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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예선전의 끝과 패치 (118/170)
  • 3차 예선전의 끝과 패치

    3차 예선전의 끝과 패치

    죽이고 또 죽여도 되살아나는 언데드. 크로노스는 그 황당무계한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

    이것을 두고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도대체 이 언데드 놈들은 몇 번을 죽여야 한단 말인가?

    왜 죽여도 죽지를 않아?

    왜 다시 살아나냐고?

    왜······.

    “···이상현.”

    크로노스가 간신히 꺼낸 말은 이상현이었다.

    어째서 크로노스는 이상현이라고 말할 것일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이 크로노스의 눈동자에 맺혀 있었다.

    “······.”

    크로노스는 멍하니 이상현을 바라보았다. 그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열의로 가득한 크로노스였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인 모양인지 얼굴이 어두웠다.

    그렇게 크로노스의 마음은 꺾여버렸다.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패배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어버린 것이다.

    “이상현······.”

    그러나 크로노스는 이상현을 바라보았다.

    조용하면서도 맹렬히.

    보았다.

    죽음의 던전에서의 실패와 이상현을 만나지 않고 부전승으로 이겼다는 안도감에서 오는 감정은 아크의 마음을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제기랄···.’

    아크는 자신의 나약함에 빠드득 이를 악물었다. 무슨 수를 써도 이상현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끔찍한 고통이었다.

    물론 여전히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고, 아직 영웅의 전당이 남아 있으니까.

    다만, 조커 카드를 뽑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갈등에 사로잡힐 만큼 궁지에 몰려 있었다.

    아크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조커 카드는 안 돼. 조커 카드로는 이길 수 없어. 조커 카드만큼은 해서는 안 돼.’

    꿈에서 본 ‘적’은 조커 카드의 화신이자 조커 카드 그 자체였다. 그런 존재를 상대로 조커 카드를 쓴다는 것은 자살행위.

    그래서 아크는 조커 카드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동시에 승리도 지워진 듯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하물며 ‘적’이 아닌 플레이어에게 진다는 사실은···. 운명을 짊어진 아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떻게······.’

    아크는 답이 없는 답을 찾기 위해서 끝없이 헤맸다.

    3차 예선전 2라운드 첫 번째 게임의 4위 자리를 건 베리알과의 전쟁에서 레오나는 승리를 거두었다.

    “내가, 내가 이겼어···!!”

    대단히 어려운 전쟁이었다. 레오나는 그 전쟁에서 챔피언들의 배치와 방향을 잘 설정한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특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시킨 방향이 절묘했다.

    왼쪽 끝에 배치해둔 챔피언들이 전장의 끝까지 날아온 베리알의 암살자들을 둘러싸며 처치하는데, 그 모습은 꼭 기병대가 보병의 옆구리를 찌르는 듯했다.

    만약 오른쪽으로 이동시키지 않았다면 타이탄이 노출되어 그대로 게임이 끝났을 것이다.

    “이제 최소 4위야!!”

    4위! 높은 순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낮은 순위도 아니었다. 하물며 1, 2차 예선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상현과 한 조가 아닌가?

    레오나는 자부심을 가지며 다음 전쟁에 돌입했다.

    다음 상대는 다름 아닌 이상현이었다.

    ‘아쉽지만···. 쉽게 지지는 않을 거야!!’

    패색이 짙은 전쟁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레오나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상현이 쿤드라를 상대로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맞서 싸웠다.

    역시 언데드 조합은 재미있다. 상대의 멘탈을 탈탈탈 부숴버리는 맛이 있다.

    멘탈이 나간 크로노스의 표정을 보니 STFT 시즌 5가 생각난다. 그때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바로 그때가 STFT 최고 전성기였다. 어느 정도로 인기가 높았냐면 PC방 점유율이 65%를 넘겼고, 모바일 게임 순위도 36주 연속 1위였을 정도였다.

    만약 그 기세가 쭉 이어졌다면 시즌 7에서 문을 닫는 일도 없었겠지만, 운영진의 방만한 경영과 핵 문제, 승부 조작,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회문제, 게임회사 인수합병에 따른 잡음 등등, 온갖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바람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사실 나도 그맘때 ‘접을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끝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STFT를 플레이했다. STFT가 문을 닫는 마지막 순간까지.

    왜냐하면 나에게 STFT는 비상구였으니까.

    “······.”

    나는 씁쓸한 과거를 곱씹으며 마지막 전투를 준비했다. 내 마지막 상대는 아크였다.

    비장한 각오로 가득 차 있는 아크.

    열 명의 수호자는 이길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당히 언데드들을 바라보며 검과 방패를 들어 올렸다.

    두근두근.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도망치고 싶지 않다면 거짓일 것이다.

    “위대한 신께서 우리 곁에 계십니다.”

    신의 사자이며, 수호자들의 인도자인 발키리의 얼굴조차도 먹구름이 드리운 것처럼 어두웠다.

    그러나 수호자들은 용기를 잃지 않았다. 끝까지 두려움에 맞서 싸우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신을 위하여!!”

    발키리의 성스러운 검이 언데드들을 가리켰다. 활짝 펼쳐진 순백의 날개에서는 승리를 기원하는 빛이 쏟아져나와 수호자들을 가벼이 어루만지며 축복했다.

    “위하여!!”

    두려움을 날려버리는 외침이 배신의 전장에 울려 퍼졌다.

    이윽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수호자들의 운명을 건 마지막 전투가.

    “돌겨어어어억!!!”

    부그르르.

    사령술사의 앙상한 뼈 손에서 흑사병이 피어올랐다.

    징그러운 파리떼가 바글바글 들끓는 흑사병은 곧장 수호자들에게 날아가 치명적인 피해를 주었다.

    “죽, 어, 라.”

    사령술사는 수호자들의 시체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그들의 튼튼한 육체라면 좋은 좀비가 탄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덜그럭덜걱.

    해골전사-카쿰이 녹슨 검을 늘어뜨리며 전진했다. 그 뒤로 하이에나들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기회를 엿보았다.

    “오늘도 실컷 벌어보자고!”

    “캬캬캬! 좋은 생각이야!”

    좀비 여섯 마리는 치익! 치이익! 맹독을 뚝뚝 떨어뜨리며 어기적어기적 걸어갔다.

    “그워어···어어···어!!”

    갈라진 턱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내렸다. 듣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오는 소리였다.

    소드마스터는 지독한 악취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언데드들이 동료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이봐, 냄새나는 친구들! 이번에도 최선을 다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무덤으로 돌아갈 거다!!”

    서걱!!

    소드마스터의 검이 수호자의 방패를 갈랐다. 단단한 방패였지만 소드마스터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이봐, 거기! 보고 있냐, 뼈다귀?”

    소드마스터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검을 든 해골전사-카쿰에게 경쟁의식을 불태웠다.

    물론 카쿰은 과묵한 친구(?)답게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녹슨 검을 휘두르며 수호자들을 공격했다.

    카지직.

    전황은 압도적인 머릿수를 갖춘 언데드들이 유리했다.

    수호자들은 방어력과 체력이 높은 수호자답게 잘 버티고 있지만 그게 전부였다.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언데드들은 아무리 죽여도 그 숫자가 줄어들지 않았다. 시체를 사랑하는 사령술사의 손에 의해 되살아났으며, 꼭 그게 아니더라도 한 번 혹은 두 번까지 되살아났다.

    “제발 좀 죽어라···!”

    “으아아아···!”

    언데드들과는 반대로 수호자들은 되살아나지 못했다. 죽음을 끝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그극그그극.

    사령술사의 손에 의해 또다시 시체가 부활했다. 시체의 재료는 말할 필요도 없이 수호자였다.

    사령술사는 뼈가 앙상한 손가락으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발키리를 가리켰다.

    “죽, 여, 라.”

    그러자 좀비들이 발키리에게 달려들었다.

    발키리는 추악한 언데드들을 단죄하며 마지막까지 버텼다.

    “시, 신이시여···!!”

    빛의 심판이 좀비들을 불태웠으나.

    그 힘이 부족하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오, 오오···!!”

    사령술사는 덧없는 육체에서 빠져나가는 발키리의 고귀한 영혼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것으로 수호자들과 언데드들의 전쟁이 끝났다.

    [3차 예선전(2-30)에서 승리했습니다.]

    [2번 플레이어 아크의 라이프가 모두 소멸하였습니다. 더는 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모든 적을 물리쳤습니다!]

    [언데드들이 살아있는 생명체로부터 영혼을 흡수합니다! 당연한 승리를 거둔 당신에게 예의를 갖추며, 또다시 자신들을 무덤에서 이끌어 내주기를 기대합니다.]

    [최종 순위: 1위]

    [3차 예선전(2)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3500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잠시 후, 서버 13279로 돌아갑니다.]

    나는 신하영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이유는 시즌5의 향수가 나를 강하게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뭐, 하영이가 언데드 조합과 관련된 이야기를 물어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한 것도 있지만, 여하튼 나는 하영이와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의 주제라는 건 없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들을 마구 쏟아냈다.

    솔직히 아무거라도 좋으니 이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었을 뿐이다. 물론 내가 회귀자라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도록 언행에 주의를 기울였다. 회귀자라는 게 밝혀지면 나뿐만 아니라 서버 전체가 위험해질지도 모르니까.

    대화가 끝났을 때.

    신하영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었다.

    “괜찮아요? 많이 피곤해 보여요.”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래.”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방금 막 게임을 끝낸 것도 있지만, 뜬금없이 과거의 기억이 튀어나와 나를 사로잡았으니까.

    “조금 피곤하네.”

    “오늘은 그만 푹 쉬는 게 어떨까요? 고생했으니까, 푹 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니면 저와 함께 게임을 할래요? 검은 영혼 재밌던데.”

    ···이렇게 위로받을 수 있는 날도 며칠 남지 않았겠지.

    나라고 해서 무조건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12년 동안 했다고 해서 이길 수 있을 만큼 STFT가 만만한 게임도 아니고.

    무엇보다 다 함께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니니···.

    어쩌면 이게 마지막······.

    ···같은 헛소리는 그만하고.

    “검은 영혼이 재미있다고?”

    “네! 어려워서 재밌잖아요. 어때요? 같이 할래요? 뭐, 어려우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

    나는 콧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이지만 풀렸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곳에서 벗어났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완벽한 인간이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만약 그랬다면 이렇게 감정이 흔들리는 일도 없었을 텐데.

    사소한 추억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흔들리다니.

    참나. 그런 놈이 회귀자라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도대체 나는 왜 회귀자인 걸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도대체 누가?

    왜 나를 이곳에 오게 만든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

    “······.”

    어쩌면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의외로 별것 아닐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좋다는 거예요? 아니면 나쁘다는 거예요?”

    “···물론 좋지.”

    “좋아요! 얼른 가요!”

    나는 신하영과 함께 STFT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검은 영혼을 하러 방에 들어갔다.

    [YOU DIED]

    [YOU DIED]

    [YOU DIED]

    “···뭘 해도 죽잖아.”

    그리고 나는 영혼까지 털렸다.

    [지금부터 Universe Single & Team fight Tactics가 업데이트됩니다.]

    [새로운 챔피언이 추가됩니다.]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됩니다.]

    [새로운 전장이 추가됩니다.]

    [챔피언들의 스킬이 변경됩니다.]

    [아이템 효과가 변경됩니다.]

    [연승 골드가 생겨납니다. 3승부터 +1골드를 더 받습니다. 최대 +10골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사(10)가 생겨나며, 적 챔피언을 처치할 때마다 최대 체력이 20% 회복됩니다.]

    [짐승(10)이 생겨나며, 기본공격을 가할 시 33% 확률로 기본공격을 한 번 더 가합니다.]

    [요정(2)(4)(6)(8)(10)의 기본공격 회피 능력이 10%, 20%, 40%, 60%, 80%로 조정됩니다.]

    [괴물은 변동사항이 없습니다.]

    [그림자(10)가 생겨나며, 첫 번째 공격 스킬을 100% 회피합니다.]

    [언데드(10)를 완성하면 해골전사·좀비·유령 중 하나의 챔피언이 전장에 나타납니다. 등급은 4성(★★★★)입니다.]

    [악마 직업의 능력이 변경됩니다. 지옥의 불꽃(3)은 공격을 가할 때마다 적의 방어력을 1% 감소시킵니다. 지옥의 방패(6)는 666의 피해를 흡수합니다. 악마의 불꽃(10)은 1초마다 모든 적 챔피언의 방어력을 0.5% 감소시킵니다.]

    [보급(3)이 조정됩니다. 1스테이지마다 1~30골드를 획득합니다. 25% 확률로 파라오의 관에서 아이템이 나옵니다(단, 보급을 해제하면 모든 아이템이 사라집니다).]

    [용병은 변동사항이 없습니다.]

    [궁수(6)에 공격속도 +20%가 추가됩니다.]

    [수호자(3)(6)(10)가 조정됩니다. 피해 감소율이 20%, 40%, 60%로, 군중제어기술에 대한 저항력이 10%, 20%, 30%로 조정됩니다.]

    [암살자(10)를 완성하면 치명적인 공격의 피해량이 +25% 상승합니다.]

    [마법사 직업이 조정됩니다. 기존의 (3)(6)(10)에서 (3)(6)(9)로 원상 복구됩니다.]

    [물(5)(10)이 조정됩니다. 상승하는 체력이 100%→50%, 200%→100%로 조정됩니다.]

    [불(5)(10)이 조정됩니다. 바람 속성에게 가하는 피해가 100%→144%, 333%→444%로 조정됩니다.]

    [바람(5)(10)이 조정됩니다. 이동속도 감소가 40%→50%, 80%→90%로, 공격속도 감소가 25%→20%로 조정됩니다.]

    [땅은 변동사항이 없습니다.]

    [질서(2)가 새로 생겨납니다. 적에게 받은 기본공격 피해의 10%를 반사합니다.]

    [정령 속성이 추가됩니다.]

    [혼돈 속성이 추가됩니다.]

    [이상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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