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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142/170)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분해요.”

“분하다고?”

“이길 수 있었는데 져서 분해요.”

신하영과 이상현이었다. 신하영은 살짝 토라진 얼굴로 말했다.

“너무 분해요.”

그 누구보다 이상현에게 인정받고 싶었기에 아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분한 마음은 눈가를 빨갛게 물들였다.

신하영이 말했다.

“운이 나빴다는 변경은 하지 않을래요. 운이 좋았으니까요. 단지, 제 실력이 부족했던 거예요.”

4성 데몬과 5성 성직자를 들고도 운이 나빴다고 말한다면 그건 핑계니까.

“그래서 너무 분하고 아쉬워요.”

“······.”

이상현은 신하영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었다. 남자친구로서 그리고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하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물론 2등도 잘한 거지만요.”

마음을 털어놓아서 그럴까?

신하영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저, 어땠어요? 잘했어요?”

신하영의 물음에 이상현이 대답했다.

“매우 잘했어. 전사 조합을 선택한 것도 잘했고, 골드 관리와 챔피언 관리도 훌륭했어. 아이템 선택도 좋았어.”

신하영의 플레이는 깔끔하고 훌륭했다. 뒷심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운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그저, 이상현의 운이 더 좋았을 뿐이다.

“솔직히 2위를 예상했어. 그런데 아이템이 엄청 잘 나오더라. 필요한 게 한꺼번에 나왔거든.”

“어쩐지.”

신하영이 알 듯 말 듯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이상현은 진심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말이야. 난 게임 가지고 거짓말은 안 해.”

“알고 있어요.”

신하영은 기분이 풀렸는지 게임패드를 집어 들었다. 동시에 이상현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 이유는 신하영이 즐겨 하는 게임이 바로 검은 영혼이기 때문이다.

STFT와 달리 어렵기로 소문이 난 그 게임 말이다.

“심심한데, PVP나 할까요?”

“···나 못하는데.”

“가르쳐 줄게요. 쉬워요.”

“···그래.”

신하영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참고로 신하영의 캐릭터는 흰색 삼각팬티만 입고 있는 채찍맨이었다. 그나마 얼굴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피부 색깔이 많이 이상했다.

“···화났구나.”

“글쎄요~.”

[YOU DIED]

[YOU DIED]

[YOU DIED]

화난 게 분명했다.

죽고 죽이는 죽음의 게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탈락한 플레이어들은 진심으로 안도했다. 눈물과 콧물과 울음소리는 기쁨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분노가 부글부글 들끓었다. 그 이유는 믿었던 동료의 배신과 모멸, 경멸 등등 표면으로 드러난 적이 없었던 문제가 한꺼번에 터졌기 때문이다.

“이, 이 개새끼야!!”

안도감으로 가라앉았던 감정이 폭발하는 건 한순간이었다. 폭발한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팀의 분열을 초래했다.

“감히 날 버려?! 네가 그러고도 친구냐?!!”

“함께해서 즐거웠다고?!!”

“잘 가라고? 다음에 보자고? 그게 말이냐?!”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었다.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으며, GM은 와그작와그작 팝콘이나 먹어댔다.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서 적이지만 팀이 되었다면, 이제는 완벽한 적이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다시 팀이 되는 건 불가능했다.

『히히히! 개판이네!』

『자, 싸워라! 더 싸워라!』

무토는 선발전에서 자신을 견제한 쓰레기들을 노려보며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다.

‘누구 덕분에 여기까지 왔는데 감히 날 견제해? 이런 미친 새끼들! 패배밖에 할 줄 모르는 쓸모없는 새끼들! 할 수만 있었다면 네놈들을 전부 죽였을 거다!!’

무토는 쓰레기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 신을 향해서 저주를 퍼부었다.

오죽하면 이상현과 함께 하는 게 1000배는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할까? 무토는 쓰레기들을 진심으로 경멸했다.

킬리언의 서버는 폭풍전야처럼 조용했다. 그 이유는 킬리언이 혼자만의 세상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면 이상현을 이길 수 있을까? 과연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지?’

킬리언은 이상현만을 생각했다. 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심지어 선발전에서도.

오직 이상현만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두근두근.

‘어서 빨리 만났으면···!!’

킬리언의 미소는 너무나 섬뜩했다. 먹이를 가지고 노는 맹수보다 더 악랄했다.

킬리언과 같은 서버의 플레이어들은 그게 소름 끼치도록 싫어서 그를 견제하고 못 본 척 외면했다.

물론 킬리언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킬리언에게 있어 동료란 도구에 지나지 않으니까.

꿈틀꿈틀!

크로노스의 서버는 완전히 분열했다. 그 이유는 배신과 음모가 판을 쳤기 때문이다.

물론 크로노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팀이 분열하든 말든 처음부터 적이었고, 또 이기면 그만이니까.

‘내가 1위를 했는데, 나를 이긴 이상현이 떨어졌을 리는 없겠지. 이상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쓰레기들이니까.’

그래, 이기면 그만이다. 유니버스 STFT는 팀 게임이면서도 솔로 게임이다.

이기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

‘만약 16강에서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흐음. 어려운 문제군. 다른 놈들은 몰라도 이상현만큼은 다르니까.’

그래서 크로노스는 킬리언처럼 이상현만을 생각했다. 다른 생각은 불필요했다.

네메시스의 서버는 다른 서버와 달리 붕괴하지 않았다. 몇몇 플레이어들끼리 감정싸움은 발생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멍청이들.’

폭발하지 않은 이유는 전적으로 네메시스 덕분이었다. 만약 네메시스가 초기에 진압하지 않았다면 다른 서버들처럼 폭발하여 엉망진창이 되었을 것이다.

‘제외라는 단어를 보고도 모른 거냐? 한심한 놈들 같으니.’

물론 네메시스에게는 지금의 상황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죽음의 게임이 아니라는 간단한 사실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한 머저리들이 진심으로 한심했기 때문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싹둑 잘라내고 싶을 정도였다.

‘이런 놈들을 데리고 싸우라니. 차라리 혼자 싸우는 게 100배는 더 낫겠군.’

네메시스는 동료가 아닌 동료들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레오나의 서버는 붕괴했다. 레오나가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막지 못하였고, 서로에게 깊은 불신만을 남겼다.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

레오나의 서버가 붕괴한 이유는 ‘파벌’ 때문이었다. 그들은 6명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팀이었고, 예선전에서 획득한 포인트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발전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철저히 견제하며 대표자 자리를 차지했다.

그 결과 파벌에 속한 플레이어 전원이 대표자가 되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너무나 추악한 결과였다.

“너희들···!!”

파벌의 등장은 여러모로 큰 충격이었다.

설마, 예선전에서 1위를 차지한 이력이 있는 플레이어들끼리만 모여서 작당을 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12명의 플레이어는 도저히 지울 수 없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다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데 파벌이라니···.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 도리어 배척하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레오나는 끔찍한 사실에 진심으로 절망했다.

안타깝게도 바꿀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오나의 순위는 9위였다.

8위가 아닌 9위.

그 차이는 매우 컸다.

베르트랑의 서버는 분열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베르트랑이 포인트를 공개한 것도 있지만, 선발전이 죽음의 게임이 아닐 거라고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이거, 죽음의 게임이 아닌 것 같은데?”

“네? 그게 무슨 말···.”

“봐봐. 탈락이 아니라 제외잖아. 제외 몰라? 단순히 대표자에서 제외됐다는 뜻이잖아.”

베르트랑의 주장에 플레이어들은 눈을 깜빡였다. 들어보니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외라고···.”

“정말. 제외라고 되어 있어.”

“그러고 보니 선발전이잖아? 경쟁전이 아니라.”

“대표자를 선발하는 게임···이었지.”

베르트랑이 한마디 덧붙였다.

“아마도 내 말이 맞을걸? 그러니 서버를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게 좋을 것 같아. 여기서 살아남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생존경쟁도 아닌데 그런 사람을 뽑을 수는 없잖아?”

“으음.”

“뭐, 마음대로 해. 내키지 않으면 그만두고. 여하튼 나는 말했으니까 알아서들 해.”

베르트랑은 언제나 그렇듯이 자기중심적이었다.

플레이어들은 베르트랑의 말에 심사숙고했다.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베르트랑의 감은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보죠. 괜히 제외라는 단어를 쓴 게 아닐 테니까.”

플레이어들은 베르트랑의 제안에 따랐다. 물론 당사자인 베르트랑은 아무래도 좋아서 땅바닥에 퍼질러 자고 있었다.

쿨쿨~!

아크가 포인트를 나눠준 덕분일까? 아크의 서버는 비교적 평화롭게 선발전을 마쳤다. 배신과 음모가 판을 친 다른 서버와 달리 조용하고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겨룬 것이다.

아크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선발전 내내 지독한 견제에 시달렸지만, 그것을 모두 이겨내고 1위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라섰다.

“명심하십시오, 우리는 팀입니다.”

아크는 게임을 치르는 동안 팀 게임이라는 것을 수도 없이 강조했다.

물론 몇몇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그걸 신경을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아크는 포기하지 않았고, 팀이 분열하는 것만큼은 막아냈다.

‘포인트를 나눠주길 잘했군.’

선발전이 죽음의 게임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아크는 자신의 행동이 옳았음을 다시금 느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아크의 노력을 조금이지만 인정해주었다.

“이제 시작입니다. 모두 다 함께 노력해서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에서 우승합시다.”

아크는 팀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며.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16강전을 대비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대진표가 발표되었다. 16개의 서버, 8명의 대표가 맞서 싸우게 될 우주 전장에서.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16강전]

A조: 서버(13279)┃서버(08085)

서버(20000)┃서버(00001)

B조: 서버(04211)┃서버(16333)

서버(15006)┃서버(00921)

C조: 서버(07782)┃서버(03800)

서버(19921)┃서버(12345)

D조: 서버(11111)┃서버(09999)

서버(18009)┃서버(02844)

A조에는 이상현과 크로노스와 킬리언이 속했다.

B조에는 무토와 베르트랑이 속했으며.

C조에는 네메시스와 레오나가 속한 서버가.

D조에는 아크가 속했다.

쥐와 너구리를 섞어놓은 GM이 모든 플레이어에게 말했다.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A조의 승자는 B조의 승자와.』

『C조의 승자는 D조의 승자와.』

『마지막으로 A 혹은 B조의 승자가 C, D조의 승자와 우승 경쟁을 다투게 됩니다!!』

『그리고 우승자는···.』

『이런! 스포일러는 안 되죠!』

『미리 들으면 재미없으니까요!』

『우후후!!』

GM이 손뼉을 친 다음 말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렁찬 함성이 거센 파도처럼 퍼져 나갔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박수, 형형색색의 축포가 퍼버버벙!! 터지며 축제의 막이 올랐음을 알렸다.

[10, 9, 8, 7···. 2, 1]

[유니버스 Single & Team fight Tactics 챔피언쉽이 시작되었습니다.]

[서버: 13279(지구)]

[플레이어: 8명]

[난이도: 헬]

[최종 목표: 우승]

[목표 달성 실패: 소멸]

[보상: ??]

[게임을 시작합니다.]

“16강이군.”

크로노스는 결승전에서 이상현을 꺾고 싶었다. 결승전이야말로 이상현을 쓰러뜨리기에 최고의 무대니까.

그런데 본선의 시작인 16강에서 만나게 되어 진심으로 유감이었다.

“16강이라···. 나에게 두려움을 선사한 이상현을 제일 먼저 쓰러뜨려야 한다니. 이것 또한 운명인가.”

크로노스는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공포와 흥분, 그리고 운명을 느꼈다.

“사실상 결승전이겠지.”

이상현과의 전쟁을 결승전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부를까? 크로노스는 마지막 전투에 임하는 병사처럼 필사의 각오로 전쟁을 대비했다.

“난, 반드시 네놈을 꺾고 우승한다.”

베르트랑은 아무 생각도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다. 베르트랑은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이 시작되든 말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후아암.”

그게 그녀라는 생물체였다.

킬리언은 8강에서 이상현과 만난다는 사실에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했다.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8강이라고? 지금 당장 싸우고 싶은데! 크흐흐! 참기 어렵지만 그래도 참아야겠지.”

킬러언에게 무대가 결승전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상현과 만난다는 사실이고, 이상현과 승부를 다툰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16강이든 8강이든 결승이든 그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이상현이 있는 곳이 바로 결승인데!

그래서 킬리언은 참을성을 가지고 이상현을 기다렸다.

“큭큭큭!!”

바짝 달아오른 몸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했다.

“4강인가.”

무토는 결승전이 아니라는 사실이 몹시 불쾌했다. 결승전에서 만날 거라고 여겼는데 4강이라니.

“흥.”

무토는 불쾌함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무대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이상현과 다시 만난다는 사실이고, 또 바로 그곳이 최고의 무대일 테니까.

“이상현. 4강에서 널 기다리고 있겠다.”

무토에게 다른 플레이어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이상현만이 또렷이 보일 뿐이었다.

“운명이군.”

네메시스는 결승전에서 이상현을 만난다는 사실에 운명과도 같은 계시를 느꼈다.

두근두근! 그러자 오래전에 차갑게 식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두근거림은 특별하고 거룩했다.

이것은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신이 정한 운명이 분명했다. 네메시스는 확신했다.

“한 가지 두려운 점이 있다면···. 상대가 이상현이라는 거겠지.”

네메시스는 결승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게 패배일지 아니면 승리일지 알 수 없다고 느꼈다. 그 이유는 운명의 상대가 바로 이상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운명의 날이 찾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두려워했다.

“후후후.”

무료한 인생을 살아왔던 네메시스에게 이상현은 한 줄기의 빛이자 어둠 그 자체였다.

“결승에서···.”

아크는 결승전에서 이상현과 만난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결승전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이상현과 겨룬다는 사실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승부욕을 느꼈다.

“이상현.”

운명이 가리키는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아크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깨달았다.

“결승전에서 널···.”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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