심판하는 힘이었다.

    “크아···아아···!!”

    악마들의 비명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며 메아리쳤다. 이프리트와 살라만더 그리고 드래곤이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시무르그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푸오오오!!

    파멸을 부르는 용의 분노에도 시무르그들은 타 죽지 않았다. 살아서 날개를 퍼덕이며 푸른 불꽃을 토해냈다. 게다가 시무르그들의 곁에는 단단한 황금사자가 버티고 있었다.

    “위오오오!!”

    그리고 우레가 내리쳤다.

    “바스러져라.”

    우레는 전쟁의 끝을 알리는 심판이었다.

    그것으로 전쟁이 끝났다.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감소합니다.]

    [잔여 라이프 0]

    [0]

    [0]

    ······.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16강(A조) 결과]

    [1차전: 서버13279(승)]

    [2차전: 서버08085(승)]

    [3차전: 서버13279(승)]

    [최종 승자: 서버13279]

    하나의 팀이 된 서버13279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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