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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전(7) (140/170)

선발전(7)

선발전(7)

사자의 방에서는 네 개의 아이템이 나왔다. 그중에는 ‘김인식’이 간절히 원하는 것도 있었다.

[1. 수호자의 투구]

[2. 하울링]

[3. 고대 괴물의 벽화]

[4. 오크전사의 목걸이]

“진짜 운 좋네.”

이상현은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하울링과 고대 괴물의 벽화를 선택했다.

[전설의 늑대(★★★★★)의 몸속에 잠들어 있던 눈부시도록 화려하고 서늘한 보름달의 힘이 깨어났습니다.]

[전설의 늑대인간(★★★★★)이 탄생했습니다!!]

[전설의 늑대인간(★★★★★)]

속성: 땅

직업: 그림자, 짐승

공격력: 682

방어력: 840

체력:8400

마나: -

스킬: 인간사냥

[고대 괴물의 뼈와 고대 괴물의 벽화가 괴물 하라톤(★★★)의 핏속에 잠들어 있던 힘을 일깨웁니다.]

[태초의 왕이 탄생했습니다! 영웅 하라톤(★★★★)이 전장을 향해서 포효합니다!!]

4골드·5성의 늑대인간과 6골드·4성의 하라톤. 이 챔피언들의 탄생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명쾌했다.

“이제는 지기도 어렵겠다.”

승리! 마지막 선발전에서 승리를 거두라는 뜻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상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괴물의 방에서 ‘수호자의 투구’가 나올 것이라는 김인식의 판단은 옳았다. 다만, 한 가지 계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수호자의 투구가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1. 수호자의 방패]

[2. 수호자의 신발]

[3. 수호자의 갑옷]

[4. 황금 주머니(1~100)]

“······.”

수호자의 방패와 신발과 갑옷. 무려 세 개의 아이템이 나왔다. 여섯 개의 아이템 중에서 세 개. 50%라는 말이다. 10%도 아니고 자그마치 50%.

그런데 투구가 없다.

투구만 없다.

김인식은 그 사실에 진심으로 할 말을 잃었다.

“···엿 같네.”

간신히 쥐어짠 말은 분노였다. STFT에서 최후의 수호자를 만들겠다고 열심히 모았다가 5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던 수많은 플레이어처럼 욕을 내뱉은 것이다.

“아, 씨발.”

진심에서 우러러 나오는.

순순한 욕이었다.

이제 김인식도 완벽한 STFT 플레이어였다.

죽음의 방에 들어간 신하영과 알렉스 로드 윈과 강무혁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시선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

“······.”

“······.”

[1. 제우스의 번개]

[2. 그림자 갑옷]

[3. 지휘관의 검]

[4. 오우거의 몽둥이]

[5. 전승 기념주화]

[6. 종말의 괴물]

선택의 시간이 빠르게 다가왔다.

타협할 것인가 아니면 견제할 것인가 아니면 공멸할 것인가.

세 사람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고, 알렉스 로드 윈이 칼을 빼내 들었다.

“내 선택은 종말의 괴물이다.”

강무혁은 살짝 당황했다. 물론 그것도 잠시.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그런데 신하영이 알렉스의 편을 들었다.

“전 찬성이에요.”

“···난 지휘관의 검을 선택하겠다.”

강무혁은 자신을 방해한 신하영을 견제하기 위해서 지휘관의 검을 선택했다.

“제우스의 번개를 선택하겠어요.”

신하영의 선택은 제우스의 번개였다. 물론 그녀에게 제우스의 번개는 불필요한 아이템이다. 하지만 타이탄을 가지고 있는 알렉스가 획득하게 된다면···. 1위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기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흥.”

알렉스는 신하영이 제우스의 번개를 선택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개의치 않고 전승 기념주화를 선택했다.

전승 기념주화는 공포를 3번 막아주는, 괴물을 상대하기에 좋은 아이템이었다.

“···오우거의 몽둥이다.”

강무혁은 오우거의 힘을 상승시켜주는 몽둥이를 선택했고, 남은 아이템은 그림자 갑옷뿐이었다.

세 사람의 선택은 공멸이었다.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씁쓸함만이 남은 결과.

물론 그중에는 웃은 사람도 있었다.

‘강무혁을 견제하기 위해서 쿤드라를 뽑아놨었지. 종말의 괴물이 나왔으니 무난하게 3성을 만들겠군!’

알렉스 로드 윈은 10땅을 포기하고 종말의 괴물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확률에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는 안정성을 높이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타이탄이 복제된 경우가 몇 번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종말의 괴물을 장착한 쿤드라를 투입하는 게 훨씬 더 나을 테니까.

‘후후후!’

김인식은 선발전(3-26)에서 이상현을 만났다.

김인식은 비록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붙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뭐야 저건···.”

김인식은 전설의 늑대인간과 영웅 하라톤의 등장에 실낱같던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느꼈다.

“저걸 무슨 수로 이겨.”

이건 보는 즉시 알 수 있었다. “아, 졌다.”라는 것을. 무슨 수를 써도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아, 아아···.”

김인식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자신의 불운을 삼켰다. 수호자 아이템이 세 개나 나왔음에도 그중에 투구가 없다는 사실이 자꾸 맴돌았다. 그러다 묘한 느낌에 사로잡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어디 방에 들어갔어요? 사자의 방?”

이상현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숨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인식은 감정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물어보았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혹시 그곳에 수호자의 투구가 나왔어요?”

김인식은 이상현의 입에서 부정하는 대답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긍정하는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빌어먹을! 아니나 다를까.

“1번으로 나왔습니다.”

사자의 방이었다.

괴물의 방이 아닌 사자의 방이었다.

아닐 거라고 여겼던 사자의 방이었다.

“하······.”

김인식은 진심으로 허탈했다.

사자의 방만큼은 아닐 거라고 여겼는데.

사자의 방이었다니.

씁쓸함과 허무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후.”

김인식은 진심으로 탄식하며.

그래도 자신의 도박이 아주 멍청한 짓은 아니었다고 자책하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감소합니다.]

[잔여 라이프 0]

[0]

[0]

김인식의 순위는 5위였다.

만약 김인식이 사자의 방을 선택했다면···.

지금의 5위가 아닌 1위였을 것이다.

“망할.”

김인식의 탈락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림자 조합을 선택한 이상 1위를 하기는 힘드니까.

‘도박이 실패했군.’

‘최후의 수호자를 만들어볼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그게 말처럼 쉬웠으면 누구나 만들었겠지.’

알렉스와 강무혁은 경쟁자의 탈락에 기뻐하면서도 자신들도 곧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특히 강무혁의 불안감이 컸는데, 그 이유는 조금 전에 신하영의 전사들에게 패배했기 때문이다.

처참한 패배까지는 아니었으나 격차를 실감한 패배였다.

만약 종말의 괴물을 획득했다면 결과가 달랐겠지만, 획득에 실패한 이상 패배는 돌이킬 수 없었다.

‘이상현과 만나기를 바라야겠군. 남은 플레이어 중에서 그나마 만만하니까.’

알렉스가 아닌 이상현인 이유는 타이탄이 원거리 공격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알렉스는 그 타이탄만 보호하면 되고, 반대로 강무혁은 시간 안에 보호막을 뚫어야 한다.

그래서 강무혁은 이상현과 만나기를 바랐고, 그 바람대로 선발전(3-27)에서 이상현과 만났다.

“좋았어!!”

강무혁은 승리를 자신했다.

그 누구든 하라톤에게 처맞기 전까지는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쿠워어어어!!”

전장에 강림한 파괴신 하라톤은 괴물들을 때려잡았다. 쾅! 콰앙! 콰아앙! 무지막지한 굉음은 괴물들의 뼈와 살과 영혼이 분리되는 소리였다.

“크···워···어어···!”

괴물들은 하라톤의 무력에 저항하지 못했다. 저항하기는커녕 찢어발기기 바빴다.

그나마 강력한 오우거가 저항하는가 싶었는데,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하라톤에게 공포를 느끼게 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쿠와아아!!”

오우거를 처치한 하라톤의 체력은 1만을 넘겼다. 이제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퀴아악!!”

쿤드라가 하라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공포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파괴신의 힘이 공포에 저항했기 때문이다.

쾅! 콰앙!!

하라톤은 거칠고 사나운 짐승답게 쿤드라의 허점을 두 번이나 물어뜯었다.

“쿠···어···어어···!!”

이번에는 공포가 일어났다. 무시무시한 공포는 하라톤에게서 파괴신의 힘을 빼앗아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쿤드라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다.

까드득!!

그러나 하라톤의 힘과 비교하면 약했다. 한참이나 모자랐으며, 그 속도 또한 느렸다.

“?!”

공포를 극복한 하라톤이 앞발을 모아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파괴적인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쿤드라는 그 파괴적인 괴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땅바닥에 턱을 꼬라박았다.

그리고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두 번, 세 번까지 이어졌다.

콰과광!!

모든 조합 중에서 가장 빠른 공격속도를 보유한 짐승다운 공격이었다.

“퀴르에에엑!!”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쿤드라가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지르며 일어났다. 그러고는 미친 듯이 달려들어 공포를 일으켰다.

까드득!!

쿤드라의 이빨이 하라톤의 털가죽을 파고들어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쿠왁!!!”

하라톤의 앞발이 쿤드라의 머리를 으깨버렸다. 더는 일어날 수 없도록 아주 철저하게 박살을 내버린 것이다.

쿠웅!

머리를 잃은 쿤드라의 몸이 쓰러졌다. 종말의 괴물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비참한 최후였다.

물론 그것이 마지막은 아니었다. 발키리의 날개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라톤이 다른 괴물들을 처치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아우우우!!”

게다가 전장에는 하라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전설의 늑대인간도 있었으며, 복제된 늑대인간도 존재했다.

늑대인간들은 하라톤 만큼이나 파괴적인 사냥꾼이었다.

콰직! 콰지직!!

잠시 후, 쿤드라가 부활했다.

죽음에서 부활한 쿤드라는 분노로 미쳐 있었다. 감히 자신을 죽인 하라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쿤드라는 자신을 둘러싼 짐승들의 으르렁거림에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킈, 킈이익···!!”

주춤주춤.

엉덩이가 뒤로 빠졌다.

“퀴아아악!!”

공포를 퍼트려야 할 자신이 공포를 느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낀 쿤드라가 갑자기 달려들었고,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콰아앙!!

그리고 이것이 강무혁의 마지막이었다.

[선발전 중간 순위]

[1위: 신하영(77)│25승, 2패]

[2위: 이상현(52)│22승, 5패]

[3위: 알렉스 로드 윈(11)│16승, 11패]

[4위: 강무혁(0)│13승, 14패]

[5위: 김인식(0)│11승, 15패]

[6위: 김원호(0)│6승, 15패]

[7위: 왕슈잉(0)│4승, 15패]

[8위: 리 쉔(0)│3승, 15패]

강무혁의 패배와 알렉스 로드 윈의 승.

그 두 가지가 교차했다.

“이길 수 있어!!”

신하영을 꺾었을 때, 알렉스 로드 윈은 승리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마지막 선발전에서 이길 수 있다고, 11라이프로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이다.

알렉스 로드 윈은 네 번째 영웅의 전당을 앞둔 선발전(3-28)에서 이상현을 만났다.

“이상현이라···!”

1위인 신하영조차도 꺾었는데, 2위인 이상현을 꺾지 못할까? 알렉스 로드 윈은 자신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영웅 타이탄(★★★★)이 탄생했습니다!]

드디어 완성한 영웅 타이탄의 존재는 그러한 믿음에 절대적인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전설의 하라톤(★★★★★)이 탄생했습니다!!]

[전설의 하라톤(★★★★★)]

속성: 땅

직업: 짐승

공격력: 2016(+40%)

방어력: 1120

체력: 20800

마나: 90/90(+90)

스킬: 파괴신

이상현은 선발전(3-28)에서 5성 하라톤을 만들었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4성 하라톤 즉, 27마리만 모으면 되기 때문이다.

“끝났군.”

이상현은 게임이 끝났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보다시피 5성 하라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5성 하라톤에게 맞설 수 있을까? 신하영의 전사들? 아니면 알렉스의 나약한 보급 조합?

이상현은 고개를 저었다. 괴물 조합을 선택한 강무혁이 종말의 괴물을 손에 넣었다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겠지만, 조금 전에 강무혁은 탈락했다.

그래서 이상현은 게임이 끝났다고 확신했다.

“이겼다.”

종말의 공포가 전장을 휩쓸었다. 이가 딱딱! 딱딱! 부딪히고, 오금이 저리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끔찍한 공포에 짐승들은 겁을 집어먹고 오줌을 지렸다.

그러나 하라톤은 공포에 잡아먹히지 않았다. 잡아먹히기는커녕 도리어 공포를 커다란 입에 집어삼키며 포효했다.

“쿠워어어어!!”

하라톤이 거친 발소리를 내며 달려갔다.

그러자 언데드들의 뼈마디가 덜그럭거리고, 그림자들의 존재가 안개처럼 흔들렸다. 전장에 우뚝 선 타이탄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가득했다.

“바스러져라!!”

우르르르콰과과광!!!

전장에 우레가 내리쳤다. 그러나 하라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마법사 타이탄과 비교하면 가소로웠기 때문이다.

콰앙콰아앙!!

하라톤의 무지막지한 앞발이 불과 1초 사이에 두 번이나 작렬했다. 그 공격을 버텨낼 수 있는 챔피언은 없었다.

단단한 황금사자조차도 쿠킹호일마냥 찌그러졌으며, 그 옆에 있던 가고일은 바스러져서 모래가 되었다.

“감히이이!!”

타이탄이 분노했을 때에는 절반에 가까운 동료를 잃은 뒤였다. 그리고 공포에서 벗어난 짐승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아우우우!!”

특히 늑대인간은 감히 자신을 욕보인 쿤드라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늑대인간은 그야말로 미친 짐승처럼 쿤드라에게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것을 그 몸에 확실히 가르쳐주었다.

콰드드득!!

“퀴에에에···!!”

쿤드라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그사이 언데드들을 쓸어버린 하라톤이 몸을 돌려 타이탄을 바라보았다.

“죽어라!!”

우르르르콰과과광!!

우레는 전장을 가로지르는 심판과도 같았다. 그러나 하라톤에게는 따끔한 정전기에 지나지 않았다.

“쿠워어어!!”

하라톤은 감히 자신을 공격한 타이탄을 용서하지 않았다. 단숨에 달려가 허리를 뿌드득! 분질러버렸다.

“그···아···아···앗.”

타이탄의 거대한 몸이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우승을 꿈꿨던 알렉스 로드 윈의 희망도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

알렉스 로드 윈은 기억해냈다.

자신의 상대가 바로 이상현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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