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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예선전(5) (90/170)

2차 예선전(5)

2차 예선전(5)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높아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1차 예선전에서는 기본 조합을 만드는 게 전부였다면, 지금은 다양한 조합을 꺼내 들어서 게임을 플레이한다.

아이템 사용 또한 날카롭다. 하이에나 궁수의 약자멸시를 이용한 지휘관의 활 사용은 매우 좋은 방법으로, STFT에서 자주 쓰이는 전략이었다.

나도 자주 사용했었다. 약한 챔피언부터 빠르게 정리하면 상대하기가 한결 수월해지니까.

그리고 2차 예선전(1-18)에서 만난 네메시스.

네메시스는 원래 궁수 조합이었다.

킬리언처럼 10바람+6궁수를 모으고 있었는데, 조커 카드에서 뽑은 게 분명한 전설의 하이에나 왕과 와이번에 맞춰 4암살+4궁수+5바람으로 바뀌었다.

전설의 하이에나 왕과 와이번을 조합에 억지로 끼워 넣은 게 아니라 그 둘을 위해서 조합을 바꾼 것이다.

“5성이라.”

나는 암살자 조합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만약 다른 녀석이 5성이었다면 기승전 드래곤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데스나이트고 나발이고 푸오오오! 한 방이면 보낼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하필이면 상대가 하이에나 왕이라서···.

어렵다.

“드래곤에 올인하지 않기를 잘했네.”

물론 내가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설의 하이에나 왕과 전설의 와이번이 강하기는 해도, 그 두 녀석을 제외하면 약해빠졌으니까.

반대로 나에게는 지옥불과 케르베로스의 불꽃을 장착한 영웅 살라만더가 있다.

게다가 불 속성이자 암살자인 괴물 용기사와 드레이크가 날아가 바람 속성인 궁수들을 불태우고 있으며, 괴물 이프리트와 키메라도 있다.

「모, 몸이 녹아내린다···!」

「살려줘···!」

「누구 없어?! 도대체 아군은 뭘···?!」

「크아아악···!!」

4명의 궁수는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것과 동시에 오른쪽 구석에 고정해 놓은 파라오와 보물상자 미믹과 황금 고블린이 목숨을 잃었지만, 6대 4다.

「쿠오오옷!!」

무엇보다 영웅 드래곤이 여전히 살아있으며, 왼쪽 끝에 배치한 덕분에 하이에나 왕과의 거리가 멀었다.

영웅 드래곤이 용의 분노를 한 번이라도 쓸 수 있으면···.

푸오오오오!!

이제 6대 2다.

그리고 녀석들은 몸이 약한 암살자이며, 와이번은 바람 속성이기까지 하다. 객관적으로 내가 질 이유가 전혀 없다.

「왕은···. 이 몸이시란 말이다!!」

푸부북!!!

전설의 하이에나 왕의 치명적인 공격이 연달아 터졌다. 체력이 11200인 영웅 드래곤이었지만, 하이에나 왕의 하극상을 견디지 못하고 꼿꼿한 머리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쿠우우웅!!

영웅 드래곤의 죽음은 대단히 무거웠다. 그러나 영웅 살라만더는 조금도 기죽지 않고 화염의 포효를 뿜어냈다.

푸화아아아악!!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나간 화염이 전설의 하이에나 왕과 와이번을 집어삼키며, 전장을 불태웠다.

「크아악?! 이, 이 자식이!!」

「도망! 도망쳐야 해!」

화염의 포효를 뒤집어쓴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진심으로 분노했고, 와이번은 도주를 선택했다.

「죽여주마!!」

푸욱!

치명적인 일격이 영웅 살라만더의 미간에 꽂혔다. 영웅 드래곤의 숨통을 끊은 것과 같은 공격이었다.

그러나 영웅 살라만더는 죽지 않았다. 죽기는커녕 가소롭다는 듯이 불을 뿜었다.

「이, 이게 대체?!」

「크하아앗!!」

「왜 안 죽는 거냐?! 왜 안 죽는 거냐고?!!」

푸욱!! 치명적인 공격이 연달아 터졌음에도 영웅 살라만더는 쓰러지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살라만더가 하극상의 대상인 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콰직!!

「크어어억?!!」

사실, 하이에나 왕은 5골드 챔피언치고는 매우 허약한 챔피언이다. 동급인 살라만더와 비교하면 민망한 수준이다.

왕인 6골드 챔피언에게 터무니없는 힘을 발휘해서 그렇지, 1대1로 붙으면 5성 대 4성이라도 살라만더가 이긴다. 동급이면 그냥 압살한다.

푸화아악!!

하물며 살라만더 전용 아이템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옥불을 장착한 살라만더다. 약해빠진 하이에나 왕과 붙어서 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죽어라, 야생의 용아!!」

「쿠오오옷!!」

「불타올라라!!」

「퀴르카르라아아!!」

하이에나 왕과 살라만더가 싸우는 사이에, 궁수들을 모두 처치한 용기사와 드레이크가 이프리트와 키메라와 합류하여 전설의 와이번을 둘러쌌다.

도주해서 체력을 회복하던 전설의 와이번은 더는 달아날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날개를 펄럭이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송곳니는 대단히 날카로웠다.

「키라아앗!!」

하지만 몸이 약한 암살자라서, 하필이면 바람 속성이라서 5불인 악마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죽어라!!」

이프리트의 지옥의 분노가 바람과 함께 전설의 와이번의 두 날개를 시커먼 재로 만들어버렸다.

「키히이······.」

날개를 잃은 전설의 와이번은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이제 남은 암살자는 전설의 하이에나 왕뿐.

「이제 좀 죽어라!!」

하이에나 왕의 찢어지는 절규가 울려 퍼졌다.

연속해서 터진 치명적인 공격은 기어코 영웅 살라만더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크헉! 크흐윽!!」

가까스로 살라만더의 목숨을 취했지만, 하이에나 왕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게다가 지옥불이 영원히 불타오르며 몸을 불태웠다.

「감히, 감히이이이···!!」

솟구쳐 오르는 분노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하극상을 당하는 하이에나 왕은 나약한 하이에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흐흐!」

악마들은 자비를 베풀지 않고 하이에나 왕을 둘러쌌다. 1대 4의 싸움은 싸움이 아니었다.

콰직! 콰드득! 퍼억! 푸우욱!!

일방적인 유린이었다.

「으···아아···아······.」

털썩.

이윽고 전설의 하이에나 왕이 쓰러졌다.

쓰러진 왕의 모습은.

타고 남은 재와 다를 게 없었다.

[2차 예선전(1-18)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5골드를 획득했습니다.]

[7골드를 보급받았습니다.]

[파라오의 관에서 황금 주머니(1~100)가 나왔습니다.]

STFT는 결국 골드(돈) 싸움이다. 골드가 많은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골드에다가 아이템도 좋다? 1등을 하지 못하는 게 이상할 것이다.

2차 예선전(1-18)에서 획득한 황금 주머니. 그리고 세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획득한 ‘드래곤 하트’와 ‘배신의 깃발’은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드래곤 하트]

↳장착하면 마나가 +30 상승하며, 마나가 차오르는 속도가 +150% 빨라진다.

[배신의 깃발]

↳전장에 새하얀 깃발을 꽂는다. 깃발이 꽂힌 곳(1칸)에 발을 들여놓은 모든 챔피언은 아군을 배신하여 아군을 공격한다. 배신이 유지되는 시간은 3초다.

그 누구에게 줘도 효과적인 드래곤 하트와 상대편을 멘붕시킬 수 있는 배신의 깃발!!

“후후후!!”

이제 그 누가 나를 막을 수 있을까?

그 누가 나를 이길 수 있을까?

아무도 못 이긴다.

설령, 조커 카드를 뽑은 네메시스가 완전한 암살자 조합을 만들어도 내 상대는 되지 못한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2차 예선전(1-19)]

[상대: 1번 카타르(41)]

[잔여 라이프(37)]

[전투가 시작됩니다.]

[있잖아, 이상현이 추락한다고 말하지 않았어? 그런데 내 눈에는 제트 엔진을 달고 날아오르는 것 같은데?]

[······.]

바람의 신의 말대로 이상현은 너무 잘 나갔다. 조커 카드를 두 장이나 뽑아낸 네메시스가 그나마 이길 가능성이 있었는데, 세 번째 죽음의 던전을 기점으로 차이가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벌어졌다.

죽음의 신은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직 암살자 조합이 미완성이라서 그렇다. 암살자 조합만 완성되면 그때는 다를 것이다.]

[목소리에 자신이 없는데.]

바람의 신의 말대로 죽음의 신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이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애써 부정하는 느낌이었다.

[···두고 봐라.]

죽음의 신은 이를 악물며 이상현을 노려보았다.

이제는 단짝이 된 땅의 신과 생명의 신이 그런 죽음의 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도 틀렸군.]

[그냥 재수가 없었던 거였어.]

둘은 쯧쯧쯧! 하고 혀를 찼다.

이상현이 불 속성인 악마를 선택해서 기분이 좋아진 불의 신이 [맞아! 재수가 없는 거지!]라고 말하며 한마디 거들었다.

빠드드득!!

죽음의 신은 빨갛게 달아오른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지금이라도 축복을 거둬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밀고 나갔다.

[···추락한다. 이상현은 반드시 추락한다.]

[우와?! 또 아이템이야? 무슨 대포동 미사일도 아니고 매번 나와?]

[······.]

“잘 풀리니까 끝이 없네.”

“저게 보급 조합의 진짜 힘이구나.”

“골드를 계속 쓰는데, 골드가 줄어들지를 않아.”

“무조건 100골드라니. 완전 사기잖아?”

“조커 카드도 못이다니···. 미쳤군.”

“내가 했을 때는 쓰레기였는데. 이 차이는 도대체 뭐지?”

“운빨의 끝판왕이라고 해야겠네.”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전설의 하이에나 왕과 전설의 와이번조차도 가볍게 이겨버리는 보급 조합의 강력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플레이어 쿠론은.

“우와!! 조커 카드보다 더 좋잖아!!”

변칙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성격답게, 조커 카드조차도 능가하는 보급 조합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역시 연습과 실전은 달라! 쳇!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연습하는 건데!”

다른 플레이어들과 마찬가지로, 쿠론이 보급 조합을 포기한 이유는 연습 과정에서 이건 도저히 못 써먹는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보급 조합은 변수의 끝판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조커 카드조차도 이겨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으으으~!!”

쿠론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며, 자신도 보급 조합을 하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다.

“머리가 깨지든 말든 무조건 보급 조합이다!!”

친구인 에이든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적에게 걸어야겠네.”라고 말했다.

“뭐 임마?! 죽을래!!”

퍼억!!

“아파······.”

2차 예선전(1-19)이 끝난 다음에 나온 아이템은 ‘살생부’였다.

[살생부]

↳장착하면 ‘암살자’ 특성이 생긴다.

살생부는 챔피언을 암살자로 만들어주는 아이템으로, 9전사+2암살이나 6전사+4암살 조합을 만들 때 쓰면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특히 전사인 소드마스터와 데스나이트에게 장착시키면 뒤쪽이 녹아내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전사 조합이 아니라서 두 챔피언과는 인연이 없지만.

「쿠오오오오!!」

나에게는 드래곤이 있다.

존나 큰 드래곤이.

[영웅 드래곤(★★★★)에게 살생부를 장착시켰습니다.]

[아이템 효과로 인해 영웅 드래곤에게 암살자 특성이 생겨납니다.]

나는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러서 암살자 챔피언인 와이번을 뽑았다. 그러고는 3성까지 만들어서 전장에 배치했다.

그 결과 나의 조합은.

파라오, 보물상자 미믹, 황금 고블린.

영웅 드래곤, 살라만더.

괴물 이프리트, 키메라, 용기사, 드레이크.

와이번(★★).

3보급+5불+4암살자+3악마가 되었다.

근본이 있는 좋은 조합은 아니지만 강력한 조합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 누구보다 많은 골드를 써서 만들어낸 골드 조합이기 때문이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전설의 와이번과 전설의 하이에나 왕.

네메시스는 조커 카드에서 4골드·5성과 5골드·5성의 챔피언을 뽑고도 패배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 탓에 패배했을 때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잠시 머리가 멍했다.

“어떻게···. 어떻게 질 수가 있지?”

그 말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죽음의 신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5성이 두 마리나 되는데···. 그런데도 졌다고?”

네메시스의 얼굴에는 STFT 플레이어만이 지을 수 있는 깊은 빡침이 엿보였다.

“이게 말이 돼?”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조커 카드를 한 장도 아니고 두 장씩이나 뽑아냈는데도 지다니. 네메시스를 포함한 서버 07782의 플레이어들은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후우우.”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네메시스는 냉철한 판단력의 소유자답게, 자신이 패배한 이유를 바로 찾아냈다.

“···조합 때문이군. 어설픈 조합이라서 졌어. 궁수 조합도 암살자 조합도 아닌 조합이라서 진 거야.”

4암살+4궁수+5바람.

어느 누가 봐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조합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모아온 궁수 챔피언들이 아깝다는 이유로 밀고 나갔다.

그 결과 이상현에게 패배했다.

“···그렇다면.”

네메시스는 조합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과감하게 궁수들을 팔아버렸다.

그러고는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러서, 지금까지 모아온 골드를 몽땅 다 써서 암살자들을 사들였다.

[암살자(★)가 합류했습니다.]

[아나콘다(★)가 합류했습니다.]

[드레이크가······.]

골드가 부족하고 레벨이 높은 탓에 가치가 낮은 암살자 챔피언들은 2성조차도 만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암살자(8)를 만들었다.

“8암살자 정도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야.”

완전한 암살자(10)는 아니지만 그래도 암살자(8)라면 이상현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네메시스는 판단했다.

과연, 네메시스의 판단은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신들은 이 싸움의 행방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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