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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 조합에 미친 날 (93/170)
  • 보급 조합에 미친 날

    보급 조합에 미친 날

    “두 번째는 나다!!”

    승리와 함께 귀환한 이상현 다음으로 나선 사람은 보급 조합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던 쿠론이었다.

    그녀는 나가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두 알지? 난 보급 조합을 할 거야. 그리고 나한테 50포인트만 걸 거니까, 나머지는 알아서들 해! 솔직히 말해서 결과는 나도 몰라. 잘 되면 1등이고 안 되면 꼴등이겠지.”

    “야, 그게 뭐냐!”

    “우우! 너무 무책임하잖아!”

    “최소한 4등은 해달라고!”

    “다른 서버에서 온 스파이냐?”

    “시끄러! 어쨌든 시작하기 전에 말했으니까, 알아서들 하라고! 난 몰라!!”

    막무가내였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막지 못했다. 이상현의 승리로 분위기가 느슨해진 탓이었다.

    김원호와 김인식은 쿠론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못 먹어도 고는 대부분 망하던데.”

    “저는 저 아가씨가 5등이라도 했으면 좋겠네요. 아저씨는 포인트를 누구에게 거시겠어요?”

    “나? 난 많이 벌었으니까 조금 쉬려고. 팀 포인트도 생각해야 하잖아? 뭐, 1등을 차지하면 팀 포인트고 나발이고 없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지.”

    “이번에도 1등을 할 수 있을까요?”

    “확률은 높다고 생각해. 우리처럼 모의게임을 한 서버는 없을 테니까.”

    김원호의 말대로 서버 13279처럼 모의게임을 사이좋게 플레이한 서버는 없었다. 모두 각자의 순위대로, 철저히 개인적으로 모의게임을 진행했다.

    그래서 실력에서는 다른 서버보다 서버 13279가 더 높았다.

    “1등이라···. 꼭 1등을 했으면 좋겠네요.”

    김인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쿠론의 시작은 꼬마요정이었다. 그 탓에 챔피언 변환을 두 번이나 해야 했고, 그 이후에도 고블린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골드를 많이 써야만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혀를 찼다.

    “···시작부터 망한 것 같은데?”

    “느낌이 싸늘해.”

    “내가 보기에는 완전히 망했다.”

    “이건 무조건 꼴등이다.”

    “아···. 10포인트나 걸었는데.”

    “난 20포인트···.”

    “안 걸기를 잘했지.”

    설상가상으로 황금 고블린에게 사기(꽝)를 당했다.

    이상현이 뽑았던 지옥불처럼 고급 아이템을 기대했던 쿠론은 괴성을 지르며 분노했다.

    “···쟤 괜찮으려나.”

    친구인 에이든은 쿠론의 멘탈을 걱정했다.

    쿠론은 1-1에서 처참히 패배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챔피언 상점에 미믹과 미라가 나왔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작은 행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수수께끼 구슬이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사라집니다.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황금 고블린에게 사기를 당했습니다.]

    “또오오···!!”

    쿠론은 잔뜩 흥분한 나머지 바닥을 탕탕! 발로 두들겼다.

    쿠론은 1-2에서도, 그리고 1-3과 1-4에서도 패배했다. 수수께끼 구슬도 전부 꽝이었다.

    [보급(3)을 만들었습니다.]

    [전투가 끝날 때마다 1~10골드를 획득하며, 15%의 확률로 파라오에게서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첫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보급 조합을 완성했지만, 그게 전부였고, 1-5, 1-6, 1-7에서 패배했다. 7연패였다.

    쿠론은 싸늘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었다.

    “망했다···.”

    보급 조합을 완성한 플레이어가 그렇게 말하니,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1위 다음에는 꼴등이라니.”

    “역시 보급 조합은 아니야. 그냥 이상현의 운이 좋았던 거였어.”

    “차라리 조커 카드가 더 낫지 않았을까?”

    “내 생각도 그래. 보급 조합은 리스크가 너무 커. 성공하면 1등이라지만 그건 다른 조합도 마찬가지잖아?”

    “아악! 내 30포인트!!”

    “차라리 요정 조합을 했으면···.”

    “흐음···.”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쿠론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떠, 떴다!!”

    그 소리에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며 눈을 번뜩였다.

    “떴다고?”

    “뭔데뭔데?!”

    “무슨 일이야?!”

    기대에 찬 눈빛으로 화면을 바라보니, 쿠론의 챔피언 창고에 오우거가 보였다.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에, 커다란 흉터, 크고 아름다운 몽둥이를 든 영웅 오우거가!!

    “오, 오오!!”

    “영웅 오우거다!!”

    “진짜로 떴잖아?”

    “초대박은 아니지만 대박인데?”

    “반격의 시작이다!!”

    “1등 가자!!”

    처참하게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바뀌었다. 사람들은 쿠론이 만들어낸 반전에 환호성을 질렀다.

    ‘잘했네.’

    이상현은 남몰래 고개를 끄떡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수께끼 구슬을 뽑은 쿠론을 칭찬했다.

    참고로 쿠론에게 나온 수수께끼 구슬 패턴은 꽝 아니면 영웅 오우거와 전설의 오크궁수가 나오는 패턴이었다.

    “아자아아아!!”

    쿠론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한 마리의 익룡처럼 괴성을 지르며 포효했다.

    「쿠오오옷!!」

    영웅 오우거는 강력했다. 녀석은 그야말로 일당백의 용사처럼 전장을 마음껏 휘젓고 다녔다.

    영웅 오우거에게 대항할 수 있는 챔피언은 얼마 되지 않았다. 대부분 두들겨 맞고 알루미늄 캔처럼 찌그러졌다.

    “푸하하하!! 연승이다!!”

    쿠론은 7연패의 부진을 곧바로 만회하며, 4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두 번째 죽음의 던전 이후에 힘이 쭉 빠졌다. 그 이유는 1골드·5성 챔피언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제길! 좀 나와라!!”

    쿠론은 다시 3연패에 빠졌다.

    그러다 두 번째 영웅의 전쟁터에서.

    [황금 고블린에게 사들인 수수께끼 구슬에서 전설의 오크궁수(★★★★★)가 나타났습니다!]

    [황금 고블린이 입을 벌리며 경악합니다!]

    5성 챔피언을 뽑아냈다.

    “대, 대박인가···?”

    쿠론의 반응이 미적지근한 이유는 3골드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궁수라서 애매했다.

    솔직히 말해서 영웅 오우거보다 약해 보였다. 서버 13279의 사람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박은 대박인데···.”

    “조금 약해 보인단 말이지···.”

    “그러게. 애매하네.”

    현재 쿠론이 모으고 있는 조합은 영웅 오우거에 맞춘 괴물과 전사 조합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크궁수라니···.

    “차라리 오크전사였으면 더 나았을 텐데.”

    “오크전사는 2골드 챔피언치고는 엄청 세니까.”

    “궁수는 조합이 없으면 약하잖아? 심지어 오크궁수는 사정거리도 짧고.”

    “뭔가 아쉽네, 아쉬워.”

    사람들은 왠지 모를 쓴맛을 느꼈다.

    뭐, 그래도 꽝인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나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쿠론도 “아, 아무튼 대박이네!”라고 말하며 애써 아쉬움을 달랬다.

    일반적으로 본다면 3골드·5성인 전설의 오크궁수는 초대박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상현의 싸움에서 전설의 오크궁수보다 더한 것들을 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오크궁수 따위로 우승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꼴등은 하지 않겠지.”

    참으로 웃긴 일이었다.

    3골드·5성의 챔피언을 뽑았으면서도 이런 미적지근한 반응들이라니!

    만약 다른 서버에서 이 모습을 보았으면.

    진심으로 욕을 했을 것이다.

    기껏 보급 조합을 했는데 최악은 무엇일까?

    그것은 간단하다.

    아이템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최악이다.

    “왜···. 왜 아이템이 안 나와?! 이상현이 했을 때는 잘만 나오더니만!!”

    쿠론이 보급 조합을 완성한 것은 첫 번째 죽음의 던전이다. 그런데 두 번째 영웅의 전쟁터를 지나서 세 번째 죽음의 던전으로 가고 있는 1-17임에도.

    아이템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하다못해 황금 주머니라도 나왔으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기랄. 이러면 안 되는데···.”

    15%라는 확률을 생각해본다면 지금쯤은 하나라도 나와야 했다. 그런데 아이템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다.

    쿠론은 답답한 마음에 황금 고블린에게 골드를 쑤셔 넣었다.

    「받아라! 좋은 거다!」

    [황금 고블린에게서 수수께끼 구슬(??)을 사들였습니다. 수수께끼 구슬이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사기를 당했습니다.]

    “···좋은 거기는 개뿔.”

    안타깝게도 꽝이었다.

    쿠론은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쿠론의 승패는 6승 10패였다. 순위는 5위였는데, 세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수를 내지 못하면 5위나 혹은 6위로 게임을 마감할 듯싶었다.

    8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전설의 오크궁수가 나온 것치고는 매우 낮은 순위일 것이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보급 조합을 포기해야 하나?”

    쿠론은 전설의 오크궁수와 영웅 오우거의 발톱의 때만큼도 못한 보급 조합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전투가 끝날 때마다 골드를 보급받는 건 좋지만, 녀석들은 약해도 너무 약했다.

    쿠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도 쿠론과 비슷했다.

    “역시 보급 조합은···.”

    “쓰레기야.”

    “얼른 괴물이나 전사 조합으로 갈아타야 할 텐데.”

    “이제는 많이 늦었지.”

    잠시 후.

    전설의 오크궁수와 영웅 오우거가 분전했지만, 9전사 조합을 갖춘 전사들을 상대로는 역부족이었다.

    “···끝났네.”

    쿠론은 고개를 저었다.

    바로 그때.

    보급 조합의 힘이 발휘되었다.

    [파라오의 관에서 ‘최후의 수호자’가 나왔습니다.]

    “뭐야 이건?”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아이템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

    오직 이상현만이 저것을 알아보았다.

    ‘저, 저, 저게 나왔다고···?’

    도대체 어떤 아이템이기에 이상현이 이렇게 당황하는 것일까? 그 이유가 곧 밝혀졌다.

    “아이템 정보 확인.”

    [최후의 수호자]

    ↳해당 아이템을 장착한 챔피언의 방어력이 300%, 체력이 300% 상승한다. 적에게 받는 모든 피해가 70% 감소한다. 또한, 모든 군중제어기술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아군이 한 명 쓰러질 때마다 공격력과 공격속도가 +10% 상승한다. 1초마다 최대 체력의 10%를 회복한다. 언데드 특성을 90% 감소시킨다.

    “······.”

    쿠론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도 할 말을 잃었다.

    “······.”

    “······.”

    “······.”

    잠시 후, 웃음바다가 되었다.

    “으하! 으하하하하하!!”

    쿠론은 힘찬 주먹감자 세리머니를 날리며, 사람들이 지켜보든 말든 조금도 개의치 않고 웃어댔다. 그러고는 화면을 보고 있을 서버 13279 사람들에게 말했다.

    “지금 봤냐?! 게임 끝났다!! 게임 끝났다고!! 내가 1등이다!! 으하하하하하하하!!”

    경박한 행동과 말투였지만 달아오른 분위기가 그것을 멋지게 포장해버렸다.

    서버 13279의 사람들은 쿠론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멋지게 포장된 승리가 눈앞에 배달되었기 때문이다.

    “뭐, 뭐야 저거?! 완전 사기잖아!!”

    “저런 아이템도 나온다고?!”

    “우와아아!!”

    “1등이다! 무조건 1등이다!!”

    “진짜, 대박이다!!”

    “보급 조합···. 끝내준다.”

    “좋았어!! 가라, 쿠론!!”

    “우리가 또 이겼다!!”

    사람들은 쿠론이 우승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최후의 수호자는 그 정도로 사기적인 아이템이었다.

    이 광경을 함께 보고 있던 죽음의 신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보급 조합에 저런 아이템도 나오냐?]

    죽음의 신의 옆에는 행운이 신이 닭꼬치를 먹고 있었다. 행운의 신은 닭꼬치에 입바람을 후후! 불며 대답했다.

    [로또 1등이랑 같은 거야. 어떤 아이템이든 나올 확률은 존재해, 확률은. 말하자면 저 인간은 평생 운을 저곳에 다 쓴 거야. 그래서 저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이 나온 거고.]

    [···그렇군.]

    죽음의 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해한 것과 달리 표정은 소금을 왕창 씹어먹은 것처럼 구겨져 있었다.

    어째서 죽음의 신은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서버 13279에 이상현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상현이 있어서, 서버 13279가 잘 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참으로 쪼잔한 일이었지만, 죽음의 신답다면 죽음의 신다운 행동이었다.

    [···흥.]

    최후의 수호자를 장착한 영웅 오우거는.

    쿤드라를 능가하는 괴물이었다.

    “오예~! 죽여봐, 죽여봐, 어디 한 번 죽여봐~!!”

    쿠론의 현란한 춤사위는 그야말로 완벽한 도발이었다. 주먹감자 세리머니에 대해 모르는 외계인(?)조차도 잔뜩 화가 나서 복수를 다짐할 정도였다.

    「크아아아아악!!」

    1대 10의 전투가 벌어졌음에도 영웅 오우거는 쓰러지지 않았다. 쓰러지기는커녕 오히려 적 챔피언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적 챔피언들은 어떻게든 영웅 오우거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분전했으나···.

    「이, 이 괴물···.」

    「아무도 못 이겨···.」

    처참하게 짓밟히고 잡아먹혔다.

    그 어떤 챔피언도.

    그 어떤 플레이어도.

    최후의 수호자를 장착한 영웅 오우거를 막지 못했다.

    「쿠오오오오!!」

    진정한 괴물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우승이다아아아~!!”

    쿠론은 주먹을 불끈 쥐고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서버 13279는 2연승을 거두게 되었다.

    [2차 예선전 결과]

    [1위: 서버(13279)│2승, 0패]

    [8위: 서버(20000)│0승, 2패]

    [8위: 서버(07782)│0승, 2패]

    [8위: 서버(14141)│0승, 2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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