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7)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7)
해골전사-카쿰의 텅 빈 눈구멍에서 흉흉한 안광이 번뜩였다. 피처럼 붉은 안광은 살기를 담고 있었고, 살아있는 자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다.
카쿰이 원하는 것은 영원한 죽음이었다.
두 마리의 좀비는 턱이 찢어질 정도로 입을 벌리며 고약한 독을 질질 흘려댔다. 그 옆에선 구울은 새하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좀비로 만들 희생양을 찾아다녔다.
흡혈귀는 밤의 귀족답게 우아한 모습으로, 그러면서도 피를 탐하는 추악한 괴물처럼 송곳니를 드러냈다.
사령술사의 머릿속에는 조용한 시체밖에 없었다.
이윽고 몸을 속박하던 사슬이 끊어졌다. 공포를 모르는 언데드들은 그야말로 해일처럼 달려갔다.
“그워어어어!!”
죽음에 맞선 자들은 단단한 갑옷과 방패로 무장을 한 수호자들이었다.
방패를 앞세운 방패전사가 소리쳤다.
“다시 무덤으로 보내주마, 이 뼈다귀 놈들아!!”
수호자들과 언데드들이 격돌했다.
철컹철컹서걱! 리빙아머의 청동검이 해골전사-카쿰을 공격했다. 카쿰은 그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리빙아머를 보았으나 그게 전부였다.
카쿰은 몸을 돌려 골렘의 어깨를 잘랐다.
순간 골렘의 몸이 휘청거렸다.
“고오올···!”
골렘은 비명과도 같은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단단하고 묵직한 주먹이었지만, 해골전사-카쿰이 원하는 죽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
카쿰은 영원한 죽음을 위해서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그렇게 전투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리방아머 만큼이나 장기전에 능한 사령술사의 활약으로 언데드들이 승리를 거두었다.
“되···살···아···나···라.”
적들이 갑자기 확 강해진 느낌이다.
특히 카심과 크사르가 강해졌다. 이전과 비교하면 최소 두 배는 강해진 것 같다.
무난하게 승리를 거둘 줄 알았는데.
정말이지···. 만만히 볼 수 없는 게임이다.
나는 살짝 느슨했던 정신을 바짝 조이며 죽음의 던전에서 난이도가 제일 낮은 짐승의 방으로 들어갔다.
골드를 획득하기 위함도 있지만 죽음의 방부터 악마의 방, 사자의 방까지 전부 꽉 찬 탓에 달리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후우우. 자, 그러면.”
나는 지금까지 열심히 모아온 골드를 써서 레벨 업을 했다.
[레벨 8이 되었습니다.]
[레벨 9가 되었습니다.]
[29골드 남았습니다.]
“···골드 쓰기 정말 쉽네.”
174골드에서 29골드.
골드를 모으긴 어려워도 쓰는 건 진짜 한순간이다.
뭐, 황금 주머니가 나오고 또 100골드가 나오면 원상복구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는 마음을 비우고 결과를 기다렸다.
잠시 후, 승전보와 함께 그 결과가 밝혀졌다.
[보스몬스터 황금사자(★★)와 가고일(★★)과 오토마타(★★)와 스핑크스(★★)와 미믹(★★)과 리빙아머(★★)를 쓰러뜨렸습니다.]
[짐승의 방(★)을 공략했습니다.]
[몬스터와의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레벨 10이 되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그림자 속에서 보물을 수호하는 수호자들의 몸에서 네 개의 보물이 나왔습니다. 세 개의 보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부러진 검]
[2. 수호자의 갑옷]
[3. 수호자의 방패]
[4. 요정의 고깔모자]
[30초 안에 선택하십시오.]
“이거 참. 죽지 말라는 신의 계시인가? 역시, 죽음의 신이다. 죽으려고 하니까 살려주시네.”
나는 기쁜 마음에 피식 웃었다.
와장창창!!
이 소리는 죽음의 신이 탁자를 뒤엎는 소리였다.
[저 개자식이!!]
죽음의 신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어찌나 분노했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으며, 당장이라도 강림해 이상현의 멱살을 붙잡을 기세였다.
[허허허! 하하하!]
[으하하하하!!]
바람의 신은 그 옆에서 부채질을 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성난 죽음의 신을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물론 죽음의 신에게는 그것조차도 장작이었다.
[이상혀어어어어어언!!!]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STFT에서 피해 감소율의 최대치는 95%다. 그 이상은 적용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10수호자 방패전사가 수호자의 방패를 두 개 장착해도 100%가 되지 않는 것이다.
100%가 아닌 95%. 아쉽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95%면 리빙아머에게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기에 충분하니까.
나는 그 누구보다 든든해진 방패전사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다음 황금사자와 가고일을 구매하고, 부러진 검을 합쳐서 수호자의 검으로 만들었다.
[수호자의 검]
↳장착한 챔피언의 공격력을 +50 상승시킨다.
나는 아이템들을 재배치했다.
수호자의 검과 거인의 발자국을 리빙아머에게.
피닉스의 심장과 용암갑옷을 오토마타에게.
수호자의 갑옷 두 개를 황금사자에게.
수호자의 장갑을 미믹에게 주었다.
마지막으로 챔피언들을 전장에 배치했다.
[전설의 리빙아머(★★★★★)가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전설의 미믹(★★★★★)이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영웅 골렘(★★★★)이 고정됩니다.]
[영웅 허수아비(★★★★)가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영웅 방패전사(★★★★)가 고정됩니다.]
[영웅 트롤(★★★★)이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영웅 오토마타(★★★★)가 고정됩니다.]
[괴물 스핑크스(★★★)가 고정됩니다.]
[가고일(★★)이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황금사자(★★)가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수호자(10)를 만들었습니다.]
[수호자들이 적 챔피언에게 받는 피해와 군중제어기술의 효과가 60% 감소합니다.]
[그림자(6)를 만들었습니다.]
[그림자들의 이동속도가 +70% 빨라집니다. 스킬을 회피할 확률이 +20% 생깁니다.]
[땅(5)을 만들었습니다.]
[땅 속성 챔피언 한 명을 무작위로 복제합니다.]
[질서(4)를 만들었습니다.]
[질서 속성 챔피언들이 적에게 받은 피해의 25%를 적에게 반사합니다.]
[요정(2)을 만들었습니다.]
[요정들의 공격회피 능력이 +5% 상승합니다.]
10수호자+6그림자+5땅+4질서+2요정!!
이것이야말로.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이다.
오직 유니버스 STFT에서만 할 수 있는 그림자 조합!!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이상현이 세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조합을 완성했듯이, 뮤칼도 세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조합을 완성했다.
마귀, 배교자, 지옥 마귀, 케르베로스, 데몬, 크루가, 이프리트, 키메라, 살라만더, 드래곤으로 이루어진 10악마+10불+3짐승 조합을.
그리고 드래곤(★★)에게 드래곤 하트를 세 개 장착시켜, 여의주를 품은 괴물 드래곤(★★★)을 만들었다.
“드디어···!!”
뮤칼의 목소리에는 활활 타오르는 기쁨이 가득했다. 움켜쥔 두 손에는 지금까지 참아왔던 울분이 맺혀 있었다.
“완성이다!!”
뮤칼의 눈빛은 사납고 날카로웠다.
뮤칼은 전투가 기다려졌다.
그리고 이상현과 만나기를 기대했다.
“으하하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괴물 드래곤의 입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세상을 불태우는 불꽃이었으며, 생명을 파괴하는 힘이었다.
푸오오오오!!
무시무시한 불꽃은 전장을 가로지르며 날아가 고고한 황금사자를 집어삼켰다.
악마들과 드래곤은 황금사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크르르······.”
그런데 놀랍게도 황금사자는 죽지 않았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조용히 이빨을 드러낼 뿐이었다.
이럴 수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
드래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날개를 곤두세웠다. 악마들도 혼란스러운 눈빛을 드러내며 전투를 준비했다.
잠시 후, 사슬이 끊어졌다.
악마들은 수호자들을 향해서 괴물처럼 달려갔고, 수호자들 또한 악마들을 향해서 돌진했다.
“크라아아아!!”
“······.”
두 집단의 선두는 드래곤과 리빙아머였다.
일반적으로 본다면 게임이 안 되는 승부다. 리빙아머와 드래곤이라니. 아무리 등급의 차이가 있어도 게임이 안 된다. 5성 리빙아머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305이라면, 3성 드래곤의 공격력과 방어력은 400이니까.
완전히 체급이 다르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이 전혀 딴판이었다.
서걱!!
리빙아머의 청동검이 드래곤의 단단한 비늘을 자르고 들어가 검붉은 피를 쏟아냈다.
“크우어어···!”
끔찍한 고통에 드래곤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리빙아머를 공격할 수도 건드릴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오토마타의 힘이 리빙아머를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하하하! 악마들도 비명을 지르냐!”
그리고 오토마타를 지키고 있는 수호자가 바로 방패전사였다. 수호자의 방패를 두 개씩이나 들고 있는 방패전사가,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서 악마들의 공세를 저지한 것이다.
“크라아악!!”
드래곤은 분노했으나 날카로운 발톱도 섬뜩한 이빨도 소용이 없었다. 방패전사의 방패는 터무니없이 단단했고, 용의 분노조차도 방패에 가로막혀 그 힘을 상실했다.
그나마 전장에 생겨난 지옥의 불꽃이 방패전사를 야금야금 태워준 덕분에 조금씩 공격이 먹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리빙아머의 청동검은 그 무엇이라도 벨 듯이 날카로워졌다.
서걱!!
치명적인 공격이 드래곤의 꼬리를 잘라냈다. 드래곤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푸오오오오!!
용의 분노가 방패전사에게 작렬했다. 방패전사는 용의 분노를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더는 버티지 못하고 불꽃에 휩쓸려 녹아내렸다. 다행스럽게도 고통은 없었다. 비명과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크라아앗!!”
딴딴하기 그지없던 방패전사의 죽음에 기세가 오른 드래곤은 오토마타를 향해서 거대한 몸을 힘껏 들이박았다.
쿠웅!!
오토마타의 몸은 커다란 충격에 휘청거렸다.
그러나 오토마타에게는 단단한 용암갑옷과 끝없이 타오르는 피닉스의 심장이 존재했다.
무엇보다 ‘피닉스의 심장’에는 악마 조합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힘이 숨겨져 있었다.
끼릭끼릭! 찰칵!
[2차 예선전(2-19)에서 승리했습니다.]
설마 뮤칼이 여의주를 완성했을 줄이야. 하마터면 질뻔했다. 진짜 운이 좋게도 황금사자가 용의 분노를 회피해준 덕분에 이길 수가 있었다.
만약 황금사자가 녹아내렸다면 태양의 상징이 발동하지 않았을 것이고, 방패전사가 오랫동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후우.”
아까도 느꼈지만 뭔가 만만치 않다. 승패가 비벼지는 판이라서 그런지 1승 1승이 어렵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리빙아머가 6성이었으면···.”
만약 리빙아머가 6성이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6성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아쉬움을 삼키며 챔피언 상점을 살펴보았다. 상점에는 가고일이 있었다.
[가고일(★★)이 탄생했습니다.]
[41골드 남았습니다.]
조합을 완성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아직 2성에 불과한 가고일과 황금사자를 3성이나 4성으로 만드는 게 전부다.
뭐, 조합을 비틀어 발키리, 유니콘, 데스나이트를 넣어, 10수호자+9질서+5땅+3그림자+3전사+2요정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골드가 굉장히 많이 들고, 또 데스나이트를 뽑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게 힘들다.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다면 모를까, 10레벨을 달성한 지금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이 조합으로 이겨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내 순위는.
[2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1번 이상현(64)│13승, 6패]
[2위: 7번 카심(50)│12승, 7패]
[3위: 5번 크사르(44)│11승, 8패]
[4위: 2번 킬리언(31)│9승, 10패]
[5위: 4번 뮤칼(30)│9승, 10패]
[6위: 8번 델(29)│8승, 11패]
[7위: 6번 라 하르알(23)│8승, 11패]
[8위: 3번 네메시스(15)│6승, 13패]
여전히 1위다.
반대로 4위 아래는 8위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비벼지고 있다. 이 말은 물고 물리는 관계라는 뜻인데.
내 경험상 이럴 때는 라이프 높은 쪽이 우승할 확률이 높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