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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예선전(6) (9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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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예선전(6)

    세 번째 영웅의 전쟁터.

    그 전쟁터에 참가한 플레이어는 5명이었다.

    [2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8번 아스라엘(36)│14승, 7패]

    [2위: 1번 카타르(28)│13승, 8패]

    [3위: 2번 네메시스(51)│12승, 9패]

    [4위: 6번 킬리언(48)│12승, 9패]

    [5위: 4번 이상현(37)│12승, 9패]

    [6위: 5번 뮤칼(0)│8승, 13패]

    [7위: 3번 아토름(0)│9승, 12패]

    [8위: 7번 베르제브(0)│3승, 16패]

    아이러니한 점은 초반에 승승장구하던 카타르의 추락일 것이다.

    100에서 28까지 줄어든 카타르의 라이프는 중반 이후의 패배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었다.

    반대로 최소한의 실점으로 패배를 한 네메시스와 킬리언의 라이프는 1위인 아스라엘보다 더 높았다.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돌려보자.’

    이상현은 영웅의 전쟁터에서 와이번을 3성으로 만들고, 이프리트와 키메라를 4성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골드를 많이 사용했음에도 골드는 100골드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이상현은 더더욱 강력해진 악마 챔피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 정도면 만족스럽네.”

    당연한 말이겠지만 영웅의 전쟁터에서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챔피언들은 이상현의 챔피언들이었다.

    특히, 영웅 드래곤과 영웅 살라만더의 존재감은 전쟁터에 나타난 영웅들을 압도했다.

    푸오오오오!!

    [첫 번째 선택자]

    [4번 플레이어 이상현]

    아이러니하게도 그 누구보다 강력한 챔피언들을 보유한 이상현이 첫 번째 선택자였다.

    초반의 연패가 만들어낸 전략 아닌 전략으로, STFT의 고수들이 종종 사용하는 전략이었다.

    물론 이번 경우에는 의도한 것이 아니라서 그냥 이상현의 운이 좋은 것뿐이었다.

    “이걸 선택하겠다.”

    이상현이 선택한 아이템은 ‘악마의 눈’이었다.

    [악마의 눈]

    ↳전투가 시작되기 3초 전에 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단독으로 사용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쓰레기 아이템이다. 그 이유는 적을 보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보는 게 전부다. 챔피언들의 배치를 바꾼다거나 하지 못한다.

    그러나 ‘배신의 깃발’과 함께 사용하면 악마의 눈만큼 무시무시한 아이템도 없다.

    [악마의 눈이 적을 3초 동안 훔쳐봅니다.]

    2차 예선전(1-22)에서 만난 상대는 1위 아스라엘이었다.

    아스라엘은 요정 조합이었다. 그리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고깔모자를 뒤집어서 우락부락한 친구들을 불러내는 꼬마요정이 아스라엘의 주력이었다.

    나는 그 꼬마요정에게 배신의 깃발을 꽂았다. 새하얀 깃발은 항복이 아닌 배신을 상징했다.

    [전장에 배신의 깃발을 꽂았습니다. 깃발이 꽂힌 곳에 발을 들여놓는 챔피언은 3초 동안 아군을 배신합니다.]

    잠시 후, 전투가 시작되었다.

    아스라엘은 내가 튜토리얼에서 그랬던 것처럼, 전설의 꼬마요정에게 발키리의 날개를 장착시킨 상태였다.

    그리고 드래곤 하트를 장착시켜 스킬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스킬(도와줘, 친구들아!)을 200% 활용하기 위함이었는데.

    그 위로 배신의 깃발이 펄럭였다.

    「도와줘, 친구들아!!」

    전설의 꼬마요정의 고깔모자에서 우락부락한 다섯 명의 친구들이 나타났다.

    「악마 친구들아! 나와 함께 나쁜 요정들을···. 어, 어라? 어라라??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난 악마들의 친구가 아니라 요정들이 친구인데?」

    그런데 우락부락한 친구들은 꼬마요정의 친구가 아닌.

    내 친구가 되어주었다.

    「자, 잠깐만! 이건 이상해! 뭔가 잘못됐어! 너희들은 내 친구라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꺄아아악!!」

    전설의 꼬마요정은 비명을 질렀다.

    아스라엘은 전설의 꼬마요정의 스킬이 자신이 아닌 이상현을 위해서 쓰였다는 사실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불합리함을 느꼈다.

    “뭐야, 저건······.”

    어째서 자신의 챔피언이 이상현을 위해서 스킬을 썼단 말인가? 아스라엘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분노를 가라앉혔다.

    잠시 후, 아스라엘은 이성을 되찾았다. 냉정함이 돌아온 눈빛은 이렇게 된 원인을 분석했다.

    “···스킬? 아니야. 저런 스킬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렇다면 아이템인가?”

    아스라엘은 자신이 모르는 아이템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서버를 대표하는 플레이어답게 정확한 판단이었다.

    “빌어먹을···. 이러면 절대 못 이기잖아. 3성 이상이 나와도 이길까 말까 한데.”

    아스라엘이 영웅 드래곤을 앞세운 이상현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설의 꼬마요정의 스킬이다.

    발키리의 날개를 통한 이중소환! 그런데 이상현의 아이템이 첫 번째 소환을 빼앗아 가버렸다.

    그 탓에 요정들은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악마들에게 바스러졌다.

    그렇지 않아도 열세인데, 머릿수까지 압도당하니 저항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활하면 4성이 나오지만···.”

    전설의 꼬마요정의 첫 번째 친구들은 운이 좋게도 3골드·3성의 괴물 그리즐리베어였다.

    “저걸 이길 수 있을까?”

    전설의 꼬마요정이 발키리의 날개를 통해서 부활한다면, 4골드·4성의 챔피언 다섯 명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적들의 숫자는 괴물 그리즐리베어 다섯과, 4골드·3성 이상의 챔피언 일곱이다.

    6대12.

    두 배의 격차다.

    그러니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제길···. 이상한 아이템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겼을 텐데.”

    아스라엘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템 때문에 패배할 것이라는 사실에 분통을 터트렸다.

    「도와줘, 친구들아!!」

    튜토리얼에서 그 힘을 확인했듯이, 전설의 꼬마요정의 스킬은 확실히 무서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악마의 눈과 배신의 깃발을 가진 나에게는 좋은 배신자일 뿐이었다.

    나는 2차 예선전(1-22)을 멋지게 승리하고, 그 이후에 이어진 1-23, 1-24, 1-25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

    안타깝게도 나의 유일한 적수라고 말할 수 있는 네메시스하고는 한 판도 붙지 못했다.

    대신 킬리언과 한 번, 카타르와 두 번 붙었는데, 1-25에서 카타르의 라이프를 0로 만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

    1위에서 굴어 떨어진 카타르는 괴성을 지르며 분노했다. 그의 순위는 4위도 아닌 5위였다.

    [2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2번 네메시스(51)│16승, 9패]

    [2위: 4번 이상현(37)│16승, 9패]

    [3위: 6번 킬리언(27)│14승, 11패]

    [4위: 8번 아스라엘(0)│15승, 10패]

    [5위: 1번 카타르(0)│14승, 11패]

    [6위: 5번 뮤칼(0)│8승, 13패]

    [7위: 3번 아토름(0)│9승, 12패]

    [8위: 7번 베르제브(0)│3승, 16패]

    이제 남은 플레이어는 셋.

    그리고 나와 네메시스의 싸움이다.

    네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로빈의 화살을 획득했습니다.]

    [수호자의 갑옷을 획득했습니다.]

    [수호자의 방패를 획득했습니다.]

    “로빈의 화살이라···.”

    죽음의 던전에서 로빈의 화살이라는 아이템을 획득한 킬리언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킥킥킥.”

    보급 조합을 언제까지 써야 할까? 골드와 아이템이 잘 나오니 계속 써야 할까?

    그건 아니다. 보급 조합은 어디까지나 초중반에만 사용하는, ‘보조’하는 조합이다. 조합의 힘이 더 중요해지는 후반에는 아깝더라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러면···.”

    나는 파라오와 보물상자 미믹과 황금 고블린을 팔아버리고, 남아있는 골드를 몽땅 다 써서 챔피언들을 뽑았다.

    다음으로 지금까지 아껴놓았던 도플갱어의 구슬로 전설의 살라만더를 완성했다.

    그 결과 나의 챔피언들은.

    영웅 드래곤.

    전설의 살라만더.

    영웅 이프리트.

    영웅 키메라.

    영웅 용기사

    영웅 드레이크.

    영웅 와이번.

    괴물 데스나이트.

    괴물 데몬.

    괴물 크루가가 되었다.

    6악마+5불+4암살자+3전사+3괴물 조합으로, 이것저것 뒤섞인 탓에 굉장히 이상한 조합이 되었지만 그래도 강력하다. 조합이고 뭐고 다 때려눕힐 정도다.

    네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획득한 발키리의 날개와 피닉스의 심장은 그렇지 않아도 강력한 나에게 추진력을 주었다.

    나는 발키리의 날개를 당연히 영웅 드래곤에게 장착시켰고, 드래곤에게서 빼낸 살생부를 영웅 키메라에게 주었다.

    그리고 피닉스의 심장을 드레이크에게 주어 부족한 체력을 보충했다.

    이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2차 예선전에서 우승하는 것.

    바로 그것뿐이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2차 예선전(1-26)]

    [상대: 2번 네메시스(51)]

    [잔여 라이프(37)]

    [전투가 시작됩니다.]

    “이것으로 완성이다···!!”

    네 번째 죽음의 던전. 네메시스는 그곳에서 10암살자를 완성할 수 있는 영웅 용병의 구슬(6)을 획득했다.

    그리고 암살자 조합의 위력을 상승시켜주는 암살자의 지령서를 손에 넣었다.

    [암살자의 지령서]

    ↳전투가 시작되면 적 챔피언 중 무작위로 한 명을 선정한다. 아군 챔피언(암살자)이 선정된 적 챔피언을 공격하면 두 배의 피해를 입힌다.

    “10암살자라면 이상현을 이길 수 있어!!”

    8암살자와 10암살자는 차원이 다르다. 8이 60%라면 10은 치명적인 공격이 발생할 확률이 100%다.

    말하자면 공격할 때마다 치명적인 공격이 터지는 것이다.

    그래서 네메시스는 지금이라면 이상현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과연 네메시스의 판단대로 이상현을 이길 수 있을까?

    조합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네메시스의 판단은 정확해 보였다. 하지만 궁수 조합에서 암살자 조합으로 갈아탄 네메시스의 챔피언들은 그렇지 못했다.

    강력한 챔피언이라고 해봐야 전설의 와이번과 전설의 하이에나 왕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2성 이하였다. 그나마 흡혈귀가 3성이기는 한데···. 언데드 조합이 아니라서 큰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설의 와이번과 전설의 하이에나 왕이, 이상현의 챔피언들을 쓰러뜨릴 것이라고 말이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10암살자. 네메시스의 눈물겨운 노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상현은 네메시스가 10암살자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기어코 만들었네.”

    3성은커녕 2성조차도 못 되는 챔피언들을 어떻게든 끌어모아서, 심지어 용병의 구슬까지 사용하면서 10암살자를 만들다니!

    이상현은 STFT 고수로서 네메시스를 괴롭혀 주고 싶은 짜릿한 충동을 느꼈다.

    “미안해서 어쩐다.”

    그래서 배신의 깃발을 전설의 하이에나 왕에게 꽂았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네메시스의 모든 것이었다.

    잠시 후 전투가 시작되자, 전설의 하이에나 왕이 ‘아군’인 영웅 용병에게 달려들었다.

    「네가 왕이지? 쓰레기들의 왕?!」

    「크어억?!」

    배신했지만 조합의 힘은 그대로 발휘되는 상태! 그래서 전설의 하이에나 왕의 공격은 대단히 치명적이었다.

    「죽어버려!!」

    푸부북!!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순식간에 영웅 용병을 죽여 버렸다. 그러고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어? 이, 이 몸이 무슨 짓을 한 거지···?」

    「내 손으로 내 부하를 죽였다고?」

    비틀비틀.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자신이 저지른 말도 안 되는 행위에 당황했다. 그사이 이상현의 암살자들이 하이에나 왕을 둘러쌌다.

    「뭐, 뭐야, 너희들은?!!」

    「뭐긴 뭐야 암살자지.」

    하나같이 4성인 무시무시한 암살자들은, 고립된 전설의 하이에나 왕을 향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크아악?! 가, 감히이이이···!!」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덤벼드는 암살자들에게 진심으로 분노하며 결사 항전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암살자라는 특성상 공격력은 강할지 몰라도 방어력과 체력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으아···아아······.」

    그렇게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네메시스의 기대와는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것으로 사실상 전투가 끝났다. 남아있는 암살자들이라고 해봐야 오합지졸에 불과하며, 전설의 와이번으로는 살라만더의 혓바닥조차도 건드리지 못하니까.

    살라만더는커녕 이프리트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배신의 깃발이라고···? 이런 망할!!”

    쾅! 쾅! 쾅!!

    배신의 깃발에 대해 알고 있는 네메시스는 자신의 불운에, 그리고 이상현의 행운에 저주를 퍼부으며, 허무한 패배에 진심으로 분통을 터트렸다.

    “으아아아!!”

    [2차 예선전(1-26)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감소합니다.]

    [28라이프가 남았습니다.]

    한 번의 패배는.

    23라이프 감소라는 엄청난 타격으로 돌아왔다.

    2차 예선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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