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아이템을 따라간다
고수는 아이템을 따라간다
STFT에서는 선호되는 조합과 선호되지 않는 조합이 명확하게 나눠진다.
그것을 메타라고도 말하는데, 그 메타를 따라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그럼, 메타를 따라가지 않으면 못 이기는 거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건 아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메타를 선택했을 때보다 승률이 낮다.
STFT 고수들의 승률이 높은 이유도 메타를 빨리 발견하고, 잘 이용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초보자들은 메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해서 패배한다.
서버 13279가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3차 예선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도, 메타에 부합하는 조합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메타는 그 정도로 중요하다.
현재 언데드 조합은 메타에서 동떨어져 있다.
그래서일까? 예선전을 거듭할수록 언데드 조합을 선택하는 플레이어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언데드 조합에 손을 뻗지 않았다. 초반에도 별로인데,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조합 파워가 떨어지는 언데드 조합을 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뭐, 도플갱어라는 뛰어난 챔피언이 있지만, 도플갱어를 언데드로 쓰는 플레이어는 없다. 전부 짐승 조합으로 쓴다.
말하자면 언데드 조합은 약하다는 인식이, 언데드 조합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선입견이 생겨난 것이다.
‘이거 참.’
그래서일까? 시작 아이템을 고르는 장소에 죽은 자의 손톱(10골드)이 나왔음에도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언데드 조합의 능력을 한층 높여주는 죽은 자의 손톱이 버림받은 것이다.
뭐,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운명이 걸린 게임에서 언데드 조합처럼 난이도가 높은 조합을 선택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
하물며 골드러쉬가 가능한 2라운드가 아닌가?
언데드 조합보다 더 좋은 조합이 많은데 굳이 언데드 조합을 선택해야 할까?
‘고맙기도 해라.’
STFT 12년차 고인물인 이상현은 길가에 굴러다니는 황금 덩어리를 줍지 않을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이상현은 다른 사람이 주워갈세라 냉큼 주웠다.
[죽은 자의 손톱을 획득했습니다.]
이상현이 같은 서버의 플레이어들에게 받은 포인트는 2000포인트. 거기에 자신의 1000포인트를 합쳐서 300골드로 바꿨다.
말하자면 350골드를 가지고 시작하는데, 죽은 자의 손톱까지 손에 쥔 것이다.
‘후후후. 좋은데?’
이상현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언데드 조합이 쓰레기라는 선입견이 박힌 플레이어들은 그 모습을 보고 코웃음 쳤다.
[배신의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고수와 초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수는 아이템에 따라 조합을 얼마든지 바꾼다는 것에 있다.
무작정 메타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획득하는 아이템에 맞춰 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나와라!’
이상현은 챔피언 변환 버튼을 두 번 눌러서 원하는 챔피언들을 뽑았다.
[해골전사(★)가 합류했습니다.]
[좀비(★)가 합류했습니다.]
[창병(★)이 합류했습니다.]
[방패전사(★)가 합류했습니다.]
[340골드 남았습니다.]
다음으로 최대한 빠르게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누르며 챔피언들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괴물 해골전사가···.]
[괴물 창병이···.]
네 명의 챔피언 모두 땅 속성이라서 뽑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좀비를 제외하면 전부 전사라서 뽑기가 수월했다.
다만,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어중간하게 끝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1패.’
레벨을 올리지도, 챔피언이 강한 것도 아니라서 3차 예선전(2-1)에서는 완패를 당했다.
물론 이상현은 조금도 실망하지 않고,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누르며 챔피언들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 결과.
[전설의 해골전사(★★★★★)가 탄생했습니다.]
[전설의 좀비(★★★★★)가 탄생했습니다.]
[영웅 방패전사(★★★★)가 탄생했습니다.]
[영웅 창병(★★★★)이 탄생했습니다.]
[31골드 남았습니다.]
5성 둘과 4성 둘이 탄생했다.
“음!”
이상현은 만족하며 레벨 업을 하지 않고 전설의 해골전사만 배치했다. 그 이유는 연패로 골드를 회수하기 위함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다른 플레이어들은 4성이 최대였다. 1골드 챔피언에 많은 골드를 쏟아붓기보다는, 가치가 높은 챔피언에 집중하기 위한 듯했다.
‘1골드 챔피언에 많은 골드를 쏟아부어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모양인데···. 뭐, 틀린 건 아니지. 1골드 챔피언은 약한 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게 꼭 맞는 건 아니란 말씀.’
가치가 높은 챔피언의 등급은 한계가 명확하다. 6골드 챔피언의 경우 3성이 한계다.
그것에 반해 1골드나 챔피언은 4성 혹은 5성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약하지만, 결코 의미가 없는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 1골드 챔피언의 등급 차이가 승부를 가르기도 하니까.
‘진짜 잘 지네.’
이상현은 (2-2)와 (2-3), (2-4)에서 패배했다. 라이프 감소는 크지 않았다. 5성 해골전사가 4성 챔피언들을 처치해준 덕분에 4연패를 합쳐 20라이프가 감소한 게 전부였다.
[3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2번 아크(100)│4승, 0패]
[3위: 8번 벱티스(90)│2승, 2패]
[3위: 5번 레오나(90)│2승, 2패]
[4위: 3번 베리알(89)│2승, 2패]
[5위: 6번 하데스(88)│2승, 2패]
[6위: 4번 크로노스(87)│2승, 2패]
[7위: 7번 이레논(86)│2승, 2패]
[8위: 1번 이상현(80)│0승, 4패]
골드러쉬가 가능한 2라운드답게 비벼지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이상현은 첫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어?”
“저곳으로 간다고?”
“···꼴찌가?”
“미친 건 아닐 테고···.”
“······.”
난이도가 제일 높은 ‘죽음의 방’을 선택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플레이어들은 의문을 품었다.
죽음의 방? 죽음의 방을 선택했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죽음의 방을 깰 만큼 강한 것도 아니면서?
플레이어들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은 이상현이 죽음의 방에서 탈락할 거라고 여기며, 현실적으로 공략이 가능한 악마의 방이나 사자의 방, 혹은 괴물의 방에 들어갔다.
‘죽음의 방···.’
아크는 이상현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모하게 죽음의 방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현실적으로 첫 번째 죽음의 방은 공략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입구가 닫힙니다.]
[입장 인원: 1명]
[죽음의 방(★★★★★★)]
[수호자 골렘-기간테스(★★★★★★)가 시간이 잠든 무덤에서 깨어납니다. 침입자를 향해서 적의를 드러냅니다.]
구그그그그!
일반적으로 본다면 죽음의 방은 공략하기가 매우 힘들다. 특히, 첫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는 공략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건만 갖춰진다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6성 골렘.
5성 골렘의 체력회복이 1초당 25%였다면, 이 녀석은 1초당 33.3%를 회복한다.
3초면 체력의 100%를 회복하는 것이다.
게다가 6성답게 스킬이 하나 더 있다.
단단해지기.
1초마다 방어력이 +0.5% 상승하는, 체력회복 스킬과 합쳐지면 사기적으로 돌변하는 미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현실적으로 1·4성 챔피언들 따위로는, 8명이 둘러싸도 잡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기본 공격이 들어가기는커녕, 설령 들어간다고 해도 체력회복으로 인해 피해를 주지 못할 테니까.
그러나 이상현은 가능했다.
그 이유는 최대체력을 깎는 언데드 조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상현에게는 죽은 자의 손톱이라는, 좀비의 능력을 극대화 시켜주는 아이템이 있다.
2언데드의 피해는 20. 여기에 40을 더하면 60이다. 좀비는 그 두 배의 피해를 입히니, 한 번 공격할 때마다 120의 최대 체력을 깎을 수 있다. 게다가 좀비만 있는 게 아니라 해골전사까지 있으니, 180의 체력을 깎아낼 수 있다.
이상현은 레벨을 3까지 올려서, 방패전사와 해골전사와 좀비를 배치했다.
선두에 선 것은 시간을 벌어다 줄 방패전사였다.
“내 방패만 믿으라고!!”
방패전사의 방어력은 305. 여기에 방패 막기가 발동하면 610이라는 엄청난 방어력이 만들어진다.
그 엄청난 방어력을 뚫어야 하는 골렘-기간테스의 공격력은 305에 불과했다.
더욱이 2초마다 한 번씩 공격하니···. 뚫으려면 한세월이 걸릴 게 분명했다.
“······.”
“그워···어···.”
덕분에 해골전사와 좀비는 마음 놓고 골렘-기간테스를 공격했다.
기본 공격으로는 피해를 주지 못하지만, 독 데미지가 들어가 기간테스의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고오오올···!!”
“어림없다, 이 돌덩어리야!!”
이래서 샌드백은 샌드백이라고 할까?
골렘은 6성임에도 4성 방패전사를 뚫지 못했다. 뚫지 못하고, 쌓이고 쌓이는 언데드의 독에 결국 와르르 무너졌다.
“고오···올······.”
[보스몬스터 골렘-기간테스(★★★★★★)를 쓰러뜨렸습니다.]
[죽음의 방(★★★★★★)을 공략했습니다.]
[몬스터와의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레벨 4가 되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7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렘-기간테스의 몸에서 여섯 개의 보물이 나왔습니다. 세 개의 보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황금 주머니(1~100골드)]
[2. 죽은 자의 손톱]
[3. 좀비의 관]
[4. 죽음의 검]
[5. 흡혈귀의 망토]
[6. 유령의 눈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했던가? 그 말대로 첫 번째 죽음의 방은 푸짐한 보물들을 내어주었다.
이상현은 고민하지 않고 세 개의 아이템을 선택했다.
[죽은 자의 손톱을 선택했습니다.]
[좀비의 관을 선택했습니다.]
[죽음의 검을 선택했습니다.]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독 피해가 +40 상승하는 죽은 자의 손톱과.
좀비를 1+1으로 만들어주는 좀비의 관.
그리고 5성 해골전사를 6성으로 만들어줄 죽음의 검을.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이상현이 죽음의 방을 선택했을 때, 깜짝 놀란 나머지 탄식을 질렀다.
“죽음의 방이라고?”
“이제 겨우 2-4인데??”
“저거 괜찮은 거야? 죽음의 던전에서 탈락하면 끝 아니야?”
“끝 맞아! 바로 탈락이야! 내가 확인해 봤어!”
“그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곳이었다. 두 번째 죽음의 던전이라면 얼마든지 통과할 수 있겠지만, 첫 번째 죽음의 던전은 아니었다.
그래서 몇몇은 이상현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또 몇몇은 이상현이 만용을 부렸다고까지 생각했는데···. 잠시 후, 그 생각을 고쳐야만 했다.
“이겼네?”
“그러게.”
“쉽게 이겼어.”
“6성 골렘이 저렇게 약했나?”
“쟤 불사신 아니었어?”
“···일반적으로는 불사신인데. 아니네.”
6성 골렘의 어마어마한 체력회복량을 생각하면 불사신이 맞다. 하지만 언데드에게는 아니었고, 화려한 등장과는 달리 허무하게 퇴장했다. 그 흔한 위기조차도 없었다. 위기는커녕 지루한 전투였다.
골렘-기간테스가 쓰러지고 아이템들이 나오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운이 좋은 거야 아니면 실력이야?”
“둘 다겠지.”
“이번 판도 가뿐하게 이길 것 같은데?”
“6성 해골전사라···. 아무리 언데드 조합이 약해도 6성 해골전사는 다르지.”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이상현의 승리를 점쳤다.
[해골전사-카쿰(★★★★★★)]
속성: 땅
직업: 언데드, 전사
공격력: 619(+44)
방어력: 575
체력: 7140
마나: -
스킬: 파상풍
스킬이 존재하지 않는 해골전사에게 생겨난 스킬은 파상풍이라는 스킬이었다.
[파상풍]
↳기본 공격을 가할 때마다 25% 확률로 발동된다. 파상풍에 걸리면 체력회복 능력이 50% 감소하며, 1초마다 66의 독 피해를 입는다. 파상풍 효과는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
일단 걸리면 그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스킬이었다.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해도 죽을 때까지 이어진다는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최소 1명은 무조건 데리고 간다는 거니까!
나는 챔피언 상점에서 구울과 미라를 구매했다.
[구울(★)이 합류했습니다.]
[미라(★)가 합류했습니다.]
[94골드 남았습니다.]
죽음의 방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둔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연패를 끊고 연승으로 달리며, 구울과 미라, 흡혈귀를 모으며 두 번째 죽음의 던전을 기다리는 것이다.
죽음의 던전에서 4레벨까지만 올린 이유도 구울과 미라를 모으기 위함이었다.
특히, 미라를 모아야 한다. 좀비와 함께 죽은 자의 손톱의 힘을 극대화 시켜줄 미라를!
연패를 끊는 일도 매우 쉬울 것이다.
6성 해골전사는 물론이고 죽은 자의 손톱 두 개로 무장한 5성 좀비가 두 마리나 있으니까.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3차 예선전(2-5)]
[상대: 2번 아크(100)]
[잔여 라이프(80)]
[전투가 시작됩니다.]
때마침 만난 상대는 현재 1위인 아크였다.
아크는 탈락할 것이라고 여겼던 이상현이 탈락하지 않고 죽음의 방을 통과했을 때, 진심으로 경악했다.
“그걸 통과했다고···? 첫 번째 죽음의 던전인데?”
어찌나 믿기 어려웠던지 머리가 딱딱하게 굳어버렸을 정도였다.
그러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상현이 바로 그 이상현이라는 것을.
“···이상현을 이겨야 해. 한낱 평범한 플레이어인 이상현을 이기지 못하면 미래도 없을 테니까.”
아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현을 이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죽음의 방을 통과한 이상현을 가장 강력한 적수로 여겼다.
첫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죽음의 방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이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