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3)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3)
‘아군’의 지원을 받은 뮤칼이 선택한 조합은 악마 조합이었다.
궁수 조합이나 암살자 조합 혹은 보급 조합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뮤칼은 기본 조합 중 하나인 악마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악마 조합이 궁수 조합과 암살자 조합을 상대하기가 비교적 수월하고, 바람 속성이 많은 조합을 상대 할 때 큰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드래곤이라는 6골드 최강의 챔피언이 있어서, 후반에 힘이 빠지지 않는다는 점도 선택의 이유였다.
물론 악마 조합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4등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시작이 좋군.’
뮤칼은 악마 조합으로 4연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죽음의 던전에서 매우 운이 좋게도 ‘지옥불’과 ‘검은 십자가’를 획득했다.
[검은 십자가]
↳전투가 끝날 때마다 배교자(★) 한 명이 합류한다. 배교자가 적 챔피언을 처치한 수 만큼 배교자가 늘어난다.
고작해야 1골드 챔피언을 늘려주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배교자를 5성까지 만든 뮤칼에게는 배교자를 6성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템이었다.
“과연.”
4연승과 악마 조합에게 좋은 아이템 두 개.
이보다 깔끔한 출발이 또 있을까?
뮤칼은 어쩌면 자신이 우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속단은 금물이기에, 목표치를 4등에서 3등으로 수정하는 것에 그쳤다.
“이 정도면···. 충분히 상위권을 노려볼 수 있어.”
뮤칼은 주먹을 꽉 쥐었고, 그를 지켜보는 같은 서버의 플레이어들도 비슷하게 판단했다.
뮤칼은 2-5에서 이상현을 만났다.
1라운드 때 보급 조합으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던 이상현과 다시 만난 것이다.
“이길 수 있을까?”
현재 자신의 순위가 더 높음에도 기세에서 밀린 이유는, 1라운드 때의 강렬함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죽음의 던전을 거쳤기에, 2-4와 똑같이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뮤칼은 조용히 지켜보았고.
“···저건 뭐야?”
조금 황당한 전투에 눈을 깜빡였다.
전설의 리빙아머의 방어력은 305다. 거기에 방어력을 +50 상승시켜주는 수호자의 갑옷을 넣으면 355가 된다.
그리고 1초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1%씩 상승하는 영원한 수호자 스킬이 발동되면···.
방어력이 무지막지하게 높아진다.
10초만 지나도 +35가 늘어나며, 20초가 지나면 +70이 된다. 30초가 지나면 기본 공격으로는 리빙아머를 쓰러뜨리기 힘들어진다.
그런 꼴인데, 전설의 리빙아머가 두 마리다.
철컹, 철컹철컹.
“크아아악!!”
악마들에게는 대단히 끔찍한 일이었고, 설상가상으로 샌드백계의 양대산맥인 영웅 방패전사와 골렘이 악마들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내 방패는 단단하다고!!”
“고오올!!”
영웅 방패전사와 골렘은 최고급 샌드백답게 단단하고 질겨서 20초가 지난 지금도 쓰러지지 않았다.
반대로 악마들의 체력은 빠르게 줄어들어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크르아악···!!”
분노한 전설의 마귀가 울부짖으며 방패전사에게 달려들어 어깨를 꽈아악!! 깨물었다. 지옥의 불꽃을 머금은 이빨은 어깨 보호대를 뚫고 들어가 살과 뼈를 불태웠다.
“어림···없다!!”
영웅 방패전사는 치명적인 공격에도 꿋꿋하게 버텼다. 그사이 30초가 지났다.
끼릭. 끼리릭철컹!
공격력과 방어력이 105 증가한 전설의 리빙아머가 검을 내리치자, 전설의 마귀의 머리가 뎅겅! 잘려나갔다.
“?!!”
전설의 마귀는 눈을 부릅뜬 채로 죽었다. 그 모습을 본 배교자가 “죽어엇!!”하고 괴성을 지르며 방패전사의 목덜미에 새까만 십자가를 푸욱! 내리꽂았다.
“크으윽!!”
방패전사가 무릎을 꿇었다. 배교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걱! 목숨을 빼앗았다.
“죄를 저질러라.”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배교자는 앞쪽에서 악마들을 상대했던 수호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수호자들의 눈빛은 강철처럼 단단하고 우직했다.
“오, 악마여!”
배교자는 숭고한 희생을 치르는 성직자처럼 악마의 성호를 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었다.
과직! 콰지직!
녹슨 못 소리가 부딪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전투가 끝났다.
“···더럽게 안 죽네.”
그것이 이상현과 맞붙은 뮤칼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또한, 수많은 STFT 플레이어가 느꼈던 마음이었다.
더럽게 안 죽네. 이 말보다 10땅+10수호자 조합을 잘 표현한 단어는 없을 것이다.
“땅 수호자 조합? 뭐, 저딴 조합을 가지고 나왔지?”
뮤칼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당장 지금만 해도 쇠심줄만큼이나 질겨서 30초 넘게 때렸는데도 1마리를 처치한 게 전부인데, 나중에는 어떻게 되겠는가?
10수호자를 완성한 후반에는···.
진짜 죽여도 죽지 않을 것이다.
“···악마 조합으로 이길 수 있을까?”
저 땅+수호자 조합에 바람 속성이 섞여 있다면 모르겠지만, 없다면 힘들지 않을까?
설령 드래곤이 있다고 할지라도.
쉽게 이기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쓴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거 참. 쉽지 않겠군.”
뮤칼은 만만치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감하며, 2차 예선전(2-6)을 준비했다.
STFT든 유니버스 STFT든 그림자 조합은 보는 맛이 없다. 그 이유는 리빙아머, 미믹, 골렘, 허수아비, 방패전사 모두 우직하게 주먹으로 때리는 챔피언들이라서 그렇다.
뭐, 미믹의 ‘와악!’과 방패전사의 ‘방패 후려치기’가 공격 스킬이기는 하지만, 그것들을 공격 스킬이라고 생각하는 플레이어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답답하지만, 그만큼 단단하다. 아직 수호자(3)임에도 불구하고 더럽게 억세고 질기다. 30초 넘게 두들겨 맞았음에도 죽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는 새삼 튼튼한 조합이라고 생각하며, 챔피언 상점을 살펴보았다. 챔피언 상점에는 5레벨답게 4골드 챔피언이 보였다.
[트롤(★)┃가고일(★)┃미라(★)┃오토마타(★)┃트롤(★)┃방패전사(★)]
[트롤(★) 두 명이 합류했습니다.]
[오토마타(★)가 합류했습니다.]
[가고일(★)이 합류했습니다.]
[53골드 남았습니다.]
원래라면 5레벨에서 뽑아야 하는 챔피언은 2골드인 트롤과 미라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유니버스 STFT 그림자 조합은, 미라 대신에 오토마타가 들어간다.
수호자지만 물 속성인 오토마타가.
그래.
오토마타에 승리의 열쇠가 있다.
[오토마타(★)]
속성: 물
직업: 그림자, 수호자
공격력: 60
방어력: 90
체력: 900
마나: -
스킬: 영혼의 수호자
[영혼의 수호자]
↳전투가 시작되기 전, 오토마타가 영혼으로 이루어진 푸른 끈으로 하나의 존재와 영혼을 묶는다.
영혼이 묶인 대상은 그 어떠한 형태의 공격에도 피해를 받지 않으며, 공격대상으로도 지정할 수 없다.
영혼을 묶은 오토마타는 3배의 피해를 받으며, 오토마타가 파괴되면 영혼이 묶인 챔피언은 3초 동안 행동이 멈춘다.
유니버스 STFT에서만 존재하는 승리의 열쇠가.
“오토마타? 오토마타는 왜 뽑았지?”
“땅 수호자가 아니었어?”
“오토마타? 그거 쓰레기 챔피언인데?”
“쓰레기라고?”
“응. 그거 스킬이 괜찮아 보여서 어떻게든 써보려고 했는데, 끽해야 1골드 챔피언 밖에 안 되더라.”
“흐음.”
“혹시 변형인가?”
“6수호자와 다른 걸 쓸 생각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이상현의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에 머리를 갸웃거렸다.
수호자와 질서 조합을 적극적으로 연습했었던 강무혁도 미간을 좁히며 의뭉스러워했다.
‘쓸데없이 구매한 건 아닐 텐데. 무엇을 노리는 거지? 6수호자+6그림자인가?’
김원호와 김인식도 어려워하며 팔짱을 꼈다.
“10땅+10수호자가 더 낫지 않아? 느닷없이 오토마타라니. 이상한데.”
“그러게요. 뭔가 이상하네요.”
두 사람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했다.
완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오토마타···.’
이상현과 제일 많이 플레이한 신하영은 달랐는데, 그녀는 이상현이 오토마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고 판단했다.
‘저 챔피언에 승리의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해.’
이상현과 가장 가까운 사이답게.
예리하고 정확한 판단이었다.
2차 예선전(2-6)에서 만난 킬리언은 그 자신이 말한 대로 암살자 조합이었다.
수호자 조합에게 약한 암살자 조합 말이다.
“비록 지금은 내가 밀리지만. 두 번째 죽음의 던전이 지나면, 그때부터는 다를 거다. 그러니 실컷 웃어둬라.”
암살자들은 천적인 수호자들의 단단한 방어력과 체력을 뚫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졌다. 덕분에 나는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가 있었다.
“크하하하!!”
“······.”
나는 킬리언이 지껄이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반쯤 흘려들었다. 그 이유는 암살자 조합을 선택한 이상, 무슨 짓을 해도 내 상대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령 킬리언이 용병대장의 추천서나 살생부를 획득해서 용병을 이용한 암살자+전사 조합을 만든다고 해도 내 상대는 아니다.
“드디어 만났군.”
2차 예선전(2-7)에서 만난 상대는 나에게 선전포고를 날린 네메시스였다.
네메시스의 조합은 ‘마법사 조합’이었다.
당당히 STFT 최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니버스 STFT에서는 너프를 먹었지만 그래도 강력한 마법사 조합을 들고나온 것이다.
“마법사 조합이라···.”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마법사 조합은 일단 완성하면 무척이나 강력하니까.
물론 지니와 타이탄이 없는 지금은 내가 압도적으로 강력하다. 전쟁이라는 말을 쓰는 게 민망할 정도다.
4성 꼬마요정? 뭐, 운이 좋으면 4성 이상의 챔피언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스킬을 사용하기도 전에 벌써 터졌다.
설령 스킬을 사용했다고 해도 끽해야 1성이나 2성이 나왔을 게 분명하다.
“재밌는 조합을 들고 나왔네.”
나는 마법사 조합을 포기했지만, 네메시스는 선택했다. 과연 그 차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나는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STFT 고인물답게 흥미로움을 느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나는 네메시스를 적수라고 생각했다.
[2차 예선전(2-7)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6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영웅의 전쟁터로 이동합니다.]
4연패 이후 3연승으로 나의 순위는 5위가 되었다.
[2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4번 뮤칼(89)│5승, 2패]
[2위: 8번 델(84)│4승, 3패]
[3위: 5번 크사르(82)│4승, 3패]
[4위: 7번 카심(81)│4승, 3패]
[5위: 1번 이상현(80)│3승, 4패]
[6위: 2번 킬리언(76)│3승, 4패]
[7위: 6번 라 하르알(75)│3승, 4패]
[8위: 3번 네메시스(68)│2승, 5패]
골드러쉬가 가능한 2라운드답게 뾰족하게 치고 나가는 플레이어가 없다. 모두가 패배를 경험했으며, 승패가 골고루 나누어져 있다.
1패에 따라 2위가 7위까지도 내려앉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악마 조합의 뮤칼이 선방하고 있지만, 이제 겨우 2-7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의미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이곳이 중요하다.
영웅의 전당.
어쩌면 이곳에서.
2라운드의 승패가 갈릴지도 모른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고작해야 첫 번째 영웅의 전당이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승패가 비벼지는 상황에서는···.
아이템 하나의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이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고.
아이템을 획득해야 한다.
혹은 적을 견제하거나.
[첫 번째 선택자]
[3번 플레이어 네메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