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종 예선전(6) (124/170)

최종 예선전(6)

최종 예선전(6)

정령 조합, 그러니까 피닉스 조합을 격파할 수 있는 조합은 그림자, 마법사, 혼돈이다.

하지만 마법사와 혼돈이 특수한 조합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사실상 그림자가 유일하다.

일단 10그림자는 불덩이의 피해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1초마다 체력을 감소시키는 불도 40% 확률로 회피한다. 운이 좋으면 연속 세 번, 네 번도 회피한다.

단순히 챔피언들의 성능만 놓고 보면 요정들보다 그림자 쪽이 더 높아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그림자 챔피언 대부분이 평타(기본공격) 기반 챔피언이라서 기본공격을 회피하는 요정들에게 힘을 쓰기가 어렵다.

타이탄이 스킬 기반이라서 100% 먹히지만, 타이탄 혼자서 다 때려잡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땅 속성으로 타이탄을 복제하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만, 여하튼 확률에 달려있어서 어렵다.

그래서 결론만 말하자면 정령 조합은 사기다.

일반적인 조합으로 이길 수 없는 사기.

[괴물 피닉스(★★★)가 탄생했습니다.]

피닉스 두 마리가 나온 것을 보고 챔피언 변환 버튼을 두 번 눌렀더니 나왔다.

1776의 불덩이와 178의 불 피해. 기울어진 저울까지 계산하면 1초당 222의 피해를 준다.

어지간한 챔피언은 10~20초면 정리가 된다. 이러니 이걸 두고 사기라고 하지 않으면 무엇을 사기라고 하겠는가?

정령 조합은 사기다. STFT의 밸런스를 망친···. 그러나 유니버스 STFT에서는 꼭 필요한 사기.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최종 예선전(1-15)]

[상대: 다곤(57)]

[잔여 라이프(74)]

[전투가 시작됩니다.]

최종 예선전 첫 번째 게임의 승리가 손에 잡힐 듯했기에 다곤이 느낀 절망감은 매우 컸다.

악마의 성배. 일반적인 게임이었다면 획득하는 것만으로도 게임이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게임이 끝나기는커녕 도리어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니. 다곤은 그 믿기 어려운 사실에 이를 악물었다.

“···드래곤을 4성으로 만들어도 힘들겠지.”

4성 드래곤은 게임을 끝내라고 존재하는 챔피언이다. 그런 4성 드래곤을 만들어도 힘들다고?

믿기 어려운 말이었지만 불타고 있는 악마들을 바라보면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크라아···아악···!」

「쿠오옷···!」

악마들은 불 속성임에도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불타고 있었다. 이미 몇몇은 시커먼 재로 변했으며, 나머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재로 변할 듯했다.

요정들을 상대로 맞서 싸울 수 있는 챔피언은 이프리트와 살라만더와 드래곤이 전부였다.

“···불 속성도 무력화시키다니.”

실피드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바람 속성이다. 그래서 악마로는 쉽게 잡을 수 있다. 드래곤이나 살라만더까지 갈 필요도 없이 1~2골드 악마로도 잡을 수 있다.

「바람이당~!」

그런데 잡지 못했다. 원래라면 한 방에 보냈을 스킬 공격으로도 실피드가 죽지 않았다. 그 말은, 속성의 힘을 무력화시킨다는 뜻이 분명했다.

“···정령 속성의 힘이 저건가. 그래서 불바다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거고?”

다곤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최종 예선전에 올라온 플레이어답게 바로 분석해냈다.

“···사기잖아.”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무슨 수를 써도 이상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아직 (1-15)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상현은 피닉스를 4성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작과 동시에 3552의 피해를 입고, 1초마다 355의 피해를 입는다.

그걸 무슨 수로 이기란 말인가?

1~5골드 챔피언은 시작과 동시에 사라질 텐데!

“···망할.”

다곤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걸 이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푸오오오!!」

피닉스는 불바다로 변한 전장에서 미쳐 날뛰고 있었다.

베르트랑에게 있어 현재 8위인 아프락스는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플레이어였다. 그 이유는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시하고 있었는데···.

“5성 챔피언이 열 명이라고??”

사람을 진심으로 당혹스럽게 만드는 챔피언들과 함께 나타난 것이 아닌가?

베르트랑은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눈을 비비적비비적 비벼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잘못 본 게 아니었다.

5성 챔피언이, 5성 전사가 열 명이었다. 심지어 소드마스터와 6골드 챔피언인 사령관조차도 5성이었다.

“말도 안 돼.”

6성 챔피언 셋을 뽑은 자신을 능가하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베르트랑이 느낀 충격은 매우 컸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베르트랑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중얼거렸다. 그녀가 속한 서버의 플레이어들도 믿기 어려운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뭔가 있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혹시 조커 카드 10장을 한 번에 뽑으면···. 그건 이미 해봤잖아?”

베르트랑은 까다로운 것을 싫어하는 성격답게 아주아주 간편한 조커 카드에 대해서 열심히 연구를 해보았었다.

하지만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다. 조커 카드는 조커 카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 저건 뭐지? 진짜 타고난 행운인가?”

지금으로써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타당했지만, 왠지 모르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걸 인정하게 되면···. 자신의 행운이 있는지조차도 몰랐던 아프락스보다 뒤떨어진 게 되니까.

“···제대로 해야겠네.”

그래서 베르트랑은 뚜둑뚜둑! 목을 풀고 오랜만에 의욕을 불태웠다. 이대로 패배를 인정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최종 예선전(1-15)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82라이프가 남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라이프는 충분했다.

이제 겨우 2패이기 때문이다.

이상현도 다른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아프락스에 대해서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선택한 조합도 조합이지만, 아이템 운도 나빠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종 예선전(1-16)에서 만난 아프락스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5성이 열 명이라고?”

아프락스의 병력은 어느 누가 봐도 꼴등의 병력이 아니었다. 최소 2등이었으며, 1등을 맡겨 놓았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병력이었다.

이상현은 조커 카드에서 뽑은 게 분명한 10명의 전사를 바라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

“버그는 아닐 테고···. 운이 좋은 거네.”

이상현은 운이 좋은 아프락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고는 조용히 전투를 지켜보았다.

「죽어랏! 이 요정들아!!」

전사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군대였다. 그리고 전사들의 중심에는 사령관이 있었다. 은빛 갑옷으로 전신을 무장하고 망토를 바람에 펄럭이는 사령관이.

“사악한 요정들을 처치하라!!”

사령관의 목소리에는 위엄과 함께 그 어떠한 전쟁이라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전설적인 사령관의 지시에 전사들이 진격했다.

“가자!!”

“요정들을 처단하자!!”

“단칼에 썰어주마!!”

강인한 전사들은 거침이 없었으며, 불바다로 변한 전장도 그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전사들은 그야말로 성난 파도였다.

“모기 같은 요정 녀석! 죽여 주마!!”

전사들과 비교해 요정들의 힘은 약했다. 칼질 두세 번이면 싹둑! 썰릴 듯했다.

그러나 요정들은 강인한 전사들이 가지지 못한 기민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았다.

휘익! 휘익! 서걱!

검사가 검을 몇 번이나 휘둘렀을까? 가까스로 공격이 성공했다. 하지만 상대는 골렘이었다.

“고오올!”

샌드백계의 양대산맥이자 STFT 플레이어들이 상대하기 제일 싫어하는 챔피언 중 하나인 요정 골렘!

“이 자식!!”

요정 골렘은 검사를 비웃으며 체력을 회복시켰다. 가슴에 새겨진 커다란 상처는 흔적도 없이 아물었다.

“죽어랏!!”

분노한 검사의 일격이 골렘의 오른쪽 어깨를 절단했다. 쿠웅! 오른팔이 떨어졌다.

순간 골렘의 몸이 휘청거렸다. 검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연거푸 검을 세 번 휘둘렀다.

휘익. 휘익. 휘익.

하지만 신기루를 벤 것처럼 검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크윽!!”

검사는 분통을 터트렸다.

그사이 골렘은 또다시 체력을 회복했다.

“고올!”

그리고 골렘은 하나가 아니었다. 둘이었다.

땅 속성에 의해 복제된 골렘도 기병대를 상대로 시간을 질질 끌고 있었다.

“크아악! 좀 뚫려라!!”

전장 곳곳에서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골렘들을 상대하는 검사와 기병대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불꽃에.

“빠, 빨리···!!”

갈수록 다급해졌다.

시간은 결코 전사들의 편이 아니었다.

“크아아앗!!”

피닉스에게 피닉스의 심장을 장착시키면 숨겨진 힘이 나타난다. 다만,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심장이 필요하다. 하나로는 숨겨진 힘을 끌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어렵다. 모든 챔피언에게 사용이 가능한 피닉스의 심장의 인기를 생각하면 두 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나조차도 12년 동안 몇 번밖에 만들지 못했다. 상대가 의도적으로 방해한 것도 있지만, 아이템 자체가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1. 피닉스의 심장]

[2. 황금 주머니(1~100)]

[3. 영웅 용병의 구슬(3회)]

[4. 요정의 이파리]

그런데 나왔다.

죽음의 방도 악마의 방도 아닌 시련의 방에서.

시련의 방에서 두 번째 피닉스의 심장이 나온 것이다. 심지어 날 방해할 수 있는 플레이어도 없이!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피닉스의 심장과 요정의 이파리를 선택했다.

[피닉스의 심장]

↳체력을 +999 상승시킨다. 1초마다 최대 체력의 9.99%를 회복하며, 언데드에게 당한 상처 또한 회복한다.

[요정의 이파리]

↳기본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확률이 +10% 상승한다. 꼬마요정이 장착하면 특별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나는 덜덜덜 떨리는 마음으로 피닉스의 심장을, 두 번째 심장을 피닉스에게 장착시켰다.

그러자 세찬 불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꾸오오오!!」

[괴물 피닉스(★★★)에게 피닉스의 심장을 장착시켰습니다.]

[뜨겁게 타오르는 두 개의 심장이 요동칩니다! 두 개의 심장이 하나로 합쳐져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이 되었습니다. 전설의 새, 피닉스가 포효합니다.]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

↳피닉스의 체력이 +100% 상승한다. 1초마다 최대 체력의 15%를 회복한다. 33%의 확률로 부활한다(부활했을 때의 체력은 최대 체력의 50%다).

불꽃을 통해서 체력과 마나를 회복할 수 있다. 회복되는 체력은 불꽃의 피해×2이며, 마나는 1초당 1~15씩 회복한다(이 효과는 모든 아군에게 적용된다).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

이 아이템은 정령 조합을 더더욱 사기로 만들어 주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아이템이다.

그런데 그걸 내 손으로 만든 것이다.

···오직 이기기 위해서.

[최종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베르트랑(82)│16승, 2패]

[2위: 이상현(68)│13승, 5패]

[3위: 다곤(38)│9승, 9패]

[4위: 아프락스(37)│8승, 10패]

[5위: 무토(29)│8승, 10패]

[6위: 아크(28)│8승, 10패]

[7위: 아비게일(16)│5승, 13패]

[8위: 제네시스(10)│5승, 13패]

무토와 8승 10패로 동률이면서도 고작해야 1라이프 차이로 6위를 차지한 아크는 제네시스, 아비게일과 함께 죽음의 방으로 들어갔다.

“저건!!”

아크는 죽음의 방에서 제우스의 번개를 획득했다.

제네시스와 아비게일도 제우스의 번개를 절실히 원했지만, 행운의 여신은 아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제 됐어!!”

마법사 조합을 선택한 아크에게 있어 제우스의 번개는 천군만마였다. 그리고 제우스의 번개보다는 못하지만 고블린의 덫도 획득했다.

[고블린의 덫]

↳전장에 네 개의 덫이 놓인다. 덫에 걸린 적은 1.5초 동안 움직임이 멈춘다.

아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승리가 움켜쥔 두 손에 느껴졌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아크는 마법사 타이탄을 믿었다.

아크와 8승 10패로 동률이지만, 1라이프 차이로 5위가 된 무토는 피눈물을 머금고 악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찌나 비참한지 발걸음이 무겁고 딱딱했다.

‘빌어먹을! 빌어먹으으을!!!’

무토는 행운의 여신이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고작해야 1라이프 차이로 죽음의 방을 놓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무토를 버리지 않았다. 자신을 몰라주는 무토를 기꺼이 보듬어주었다.

[고대 괴물의 뼈]

↳먼 과거에 살았던 괴물의 뼈로, 장착하면 괴물 직업 챔피언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20, 체력이 +200 상승한다.

[고대 괴물의 벽화]

↳먼 과거에 살았던 괴물의 벽화로,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괴물 직업 챔피언의 공격력이 +15 상승한다.

고대 괴물의 뼈와 고대 괴물의 벽화!

두 개의 아이템은 하라톤을 최강의 ‘짐승’으로 탈바꿈시켜주는 아이템이었다.

그렇다! 최강의 짐승이다! 괴물이 아닌 짐승!!

무토는 하라톤에게 숨겨져 있는 힘을 알아낸 것이다!!

“4성 하라톤이라면!!”

아크와 마찬가지로.

무토 또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프락스에게 일격을 먹었지만, 여전히 1위인 베르트랑은 사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베르트랑은 사자의 방에서 사령술사들을 쓰러뜨리고 좀비의 관을 획득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를!!

“좀비의 관이라. 후후후! 운이 좋은걸?”

6성 좀비를 가지고 있는 베르트랑에게 좀비의 관 두 개는 엄청난 무기였다. 게다가 10땅이 아닌가? 운만 좋으면 여섯 마리의 좀비를 만들 수도 있다.

“어디 두고 보자고.”

베르트랑은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아프락스를 떠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훗.”

8위에서 단숨에 4위까지 치고 올라온 아프락스는 악마의 방에서 수호자의 검과 수호자의 신발을 획득했다.

“쳇! 하필이면···.”

다른 것을 획득하고 싶었지만, 주사위에서 나온 숫자는 1이었다. 그 탓에 어쩔 수 없이 부스러기처럼 남아 있는 아이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날 이길 수 있는 녀석은 없으니까.”

아프락스는 5성 전사들을 바라보며 자신감을 가졌다. 5성 전사들은 그러한 자신감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최종 예선전(1-19)]

[상대: 이상현(68)]

[잔여 라이프(37)]

[전투가 시작됩니다.]

때마침 만난 상대는 (1-16)에서 만났던 이상현이었다.

“하! 이번에도 박살 내주마!”

아프락스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