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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예선전의 마지막(3) (130/170)

최종 예선전의 마지막(3)

최종 예선전의 마지막(3)

“3성 바포메트라고···?”

아크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피닉스 조합이라고 예상했는데, 피닉스 조합이 아니라 뜬금없이 바포메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1성도 아닌 3성 바포메트가.

“어째서···?”

악마의 성배로 뽑을 수 있는 드래곤도 아닌 바포메트라고?

아크는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했다. 그러자 실마리가 보였다.

“···조커 카드는 아닐 테니. 수수께끼 구슬인가?”

아크의 추측은 정확했다.

이상현은 수수께끼 구슬에서 검은 육망성을 획득해 3성 바포메트를 소환했다. 그것도 최종 예선전(2-5)만에.

아크는 이를 악물었다.

“···아직 게임이 끝난 게 아니야.”

최종 예선전(2-6)에서 6골드·3성이면 1위를 바라보기 충분한 조건이다. 이대로 연승을 달리며 연승 골드만 모아도 최소 2위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전승을 달리고 있는 이상현이 아닌가?

“···끝나지 않았어.”

아크는 나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는 조합을 바꿨다.

악마, 바포메트를 처치하는데 효과적인 괴물 조합으로.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너만은 이길 거다. 너를 이기면···. 그게 곧 우승이나 마찬가지니까.”

아크의 목표는 이상현이었다.

‘적’과 싸울 수 있도록 운명이 내려보낸 이상현 말이다.

나는 첫 번째 영웅의 전쟁터에서 레벨을 5까지 올려 챔피언들을 3성으로 만들었다.

[괴물 아나콘다(★★★)가 탄생했습니다.]

[괴물 성직자(★★★)가 탄생했습니다.]

[괴물 연금술사(★★★)가 탄생했습니다.]

[괴물 그리즐리베어(★★★)가 탄생했습니다.]

[26골드 남았습니다.]

내가 골드 이자를 포기하면서까지 챔피언들을 3성으로 만든 이유는 연승버스를 몰기 위함이다.

현재 내가 벌어들이는 연승 골드는 자그마치 8골드다. 여기에 2승만 더 올리면 10골드가 된다. 요컨대 한판 이길 때마다 최소 20골드가 쌓이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나를 따라오지 못하도록 ‘무력’을 드러낸 것이다.

나는 앞으로 쭉쭉 치고 나갈 테니, 너희들은 뒤에서 따라오라고 말이다.

「자, 죽어라! 그리고 부활하라!」

쩍! 쩍! 쩍!

바포메트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미쳐 날뛰는 바포메트를 바라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저 모습들을 보니.

따라올 생각은 없어 보인다.

아마도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죽음의 던전까지.

숨을 죽일 것이다.

쩌억!!

바포메트에 의해 영웅들이 쪼개졌다.

황혼에서 나타났던 영웅들이 다시 황혼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영웅의 전당으로 넘어갔다.

나는 그곳에서 케르베로스의 불꽃을 획득했다.

[케르베로스의 불꽃]

↳악마 전용 아이템. 공격 범위가 가로 3칸으로 늘어난다. 케르베로스가 장착하면 공격력이 +44 상승하며, 지옥의 불꽃의 효과가 1.5배 높아진다.

모든 방향을 공격하는 거인의 발자국과 달리 세 방향만 공격하는 케르베로스의 불꽃은 다소 급이 떨어진다. 냉정히 말해서 계륵 같은 아이템이다. 거인의 발자국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그런 아이템 말이다.

그러나 케르베로스의 목줄을 획득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케르베로스의 불꽃과 목줄을 합쳐 ‘지옥의 마수’를 만들면 이보다 괜찮은 아이템도 없다.

케르베로스는 물론이고 모든 악마에게 사용할 수 있는 최상급 아이템이다.

뭐, 모든 조합 아이템이 그렇듯이 말처럼 쉽게 획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없다.

견제를 당하거나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니 기대하면 실망할 뿐이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최종 예선전(2-8)]

[상대: 퓸(76)]

[잔여 라이프(100)]

[전투가 시작됩니다.]

만약 STFT였다면 괴물 바포메트가 등장한 시점에서부터 게임을 던졌을 것이다.

일반 게임이든 랭크 게임이든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고 게임을 집어 던졌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유니버스 STFT는 달랐다.

생존을 건 게임답게 괴물 바포메트를 보고도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바포메트라서 안심했다. 드래곤과 달리 바포메트는 약한 6골드 챔피언이니까.

[최종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이상현(100)│7승, 0패]

[2위: 하픈(87)│5승, 2패]

[3위: 게넨샤(86)│5승, 2패]

[4위: 벨케스트론(77)│3승, 4패]

[5위: 퓸(76)│3승, 4패]

[6위: 아크(71)│2승, 5패]

[7위: 싱클레어(70)│2승, 5패]

[8위: 이스(65)│1승, 6패]

이스는 영웅의 전당에서 이상현이 가장 원하는 아이템인 ‘거인의 발자국’을 선택했다.

“거인에 발자국이라! 괜찮은데?”

공격 범위를 늘려주는 거인의 발자국은 어떤 챔피언에게 장착시켜도 자기 몫을 해내는 아이템!

이스는 지금의 행운이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자신만만한 표정은 보기 좋았다.

싱클레어가 획득한 아이템은 미노타우로스의 도끼였다.

[미노타우로스의 도끼]

↳장착하면 공격력이 +120 상승한다.

굉장히 심플한 무기로, 공격력을 자그마치 120이나 상승시켜주는 아이템이다.

첫 번째 영웅의 전당에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중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싱클레어는 미노타우로스의 도끼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생각했다.

‘괴물로 가야 하나?’

아이템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미노타우로스가 장착하면 특별한 힘이 발휘된다.

하지만 괴물 조합은 1티어 조합이 아니라 2.5티어 조합. 그 탓에 조합을 바꿔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미노타우로스만 믿고 가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커. 그냥 이대로 가자. 어차피 짐승도 쓸 수 있으니까.’

싱클레어는 조합을 바꾸지 않고, 쭉 밀기로 정했다.

지금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아이템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간발의 차이로 미노타우로스의 도끼를 놓친 아크가 선택한 아이템은 ‘고대 괴물의 뼈’였다.

괴물 챔피언의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아이템으로 썩 좋은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러나 괴물 조합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까지 나쁜 아이템은 아니었다.

‘괜찮아.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니까. 이제 겨우 첫 번째 영웅의 전당이야.’

아크는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아크에게 중요한 것은 운명과 그 운명을 이겨내기 위한 시련이었다.

그리고 시련의 이름은 이상현이었다.

사실 바포메트 조합은 약점이 많은 조합이다. 그 이유는 바포메트에게 힘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CC기로 바포메트만 무력화시키면 굉장히 쉽게 무너진다. 특히, 공포를 사용하는 괴물 조합에게 취약하다.

1대 다수로 싸워야 하는데, 전부 공포를 거는 놈이다? 그냥 아무것도 못 하고 끝난다.

그래서 황금사자의 머리가 꼭 필요한 것인데···. 만약 그게 나오지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언데드 특성’을 갖게 해주는 죽은 자의 해골이라도 손에 넣어야 한다.

만약 그것마저도 손에 넣지 못한다? 괴물의 밥이 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크워어어!」

「이러지 마십시오, 형제여!」

「제 흉기가 보이지 않습니까?」

「일단 죽읍시다.」

「크아악!!」

아크의 조합이 악마에서 괴물로 바뀌었다.

영웅의 전쟁터에서 어느 정도 알아차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아크는 나를 꺾기 위해서 칼을 빼든 모양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뜬금없이 괴물 조합으로 바꿀 이유가 없을 테니까.

“흐음.”

괴물 조합. 확실히 바포메트를 카운터 치기 좋다. 악마인 바포메트는 언데드와 달리 쉽게 공포에 질리니까.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내가 훨씬 더 강력하다.

「피, 피를 내놔!!」

바포메트는 아군의 피를 빨아먹으며 서서히 강력해졌다.

괴물들이 바포메트에게 공포를 걸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쩍! 쩍! 흉기에 대가리가 쪼개졌다.

「다 죽여주마!!」

일인군단!

무쌍!

일당백!

바포메트 조합이 사랑받았던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진짜 재미있다. 바포메트가 흉기를 휘두를 때마다, 죽을 것 같으면서도 죽지 않고 부활할 때마다, 어찌나 재미있는지···.

해본 사람은 안다.

희열도 이런 희열이 없다.

「으흐흐! 내 흉기를 받아낼 놈은 더 없느냐?」

바포메트는 내 바람대로.

괴물들을 모두 처치했다.

다른 친구들은 뭘 했냐고?

당연히 고정해 놓았다.

바포메트가 활약할 수 있도록.

단단히 고정했다.

「푸하하하!!」

바포메트 하나로 인해 게임의 흐름이 빨라졌다고 한다면 과장된 말일까? 조금 과장된 말이기는 해도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다.

플레이어들은 연패코인을 타며 세 번째 죽음의 던전을 승부처로 정해놓았다. 그런데 3성 바포메트의 등장으로 그 모든 게 물거품이 되었다.

세 번째 죽음의 던전까지 참았다가는 참다가 끝날지도 몰랐다.

‘빌어먹을!’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승부를 앞당겼다.

다소 이른 감이 없지는 않지만, 실컷 두들겨 맞다가 끝나는 것보다는 나았기 때문이다.

도플갱어 조합을 선택한 ‘퓸’은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죽음의 방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상현이 들어오지 않으면 탈락하겠지만···. 내가 이상현이라면 반드시 들어온다! 무조건 들어와!’

이것이 승부수인 이유는 현재 이상현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죽음의 방을 클리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반을 도모하는 빌드를 짠 탓에 현실적으로 악마의 방이 한계였다.

물론 지금까지 모아온 골드를 다 쓰면 어떻게든 공략할 수야 있겠지만···. 그런 무식한 짓을 할 바에야 하지 않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이곳에 들어오지 않을 이유가 없어!!’

퓸은 3성 바포메트를 가지고 있는 이상현이 죽음의 방에 들어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깜깜무소식이었다.

하다못해 다른 플레이어라도 들어와야 하는데···. 한 명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뭐지? 무슨 일이지? 어떤 놈이 되었든 한 명은 무조건 들어와야 하는데?’

초조함이 시시각각 타올랐다. 퓸은 불안한 눈동자로 입구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드드득! 문이 닫혔다.

이럴 수가! 끝끝내 이상현이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무, 슨······.”

퓸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죽음의 방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퓸이 죽음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이상현이 “난 죽음의 방에 들어가지 않아.”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웅성웅성!

플레이어들은 재빨리 손익계산서를 살펴보았다.

‘이상현이 없으면···.’

모든 골드를 다 써서 죽음의 방을 공략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여유를 남겨둬서 장기전에 대비할 것인지를.

“···악마의 방으로 가겠다.”

플레이어들은 후자를 선택했고, 한 명의 경쟁자가 제거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어쨌든 8위는 면했네.’

그 결과 아무도 죽음의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죽음의 방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현도 들어가지 않았다.

“룰루랄라~!”

이상현은 즐거운 마음으로 짐승의 방으로 들어갔다. 레벨은 7까지만 올려, 8레벨을 맞췄다.

그리고 짐승의 방에서 황금 주머니(43)와 체력을 +750 상승시켜주는 트롤의 피를 획득했다.

바포메트의 피통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그럭저럭 쓸만한 아이템을 획득한 것이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그나저나 퓸은 어떻게 됐을까? 와! 역시 탈락했네!”

[최종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이상현(100)│11승, 0패]

[2위: 하픈(73)│7승, 4패]

[3위: 게넨샤(72)│7승, 4패]

[4위: 싱클레어(59)│4승, 7패]

[5위: 아크(58)│4승, 7패]

[6위: 이스(57)│4승, 7패]

[7위: 벨케스트론(56)│4승, 7패]

[8위: 퓸(0)│3승, 8패]

이상현의 예상대로 퓸은 탈락했다. 최종 예선전 마지막 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너무나도 허무한 최후였다.

“쯧쯧쯧! 안 됐어!”

이상현은 즐거운 마음으로 전장에 돌아갔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퓸의 탈락은 다른 모두의 즐거움이었다.

‘큭큭큭! 멍청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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