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예선전(2)
3차 예선전(2)
보급 조합을 상대로 거둔 승리 덕분에 라이프 감소를 막았다.
골드는 다시 100골드를 돌파해 106골드가 되었다.
챔피언 상점에는 하이에나 전사와 궁수가 나와 있었다.
나는 두 챔피언을 구매했다.
내가 하이에나 전사와 궁수를 구매한 이유는 하이에나 청소부와 하이에나 왕을 뽑기 위함이다.
STFT 도플갱어 조합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뉴 도플갱어 조합에는 들어가는 하이에나 왕을 뽑기 위해서 빌드업을 한 것이다.
뉴 도플갱어 조합.
그것은 악어, 아나콘다, 미스틱, 하이에나 청소부, 그리즐리베어, 서펜트, 바실리스크, 도플갱어, 하이에나 왕, 히드라로 이루어진 9짐승+5물+5땅+4암살 조합이다.
물 속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오래 버틸뿐더러, 짐승이라서 공격력과 공격속도 또한 상당하다. 게다가 땅 속성을 겸하고 있어서 머릿수로도 부족함이 없다.
히드라를 비롯한 물 속성 챔피언들이 시선을 끌어주면, 도플갱어가 후방으로 침투해 적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나는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전투에 돌입했다. 그리고 3차 예선전(1-6)에서 패배했다.
다행스럽게도 큰 패배는 아니었다. 감소한 라이프는 7에 불과했다.
“진짜 무슨 조합이지?”
“악어, 아나콘다, 미스틱, 쉐도우. 이렇게만 보면 암살자 조합인데···. 그런데 하이에나 전사와 궁수를 샀잖아? 유령과 배교자도 창고에 남아있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난 모르겠다.”
“와, 머리 아프네.”
“으음. 자세히 보니 암살자 조합 같은데요? 하이에나 전사와 궁수는 하이에나 왕을 뽑으려고 뽑은 거고요.”
“아! 맞다! 그거네!”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이상현이 암살자 조합을 꺼내 들었다고 판단했다.
현재 이상현이 보유한 챔피언들로 추측해 볼 때, 그게 가장 일리 있어 보이는 추측이었다.
하지만 김원호가 고개를 저었다.
“암살자는 아닌데.”
“아니라고요?”
“내 생각에는 아닌 것 같아. 암살자가 아니라···. 혹시 짐승 조합이 아닐까?”
“짐승 조합이요?”
“그래. 아무래도 그거 같아.”
짐승 조합이라고 말하기에는 의문스러운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김원호는 짐승 조합이라고 확신했다.
김원호의 말에 김인식은 곰곰이 생각했다.
짐승 조합.
이상현은 정말로 짐승 조합을 사용하려는 것일까? 암살자 조합이 아닌 짐승 조합을···?
‘과연···.’
김인식은 치밀어오르는 궁금증을 참으며 어서 빨리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운이 좋게도 챔피언 상점에 나온 챔피언은 그리즐리베어와 하이에나 청소부였다.
[그리즐리베어(★)가 합류했습니다.]
[하이에나 청소부(★)가 합류했습니다.]
[116골드 남았습니다.]
3차 예선전(1-7)에서는 아쉽게 패배했다.
그 탓에 8위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3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4번 아라엘르(94)│6승, 1패]
[2위: 6번 쥬신(91)│5승, 2패]
[3위: 8번 제노스(85)│4승, 3패]
[4위: 3번 홉(84)│4승, 3패]
[5위: 5번 젠노(80)│3승, 4패]
[6위: 1번 빌터(76)│3승, 4패]
[7위: 7번 헥터(72)│2승, 5패]
[8위: 2번 이상현(59)│1승, 6패]
나는 영웅의 전쟁터에서 35골드를 들여 레벨을 상승시켰다. 연패 덕분에 골드에 여유가 많아서 가능했다.
[레벨 5가 되었습니다.]
[107골드 남았습니다.]
아쉽게도 챔피언 상점은 꽝이었다.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누르는 건 참았다. 챔피언보다는 골드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모처럼 늑대 영웅이 나왔기에 짐승 관련 아이템이 많이 나와달라고 신놈(?)에게 빌었다.
물론 진심을 담아서 빌지는 않았고, 대충 하나만 달라는 느낌으로 요구했다.
뭐, 솔직히 말해서 없어도 상관없다. 황금 주머니를 선택하면 되니까.
내가 하려는 뉴 도플갱어 조합은 그림자 조합과는 다르게 골드가 많이 드는 조합이라서 황금 주머니가 필수다.
나는 5초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 마음을 비웠다.
“후우웁.”
[첫 번째 선택자]
[2번 플레이어 이상현]
나는 16개의 아이템을 두 눈에 담았다. 16개나 되는 아이템 중에서 가장 좋은 아이템을 고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보는 것과 동시에 사라졌다.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선택했다.
“이것을 선택하겠다.”
[짐승의 발톱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야수를 만들었다.
[짐승의 어금니와 짐승의 발톱이 합쳐져 ‘야수’가 탄생했습니다! 잠들어 있던 야수의 힘이 깨어납니다!]
[야수]
↳짐승 직업의 챔피언이 첫 번째 스킬을 사용할 때, 100% 확률로 치명적인 공격 효과가 적용된다.
옆쪽에서 기본 공격 시 +30%, 뒤쪽에서 기본 공격 시 +60%의 추가 피해를 입힌다. 해당 아이템은 장착하면 해제할 수 없다.
야수는 늑대에게 넣으면 엄청난 효과를 보는 아이템으로, 짐승이자 암살자인 도플갱어에게 넣어도 매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배신의 전장으로 이동했다.
“짐승 조합이네.”
이상현이 영웅의 전당에서 완성한 조합 아이템 야수. 그것은 짐승 조합을 위한 아이템이었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이상현의 조합은 짐승이었다. 암살자가 아니라.
“짐승 조합이라···. 그나저나 쉐도우와 미스틱은 왜 뽑은 거야? 유령도 그렇고 배교자도 그렇고. 왜 들고 있는 거지?”
“도중에 마음을 바꾼 게 아닐까? 암살자 조합으로 가려고 했는데, 짐승 조합으로 바꾼 거지. 아니면 암살자와 짐승 중에서 더 잘 나오는 쪽으로 가려고 했던가.”
“흠.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이템이 나오는 것을 보고 판단하려고 했던 거겠지.”
쉐도우와 미스틱, 그리고 유령과 배교자.
그것들의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짐승 조합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그래서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짐승 조합이라고 판단했다.
유일하게 다른 판단을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이상현과 가장 가까운 신하영이었다.
신하영은 이상현이 특정한 챔피언을 뽑으려고 한다고 판단했다.
‘마구잡이로 하는 것 같지만···. 패턴이 있어. 일정한 패턴이. 분명 우리가 모르는 챔피언이 있는 거야. 하이에나 왕처럼 특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챔피언이.’
가까운 사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유달리 감각이 좋은 것일까? 신하영의 추측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신하영의 추측대로 이상현은 도플갱어를 노리고 있었다. 유령과 배교자를 뽑고, 쉐도우와 미스틱을 뽑아야지만 뽑을 수 있는 숨겨진 챔피언 도플갱어를.
[도플갱어(★)가 합류했습니다.]
[배교자(★)┃하이에나 청소부(★)┃그리즐리베어(★)┃그리즐리베어(★)┃미스틱(★)┃도플갱어(★)]
도플갱어! 도플갱어가 나왔다!
그것도 6레벨이 아닌 5레벨에!
두근두근!
나는 애써 떨리는 마음을 감추며, 도플갱어를 처음 보는 것처럼 행동했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 기회만 있으면 나를 죽이려고 드는 빌어먹을 신놈을 속여야 하니까.
“도플갱어?”
[하이에나 청소부(★)가 합류했습니다.]
[그리즐리베어(★★)가 탄생했습니다.]
일단 짐승 챔피언들부터 구매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도플갱어를 구매했다.
[도플갱어(★)가 합류했습니다.]
[116골드 남았습니다.]
[도플갱어(★)]
속성: 땅
직업: 언데드, 짐승, 암살자
공격력: 99
방어력: 44
체력: 666
마나: -
스킬: 거짓의 가면
[거짓의 가면]
↳적을 처치하면, 처치한 적으로 4초 동안 위장한다. 위장된 상태에서 적을 공격해도 공격을 받지 않는다.
“언데드지만 짐승에 암살자라···. 공격력도 높고, 스킬도 괜찮고. 짐승 조합과 함께 사용할 수 있겠는데?”
나는 ‘처음’ 보는 도플갱어에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주며, 곧 있을 3차 예선전(1-8)을 준비했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3차 예선전(1-8)에서 만난 상대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라엘르였다.
아라엘르의 조합은 조커 카드에서 뽑은 게 분명한 3골드·4성의 듀라한을 중심으로 만든 전사 조합이었다.
초중반은 물론이고 후반에까지 강력한 힘을 유지하는 전사 조합에게 아직 완성되지 못한 뉴 도플갱어 조합으로는 이길 수가 없었다.
「쉬이잇!」
도플갱어를 포함한 다섯 명의 암살자가 전사들의 뒤를 잡았지만, 그게 다였다.
5대 4라는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암살자들은 전사들의 칼질에 싹둑싹둑 썰려 나갔다.
「키이익···.」
암살자들의 대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도플갱어는 거짓으로 얼룩진 가면을 한 번도 쓰지 못하고 칼에 찔려 녹아내렸다.
비록 패배를 당했지만,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챔피언 상점에 하이에나 청소부와 도플갱어가 나타났다. 심지어 도플갱어는 두 명이다!
[하이에나 청소부(★★)가 탄생했습니다.]
[도플갱어(★★)가 탄생했습니다.]
[125골드 남았습니다.]
“흐음.”
나는 일부러 챔피언들의 정보를 일일이 확인한 다음에 도플갱어에게 챔피언을 팔지 않으면 해제할 수 없는 아이템 ‘야수’를 장착시켰다.
[도플갱어(★★)에게 야수가 장착되었습니다. 도플갱어의 내면에 가라앉아 있던 끔찍한 짐승의 힘이 깨어납니다.]
[추가적으로 도플갱어의 공격력이 +99 상승합니다.]
언데드이면서 짐승인 도플갱어.
그 도플갱어에게는 숨겨진 힘이 있다.
그것은 야수의 힘으로, ‘야수’를 장착했을 때, 공격력이 무려 +99나 상승한다.
그래서 도플갱어는 언데드임에도 짐승 조합이 주력이다. 압도적인 공격력과 공격속도로 적들을 처치하는 게 도플갱어의 진짜 쓰임새이다.
“공격력이 +99? 좋은데?”
야수를 장착한 도플갱어(★★)의 공격력은 277!! 어지간한 3성 챔피언을 능가하는 공격력이다.
뭐, 대신 방어력과 체력이 심하게 떨어지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썰리기 전에 썰어버리면 그만이니까.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도플갱어···?”
도플갱어라는 챔피언은, 모든 서버 중에서 팀플레이를 가장 많이 경험한 서버 13279에서도 처음 보는 챔피언이었다. 이름이야 많이 들어봤지만, 챔피언으로는 처음이었다.
“도플갱어가 챔피언이었어? 아이템이 아니고?”
“도플갱어라는 챔피언이 있었구나···.”
“난 한 번도 못 봤는데. 누구 본 사람 있어?”
“없어! 처음 봐.”
“도플갱어라니···.”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움과 당혹스러움과 신기함이었다.
또 사람들은 도플갱어가 언데드이자 짐승이며, 암살자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언데드인데, 짐승이라고? 그런 챔피언은 없지?”
“없어. 단언컨대 없어.”
“괴물은 있는데···. 짐승은 없지.”
“특성이 조금 신기하네.”
“혹시 이번에 새로 추가된 챔피언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네.”
사람들은 신기한 것과는 별개로 도플갱어가 강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공격력이 높은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만큼 방어력과 체력이 낮았다. 반격을 당하면 오래 못 버틸 것 같았다.
“어···?”
사람들이 그런 의문을 품은 것도 잠시. 화면에서 야수를 장착한 도플갱어가 날뛰기 시작했다.
“···존나 세네.”
푸욱!!
“커헉?! 왜? 왜···.”
영웅 궁수는 자신을 찌른 고블린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배신의 얼룩진 얼굴은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고블린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궁수의 목덜미에 단검을 꽂아 넣어 숨통을 끊었다.
“끄르···으으······.”
털썩. 아군의 배신에 영웅 궁수는 눈을 감지 못했다.
차가운 피를 본 고블린은 아무 감정 없이 영웅 궁수를 내려다보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고블린의 얼굴이 바뀌었다.
꾸물꾸물! 꿈틀꿈틀!
이럴 수가! 고블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곳에 영웅 궁수가 있는 게 아닌가?
참으로 놀랍고 섬뜩한 광경이었다.
“······.”
고블린에서 영웅 궁수로 변한 도플갱어는 열심히 화살을 쏘아대는 하이에나 궁수에게로 접근했다.
하이에나 궁수는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가 아군이라는 사실에 긴장감을 풀고 말했다.
“캬핫! 뭐 하는 거야? 얼른···.”
서걱! 싸늘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하이에나 궁수의 머리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
도플갱어는 또다시 손을 뻗어 하이에나 궁수의 얼굴을 훔쳤다. 그리고 적이자 아군을 향해서 다가갔다.
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