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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예선전(3) (108/170)
  • 3차 예선전(3)

    3차 예선전(3)

    깔끔한 완승이었다. 도플갱어는 내 바람대로 그야말로 미쳐 날뛰며 적을 처치했다.

    나는 챔피언 상점을 살펴본 다음, 레벨을 상승시켰다.

    [레벨 6이 되었습니다.]

    [102골드 남았습니다.]

    내가 레벨을 상승시킨 이유는 라이프 관리 때문이다.

    보통 초보자들은 죽음의 던전에서 레벨을 한꺼번에 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비효율적이다.

    골드에 여유가 있든 없든 라이프에 여유가 없다 싶으면 골드 이자를 포기하고 라이프를 관리해야 한다.

    고작해야 몇 골드의 이자 때문에 라이프를 포기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착각하기 쉽지만 STFT라는 게임은 골드가 많다고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라이프로 이기는 게임이다.

    그 점을 망각하는 순간, 골드 관리에만 집착하는 순간, 밑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하이에나 청소부와 그리즐리베어 중에서 그리즐리베어를 전장에 배치했다. 그리즐리베어가 더 오래 버텨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짐승인 그리즐리베어를 배치한 덕분에 3짐승 효과가 적용되었다.

    공격력 +10%와 공격속도 +10%.

    암살자인 도플갱어에게 이보다 좋은 조합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래서 도플갱어는 짐승 조합이다.

    암살자 조합이 아니라.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3차 예선전(1-10)]

    [상대: 6번 쥬신(91)]

    [잔여 라이프(51)]

    [전투가 시작됩니다.]

    쥬신에게 이상현이란 어떤 존재인가?

    쥬신에게 이상현은 1,2차 예선전을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최고의 플레이어다.

    용병의 구슬을 이용한 9전사와 궁수 그라울러, 오토마타를 이용한 리빙아머 등등. 관찰권을 사용해서 본 이상현의 플레이는 놀라웠다.

    정말이지 감탄만 나왔다.

    ‘서버 13279! 그리고 이상현이야!’

    부르르! 쥬신은 상상으로만 그렸던 이상현과 만나게 되었을 때, 믿을 수 없게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상현은 과연 어떤 플레이어일까?

    이상현은 정말로 잘하는 걸까?

    이상현은, 이상현은······.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건 또 무슨 전략일까?’

    쥬신은 이상현이 연패를 거듭할 때도 실망하지 않았다. 실망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궁금증을 키웠다.

    ‘암살자? 짐승? 그것도 아니라면···.’

    3차 예선전(1-10).

    쥬신은 도플갱어라는, 암살자이면서도 짐승인 챔피언과 처음으로 만났다.

    “오호라! 둘 다네!”

    이상현의 반전.

    그것이 쥬신에게 갖는 의미는 상당했다.

    “역시! 대단해!”

    쥬신은 아홉 개의 발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쥬신의 세계에서 그것은 매우 큰 기쁨이었다.

    STFT 초보자가 이기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고수들이 하는 조합을 보고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면 이길 수 있다.

    그 이유는 고수들이 플레이하는 조합이 메타일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오오! 저거 괜찮네.”

    관찰권을 사용한 쥬신이 본 것은 이상현이 만든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이었다.

    쥬신은 수호자의 단단함과 오토마타와 리빙아머의 스킬을 잘 활용한 그림자 조합에 큰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그것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그 결과 모의게임에서 최소 4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고, 3차 예선전에서 첫 번째로 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그림자 조합을 만들어낸 이상현과 맞붙게 되었다. 정확히는 조합을 반쯤 완성한 이상현과 다시 만났다.

    “도플갱어라! 저런 챔피언이 꼭꼭 숨어있었다니.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다면 특수한 조건이 있다는 거겠지?”

    쥬신은 참기 어려운 궁금증을 느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상현에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상현과는 적이니까.

    그래서 꾹 참으며, 어서 빨리 그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3차 예선전(1-10)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84라이프가 남았습니다.]

    [하이에나 전사(★)┃그리즐리베어(★)┃그리즐리베어(★)┃그리즐리베어(★)┃쉐도우(★)┃배교자(★)]

    [그리즐리베어(★★)가 합류했습니다.]

    [115골드 남았습니다.]

    어떤 조합을 하든 간에 3성은 기본이다. 최소 3성은 만들어야 대화가 통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즐리베어 세 마리는 좋은 징조다.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흐름은 믿는다. 내가 12년 동안 STFT에서 익혀온 흐름에 의하면.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누르면 그리즐리베어가 나온다.

    농담 같지만 사실이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리즐리베어(★)┃리빙아머(★)┃드루이드(★)┃그리즐리베어(★)┃지옥마귀(★)┃그리즐리베어(★)]

    역시! 나왔다!

    그것도 한 번에 세 마리나!

    [괴물 그리즐리베어(★★★)가 탄생했습니다.]

    [103골드 남았습니다.]

    3성 그리즐리베어.

    뛰어난 공격력과 체력을 보유한 짐승 중의 짐승!

    이것으로 나는 3성 악어, 아나콘다, 미스틱, 그리즐리베어를 갖추게 되었다.

    이제 7레벨이 되어 도플갱어를 4성으로 만들고, 나머지 챔피언들을 차근차근 채워 넣으면 된다. 그러면 뉴 도플갱어 조합이 완성된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다시 만난 이상현은 무서우리만치 강력했다.

    ‘어쩐지 갑자기 쭉쭉 치고 올라오더니···. 도대체 뭐야, 저 도플갱어라는 챔피언은?’

    빌터는 도플갱어의 강력함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고작해야 2성밖에 안 되는데, 저 강력함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지금까지 저걸 뽑기 위해서 기다린 건가? 연패로 골드를 모아서 특정한 챔피언을 뽑고, 그것을 바탕으로 도플갱어라는 놈을···. 뽑은 거겠지.’

    3차 예선전까지 살아남은 플레이어답다고 해야 할까? 빌터의 추측은 날카로웠다.

    ‘저놈은 저걸 어떻게 알아낸 거지? 운이 좋은 건가? 아니면 특별한 능력?’

    빌터는 악마들이 썰려 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의문을 품었다. 이상현은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저걸 알아냈을까? 튜토리얼과 1차, 2차 예선전에서도 보지 못한 도플갱어를···. 어떻게?

    ‘···제기랄.’

    궁금증과는 별개로 패배는 씁쓸했다.

    빌터는 쓴맛을 삼켰다.

    하지만 빌터가 포인트를 건 쪽은.

    적이었다.

    [3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4번 아라엘르(81)│8승, 3패]

    [2위: 6번 쥬신(77)│7승, 4패]

    [3위: 8번 제노스(72)│6승, 5패]

    [4위: 3번 홉(70)│6승, 5패]

    [5위: 5번 젠노(64)│5승, 6패]

    [6위: 1번 빌터(63)│5승, 6패]

    [7위: 2번 이상현(51)│4승, 7패]

    [8위: 7번 헥터(47)│3승, 8패]

    3차 예선전(1-8)~(1-11)까지 거둔 4연승으로 꼴찌에서 탈출했다.

    나는 골드를 획득할 작정으로 또다시 짐승의 방을 선택했다.

    그리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여전히 플레이어들에게는 난이도가 높은 방이 선호되는 듯하다.

    뭐, 고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나쁜 건 아니다. 운이 좋으면 진짜 대박을 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심해서 도리어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오.”

    보스몬스터를 쓰러뜨리니, 짐승의 방답지 않게 다섯 개의 아이템이 나왔다.

    그리고 아이템 세 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1. 수수께끼 구슬(??)]

    [2. 황금 주머니(1~100)]

    [3. 하이에나의 검]

    [4. 독 바른 단검]

    [5. 죽은 자의 손톱]

    나는 잠깐 고민한 끝에 2, 4, 5번을 선택했다.

    [65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독 바른 단검을 획득했습니다.]

    [죽은 자의 손톱을 획득했습니다.]

    [독 바른 단검]

    ↳암살자 전용 아이템. 해당 아이템을 장착한 챔피언이 적을 공격했을 시, 공격력의 10%만큼의 추가 피해를 입힌다.

    [죽은 자의 손톱]

    ↳언데드 전용 아이템.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언데드 챔피언의 독 피해가 +40 상승한다.

    하이에나 왕을 뽑을 것이니, 하이에나의 공격력을 높여주는 하이에나의 단검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당장 급한 골드를 우선시했다.

    그 결과.

    나는 3차 예선전(1-12)만에 4성 도플갱어를 만들었다.

    [영웅 도플갱어(★★★★)가 탄생했습니다.]

    나는 3차 예선전(1-12)이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챔피언을 사들였다.

    도플갱어를 최우선으로, 하이에나 청소부와 서펜트, 바실리스크를 빠르게 사들이며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다.

    [바실리스크(★)가 합류했습니다.]

    [도플갱어가(★)가 합류했습니다.]

    [도플······.]

    190골드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10초도 안 돼서 50골드가 증발했다.

    드문드문 하이에나 왕도 나왔지만 무시했다. 중요한 건 도플갱어지 하이에나 왕이 아니니까.

    [괴물 하이에나 청소부(★★★)가 탄생했습니다.]

    이것으로 3골드 챔피언은 완전히 끝났다.

    [괴물 도플갱어(★★★)가 탄생했습니다.]

    이제 110골드 이하로 떨어졌다.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리며, 챔피언들을 사들였다.

    그러자 운이 좋게 도플갱어가 대량으로 나왔다.

    [도플갱어가······.]

    서펜트와 바실리스크는 더는 구매하지 않았다. 당장은 2성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70골드 이하.

    이제 도플갱어를 9명만 더 모으면 4성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도플갱어······.]

    [도플······.]

    됐다!!

    4성 완성이다!!

    [영웅 도플갱어(★★★★)가 탄생했습니다.]

    [1골드 남았습니다.]

    190골드를 다 썼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다!

    내가 목적했던 것을 이뤄냈으니까!

    [영웅 도플갱어(★★★★)]

    속성: 땅

    직업: 언데드, 짐승, 암살자

    공격력: 675(+99)

    방어력: 256

    체력: 3884

    마나: -

    스킬: 거짓의 가면

    675라는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보라!

    여기에 짐승 효과와 암살자 효과를 받아서 치명적인 공격이 터지면 웬만한 챔피언은 그냥 녹아내릴 것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독 바른 단검과 죽은 자의 손톱 효과까지 존재한다.

    체력이 낮은 궁수들은 1초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나는 더는 필요가 없어진 챔피언들을 정리했다.

    [유령(★★)을 판매했습니다.]

    [배교자(★★)를 판매했습니다.]

    [괴물 쉐도우(★★)를 판매했습니다.]

    [9골드를 회수했습니다.]

    다음으로 악어와 아나콘다, 미스틱, 하이에나 청소부, 그리즐리베어, 바실리스크, 도플갱어를 배치했다.

    바실리스크 대신 서펜트를 넣어서 물 속성 효과를 받을 수도 있지만, 물 속성보다는 땅 속성이 더 좋아 보여서 땅 속성을 선택했다.

    4성인 도플갱어가 복제되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을 테니까!

    [짐승(6)을 만들었습니다.]

    [짐승들의 공격력이 +25%, 공격속도가 +25% 상승합니다.]

    [땅(5)을 만들었습니다.]

    [땅 속성 챔피언 한 명을 무작위로 복제합니다.]

    [암살자(4)를 만들었습니다.]

    [암살자들이 치명적인 공격을 발생시킬 확률이 +25% 상승합니다.]

    [언데드(1)를 만들었습니다.]

    [언데드 챔피언이 적 챔피언을 공격하면 체력과 최대체력을 10 감소시킵니다.]

    6짐승+5땅+4암살+1언데드!

    나는 몸이 바짝 달아올라서 전투가 기다려졌다.

    과연 도플갱어는 어떤 활약을 펼칠까?

    두근두근!!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3차 예선전(1-12)]

    [상대: 7번 헥터(47)]

    [잔여 라이프(51)]

    [전투가 시작됩니다.]

    내가 3차 예선전(1-12)에서 만난 상대는.

    보급 조합을 선택한 헥터였다.

    STFT 플레이어 중에는 하나의 조합만을 고집하는 외골수가 상당히 많다.

    꼴등을 하든 말든 무조건 그 조합만을 고집하는 것이다. 초보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인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고수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전략이다.

    하지만 때때로 통할 때도 있다. 왜냐하면 STFT는 운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꼭 맞는 조합이군!”

    헥터는 보급 조합이 마음에 들었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보급 조합을 알고 나서부터 무조건 보급 조합을 했을 정도다.

    어째서 보급 조합이 마음에 들었느냐?

    그 이유는 간단했다.

    우선 만들기가 쉽고, 골드를 많이 벌어들이며, 필요할 때 아이템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행운아 헥터에게는 그랬다.

    헥터는 2차 예선전에서 2승을 거두었다. 포인트도 당연히 1등이었다.

    “역시 난···. 행운아야!”

    3차 예선전.

    헥터는 또다시 보급 조합을 꺼내 들었고,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오크-발락과 오크전사-발루크를 손에 넣었다.

    1골드·6성과 2골드·6성!!

    실로 엄청난 괴물들을 손에 넣은 것이다.

    게다가 두 녀석 모두 불, 괴물, 전사로 조합도 똑같았다.

    헥터는 즉시 보급 조합을 처분하고 괴물 조합으로 갈아탔다. 보험으로 전사 조합의 챔피언들도 사들였다.

    “지금부터는 내 세상이다!!”

    레벨은 낮지만, 헥터는 큰소리쳤다. 6성 챔피언 둘은 자만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으하하!!”

    적어도 도플갱어 둘에게 썰리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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