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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예선전의 끝과 책임 (105/170)

2차 예선전의 끝과 책임

2차 예선전의 끝과 책임

킬리언은 네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암살자에게 있어 궁극의 아이템인 ‘사형선고’를 획득했다.

[사형선고]

↳적의 챔피언 중 하나의 챔피언을 지목할 수 있다. 아군 챔피언(암살자)이 지목된 적 챔피언을 공격할 때, 6.6배의 피해를 입히며, 지목된 챔피언의 체력이 44% 이하일 때 즉시 처치한다.

사형선고. 그것은 하나의 챔피언을 그야말로 삭제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아이템이었다.

“방패전사만 없으면 네놈은 내 상대가 아니야!!”

매번 오토마타를 지키는 방패전사에게 가로막혔던 킬리언에게 사형선고는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킬리언은 자신을 무시한 이상현을 향해서 무한한 분노를 불태우며 곧 다가올 전쟁을 기다렸다.

“각오해라, 이상현!!”

네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수호자의 신발을 획득하지 못했다.

끝끝내 가능성으로 끝난 것이다.

최후의 수호자를 만들 수 있었던 기회가.

휙 지나간 것이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12년 동안 이런 적이 한두 번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아이템 하나 때문에 우울해질 레벨도 아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승리지 아이템이 아니다. 아이템은 어디까지나 승리를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

그나저나 어떻게 해야,

킬리언을 혼내줄 수 있을까?

킬리언을 흔들어 놓을 수 있을까?

킬리언을 도발할 수 있을까?

흐음.

어려운 문제다.

승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뭐, 그래도 마지막이니.

최선을 다해봐야겠지.

한동안, 어쩌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테니까.

그림자 조합의 장점 중에는 가치가 제일 높은 챔피언이 황금사자라는 것도 있다.

언뜻 생각해보면 5골드 챔피언이 뭐가 장점이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큰 장점이다.

현실적으로 6골드 챔피언은 3성이 한계다. 골드 수급과 라이프를 고려했을 때, 4성은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다. 혹 만든다고 해도 그때는 게임이 끝났을 때다.

그런 6골드 챔피언과 달리 그림자 조합의 황금사자는 비교적 수월하게 4성을 만들 수가 있다. 그 이유는 조합의 절반을 차지하는 챔피언이 바로 1골드이기 때문이다.

5골드·4성.

6골드·3성의 챔피언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능력치 면에서는 앞선다.

[영웅 황금사자(★★★★)]

속성: 땅, 질서

직업: 그림자, 수호자

공격력: 412

방어력: 686

체력: 6859

마나: -

스킬: 수호신, 태양의 상징

4성 황금사자의 공격력과 방어력과 체력은 3성 드래곤을 능가하고 있다.

특히 방어력은 200이상 더 높으며, 체력도 1000이상 높다.

나는 그런 황금사자를 만들었다.

영웅이라고 불리는 4성 황금사자를.

나는 황금사자에게 피닉스의 심장과 거인의 발자국을 장착시켜 가운데에 배치했다.

그 이유는 어쩌면 무시무시한 적이 될지도 모르는 킬리언의 멘탈을 흔들기 위함이었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2차 예선전(2-26)]

[상대: 2번 킬리언(9)]

[잔여 라이프(49)]

[전투가 시작됩니다.]

암살자들은 몸을 속박하던 사슬이 끊어지는 것과 동시에 전장을 가로질러가 적이 있는 끝에 도착했다.

그런데 전장의 끝에는 아무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우두커니 서 있는 황금사자가 전부였다.

“죽을 놈들이 다 어디로 간 거야?”

“이런 젠장! 저쪽에 있잖아!”

“뭐라고?”

“어디에 있다고?”

“앞쪽을 봐, 이 멍청이들아!!”

놀랍게도 수호자들은 후방이 아닌 전방에 배치되어 있었다.

암살자들은 교묘한 수법(?)으로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수호자들을 욕하며, 황금사자에게 달려들었다.

“일단 저놈부터 조져!”

“그래, 죽여버려!”

“한 놈이라서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왕도 아닌 놈이 날 내려다보지 마!!”

10대 1 아니, 정확히 8대1의 싸움은 어떤 면으로 보나 암살자들이 유리해 보였다.

“크아아아앙!!”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이 예상과는 180도 달랐다.

황금사자는 자신을 둘러싼 여덟 명의 암살자에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황금사자가 암살자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쿠웅!!

황금사자가 앞발을 휘두를 때마다 암살자들은 거인에게 짓밟힌 것처럼 휘청거렸다.

“이, 이럴 수가?!”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도리어 자신이 위협을 느낀다는 사실에 빠드득!! 감출 수 없는 분노를 드러냈다.

“어떻게 너 따위가?! 너 따위가 감히?!!”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반드시 황금사자만은 죽이고 말겠다는 집념으로 검을 내리찍었다.

콰직! 하지만 소리는 둔탁했다.

“죽엇! 죽엇! 죽으란 말이다!!”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백 번 아니, 천 번을 찍어도 넘어갈까? 황금사자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 거목처럼 버티고 서서 암살자들을 상대했다.

“크허어엉!!”

쿠웅! 쿵! 거인의 발자국이 찍혔다.

결국, 먼저 쓰러진 것은 암살자들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방어력을 66.6%나 감소시키는 어둠의 낫과 방어력을 15%나 감소시키는 비밀문서가 있었음에도 어째서?

그 이유는 황금사자의 스킬인 수호신에 있었다.

모든 군중제어기술을 무효화시키는 수호신.

그 수호신이 어둠의 낫과 비밀문서를 무력화시켰고, 암살자들은 방어력이 전혀 감소하지 않은, 자그마치 807의 방어력을 가진 황금사자와 맞서야 했다.

뭐, 8대1이라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암살자들이 승리를 가져갈 수도 있었으나.

피닉스의 심장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태양의 상징과 피닉스의 심장으로 상승한 황금사자의 최대 체력은 자그마치 8408이었다. 거기에다가 1초마다 9.99%의 체력을 회복한다고 생각해봐라.

이건 뭐···.

죽지 않는 불사의 괴물이다.

그런 끔찍한 괴물을 상대로 나약한 암살자들이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는가?

「크아아앙!!」

암살자들은 황금사자라는 거인에게 짓밟혔다. 그리고 그것으로 2차 예선전 2라운드 첫 번째 게임이 끝났다.

“하, 하하.”

킬리언은 또다시 이상현을 넘지 못하고 침몰했다.

게다가 싸움다운 싸움도 아니었기에···.

일방적인 패배였기에.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상현. 이상현. 이상현. 이상혀어어언.”

후우웁.

킬리언은 네메시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상현을 향해서 선전포고를 날렸다.

“꼭 다시 만나자. 그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널 죽이고 말 테니까.”

장난기를 찾아볼 수 없는 눈빛은 얼음보다 더 싸늘했다.

“킥킥킥.”

[2차 예선전(2-26)에서 승리했습니다.]

[2번 플레이어 킬리언의 라이프가 모두 소멸하였습니다. 더는 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모든 적을 물리쳤습니다!]

[배신의 전장에 우렁찬 포효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황금사자와 그의 단단하고 든든한 동료들이, 당신의 승리와 함께했다는 사실에 크나큰 영광을 느낍니다!]

[최종 순위: 1위]

[2차 예선전(2)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3500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잠시 후, 서버 13279로 돌아갑니다.]

이상현의 승리.

죽음의 신은 그 승리가 팀플레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했다. 모의게임을 함께 하는 팀플레이에서.

[···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죽음의 신을 막아선 존재는 다름 아닌 바람의 신이었다. 지금까지 가장 열심히 괴롭혀온 바람의 신이 막아선 것이다.

바람의 신이 충고했다.

[무엇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둬. 그런 짓을 했다가는 장난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

죽음의 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노려보는 것인지 아니면 바라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보았다. 그 모습을 본 바람의 신은 죽음의 신이 진심임을 알아차렸다.

[···책임질 자신은 있냐?]

죽음의 신이 대답했다.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래.]

[···책임진다.]

게임에 간섭하는 행위는 ‘부정’이다.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다. 그래서 간섭하면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책임을 지면 얼마든지 게임에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책임을 지면.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면 게임에 간섭할 수 있다.

그래서 죽음의 신은 게임에 간섭하기로 단단히 결심했다. 죽여도 죽지 않는 이상현을 죽이기 위해서.

[···책임지고말고.]

[···이상현만 죽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큭큭큭.]

광기는 설령 그 자신을 불태울지라도 멈추지 않는다. 모든 것을 불태울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바람의 신은 광기에 물든 죽음의 신을 바라보며 몸을 떨었다.

[···미친놈.]

그것은 순수한 공포였다.

이상현은 신하영과 대화를 나누었다.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과 관련된 대화였는데, 신하영은 열심히 배우는 학생처럼 이상현의 말을 귀에 새겨들었다.

“리빙아머와 방패전사만 4성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3성만 만들어. 중요한 챔피언은 황금사자야. 거인의 발자국 같은 아이템을 넣어주면 6골드 챔피언도 무섭지 않아.”

“리빙아머가 핵심이 아니고요?”

이상현이 보여준 전략의 핵심은 리빙아머였다. 그래서 신하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현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6성을 만들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황금 사자를 4성으로 만드는 게 더 좋은 것 같았어. 조금 전에 봤다시피 황금사자 혼자서 암살자들을 다 쓸어버렸잖아? 황금사자를 4성으로 만드는 게 더 나아.”

“음, 그렇군요.”

신하영은 ‘그림자 조합’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이상현이 실전에서 증명한 것도 있지만, 안정적으로 게임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반이 승부처야.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해. 뭐,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중반이 승부처인 건 분명해. 그리고 황금 주머니보다는 아이템이 훨씬 더 중요해. 어차피 골드가 덜 드는 조합이라 골드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모든 조합의 핵심은 골드지만 1골드 챔피언이 절반인 그림자 조합은 예외다.

그림자 조합은 그렇게 많은 골드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른 조합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딱 그 정도일 것이다.

“네, 알겠어요.”

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때, GM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녕하세요, GM입니다.』

“GM?”

GM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게임도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한창 전투를 치르던 출전자들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사태에 긴장했다.

GM이 모든 서버의 플레이어에게 말했다.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서버 13279의 독주에 혹시 조작이 아니냐? 하는 문의가 들어와서 답변을 드립니다.』

『절대 조작이 아니며, 서버 13279가 독주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팀플레이에 있습니다.』

『서버 13279를 제외한 서버가 팀이지만 적으로 활동한다면, 서버 13279는 적이지만 팀으로 활동합니다.』

『그들은 모의게임 티켓을 자신만을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팀을 위해서 씁니다. 그래서 순위에 따른 개수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1장이든 16장이든 함께 플레이하니까요.』

『네, 팀플레이입니다. 팀플레이.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팀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의문이 사라졌기를 바라며, 이만 GM이었습니다.』

GM의 답변은 엄청난 파장을 만들었다.

플레이어들은 진심으로 경악했다.

웅성웅성!!

“팀플레이? 모의게임을 함께 할 수 있는 거였어?”

“개인을 위한 게 아니었다고···? 그럼, 티켓의 개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

“하, 하하···. 팀 게임이라니···.”

“어쩐지 잘한다더니···. 그런 비밀이 숨어있었군.”

“팀, 팀, 팀···. 망할! 이거 팀 게임이었지!”

지금까지 팀이지만 적으로 활동해온 서버의 플레이어들은 모의게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무토와 네메시스와 킬리언은 ‘적’과의 협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과연. 그래서 강했던 거였군. 필요에 따라 적과 협력한다? 아주 좋은 생각이야. 큭큭. 큭큭큭!!”

뜬금없는 GM의 답변에 모의게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게 뭐야? 우리가 어렵게 알아낸 정보인데!”

“조작? 조작이라고? 도대체 어떤 새끼야?”

“이렇게 막 까발려도 되는 거야?!”

“···마음에 안 드네.”

“우리가 잘하기는 하지만 독주는 아닌데.”

“여기에 고객센터가 있었어? 문의는 또 뭐야.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나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자면 입이 아플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정보를 공짜로 흘려보내다니.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지금의 이 상황이 몹시 불쾌했다.

“······.”

이상현은 누구의 소행인지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죽음의 신.’

의심이라도 이보다 합리적인 의심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GM에게 ‘문의’를 할 수 있는 존재는 신밖에 없을 테니까.

그러니 죽음의 신이 분명했다.

‘죽음의 신.’

이상현은 사사건건 자신을 죽이려고 드는 죽음의 신을 떠올리며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조용히 가라앉혔다.

‘두고 보자.’

이 빚은 반드시 갚아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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