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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예선전(8) (126/170)
  • 최종 예선전(8)

    최종 예선전(8)

    5성 전사들을 상대로 승리를 예상할 수 있을까?

    가장 높은 등급이라고 해봐야 4성이 전부인데?

    ‘이상현이 아니라면. 이길 수 있다.’

    무토는 5성 전사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그것이 어디까지나 확률에 달려 있지만 그래도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을 찾아냈다.

    “그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

    포기한 것과 포기하지 않은 것은 하늘과 땅 차이. 무토는 5성 전사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일반적으로 본다면 이길 확률이 1%도 안 되는 싸움이었지만, 운과 전략으로 5성 전사들을 무너뜨렸다.

    최종 예선전 첫 번째 게임에서 우승할 거라고 예상했던 5성 전사들을 이긴 것이다.

    “그래. 이거지. 이게···. 게임이지. 큭큭큭.”

    아프락스를 꺾은 무토는 이상현을 생각했다.

    그리고 무토의 다음 상대는···.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최종 예선전(1-23)]

    [상대: 다곤(3)]

    [잔여 라이프(11)]

    [전투가 시작됩니다.]

    날개를 잃고 추락한 다곤이었다.

    패배의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상현에게 당한 패배보다 더 뼈아프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뼈가 아픈 상태에서 맞은 거라 뼈가 부러졌다고 해야 할까?

    “아, 아아···.”

    여하튼 아프락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꿈을 꾸듯이 허우적거리며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고 방황했다.

    “이, 이럴 때가 아니야···!”

    아프락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게임이 시작된 뒤였다. 상대는 마법사 조합을 선택한 아크였다. 약해빠진 마법사 조합을······.

    “어···?”

    「바스러져라.」

    전장에 내리친 것은 타이탄의 우레였다. 그리고 타이탄의 우레는 약하지 않았다. STFT 최강의 챔피언답게 강력했다.

    「아, 안 돼···!」

    5성 전사들도 타이탄 앞에서는···.

    한 줌의 재에 지나지 않았다.

    “이럴 수가······.”

    아프락스는 무릎을 꿇었다.

    악마의 성배를 획득한 다곤과 5성 전사들을 뽑아낸 아프락스가 탈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쥐와 너구리를 섞어놓은 GM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게 바로 유니버스 STFT지~! 냐하하!!』

    [최종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이상현(68)│18승, 5패]

    [2위: 베르트랑(44)│18승, 5패]

    [3위: 아크(20)│12승, 11패]

    [4위: 무토(11)│11승, 12패]

    [5위: 아프락스(0)│10승, 13패]

    [6위: 다곤(0)│9승, 14패]

    [7위: 아비게일(0)│5승, 14패]

    [8위: 제네시스(0)│5승, 14패]

    다곤과 아프락스는 각각 6위와 5위로 탈락했다. 1위를 예상했기에 그들의 서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어떻게···. 5성을 뽑고도 질 수가 있냐고?”

    “이게 말이 돼?”

    “이건···. 이건 말도 안 돼!!”

    그리고 줄곧 1위를 지켜오던 베르트랑이 2위로 떨어졌다. 다소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베르트랑의 표정이 묘했다.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이 사라진 것처럼 흥미를 잃은 상태였다.

    “다 귀찮아.”

    그녀는 승부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모양인지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러고는 게임이 시작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베르트랑. 그녀는 아프락스와 붙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프락스가 탈락해버렸으니···.

    갑자기 게임이 지루해진 것이다.

    “아, 귀찮아.”

    최종 예선전(1-24)에서 만난 상대는 무토였다.

    무토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은 패배를 인정하지.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는다. 언젠가 네놈을 꺾고, 네놈의 피로 축배를 드는 그 날까지.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

    “······.”

    무토의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이유는 불바다로 변한 전장 때문은 아닐 것이다.

    나는 ‘나’를 꺾기 위해서 자신을 불태우는 무토가 싫으면서도 어딘가 마음에 들었다.

    “기대하지.”

    나는 기대한다고 대답했다.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 분위기에 휩쓸린 것도 있다. 무토처럼 열정적인 플레이어는 오랜만에 보니까.

    잠시 후, 전투가 끝났다.

    당연히 나의 승리였고, 무토는 끝까지 나를 바라보며 퇴장했다.

    “기다려라, 이상현.”

    그리고 지긋지긋한 악연을 남겼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상현은 최종 예선전(1-25)에서 부전승을 거두었다. 무토가 탈락해서 인원수가 홀수였기 때문이다.

    네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는 ‘악마의 성배’와 ‘황금 주머니’를 선택했다.

    “악마의 성배···?”

    아크는 이상현의 선택에 의문을 가졌다. 조합을 완성한 상태에서, 그것도 게임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악마의 성배를 선택한 게 이상했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이지?’

    아크는 이상현의 선택에 깊은 의문을 가지면서도 자신의 플레이에 소홀하지 않았다.

    아크는 황금 주머니 두 개를 선택해서.

    [영웅 타이탄(★★★★)이 탄생했습니다!]

    4성 타이탄! 그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들었다.

    이제는 3초마다 5×5 범위에 14400의 피해를 주는 터무니없는 괴물이 되었다.

    14400의 고정피해!!

    이 무지막지한 공격에 그 누가 버틸 수 있겠는가?

    감히 어느 누가 버틸 수 있겠는가?

    “이제 됐어!!”

    아크는 승리를 확신했다.

    승리의 여신은 아크의 곁에 있었다.

    베르트랑은 최종 예선전(1-26)에서 탈락했다.

    그녀는 아무래도 좋은 모양인지 “3위도 잘한 거야.”라고 말하며 퇴장했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이제 이상현과 아크의 싸움이었다.

    아크에게는 4성 타이탄이, 이상현에게는 3성 피닉스와 실피드가 있었다.

    여전히 피닉스가 3성인 이유는 피닉스를 다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종 예선전(1-27).

    그곳에서 이상현과 아크가 격돌했다.

    「멸하리라.」

    우르르르콰과광!!

    하늘에서 떨어진 불덩이가 전장을 뒤덮었다. 전장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은 모든 것을 불태우며 메케한 연기를 뿜어냈다.

    “끄아아악···!”

    마법사들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고통은 길지 않았다. 무척이나 짧았으며, 마법사들을 한 줌의 재로 바꿔버렸다.

    “바스러져라.”

    그러나 타이탄만은 예외였다. 제우스의 번개를 두 개씩이나 장착한 타이탄은 그야말로 신이었다. 파괴의 신.

    우르르르콰과광!!

    “?!!”

    타이탄의 일격에 피닉스가 바스러졌다.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을 장착하여 체력이 100% 상승한 상태였음에도 1초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바, 바람이닷!”

    그 모습을 본 실피드가 다급히 바람의 파도를 날려 보내지만, 벽에 붙어있는 타이탄에게는 무의미했다.

    우르릉콰과과광!!

    타이탄의 우레는 모든 챔피언을 일격에 바스러뜨렸다. 그 무엇도 버티지 못했다.

    “하찮은 것들.”

    그렇게 타이탄은 진정한 신이 되었다.

    [최종 예선전(1-27)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60라이프가 남았습니다.]

    제우스의 번개를 두 개나 장착한 영웅 타이탄. 그 무시무시한 끝판왕을 가지고도 진다면 STFT를 접어야 할 것이다.

    나는 (1-27)과 (1-28)에서 패배했다. 치명적인 패배는 아니었다. 타이탄을 제외하면 모두 처치했기 때문이다.

    현재 남아있는 라이프를 고려하면 다섯 번째 죽음의 던전까지는 충분히 버틸 것이다.

    그때까지 4성 피닉스를 만들거나, 바로 이곳에서 드래곤 하트를 획득할 수만 있다면.

    [두 번째 선택자]

    [플레이어 이상현]

    “!!”

    [드래곤 하트를 선택했습니다.]

    내가 이긴다.

    설령 상대가 마법사 타이탄이라고 할지라도.

    제우스의 번개를 장착한 영웅 타이탄이라고 할지라도.

    [영롱한 빛을 내뿜는 신비로운 여의주를 만들었습니다! 영웅 드래곤(★★★★)이 황혼을 향해서 포효합니다!!]

    「쿠오오오!!」

    나에게는 드래곤이 있다.

    여의주를 장착한 드래곤이!!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악마의 성배를 선택한 이상현의 판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악마 조합도, 그렇다고 드래곤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강무혁의 말에 눈을 떴다.

    “여의주라···.”

    “그러고 보니 드래곤 하트가 두 개였지?”

    “맞아! 그렇다면 여의주네.”

    “하지만 여의주는···.”

    “모으기 힘들지.”

    드래곤 하트를 두 개도 아니고 무려 세 개씩이나 모아야 하는 여의주.

    과연 이상현은 그 여의주를 만들 수 있을까?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은데.”

    “두 개까지는 나오지만···. 세 개는 안 나오더라고.”

    “아크가 견제할 수도 있고 말이야.”

    “견제는 안 할 것 같은데? 드래곤 하트가 두 개인 줄은 모를 테니까.”

    “그건 모를 일이지.”

    “일단 지켜보자. 피닉스가 4성이 되면 또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플레이어들의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드래곤 하트를 세 개씩이나 모은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최종 예선전에서?

    “···어라?”

    “···만들었네.”

    “···그러게.”

    “···참 운도 좋아라.”

    부정적인 것도 잠시.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똑똑히 보았다. 이상현이 여의주와 4성 드래곤을 만드는 것을.

    ‘드디어···. 드디어 이상현을 이겼어! 저 이상현을 쓰러뜨렸다고!! 전승을 거두고 있는 이상현을!!’

    최종 예선전(1-27)에서 승리를 거뒀을 때, 아크는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승리를 확신했다.

    자신이 이상현에게 승리했다고, 최종 예선전 첫 번째 게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말이다.

    그러한 믿음은 (1-28)의 승리로 더더욱 확고해졌다. 아크는 자신이 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탓일까? 그만 긴장을 놓아버렸다. 팽팽하게 붙잡고 있던 긴장의 끈을 놓아서 느슨하게 만들고 말았다.

    “이겼다아아아!!”

    그것은 너무나도 치명적인 실수였다.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방심하다니.

    그 결과 아크는 이상현이 악마의 성배를 선택한 이유를, 이상현에게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쳐버렸다.

    [발키리의 날개를 선택했습니다.]

    “발키리의 날개! 이것으로 모든 변수는 사라졌어! 내가 이겼어! 내가 저 이상현을 이겼다고!!”

    아크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었다.

    그런 아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용의 분노였다.

    「푸오오오!!」

    전장을 가로지르는 용의 분노.

    전투가 시작되기 1초 전.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으로 용의 분노가 날아갔다. 용의 분노는 전장을 가로지르며 모든 것을 불태우고 파괴했다. 그야말로 종말을 알리는 악마의 힘이었다.

    뒤이어 거대한 불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앙!!

    불덩이는 굉음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어마어마한 충격파에 휩쓸렸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거칠고 파괴적인 힘이었다.

    “으어어억···!”

    “위, 위대한 타이탄이시여···!”

    “저 사악한 요정들을···!”

    “부디···.”

    충격에 휩싸인 마법사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타이탄이 유일했다. 그런데 타이탄이 모습이 어딘가 이상했다. 온몸이 숯처럼 새까맣게 그을린 것은 물론이고,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이 곳곳에 균열이 발생한 게 아닌가?

    “바···스···러···져···라.”

    우르르콰과광!

    우레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지만, 비틀비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어딘가 위태로워 보였다.

    공포에 질린 마법사들은 그 모습을 애써 외면했다.

    “너···희···들···을.”

    신처럼 위대했던 타이탄의 최후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콰득. 콰드드득. 온몸에 퍼져있던 균열이 가뭄이 든 논밭처럼 쩍쩍 갈라지더니, 곧이어 산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굉음을 흩뿌리며 무너져 내렸다.

    타이탄의 거대한 몸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거대함을 이기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졌다.

    콰아아아아······.

    마법사들은 그 광경에 넋을 잃었다. 위대한 신의 죽음은 그 어떤 비명조차도 꺼낼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아,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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