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예선전
3차 예선전
GM의 답변이라는 찝찝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이상현의 승리에 힘입어 무난하게 2차 예선전을 1위로 마감했다.
보상은 이전과 똑같았다. 순위에 따른 모의게임 티켓과 50포인트, 그리고 2차 예선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조합을 구경할 수 있는 관찰권이나, 아이템 정보 확인권, 레벨에 따른 챔피언 등장 확률표와 같은 아이템 중에서 하나를 받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1위를 기록한 이상현은 또다시 특별한 보상을 받았다.
“······.”
이상현은 그 특별한 보상이 무엇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쿠론이 직설적으로 물어보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1위 보상이 몹시 궁금했지만 더는 깊게 캐묻지는 않았다.
팀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언젠가 결승 티켓을 두고 경쟁하게 될 ‘적’이니까. 그래서 궁금해도 참았다.
GM이 팀 게임이라는 것을 까발린 덕분에 모의게임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팀이면서 적이었던 서버들은, 적이면서 팀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진정한 의미의 유니버스 STFT가 시작된 것이다.
Single & Team fight Tactics!!
자,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곧 있을 3차 예선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신들은 매우 흥미진진한 사태에 두 눈과 두 귀를 번뜩였고.
시스템은 관대한 마음으로 부정을 용서해주었다.
그 이유는 게임이 흥미로워졌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3차 예선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조합은 용병(3)이다.
기존의 용병에 ‘갈까마귀(1)’와‘하이에나 청소부(3)’가 추가된 형태로, 3용병을 완성하면 용병 중 한 명을 추가로 전장에 소환할 수 있다.
소환되는 용병의 등급은 하이에나 청소부와 동일하다.
용병 조합에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용병(1) 효과가 적용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용병’뿐이라는 것이다.
갈까마귀와 하이에나 청소부는 용병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모의게임에서 용병(3)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그 결과 용병(3)을 최대한 빨리 뽑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으며,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숙련도를 쌓았다.
서버 13279뿐만 아니라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들도 용병(3)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새로 나온 용병 조합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모든 서버에서 용병(3)의 평가는 상당히 좋았다. 모으기가 살짝 어렵지만, 머릿수를 하나 더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초중반을 넘어 후반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시체를 먹어서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하이에나 청소부의 스킬 또한 매력적이었다.
과연, 용병(3)이 3차 예선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 것인가? 신들은 그것이 몹시 기다려졌고.
드디어 게임이 시작되었다.
서버 13279의 첫 번째 출전자는 다름 아닌 이상현이었다.
[3차 예선전(1-1)이 시작됩니다.]
[1번 플레이어: 빌터(100)]
[2번 플레이어: 이상현(100)]
[3번 플레이어: 홉(100)]
[4번 플레이어: 아라엘르(100)]
[5번 플레이어: 젠노(100)]
[6번 플레이어: 쥬신(100)]
[7번 플레이어: 헥터(100)]
[8번 플레이어: 제노스(100)]
[10, 9, 8, 7···. 2, 1]
[게임 시작]
이상현은 첫 번째 아이템을 선택하지 않고 10골드를 챙겼다.
이상현의 첫 번째 챔피언은 갈까마귀였다. 용병 조합을 만들기에 유리한 챔피언이었으며, 챔피언 상점에는 전사 조합의 창병도 있었다.
“오! 시작부터 용병을 만들겠는데?”
“이번에도 운이 좋군!”
“이러다 다른 서버에서 운빨이라는 말도 나오는 거 아니야? 막 고객센터에 신고 같은 것도 넣고.”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다.”
“운빨도 실력인데 말이야. 그놈들은 그걸 몰라!”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이상현이 용병 조합을 만들 거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상현은 갈까마귀를 팔아버리고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인지 두 번, 세 번, 네 번,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다. 그러다 다섯 번째로 누른 다음에서야 챔피언들을 구매했다.
[유령(★)이 합류했습니다.]
[배교자(★)가 합류했습니다.]
[악어(★)가 합류했습니다.]
[슬라임(★)이 합류했습니다.]
[42골드 남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어? 용병이 아니었어?”
“저건 또 뭐야?”
“무슨 조합이지? 언데드? 악마? 짐승? 그림자? 공통점이 하나도 없잖아!”
“암살자···? 암살자는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생각이지? 이해할 수가 없네. 모처럼 용병 조합을 만들기에 좋았는데.”
“으음. 또 뭔가를 찾아냈나?”
“혹시 신하영씨는 저게 뭔지 아시나요?”
김원호의 물음에 신하영이 고개를 저었다. 이상현과 가장 가까운 신하영이지만 저건 처음 보는 거였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 봐요.”
신하영의 대답에 사람들은 더더욱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도대체 이상현은 무슨 생각인 걸까?
사람들은 그게 몹시 궁금해서 어서 빨리 밝혀지기를 바랐다.
내가 준비한 조합은 뉴 도플갱어 조합이다.
언데드 챔피언이자 암살자이며 짐승 챔피언인 도플갱어를 이용한 조합으로, STFT에서 사용했던 도플갱어 조합을 살짝 변형시킨 새로운 도플갱어 조합이다.
뭐, 챔피언 변환이 조금 실패한 탓에 다섯 번이나 돌렸지만, 그래도 필요한 챔피언들은 다 뽑았다.
유령, 배교자, 악어, 슬라임.
도플갱어 조합을 만드는데 필요한 챔피언들이다. 정확히는 도플갱어를 뽑기 위한 준비재료다.
이 녀석들이 없으면 도플갱어 조합은 절대 완성하지 못한다. 우연으로도 불가능하다.
나는 레벨 업 버튼을 눌러서 2레벨을 만들었다.
그다음 챔피언들을 배치했다.
지금부터는 차곡차곡 골드를 모으며 도플갱어가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승부는 그다음의 일이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3차 예선전(1-1)]
[상대: 3번 홉(100)]
[잔여 라이프(100)]
[전투가 시작됩니다.]
[괜찮냐?]
희뿌옇고 어두컴컴하면서도 응어리진 무언가에게 말을 건 존재는 바로 바람의 신이었다. 바람의 신의 표정은 차분하면서도 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잠시 후, 검은 무언가가 대답했다. 검은 무언가는 죽음의 신이었다. 부정을 저지른 죽음의 신.
[···큭큭큭.]
낮게 깔리는 웃음 속에는 기쁨이 담겨 있었다.
놀랍게도 죽음의 신은 기뻐하고 있었다.
죽음의 신이 드디어 미친 것일까?
[기쁜가 보네. 하긴, 부정을 저질렀음에도 관대한 처분으로 끝났으니까.]
[게다가 네놈이 그토록 싫어하는 이상현에게 한 방 먹였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겠네.]
바람의 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뻐하는 죽음의 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뭐, 궁금할 테니까. 화면 정도는 띄워주고 갈게.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여하튼 다음에 보자고.]
바람의 신은 죽음의 신 앞에 화면을 띄웠다. 화면에는 이상현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이···상···현.]
눈동자는 피처럼 붉었다.
3차 예선전(1-1)과 (1-2), (1-3), (1-4)에서 패배했다. 그 결과 첫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나의 라이프와 골드와 챔피언은 이렇게 되었다.
[잔여 라이프(72)]
[100골드]
[유령(★★), 배교자(★★), 슬라임(★★), 악어(★★) 둘.
아나콘다(★), 미스틱(★)]
100골드와 챔피언은, 챔피언 변환 버튼을 단 한 번도 누르지 않고 만든 결과물이다.
나는 첫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짐승의 방을 선택했다.
그곳에서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러 악어를 3성으로 만들었으며, 레벨을 상승시켰다.
[괴물 악어(★★★)가 탄생했습니다.]
[레벨 3이 되었습니다.]
[84골드 남았습니다.]
보스몬스터는 4골드 챔피언인 서펜트(★)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가뿐하게 쓰러뜨렸다.
[보스몬스터 서펜트(★)를 쓰러뜨렸습니다.]
[짐승의 방(★)을 공략했습니다.]
[몬스터와의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레벨 4가 되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8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서펜트(★)의 몸에서 두 개의 보물이 나왔습니다.]
[황금 주머니(1~100)를 획득했습니다.]
[5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짐승의 어금니를 획득했습니다.]
[짐승의 어금니]
↳짐승 직업 전용 아이템. 공격력이 +20 상승하며, 치명적인 공격을 일으켰을 때, +10%의 추가 피해를 준다.
첫 번째 죽음의 던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대박이다. 황금 주머니에서 50골드가 나온 것은 조금 아쉽지만, 도플갱어 조합의 근본은 짐승이므로, 짐승의 어금니는 매우 좋은 아이템이다.
나는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며.
3차 예선전(1-5)을 준비했다.
팀플레이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엄청났다.
그래서 서버 13279에 대한 경계심은 겉으로 드러난 것 이상이었다.
서버 00002의 플레이어 빌터는 서버 13279와 싸워야 한다는 사실에, 그리고 ‘이상현’과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과 함께 두려움이 가득한 긴장감을 느꼈다.
‘이상현이라면 그라울러를 만든 그놈이잖아!’
관찰권으로 본 궁수 그라울러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지금까지도 그 충격을 뛰어넘는 조합이 없었다. 마법사 조합도 궁수 그라울러만큼은 아니었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빌터는 자신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3차 예선전(1-4)에서 만난 이상현은 너무나도 약했다.
‘약골이잖아.’
게다가 조합도 이상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무엇을 노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보급 조합도 아니었다.
‘혹시 골드를 모으는 전략인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뭐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데.’
빌터는 가뿐하게 승리를 거두었고, 찝찝함 만을 남겨두고 이상현과의 첫 번째 만남을 뒤로했다.
‘···다음에는 알 수 있겠지.’
두 번째 만남에서는 달라질까?
그것은 두고 볼 일이었다.
[배교자(★)┃아나콘다(★)┃아나콘다(★)┃쉐도우(★)┃미스틱(★)┃지옥 마귀(★)]
[아나콘다(★★)가 탄생했습니다.]
[쉐도우(★)가 합류했습니다.]
[미스틱(★)이 합류했습니다.]
[146골드 남았습니다.]
쉐도우가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이야!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나는 챔피언 변환 버튼을 빠르게 눌러서 아나콘다와 쉐도우 미스틱을 3성으로 만들었다.
[괴물 아나콘다(★★★)가 탄생했습니다.]
[괴물 쉐도우(★★★)가 탄생했습니다.]
[괴물 미스틱(★★★)이 탄생했습니다.]
[83골드 남았습니다.]
골드를 상당히 많이 소모했지만, 덕분에 도플갱어를 만들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나는 더는 필요가 없어진 슬라임을 팔아버리고 3골드를 회수했다. 다음으로 3성인 악어와 아나콘다와 미스틱과 쉐도우를 전장에 배치했다.
[암살자(4)를 만들었습니다.]
[암살자들이 치명적인 공격을 발생시킬 확률이 +25% 상승합니다.]
모의게임으로 인해 상승한 플레이어들의 실력을 고려했을 때,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라이프 감소를 최대한 막아줄 것이다.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그 정도도 감지덕지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3차 예선전(1-5)]
[상대: 7번 헥터(92)]
[잔여 라이프(72)]
[전투가 시작됩니다.]
아나콘다의 스킬은 조금 특이하다. ‘보호색’이라는 스킬인데, 3초 동안 적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시야에서 사라지니 3초 동안 마음껏 공격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아나콘다는 모습이 사라지는 3초 동안 기회를 엿본다. 만약 상대가 다른 적(아군)을 공격한다면 아나콘다는 적의 뒷덜미를 물어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것이다.
하지만 적이 다른 적(아군)을 찾지 못한다거나, 적(아군)이 없다면 아나콘다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다시 싸워야 한다.
그래서 좋으면서도 애매한 스킬인데.
뭐든지 그렇지만 잘 사용하면 좋은 스킬이다.
“쉬잇.”
귀를 간지럽히는, 슬금슬금 기어가는 소리와 함께 아나콘다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
한창 아나콘다와 싸우던 파라오는 감쪽같이 사라진 아나콘다를 찾아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아나콘다를 찾을 수가 없었다. 파라오는 어쩔 수 없이 악어를 공격했다.
바로 그때, 콰직!! 등 뒤에서 나타난 아나콘다가 파라오의 뒷덜미를 힘껏 물어뜯었다.
날카롭고 뾰족한 송곳니는 파라오의 질긴 붕대를 찢고 들어가 바짝 마른 살과 뼈를 뭉개버렸다.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크···으···으으···.”
순간 파라오의 몸이 휘청거렸다.
아나콘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득달같이 달려들어 파라오를 끝장냈다.
콰득! 콰드득!!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파라오의 몸이 모래성처럼 바스러졌다. 땅바닥에 남은 것은 오래된 붕대가 전부였다.
“쉬잇.”
아나콘다가 머리를 들어 다음 먹잇감을 향해서 눈을 빛냈다. 그러고는 스르륵스르륵 물결치듯이 슬그머니 기어갔다.
잠시 후, 전투가 끝났다.
[3차 예선전(1-5)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8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아나콘다의 활약에 힘입어.
이상현의 챔피언들이 보급 조합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둔 것이다. 깔끔한 완승이었다.
“쉬이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