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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는 아이템을 따라간다(5) (117/170)

고수는 아이템을 따라간다(5)

고수는 아이템을 따라간다(5)

공격력과 스킬. 두 가지 측면에서 부족함을 찾아볼 수가 없는 데스나이트는 명실상부한 언데드 최강의 챔피언이다.

그래서 모두가 언데드 조합의 완성은 데스나이트라고 생각했다. 데스나이트를 빼놓고는 언데드 조합을 완성할 수 없다고 여겼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생각이었으나 이상현에게는 아니었다. STFT 12년차 고인물인 이상현에게 데스나이트는 차선책에 지나지 않았다. 소드마스터가 나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임시방편 말이다.

“저게 진짜 언데드였어.”

아크는 이상현이 사용하는 언데드야 말로 진짜 언데드임을 깨달았다.

“데스나이트는 함정이었어.”

언데드 최강의 데스나이트를 부정할 정도로 이상현의 언데드는 사기적이었다. 특히, 좀비들은 이게 1골드 챔피언인지 6골드 챔피언인지 헷갈릴 정도로 막강했다.

“······.”

아크는 희미하지만, 손바닥 위에 놓여 있던 승리가 스르륵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포기하면 안 되지만 포기해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도 들었다.

아크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이렇게 나약한 정신으로는···. 그 무시무시한 존재를 이길 수 없어. 설령 불가능하더라도 계속 싸워야 해!!’

아크는 억지로 정신력을 쥐어 짜냈다. 마음은 이미 고개를 숙였지만, 그래도 끝까지 맞서 싸웠다.

‘이상현···! 반드시 널 쓰러뜨릴 거다!!’

아크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눈빛에는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운이 좋은 걸까? 아니면 나쁜 걸까?

벱티스는 세 번째 영웅의 전당을 끝으로 자신은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가 이겼다고···?’

그런데 그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운이 좋게도 3차 예선전(2-22)와 (2-23)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또 이겼어?’

그 덕분에 8위에서 4위를 바라볼 수 있는 순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3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4번 크로노스(42)│15승, 8패]

[2위: 2번 아크(32)│13승, 10패]

[3위: 1번 이상현(36)│12승, 11패]

[4위: 3번 베리알(18)│11승, 12패]

[5위: 8번 벱티스(12)│11승, 12패]

[6위: 6번 하데스(11)│11승, 12패]

[7위: 5번 레오나(15)│10승, 13패]

[8위: 7번 이레논(2)│9승, 14패]

8위와 4위는 하늘과 땅 차이. 그 탓에 벱티스의 마음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이, 이렇게 되면···.’

8위로 탈락할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승승장구하는 이상현을 물고 늘어졌다. 그런데 이기고 이겨서 4위를 바라볼 수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아···.’

내가 했던 짓은 도대체 뭐였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벱티스는 기쁘면서도 마음이 무겁고 허탈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딴 짓은 하지 않는 건데···.

새삼스럽게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뒤늦게 후회한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죽음의 왕관만이 있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게다가 3차 예선전(2-24)에서 만난 상대는 이상현이 아니었다. 8위로 추락한 이레논이었다.

“빌어먹으으으을!!!”

벱티스는 3차 예선전(2-24)에서도 승리했다.

그리고 두 명이 탈락했다.

3차 예선전(2-25)에서 만난 상대는 벱티스였다. 나는 물 속성 조합인 벱티스를 상대로 어렵게 승리를 따냈다. 그 이유는 하필이면 복제된 챔피언이 창병과 아직 2성에 불과한 소드마스터였기 때문이다.

최악 중의 최악이 걸려서 체력이 높은 물 속성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하이에나들이 활약해준 덕분에 이길 수가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벱티스는 퇴장하며 괴성을 질렀다. 아무래도 이길 수 있었는데, 져서 마음의 상처가 큰 듯했다.

나는 측은한 마음에 살랑살랑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것이 도발이 아니라는 사실은 벱티스가 더 잘 알 것이다.

[3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4번 크로노스(31)│16승, 9패]

[2위: 2번 아크(32)│15승, 10패]

[3위: 1번 이상현(36)│14승, 11패]

[4위: 3번 베리알(6)│11승, 14패]

[5위: 5번 레오나(3)│11승, 14패]

[6위: 8번 벱티스(0)│12승, 13패]

[7위: 6번 하데스(0)│11승, 13패]

[8위: 7번 이레논(0)│9승, 15패]

이제는 완전히 세 명으로 좁혀졌다.

아직 베리알과 레오나가 남아있지만, 저들이 우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나를 쓰러뜨리기 전에 크로노스는커녕 아크조차도 넘지 못할 테니까.

뭐, 그래도 덕분에 아크와 크로노스가 죽음의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나는 심리전을 걸기 위해서 아크와 크로노스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 일부러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오른쪽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웃었을 뿐이다.

“이상현···!!”

“······.”

나의 값싼 도발에 크로노스는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며 분노했고, 아크는 침착하게 받아넘겼다.

나는 두 사람에게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죽음의 방에 들어갔다.

잠시 후, 죽음의 방의 문이 닫혔다.

[죽음의 방에 잠들어 있던 전율적인 괴물들이 깨어납니다. 보스몬스터 오우거-타투스(★★★★★★)와 와이번-카라할(★★★★★★)이 포효합니다.]

“이겼어···. 저 쿤드라를 이겼다고.”

레오나는 6성 쿤드라를 상대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운 이상현을 통해서 끈기를 배웠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돌파구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있어. 설령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기회는 존재해. 포기하지만 않으면···!!”

튜토리얼을 16위로, 1차 예선전에서도 15위로 통과했던 그녀였지만, 이상현을 통해서 끈기와 집념을 배운 다음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2차 예선전에서 1승을 기록해 단숨에 3위까지 치고 올라갔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물론 여전히 기술적인 면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끈기과 집념에서만큼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난 포기하지 않아.”

3차 예선전(2-25).

남아있는 라이프는 3.

1위는커녕 3위와의 격차조차도 좁히기 힘들 정도로 벌어져 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최소 4위라는 나약한 마음도 품지 않았다. 이 절망적인 격차를 뒤집고 말겠다는 집념으로 기회를 기다렸다.

잠시 후,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보스몬스터 오우거-타투스(★★★★★★)와 와이번-카라할(★★★★★★)이 쓰러졌습니다. 두 괴물의 몸에서 여덟 개의 보물이 나타났습니다! 두 개의 보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제우스의 번개]

[2. 죽음의 서]

[3. 사막의 수호자]

[4. 아나콘다의 허물]

[5. 고대 괴물의 벽화]

[6. 어둠의 낫]

[7. 피닉스의 심장]

[8. 죽은 자들의 축제]

제우스의 번개와 사막의 수호자!!

평범한 그림자 조합을 선택한 레오나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들이었다.

두근두근! 레오나의 심장이 뛰었다.

언데드 조합의 장점 중에는 아이템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도 있다.

언데드의 폐쇄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는 부분인데, 덕분에 나는 아무런 견제 없이 죽음의 서와 죽은 자들의 축제를 획득했다.

[죽음의 서]

↳언데드 전용 아이템. 죽음의 서를 장착한 언데드 챔피언이 적 챔피언을 쓰러뜨리면 해당 챔피언을 해골전사로 부활시킨다(해골전사의 등급은 죽은 적의 등급보다 한 단계 낮다).

[죽은 자들의 축제]

↳언데드 챔피언이 사망하면 2초 후에 44% 확률로 부활한다. 부활했을 때의 체력은 최대 체력의 4%다.

죽은 자들의 축제!

확률에 의존하고 있지만 44%라는 확률은 절대 낮지 않다. 상당히 높으며, 모든 언데드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전장에서 발휘되는 힘은 상상 그 이상이다.

게다가 땅 속성으로 복제되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까지도 살아난다.

죽였던 놈이 살아나고 또 살아난다고 생각해봐라. 그것만큼 황당하고 끔찍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죽은 자들의 축제는 적 챔피언은 물론이고 플레이어의 멘탈까지 부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때마침 만난 상대는 우승 경쟁자 중 한 명인 크로노스였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3차 예선전(2-26)]

[상대: 4번 크로노스(31)]

[잔여 라이프(36)]

[전투가 시작됩니다.]

자, 크로노스를 완전히 탈락시킬 시간이다.

“크흐흐!!”

전설의 하이에나 청소부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청소부의 곁에는 용병과 갈까마귀, 그리고 똑같이 생긴 하이에나 청소부가 서 있었다.

용병들의 옆으로는 짐승들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사나운 기운을 마구 흩뿌렸다.

특히, 괴물 히드라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괴물 히드라는 상대가 누구든 한입에 먹어치울 작정이었다.

“······.”

짐승들에 맞선 자들은 언데드들이었다. 언데드들은 짐승들을 바라보며 시커먼 독을 뚝뚝 떨어뜨렸다. 좀비 중에는 눈알이 빠진 녀석도 있었다.

비열한 하이에나들은 이번에도 황금을 벌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다.

“황금! 황금이 나를 부른다!”

“오오! 이 싱그러운 냄새! 그런데 왜 우리는 저쪽이 아니라 뼈다귀들과 함께 있냐?”

“그거야 뼈다귀들에게 고용되었으니까 그렇지!”

“아하! 황금이 많은 쪽에 붙은 거로군!”

하이에나들에게 편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직 황금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

잠시 후, 몸을 속박하던 봉인이 풀렸다.

해방과 동시에 사령술사의 손에서 날아오른 흑사병이 짐승들을 덮쳤다.

“크라아악!!”

생명을 빼앗아가는 끔찍한 고통이 엄습했으나 짐승들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고통을 안겨준 언데드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더 힘껏, 더 빠르게 달려가 발톱을 휘둘렀다.

콰지직!!

잘 벼려진 발톱은 좀비들의 썩은 살덩어리를 무참하게 찢어발겼다. 물론 좀비들은 조금도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그워···어어!”

좀비들은 끔찍한 맹독을 토해내며 반격했다. 해골전사-카쿰도 녹슨 검을 내지르며 맹렬히 달려드는 짐승들을 찔렀다.

푸욱!

황금가면을 뒤집어쓴 미라는 홀로 용병들을 상대했다.

“죽어라, 이 부패한 놈!!”

“맛없지만 그래도 먹어주마!!”

네 명의 용병은 미라를 향해서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4대1이라는 수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단숨에 처치할 생각이었다.

푸화아악!

“커헉?!”

“우우욱?!”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미라를 푹! 찌르고, 베고, 할퀼 때마다 붕대 사이로 독이 뿜어져 나오더니, 도리어 공격한 용병들을 녹여버리는 게 아닌가?

“다, 당황하지 마···!”

“내가 먹어버릴 거라고···!”

하이에나 청소부들이 용병들을 다독였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까아악···!!”

독을 잔뜩 뒤집어쓴 갈까마귀가 비명과 함께 녹아내렸다. 뒤이어 용병도 쿨럭쿨럭! 피를 쏟아내며 절명했다. 새파랗게 변한 얼굴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죽어어엇!!”

하이에나 청소부가 괴성을 지르며 칼을 내리찍었다.

콰직!! 그러자 미라의 황금가면이 반으로 쪼개지며 보랏빛 연기가 힘없이 날아올랐다.

“헉! 허억!”

가까스로 미라를 처치한 하이에나 청소부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들썩들썩 어깨가 마구 떨렸다.

“이 더러운 시체라도···. 뭐야? 왜 먹을 수가 없지?! 도대체 어째서?!”

“썩어서 못 먹나 보지! 그것보다 이것부터 먹으라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뭔가, 뭔가 이상해!”

“헛소리는 그만···?!”

다른 청소부의 말문이 막혔다. 왜냐하면 보랏빛 연기를 내뿜으며 바스러졌던 미라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이런 젠장!!”

열심히 동료의 시체를 치우던 다른 청소부가 황급히 검을 들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그랬잖아!!”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던 하이에나 청소부는 다른 청소부에게 고함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재빨리 검을 휘둘렀으나 안타깝게도 힘이 실리지 않았다. 미라는 즉시 독을 뿌리며 반격했다.

치이익! 독은 하이에나 청소부들의 털가죽을 녹여버리며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주, 죽어어엇!!”

동료의 시체를 치우던 다른 청소부가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독이 눈에 들어간 탓이었는데.

파사삭···. 운이 좋게도 미라가 무덤으로 돌아갔다.

“헉! 허억! 해치웠나?”

“···죽었을 거야. 설마 두 번이나 살아나겠어?”

하이에나 청소부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보라색 연기를 뿜어내며 땅바닥에 떨어졌던 붕대가 수백 마리의 뱀처럼 스멀스멀 기어오르더니 다시 미라의 모습을 갖추는 게 아닌가?

“이런 망할!!”

“또 살아났잖아?!”

하이에나 청소부들은 진심으로 경악했다. 죽여도 죽지 않는 미라는 공포 그 자체였다.

다른 곳의 상황도 이곳과 비슷했다.

“크라아악?!”

분명 죽였는데, 그리고 또 죽였는데도 살아나다니?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끔찍한 악몽이었다.

짐승들은 그 끔찍한 악몽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르으으···.”

콰직!!

잡아먹힌 것은 짐승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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