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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4) (99/170)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4)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4)

죽음의 신도 멍청하게 당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상현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엿을 먹일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고, 깊은 고민의 끝에 ‘장막’을 생각해냈다.

[···아이템 선택 시간을 5초로 해놓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로 선택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무의미한 시간이다. 그들은 첫 번째 플레이어가 고르는 시간만큼 아이템을 확인하고 선택한다. 그러니 아이템을 볼 수 없도록 완전히 가려야 한다.]

[오! 웬일로 타당한 주장을?]

죽음의 신의 주장은 매우 타당했다.

실제로 먼저 고르는 플레이어들과 달리 뒤에 고르는 플레이어들은 아이템을 확인할 시간 많았다.

그 탓에 오히려 먼저 고르는 게 악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죽음의 신은 그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은 똑같아야 한다. 내 말이 틀렸나?]

바람의 신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옳은 말이라고 했다. 땅의 신과 생명의 신도 동의했다.

[이의가 없소!]

행운의 신도 그게 옳다며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첫 번째로 고르는 것보다 두 번째나 세 번째로 고르는 게 훨씬 더 유리한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죽음의 신이 말했다.

[···당장 시행하도록 하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스템도 이해해 줄 것이다. 심각한 밸런스 문제니까.]

[오! 이상현이 영웅의 전당에 막 가려는 시점이라서 서두르는 거구나? 알기 쉽긴.]

[···마음대로 생각해라.]

죽음의 신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갑작스럽지만 패치가 이루어졌다.

물론 비밀 패치였다.

[아이템 장막 패치 중]

[10%, 20%, 30%···. 100%]

[패치 완료.]

갑자기 아이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명히 보이던 것이, 희뿌연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필시 신놈들의 짓일 것이다.

신놈들이 나를 견제하기 위해서 수를 쓴 것이 분명하다.

지나친 억측이 아니냐? 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동안 불합리한 견제들을 너무 많이 받았다.

특히, 죽음의 신이 노골적으로 나를 적대시했다.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 매번 죽이려고 덤벼들었다.

그러니 분명하다.

죽음의 신놈이 수작을 부린 게 100% 확실하다.

“······.”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매번 그렇듯이 불합리함을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

뭐, 다행스럽게도 장막은 나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닌 모양인지, 다른 플레이어들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뭐야···?”

“왜 아무것도 안 보여?”

“이게 대체···.”

“아이템 선택을 어떻게 하라고!”

“아···.”

“5초밖에 안 주면서!!”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정신을 집중했다.

아무리 나라도 5초 안에 10개가 넘는 아이템을 다 확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 내가 해야 할 일은 딱 하나다.

바로 나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찾는 것.

그것을 5초 안에 해내야 한다.

두근두근.

만약 없다면 가장 좋은 아이템을 획득해서 ‘적’을 견제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으니.

나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찾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게 최선의 행동이다.

[네 번째 선택자]

[1번 플레이어 이상현]

[기대해도 되냐?]

바람의 신이 히죽히죽 웃으며 죽음의 신에게 물었다.

무엇을 기대해도 되냐고 묻는 것인지는 분명했다. 왜냐하면 화면에 잡힌 플레이어가 바로 이상현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설레발로 끝나는 건 아니겠지?]

[···두고 봐라. 이번에는 다를 테니까.]

죽음의 신은 이번에야말로 이상현이 실수를 저지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아무리 운이 좋은 이상현이라도 아이템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당황하게 될 테니까.

그러자 바람의 신이 이죽거렸다.

[매번 그 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내 착각이려나?]

[···흥.]

죽음의 신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런데 땅의 신과 생명의 신이 끼어들어서 말했다.

[착각이 아니야!]

[현실이야!]

[매번 이상현에게 엿 먹었지!]

[아주 빅엿을 먹었어!]

[두 번 먹어!]

[세 번 먹어!]

[어이쿠! 이번에도 빅엿을 먹겠구나!!]

유쾌한 대화에 죽음의 신은 이를 악물었다.

잠시 후, 이상현의 차례가 되었다.

[······.]

죽음의 신은 기도했다.

오, 신이시여, 제발, 저 인간놈에게 불행을!

[싫어~!]

행운의 신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나는 13개의 아이템을 한눈에 담았다.

너무나도 익숙한 아이템들의 모습이 뇌에 꽂혔다.

[5초 안에 아이템을 선택하십시오.]

13개의 아이템 중에서.

4개가 보였다.

나는 그 4개를 분류했다.

4개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아이템은 3개였다.

[3.]

나는 3개를 또다시 나누었고.

[1]

2개 중에서 하나를 선택했다.

[용암갑옷을 선택했습니다.]

[용암갑옷]

↳방어력이 +66 상승한다. 적에게 받은 피해의 16.6%를 적에게 돌려준다. 지옥 파수꾼이 장착하면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한다.

이것을 최고의 선택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나쁜 선택은 아니다.

괜찮은 선택이다.

[트롤(★)┃트롤(★)┃트롤(★)┃오토마타(★)┃트롤(★)┃오토마타(★)]

[영웅 트롤(★★★★)이 탄생했습니다.]

[오토마타(★★)가 탄생했습니다.]

[80골드 남았습니다.]

4성 트롤. 최고급 샌드백인 방패전사와 골렘과 맞먹는 샌드백으로, 상황에 따라 궁극의 샌드백이 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단단한 피부라는 스킬이 방어력을 +15% 상승시켜주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첩이 가능한 형태로.

그래서 매우 단단하다.

스킬이 두 번, 세 번 발동되면 기본 공격으로는 절대 못 잡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레벨 업 버튼을 눌렀다.

[레벨 6이 되었습니다.]

[35골드 남았습니다.]

다음으로 트롤을 전장에 배치하여.

6수호자를 만들었다.

[수호자(6)를 만들었습니다.]

[수호자들이 적 챔피언에게 받는 피해와 군중제어기술의 효과가 30% 감소합니다.]

6수호자.

어지간해서는 죽지 않는.

웬만한 힘으로는 죽일 수 없는 탱커 군단이 탄생했다. 그것도 최소 4성 이상의.

“아차차, 이걸 깜빡했네.”

나는 용암갑옷을 트롤에게 장착시켰다.

단단한 방어력과 높은 체력을 가진 트롤에게 잘 어울린다는 판단에서였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2차 예선전(2-8)]

[상대: 7번 카심(81)]

[잔여 라이프(80)]

[전투가 시작됩니다.]

지금부터는.

팝콘을 먹을 시작이다.

“크허어엉!!”

전설의 늑대가 울부짖으며 달려갔다. 잔뜩 독이 차오른 눈빛에는 상대를 물어뜯어 죽일 생각밖에 없었다.

때마침 뚱뚱한 트롤이 보였다. 전설의 늑대는 생각할 것도 없이 단숨에 달려들어 트롤을 물어뜯었다.

콰드득!!

“?!!”

그런데 웬걸? 트롤을 물어뜯어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이빨이 와장창 부러졌다. 가죽을 찢고 들어가 살과 뼈를 발라버려야 하는 어금니조차도 금이 갔다.

“케헤엥?!”

전설의 늑대는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물어뜯긴 트롤은 “크흐흐!” 누른 이빨을 드러내며 이빨 빠진 전설의 늑대를 비웃었다.

다른 쪽의 상황도 전설의 늑대와 비슷했다.

영웅 멧돼지는 아무리 들이박아도 부서질 기미가 없는 골렘을 상대로 침을 질질 흘리는 중이었으며, 영웅 아나콘다의 공격은 방패전사의 방패에 흠집 하나 내지 못했다. 방패전사는 가소로운 공격에 콧방귀를 뀌었다.

“왜 이렇게 단단해?!”

“죽지를 않아!!”

아이템 ‘하이에나의 왕’에서 나온 영웅 하이에나 전사와 궁수도 죽지 않는 허수아비의 단단함에 욕을 내뱉었다.

“죽어라, 좀!!”

퍽퍽!

약자멸시의 힘은 강력했으나, 수호자들의 방어력은 그보다 더 단단했다. 게다가 머릿수도 수호자들이 두 명이나 더 많았다.

“내 방패만···.”

“믿으라고!!”

두 명의 방패전사는 방패로 영웅 아나콘다를 후려치며 야금야금 체력을 깎았고, 리빙아머도 묵묵히 공격을 퍼부었다.

“크라아악···!!”

수호자들의 단단하고 우직한 공격에 짐승들은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쿠워어!!”

처절한 전투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죽여도 죽지 않는 수호자들의 승리로 끝났다.

[2차 예선전(2-8)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3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정말 단단한 승리였다.

카심의 입에서는 분명 욕이 나왔을 것이다.

내가 많이 당해봐서 안다.

얼마나 욕이 나오는지.

그림자 조합은 진짜 헛웃음이 나오는 조합이다.

나는 챔피언 상점에서 오토마타와 스핑크스를 구매했다.

그리고 챔피언들의 배치를 바꾸었다. 딜러인 리빙아머를 감싼 형태에서 전방에 가로로 쭉 늘어선 형태로.

이처럼 배치를 바꾼 이유는 다음 상대가 궁수 조합을 선택한 ‘델’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2차 예선전(2-9)]

[상대: 8번 델(84)]

[잔여 라이프(80)]

[전투가 시작됩니다.]

예상대로.

궁수 조합의 델이었다.

보급 조합의 인기가 갑자기 시들해진 이유는 2라운드부터 포인트를 이용한 골드러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보급 조합의 장점이 ‘아이템’과 ‘골드’에 있는데, 시작부터 골드를 다량 보유할 수 있게 되었으니, 굳이 보급 조합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1라운드 때, 생각했던 것만큼 보급 조합이 좋지 않았다. 복불복이 너무 심해서 차라리 조커 카드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2라운드 때 보급 조합을 선택한 플레이어는 라 하르알뿐이었다.

“지금이다.”

라 하르알은 2차 예선전(2-9)이 끝냈을 때,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조커 카드 특유의 느낌이.

도박꾼 특유의 망상이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라 하르알의 육감은 지금까지 틀린 적이 없었다.

튜토리얼에서도 1차 예선전에서도 여지없이 적중했으며, 그에게 짜릿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2차 예선전 1라운드 때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육감에 있었다.

“간다.”

라 하르알은 지금까지 모아온 골드를 전부 써서, 조커 카드 세 장을 구매했다.

그리고 한 장씩 열어보았다.

띠링!!

[조커 카드 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전설의 검사(★★★★★)가 날카로운 검을 뽑아 듭니다.]

[조커 카드 속에서 황금을 세고 있던 전설의 용병(★★★★★)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이빨을 드러냅니다.]

[조커 카드 속에서 대기하고 있던 영웅 기병대(★★★★)가 맹렬한 기세로 뛰쳐나옵니다!]

“!!!”

승부수는 대성공이었다.

라 하르알은 이번에도 승리를 불러다 준 자신의 육감에 무한한 찬사를 보내며, 필요 없어진 보급 조합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러 전사들을 뽑았다.

그 결과 30초가 지나기 전에 세 명의 전사와 함께할 두 명의 전사를 만들었다.

[성직자(★★)가 탄생했습니다.]

[암살자(★★)가 탄생했습니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괴물 오토마타(★★★)가 탄생했습니다.]

2차 예선전(2-9)에서 만난 델에게 승리를 거두고, 나는 드디어 오토마타를 3성으로 만들었다.

[괴물 오토마타(★★★)]

속성: 물

직업: 그림자, 수호자

공격력: 173

방어력: 260

체력: 2600

마나: -

스킬: 영혼의 수호자

물론 당장 오토마타를 사용할 생각은 없다. 4성이라면 모를까 3성은 약하니까.

하지만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맛보기로 보여줄 수는 있다. 내가 왜 오토마타를 모았는지, 어째서 오토마타여야 하는지를.

[괴물 오토마타(★★★)와 전설의 리빙아머(★★★★★)가 영혼의 푸른 끈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똑똑히 보여줘야겠지.

후후후!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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