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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5) (100/170)
  •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5)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5)

    모든 게임이 그렇지만, STFT에도 좋은 챔피언과 나쁜 챔피언이 존재한다.

    오토마타는 그중에서 나쁜 챔피언에 속한다. 그 이유는 스킬이 겉보기와는 달리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영혼의 수호자.

    언뜻 보면 정말 좋아 보인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아군을 보호하는 용도로 쓰면 최고일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1골드 챔피언 밖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

    3골드 챔피언인 오토마타보다 낮은 2골드 챔피언조차도 적용이 안 되고, 오직 1골드 챔피언만 적용된다.

    1골드 챔피언을 지키기 위해서 3골드 챔피언을 희생시킨다? 말도 안 되는 주객전도다.

    뭐, 전략적인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꼬마요정처럼 시간이 필요한 챔피언을 보호하는 용도로 쓸 수 있으며, 발키리의 날개를 넣어주면 엄청나게 긴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물론 고작해야 시간을 벌자고 오토마타에 그 비싼 아이템을 장착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토마타에 장착시킬 바에야 고급 챔피언에 장착시키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니까.

    그래서 오토마타는 버려진 챔피언이었다. 아무도 쓰지 않는, 쓴다고 해도 스킬은 사용하지 않는 챔피언이었다.

    그런데 유니버스 STFT로 넘어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바뀌었냐고 하면.

    방향이 생겼다.

    앞뒤, 좌우, 고정이라는 방향이.

    STFT에서는 방향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앞으로만 움직였다. 때때로 적 챔피언을 공격한다고 옆이나 뒤로 움직일 때도 있지만, 언제나 진행 방향은 앞쪽이었다.

    이상현은 그 방향에서.

    오토마타의 사기성을 발견했다.

    [뭐야, 저건.]

    죽음의 신은 황당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땅의 신과 생명의 신은 하하하 웃었다.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바람의 신은 쾌재를 불렀다.

    [바로 이거지!!]

    화면 속에서는.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푸르륵!! 몸이 바짝 달아오른 영웅 기병대는 얼른 전투가 시작되기를 바랐다.

    “내 창이 적을 꿰뚫을 것이다!”

    전설의 검사와 용병도 몸을 속박하는 저주에서 벗어나 실컷 날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후후후! 모두 죽여주지!”

    “오, 맙소사! 피에 굶주린 괴물 같으니! 뭐, 황금을 위해서 살인을 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성직자와 암살자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돌겨어억!!”

    전사들은 적들을 향해서 돌격했다. 두려움 같은 건 없었다. 오직 적들을 부숴버리고 말겠다는 용맹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다그닥다그닥! 선두는 영웅 기병대였다.

    “저건?!”

    단숨에 치고 나온 영웅 기병대의 눈에 리빙아머가 보였다. 리빙아머는 철컹철컹 걸어오고 있었다.

    “···쳇! 어쩔 수 없군.”

    그런데 영웅 기병대가 리빙아머를 무시하고 지나쳤다. 그 이유는 공격할 수 없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전설의 검사와 용병도 리빙아머를 보고 혀를 찼다.

    “빌어먹을!”

    “성가신 힘 같으니!”

    물론 리빙아머는 전사들을 그냥 놓아주지 않았다. 전사들이 공격할 수 없다고 해서 리빙아머도 공격할 수 없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걱!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동검은 굵은 핏방울을 만들어냈고, 전설의 용병을 분노케 했다.

    “크윽! 두고 보자!!”

    잠시 후.

    전사들이 전장의 끝에 다다라서 본 광경은, 두꺼운 방패로 둘러싸인 오토마타의 모습이었다.

    오토마타는 안전한 구석에서 수호자들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내 방패는 단단해!”

    “고오올!”

    “쿠후후! 쿱!”

    두꺼운 방패의 벽은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을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설 수도 없는 일.

    영웅 기병대는 용감하게 돌진했다.

    “부서져라!!”

    콰아앙!!

    창과 방패의 싸움은 단단한 방패의 승리였다.

    영웅 기병대의 돌격을 간단히 막아낸 방패전사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으하하하! 어림없다! 그런 허접한 창으로는 절대 내 방패를 뚫을 수 없다!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애송이!!”

    “이, 이 자식이···!! 반드시 부숴주마!!”

    쾅! 쾅! 콰앙!!

    영웅 기병대가 연달아 창을 내질렀다. 그러나 단단한 방패는 뚫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덩치만 큰 찰흙 같으니!!”

    “죽어버려!!”

    전설의 검사와 용병도 골렘이라는 단단한 벽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심지어 골렘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땅 속성의 힘이 골렘이라는 질철질척한 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오, 신이시여.”

    “······.”

    3성조차 못 되는 성직자와 암살자의 공격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죽이기는커녕 흠집이라도 낼 수 있을까? 싶었다.

    그사이 리빙아머는 묵묵하게 검을 휘둘렀다.

    철컹철컹서걱!

    그리고 리빙아머는 갈수록 강력해졌다.

    “제발 좀 죽어라!!”

    “크아아악!!”

    반대로 전사들의 목소리는 다급해졌다.

    “와, 소름 돋네.”

    이상현의 싸움을 본 서버 13279의 플레이어가 한 말이었다. 그의 이름은 김원호였고,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이 동의했다.

    “저거 사기 아니야?”

    “개사기급인데···.”

    “10수호자를 완성하면 저걸 무슨 수로 이기냐?”

    “리빙아머가 6성이었다면···.”

    “나중에는 리빙아머 혼자서 다 때려잡겠다.”

    사람들의 눈에 비친 리빙아머의 모습은 갈수록 강력해지는 괴물이었다.

    심지어 죽지도 않는, 불사의 힘을 가진 괴물이었다.

    “진짜, 극한의 탱커 조합이다.”

    “저게 적이라고 생각하면 끔찍한데?”

    “저걸 무슨 수로 이기지?”

    “일단 암살자 조합으로는 절대 못 이기겠고. 궁수 조합으로는···. 이길 수 있을까?”

    “오토마타부터 공격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기기 힘들겠지.”

    “방패전사가 화살을 막을 수 있지 않던가?”

    “해봤는데, 화살은 막을 수 있더라. 마법은 못 막지만.”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이상현이 선보인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에 감탄하며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심도 있는 대화는 아니지만.

    이상현이 싫어하는 신놈들도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밸런스 패치를 해야 한다.]

    [또 개소리냐.]

    죽음의 신이 밸런스 패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면에는 이상현의 리빙아머가 전사들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개소리가 아니다. 저걸 보고도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심각한 밸런스 파괴를 초래할 것이다.]

    [웃기고 있네. 밸런스 파괴는 개뿔, 저건 누가 봐도 전략적인 수잖아? 그런데 그걸 막자고? 제정신이냐?]

    바람의 신은 정색하며 매도했다.

    [네가 이상현을 싫어하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저건 정상적인 범주 내의 플레이잖아?]

    [···심각한 밸런스 문제다.]

    죽음의 신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땅의 신이 나섰다.

    [밸런스 문제는 없어. 만약 궁수들이 오토마타부터 파괴한다면, 저 단단한 방패벽은 샌드백 밖에 안 되니까.]

    [하이에나 궁수가 약자멸시로 오토마타부터 공격하면 그걸로 게임이 끝나는 거지. 너희들도 알다시피 고정된 챔피언은 아무리 공격받아도 움직이지 못하잖아?]

    [···그건.]

    죽음의 신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땅의 신이 쐐기를 박았다.

    [이건 이상현을 칭찬해줘야지. 아무도 쓰지 않는 오토마타의 쓰임새를 발견해서 재활용했으니까.]

    죽음의 신은 주먹을 꽉 쥐었다. 꽈드득!! 이상현이 이대로 승리한다고 생각하니 속이 뒤집혔다.

    [이, 상, 현···!!]

    조커 카드에서 뽑은 게 분명한 5성 용병과 검사와 4성 기병대를 상대로 값진 승리를 거두었다.

    작은 승리처럼 보여도 어쩌면 이번 게임의 승패를 판가름할 수 있는 승리일지도 모른다.

    공격력이 높은 5성 용병과 검사와 4성 기병대가 뚫지 못했다는 말은, 웬만한 조합으로는 뚫지 못한다는 말이니까.

    나는 2차 예선전(2-11)이 시작되기 전에 스핑크스(★★)를 만들었다.

    [65골드 남았습니다.]

    2차 예선전(2-11)에서 만난 상대는 크사르였다.

    크사르의 조합은 언데드로, 영웅의 전당에서 좀비의 관을 획득한 모양인지 좀비를 두 마리나 데리고 나왔으며, 5땅을 맞춘 상태였다.

    그 탓에 총 일곱 마리에 달하는 언데드와 맞서 싸워야 했는데, 골렘들이 시간을 오래 끌어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두 번째 죽음의 던전을 앞둔 지금.

    나의 순위는 대폭 상승했다.

    [2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4번 뮤칼(82)│8승, 3패]

    [2위: 1번 이상현(80)│7승, 4패]

    [3위: 7번 카심(74)│7승, 4패]

    [4위: 5번 크사르(70)│6승, 5패]

    [5위: 2번 킬리언(62)│5승, 6패]

    [6위: 8번 델(61)│5승, 6패]

    [7위: 6번 라 하르알(54)│4승, 7패]

    [8위: 3번 네메시스(40)│2승, 9패]

    단숨에 2위까지 치고 올라갔으며, 1위인 뮤칼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에게 선전포고를 날렸던 네메시스는 마법사 조합을 선택한 대가로 바닥을 기고 있었다.

    뭐, 두 번째 던전에서 승부수를 띄울 게 분명하니 2-12부터는 달라지겠지만, 반대로 망할 수도 있으니 지켜봐야 할 것이다.

    나는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죽음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를 따라서 뮤칼이 들어왔다.

    “실례.”

    뮤칼은 어디가 되었든 무조건 이상현을 따라갈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이상현이 가장 큰 적이 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뮤칼은 이상현을 염탐할 목적으로, 이상현을 따라서 죽음의 방으로 들어왔다.

    ‘오호라. 오토마타를 저렇게 쓰는 방법이 있었군.’

    이상현의 전략은 수호자들의 장점인 방어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약점인 공격력을 보완하는 기발한 전략이었다.

    뮤칼은 곰곰이 생각했다.

    ‘저 단단한 방패를 뚫지 못하는 조합은 절대 이기지 못하겠군. 내 조합으로 저걸 뚫을 수 있을까?’

    1골드·6성의 오크와 2골드·6성의 오크전사조차도 쉽게 뚫지 못하는 방어력에 뮤칼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이다. 하지만 드래곤이 나오기 전까지는 힘들어 보였다.

    ‘드래곤의 용의 분노라면 저걸 뚫을 수 있겠지. 하지만 드래곤이 나올 타이밍이면 이상현도 10수호자를 완성할 터. 그렇게 되면 한 방으로는 못 뚫을 게 분명해.’

    뮤칼은 쓴웃음을 지었다. 예상대로 이상현은 가장 큰 적이었다. 우승에 걸림돌이 되는 무시무시한 적.

    ‘그래도 뚫어야 한다면···. 아이템밖에 없겠지.’

    뮤칼은 눈을 빛내며 전장을 바라보았다.

    ‘여의주! 여의주를 만들어야 해.’

    현재 뮤칼에게는 하나의 드래곤 하트가 존재했다.

    보스몬스터를 쓰러뜨리고 나온 아이템은 총 여섯 개였다. 그리고 죽음의 방답게 고급 아이템들이 많았다.

    [1. 피닉스의 심장]

    [2. 황금 주머니]

    [3. 드래곤 하트]

    [4. 악마의 면죄부]

    [5. 대마법사의 지팡이]

    [6. 수호자의 방패]

    뮤칼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니 꼭 필요한 아이템이 나온 듯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드래곤 하트임을 알아차렸다.

    나는 뮤칼을 살짝 떠보았다.

    “여의주를 만들려고?”

    움찔!

    역시, 예상대로다.

    나는 뮤칼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피닉스의 심장과 수호자의 방패를 양보하면, 드래곤 하트를 양보하지.”

    드래곤 하트를 빼앗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그건 상책이 아니라 하책이다.

    나의 제안에 뮤칼이 나를 응시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결정됐네.”

    그렇게 우리는 거래를 했다.

    [플레이어 뮤칼과 합의를 보았습니다.]

    [피닉스의 심장을 획득했습니다.]

    [수호자의 방패를 획득했습니다.]

    [피닉스의 심장]

    ↳체력을 +999 상승시킨다. 1초마다 최대 체력의 9.99%를 회복하며, 언데드에게 당한 상처 또한 회복한다.

    [수호자의 방패]

    ↳장착한 챔피언이 적에게 받는 피해가 10% 감소한다. 방패전사가 장착할 경우, 그 효과가 20%로 상승한다.

    뮤칼이 만들 여의주가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다. 여의주를 장착한 드래곤은 절대적이니까.

    하지만 나도 그 이상의 아이템들을 얻었다.

    피닉스의 심장과 수호자의 방패.

    이 두 개의 아이템을 오토마타가 장착한다고 생각해봐라.

    적들은 불사의 공포를 느낄 것이다.

    [배신의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마법사 조합에 필요한 아이템은 무엇일까?

    입 아프게 말할 필요도 없이 요정의 고깔모자일 것이다.

    9마법사에서 10마법사로 심하게 너프를 먹은 마법사 조합에게 마법사 직업을 부여해주는 요정의 고깔모자는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네메시스는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그 요정의 고깔모자를 획득했다.

    그리고 타이탄에게 꼭 필요한 황금사자의 머리도 획득했다.

    “완벽하군.”

    10레벨과 마법사 조합에 꼭 필요한 아이템 두 개. 정말이지 완벽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결과였다.

    “아주 완벽해.”

    네메시스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승리가 손에 잡힌 듯했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2차 예선전(2-12)]

    [상대: 7번 카심(74)]

    [잔여 라이프(40)]

    [전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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