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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8) (103/170)
  •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8)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8)

    물고 물리는 관계. 이것만큼 지금의 상황을 잘 표현한 말도 없을 것이다.

    6성 늑대와 하이에나의 왕을 가진 카심이 패배한 상대는 놀랍게도 델이었다.

    어떤 면으로 보나 카심보다 약한 델이 어떻게 카심을 이길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조합에 있었다.

    10바람+6궁수. 근접 챔피언들이 많은 짐승 조합을 상대하기에 좋은 궁수 조합이라서 강력한 카심을 꺾은 것이다.

    실피드의 날개를 장착한 실피드는 괴물이었다. 바람을 뚫고 날아온 암살자들을 처치한 것은 물론이고 짐승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바람의 파도로 전부 밀어냈다.

    「아우우···!!」

    늑대-리코스는 사납게 물어뜯기는커녕 고슴도치가 되어 울부짖다가 끝났고, 하이에나들은 구슬프게 울었다.

    「황금, 황금을 줘어어···!」

    「내게 황금을 달라고···!」

    카심과 델 뿐만 아니라 네메시스와 언데드 조합의 크사르의 싸움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바스러져라.」

    크사르의 언데드 군단은 타이탄의 우레와 마법사의 강력한 마법화살에 몰살당했다. 크사르의 장점이었던 물량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마법사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우르르르콰과과광!!

    퍼엉! 퍼어엉!!

    라 하르알과 킬리언의 싸움도 비슷했는데, 9전사로 인해 공격력과 방어력과 체력이 높아진 전사들은 방어력과 체력이 낮은 암살자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뒤를 잡아서 은밀하게 처치해야 하는 암살자들에게 강인한 전사들은 버거운 상대였다.

    「치사한 놈들! 정정당당하게 싸우다니!!」

    「난 밤에만 싸운다고!」

    이처럼 물고 물리는 상황 때문에 순위가 의미 없을 정도로 승패가 비벼졌다.

    그래서 대진 운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확률이 높았다.

    또 하나 변수가 있다면.

    남아있는 라이프와 아이템일 것이다.

    2차 예선전(2-20)에서 이상현과 네메시스가 맞붙었다.

    킬리언과 싸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상현은 두꺼운 방패라는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질렀고, 그 탓에 리빙아머가 크기 전에 오토마타가 터져 버려서 패배했다.

    ‘망할. 순서가 꼬였잖아.’

    5×5의 공격 범위를 가진 마법사들에게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있는 수호자들은 최고의 먹잇감이었다. 심지어 고정되어 있으니, 이보다 손쉬운 상대가 또 있을까?

    킬리언은 델과 맞붙었다. 궁수 조합의 카운터가 바로 암살자였기에 델이 이기기란 불가능했다.

    ‘저건 못 이긴다. 무슨 수를 써도 못 이겨.’

    뭐, 그래도 실피드의 활약 덕분에 라이프 감소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에는 성공했다.

    암살자들이 바람의 영향에 받지 않는 순간은 어디까지나 후방에 침투할 때뿐이니까.

    뮤칼의 악마들은 바람이 많은 라 하르알의 전사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1초 전에 발사된 용의 분노는 발키리와 그 뒤에 있던 암살자를 깔끔하게 태워버렸다.

    “여의주라고? 이런 미친···.”

    라 하르알은 여의주를 만든 뮤칼의 특별한 행운에 쓰디쓴 욕을 내뱉었다.

    카심과 크사르의 승부는 막상막하였다.

    두 사람 모두 6성 챔피언을 가지고 있고, 물량 면에서도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캬캬캬!!」

    「황금을 내놓아라!!」

    승부를 가른 것은 누런 하이에나들이었다. 하이에나들은 약자멸시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좀비와 구울들을 빠르게 정리했고, 그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이래서 도굴을 멈출 수가 없다니까!」

    「맞아맞아!」

    2차 예선전(2-21)에서는 이상현과 킬리언이 맞붙었는데.

    “역시.”

    마법사 조합의 네메시스와 두 번 만날 리가 없다고 판단한 이상현이 두꺼운 방패벽을 만들었고, 그것을 뚫지 못한 암살자들은 무력하게 죽임을 맞이했다.

    “쳇! 치사한 놈!!”

    킬리언은 진심으로 분통을 터트렸다.

    “뭐야? 또 궁수야?!”

    카심은 또다시 델과 만났고, 승부는 이전과 동일하게 델의 승리로 끝났다.

    궁수들은 그야말로 짐승들을 사냥하는 사냥꾼이었다.

    뮤칼과 크사르의 승부는 크사르의 승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크사르의 가장 강력한 챔피언이 6성 해골 전사라는 점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크사르의 그라울러는 고작해야 2성에 불과했다.

    “이걸 진다고···?”

    뮤칼은 당혹스러움에 얼굴을 찌푸렸다. 이해하기 어려운 패배였기 때문이다.

    네메시스와 라 하르알의 승부는 라 하르알의 승리였다.

    전진 배치되어있던 전사들이 승리의 여신과 함께 전진하여 허약한 마법사들을 도륙했고, 발키리의 날개가 즉시 발동한 전설의 검사가 타이탄을 끝장냄으로써 승부가 갈라졌다.

    “빌어먹을······.”

    네메시스는 쓰디쓴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 결과 순위와 승패는.

    [2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1번 이상현(54)│14승, 7패]

    [2위: 7번 카심(39)│13승, 8패]

    [3위: 5번 크사르(35)│12승, 9패]

    [4위: 4번 뮤칼(23)│10승, 11패]

    [5위: 2번 킬리언(20)│10승, 11패]

    [6위: 8번 델(20)│9승, 12패]

    [7위: 6번 라 하르알(10)│9승, 12패]

    [8위: 3번 네메시스(4)│7승, 14패]

    이렇게 되었다.

    그 누구도 독보적이지 않으며, 8위인 네메시스조차도 대진운에 따라 얼마든지 역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라 하르알에게 패배하기 전에는 이상현과 크사르를 쓰러뜨리며 마법사 조합의 위엄을 잘 보여준 것이 바로 네메시스였으니까.

    2라운드 첫 번째 게임이 어떻게 끝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적어도 세 번째 영웅의 전당에서 그 윤곽이 드러날 거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영웅의 전당으로 이동합니다.]

    선택의 순간은 언제나 그렇듯이 짧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 주어지며, 반쯤 강요에 가깝다.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수호자의 투구’와 ‘사막의 수호자’였다.

    수호자의 투구는 군중제어기술의 효과를 20% 감소시켜주는 아이템이고.

    사막의 수호자는 스핑크스의 스킬(수호자)을 두 배 상승시켜주는 아이템인데, 스핑크스가 적에게 받는 피해가 30% 감소하며, 주변 2칸에 존재하는 아군의 방어력이 +60 상승하게 된다.

    이미 군중제어기술에 대한 저항력이 있는 수호자들에게는 수호자의 투구는 불필요하다 못해 쓸모없는 쓰레기지만, 나에게는 수호자의 검과 방패와 갑옷과 장갑이 있다.

    그 말은, 최후의 수호자라는 검+방패+갑옷+장갑+투구+신발을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궁극의 아이템을 만들 가능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다만, 수호자의 신발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에 재수 없으면 확률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 탓에 나는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으로 5초 동안 무수히 많은 고민을 했다.

    5초는 짧으면서도 너무나도 길었다.

    이윽고 나는 선택했다.

    “이걸 선택하겠다.”

    [수호자의 투구를 선택했습니다.]

    나의 선택은 수호자의 투구였다.

    위험천만한 도박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기회란 왔을 때 잡아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무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전해야지만.

    기회라는 녀석이 찾아오는 법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동해야 한다.

    물론 실패로 끝날 확률이 더 높은 건 사실이다.

    쉽다면 그 누가 못할까?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패배자의 습성이다.

    진정으로 승리를 원한다면.

    닥치고 가야 한다.

    두려워서 그렇게 못하겠다면.

    잠자코 패배하면 된다.

    [배신의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나는 수호자의 투구를 트롤에게 장착시키고,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러 챔피언 상점에서 가고일과 황금사자들을 구매해 3성을 만들었다.

    [괴물 가고일(★★★)이 탄생했습니다.]

    [괴물 황금사자(★★★)가 탄생했습니다.]

    [45골드 남았습니다.]

    3성 황금사자.

    361의 방어력을 가진, 수호자의 갑옷들까지 고려하면 461의 방어력을 가진 탱커가 탄생했다.

    태양의 상징까지 고려하면 511이다.

    거기에다가 스핑크스를 옆에 붙여주고, 땅 속성 효과로 황금사자가 복제되면, 601까지 상승한다.

    고작해야 3성에 불과한 챔피언의 방어력이 601이나 되는 것이다.

    참으로 터무니없는 방어력이 아닐 수 없다.

    황금사자와 맞붙는 적들은 “왜 안 죽어?”라고 무심코 중얼거리고 말 것이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2차 예선전(2-22)]

    [상대: 3번 네메시스(4)]

    [잔여 라이프(54)]

    [전투가 시작됩니다.]

    네메시스는 세 번째 영웅의 전당에서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제우스의 번개를 손에 넣었다.

    타이탄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적들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는 무기를 획득한 것이다.

    “드디어···!!”

    현재 남아있는 라이프가 4에 불과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라이프가 4든 100이든 이기면 똑같으니까.

    그래, 똑같은 승리다.

    100라이프로 이긴다고 해서 1승이 더 추가되는 게 아니다. 4라이프든 100라이프든 1라이프든 똑같다.

    물론 4라이프라서 한 번이라도 패배하면 안 되지만.

    제우스의 번개를 장착한 괴물 타이탄이 있지 않은가?

    3초마다 5×5에 달하는 범위에 5400의 고정피해를 입히는 마법사 타이탄이!!

    “후욱! 후욱! 진정하자. 타이탄이 죽으면 모든 게 끝나니까.”

    네메시스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챔피언들의 배치를 바꾸었다. 배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타이탄만큼은 지키고 말겠다는 밀집대형이었다.

    “과연 이 속에 무엇이 들었을까?”

    킬리언이 선택한 것은 수수께끼 구슬이었다. 영롱한 보랏빛의 구슬이었는데.

    그 안에는 전설의 하이에나 왕이 들어 있었다.

    「네가 날 선택한 게 아니야. 내가 널 선택한 거라고!」

    “킥킥킥! 그런 거야 아무렴 어때!”

    암살자 조합을 선택한 킬리언에게 있어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최고의 챔피언이었다.

    “설마, 이게 나올 줄이야.”

    뮤칼이 획득한 것은 지옥불이었다. 이미 지옥불을 가지고 있는 뮤칼에게는, 살라만더를 더더욱 무시무시한 괴물로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아이템임이 분명했다.

    “운이 좋군.”

    두 개의 지옥불을 장착한 살라만더!

    그 파괴적인 힘은 드래곤을 능가하면 능가했지 절대 뒤떨어지지 않았다.

    크사르가 손에 넣은 아이템은 죽음의 서였다. 적을 처치하면 한 등급 낮은 해골전사로 부활시키는, 언데드에게 있어 대단히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죽음의 방패만 손에 넣으면···!!”

    현재 크사르에게는 죽음의 서와 죽음의 검이 있는데, 만약 죽음의 방패를 손에 넣게 된다면 죽음의 왕관이라는 언데드 최강의 아이템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게임은······.

    두근두근.

    라 하르알이 획득한 아이템은 영웅의 검이었다. 찬란한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검.

    [영웅의 검]

    ↳장착한 챔피언의 공격력이 +50 상승한다. 적에게 가한 기본 공격 피해량의 35%만큼 체력이 회복된다. 체력이 1% 내려갈 때마다 공격력이 +1 상승한다(언데드 조합과 악마 조합은 해당 아이템을 장착할 수 없다).

    “이것이라면···!!”

    공격력은 높지만 대신 방어력과 체력이 낮은 전설의 검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라 하르알은 주먹을 불끈 쥐고 승리를 확신했다.

    “이길 수 있어!!”

    카심이 손에 넣은 아이템은 전쟁군주의 뿔피리였다.

    “이것만 있으면 궁수 조합도 이길 수 있어!!”

    무조건 달라붙어서 싸워야 하는 카심에게 있어 3초 동안 군중제어기술을 막아주는 전쟁군주의 뿔피리는 대단히 좋은 아이템이었다.

    카심은 자신보다 약하면서도 자신에게 두 번의 패배를 안겨준 델과의 승부가 기다려졌다.

    “각오해라!!”

    델은 궁수 조합에게 있어서 최고의 아이템 중 하나인 바람의 장막을 손에 넣었다.

    “4등은···. 바라볼 수 있겠군!!”

    4등. 델이 바라는 것은 우승이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우승할 가능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델이 원하는 것은 최소 4등이었다.

    이처럼 모든 플레이어가 원하는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 자신의 조합에 꼭 맞는, 행운의 신이 장난을 친 게 틀림없는 아이템을 획득한 것이다.

    그리고 2차 예선전(2-22)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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