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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예선전(3) (88/170)
  • 2차 예선전(3)

    2차 예선전(3)

    [또 시작인가.]

    땅의 신은 이상현이 만들어낸 영웅 드래곤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의 옆으로 생명의 신이 [또 시작이군]이라고 한마디 거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저 녀석이 하면 뭔가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내 생각도 그래.]

    [그리고 잘 생각해보니까. 반대로 된 게 아니라 그냥 재수 없었던 게 아닐까?]

    [와, 너도? 나도 그런데.]

    땅의 신과 생명의 신은 또다시 엿 될 조짐이 보이는 죽음의 신의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내기판에 끼어든 다른 신들도 땅의 신과 생명의 신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이건 그냥 재수가 없는 거다.]

    [반대로 된 게 아니라!]

    [반대는 개뿔!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한 거지. 저런 놈들의 심리가 다 그래. 반대로 걸면 다 되는 줄 알아. 사실은 그게 아닌데 말이야.]

    [결론! 죽음은 재수가 없다!]

    [큭큭큭! 덕분에 신격 좀 얻어간다?]

    [아, 망했어요~! 망했어~!]

    [···저 불운한 놈의 말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정말, 함께해서 더럽다는 말을 이해할 것 같아.]

    빠드드득!!!

    죽음의 신은 이 모든 모욕을 견뎌냈다. 꿋꿋이 견뎌내며 이상현이 추락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추락한다. 이상현은 반드시 추락한다.]

    [···어쩌다 운이 좋게 악마의 성배를 획득한 것을 가지고 호들갑 떨지 마라. 그리고 운이라는 건 공평해서,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가는 법이다.]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행운의 신이 딴지를 걸었지만 죽음의 신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축복 또한 그럴지니. 이상현은 반드시 추락한다. 그것도 조커 카드에 의해서.]

    바람의 신은 어디 잘 해보라는 말투로 말했다.

    [그래, 힘내. 너라면 할 수 있어. 물론 이번 세상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말이야.]

    지독한 비아냥거림이었지만, 죽음의 신은 끝까지 자신을 믿었다.

    반드시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이다.

    꾸우욱!!

    [파라오의 관에서 황금 주머니(1~100)가 나왔습니다.]

    [황금 주머니(1~100)를 선택했습니다.]

    [수수께끼 구슬(??)에서 황금 주머니(1~100)가 나왔습니다.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이 촤르륵! 쏟아집니다.]

    “혹시 몰래카메라 같은 건가?”

    570골드에서 22골드까지 떨어졌던 골드는 승리와 함께, 305골드까지 솟구쳐 올랐다.

    나는 너무 얼떨떨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기쁨 때문에 표정을 관리하는 게 힘들었다.

    “뭐, 이럴 때도 있는 거겠지.”

    보급 조합의 장점은 골드다. 많은 골드. 압도적으로 많은 골드에 장점이 있다.

    그래서 STFT에서는 ‘조합’이 아닌 ‘골드’로 승리를 거두는 게 보급 조합의 일반적인 승리 공식이었다.

    말하자면 4골드 이상의 챔피언들을 뽑아서 챔피언 등급과 아이템으로 때려눕히는 게 보급 조합의 전략인 것이다.

    “자, 그러면···.”

    나는 보급 조합의 일반적인 공식대로, 4골드 이상의 악마 챔피언들을 뽑았다.

    10골드인 드래곤은 뽑지 않았다. 현재 게임의 진행 상황(1-12)을 고려했을 때, 드래곤을 5성으로 만드는 것은 도플갱어의 구슬이 없는 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래서 드래곤을 받쳐줄 하위 챔피언들만을 뽑았다.

    [살라만더(★)가 합류했습니다.]

    [이프리트(★)가 합류했습니다.]

    [키메라······]

    살라만더&이프리트&키메라!!

    그중에서도 특히, 살라만더를 집중적으로 뽑았다. 지옥불과 케르베로스의 불꽃을 장착한 살라만더가 불을 뿜기 시작하면 6골드 챔피언들도 못 말리니까!!

    [괴물 이프리트(★★★)가 탄생했습니다.]

    [괴물 키메라(★★★)가 탄생했습니다.]

    [영웅 살라만더(★★★★)가 탄생했습니다.]

    [39골드 남았습니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2차 예선전(1-12)]

    [상대: 1번 카타르(100)]

    [잔여 라이프(37)]

    [전투가 시작됩니다.]

    11전 전승!

    전사들은 두려움과 패배를 모르는 무적의 군대였다. 전쟁은 그들에게 있어 자신의 용맹함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이번에도 가뿐하게 쓰러뜨리자고!”

    “카하하!!”

    “우리는 용감한 전사!”

    “죽음도 우리 앞에서는 벌벌 떨지!”

    “오! 찬란한 죽음이여! 그대가 나를 데리러 왔는가? 하지만 난 아직 그대를 따라갈 마음이 없다네!”

    “췩! 취아악!!”

    카타르의 조합은 6전사+2궁수였다. 용병대장의 추천서를 오크궁수에게 넣어서 만든 조합으로, 6레벨을 기준으로 본다면 매우 막강한 조합이었다.

    게다가 전부 3성 이상이었으며, 1골드 챔피언인 방패전사와 창병과 궁수는 5성이었다.

    “패배를 모르는 우리를 그 누가 막아설 것이냐?”

    “자, 이제 모습을 드러내라, 괴물이여!”

    “우리가 너를 처단할 것이니!”

    “내 창이 너의 심장을 찌를 것이다!”

    전사들은 위풍당당하게 전진했고, 그 앞을 영웅 드래곤이 막아섰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드래곤은 매우 거대했다. 조그마한 전사들보다 몇 배는 컸으며 무시무시했다.

    “······”

    “······”

    “···여기서 드래곤이 왜 나와?”

    전사들은 물론이고 플레이어인 카타르의 마음까지도 대변해주는 말이었다.

    “크르르르···.”

    영웅 드래곤은 조금 전까지 용감무쌍했던 전사들을 내려다보며 시뻘건 눈동자를 빛냈다. 눈동자는 그야말로 펄펄 끓어오르는 용암 같았다.

    드래곤의 옆으로 불꽃 그 자체인 영웅 살라만더가 두 갈래로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며 이글이글 타올랐다.

    “취아아악!!”

    지옥불과 케르베로스의 불꽃을 장착한 살라만더는 드래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살상력 면에서는 아이템들을 장착한 살라만더가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었다.

    “······.”

    드래곤과 살라만더와 마주친 전사들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공포에 침을 꿀꺽 삼켰다.

    “킈키쿠캬크!!”

    “내 몸이 타오른다. 아아, 이 세상이 너무나도 밉다! 너희들도 밉다! 그러니 너희들을 죽여주마!!”

    괴물 키메라와 이프리트 또한 섬뜩한 공포였다.

    공포는 순식간에 전사들을 집어삼켰다.

    “으, 으아아아아···!!”

    전사들은 활활 타오르는 공포에 자신의 몸을 던져 넣었다. 왜냐하면 그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푸화아아악!!

    무모함의 대가는 당연히 죽음이었다.

    죽음이 활활 타오르는 전쟁터에서조차도 황금에 대한 탐욕을 버리지 못한 황금 고블린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킬킬킬!” 웃어댔다.

    그리고 플레이어 카타르는.

    “···조커 카드. 조커 카드를 뽑아야 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상현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매우 정확한 판단이었다.

    “···망할.”

    김원호와 김인식은 영웅 드래곤을 완성한 이상현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악마의 성배가 나올 걸 알고 있었던 건가?”

    “그럴 리가요. 하지만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행동할 생각이었던 건 분명합니다.”

    “하긴, 그걸 알고 있을 리는 없지.”

    “그나저나 저게 보급 조합의 올바른 사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바른 사용법?”

    “네. 골드 보급을 통해서 골드를 왕창 모아서 고급 챔피언들을 뽑는 것. 9전사 러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골드로 찍어누르는 전략이 분명합니다. 악마를 모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함이고요. 악마를 잔뜩 모아야만 살라만더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조커 카드도 아니고 억지로 조합을 모으는 것도 아니라 순수한 골드의 힘으로 찍어누르는 전략이란 말이지?”

    “네, 그게 분명합니다.”

    김인식의 말에 김원호가 중얼거렸다.

    “우리는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엄청 간단한 건데.”

    김인식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조합 위주의 플레이만 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모으는 조합 이외의 챔피언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 게 사실이잖아요. 게다가 연습할 시간도 부족했고요.”

    “흠.”

    김원호가 턱을 쓰다듬었다. 조합 위주의 플레이만 한다는 김인식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급 챔피언들만 모으는 게 겉으로는 좋아 보여도 생각보단 효율이 떨어질 겁니다. 9전사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후반에 발휘되는 조합의 힘이 엄청나잖아요?”

    “그건 그렇지.”

    “게다가 이상현씨처럼 하려면 시작부터 보급 조합을 만들어야 해서 힘들 겁니다.”

    “그렇긴 한데···. 저렇게 잘 풀리니까 엄청 좋아 보이네.”

    “잘 풀리면 뭐든 안 좋겠어요? 뭐, 조커 카드도 없이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4성 드래곤을 만든 건 분명 대단하지만요. 악마의 성배가 없었더라도 5성 살라만더를 만들었을 거고요.”

    김인식은 보급 조합의 힘을 인정하면서도 운에 의존하는 조합이라는 것을 꿰뚫어 보았다.

    김인식의 말대로 보급 조합은 운에 큰 영향을 받는 조합이었다.

    다만 한 가지.

    보급 조합이 평범한 조합과 다른 점은.

    [2차 예선전(1-12)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3골드를 획득했습니다.]

    [10골드를 보급받았습니다.]

    [파라오의 관에서 도플갱어의 구슬이 나왔습니다.]

    운이 따라줄 때는 그 한도에 끝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보급 조합은 1등 아니면 8등이었다.

    보급 조합이 무서운 점은 아이템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15%의 확률로!

    15%는 절대 낮은 확률이 아니다. 평균적으로 본다면 2~4개를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이다.

    운이 좋은 사람은 아이템을 6개씩 챙기기도 했다. STFT 12년 역사상 가장 많은 아이템을 챙긴 사람은 12개로, 12년 동안 플레이한 나조차도 9개가 한계였다.

    그나저나.

    도플갱어의 구슬을 어떻게 써야 할까?

    누구에게 써야 잘 썼다는 말을 들을까?

    보통은 무조건 영웅 드래곤에게 사용할 것이다. 악마 챔피언들 중에서 영웅 드래곤보다 강력한 챔피언은 없으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지옥불과 케르베로스의 불꽃을 장착한 영웅 살라만더가 있다.

    두 개의 아이템을 장착한 살라만더는 결코 드래곤의 밑이 아니다. 맞붙으면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5성 드래곤을 만들어볼까? 아니면 5성 살라만더를 더 빨리 만들어버릴까?

    흐음.

    간단해 보여도 어려운 문제다. 드래곤은 5성을 만들기 전에 게임이 끝날 수도 있으니까.

    물론 다른 것을 뽑지 않고 드래곤에게만 올인하면 5성을 뽑을 수도 있다.

    그런데 상대가 5성 이상의 하이에나 왕을 뽑아버린다면···. 으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살라만더(★)가 합류했습니다.]

    [59골드 남았습니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4성 드래곤···?”

    “저 살라만더는 또 뭐야···.”

    아직 달라진 이상현을 만나보지 못한 플레이어들은 영웅의 전쟁터에서 푸오오오오! 용의 분노를 토해내는 영웅 드래곤과 영웅 살라만더의 위용에 말문이 막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두 번째 죽음의 던전을 거치기 전까지만 해도 이상현의 챔피언들은 그야말로 허접쓰레기였다.

    그랬는데 갑자기 터무니없이 강해지다니?

    킬리언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분명 짐승의 방이었는데···.”

    “······.”

    네메시스와 아스라엘도 킬리언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전장을 바라보았다.

    영웅들은 자신보다 훨씬 더 강력한 드래곤과 살라만더에게 무참히 짓밟히는 중이었다. 영웅과 대적하는 챔피언들 사이에서 그 두 마리보다 강한 챔피언은 존재하지 않았다.

    1골드·6성인 해골전사-카쿰도 저 둘과 비교하면 한참이나 격이 떨어졌다.

    “조커 카드···?”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변수를 만드는 조커 카드가 아니고서야 갑자기 영웅 드래곤이 생길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조커 카드라고 단정 짓기에는 영웅 살라만더와 괴물 이프리트와 키메라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다. 이상현의 조합과 레벨을 고려하면 뽑은 게 분명하니까.

    “···드래곤은 악마의 성배를 통해서 뽑고, 나머지는 골드로 뽑은 건가? 보급 조합이니까?”

    가장 사실에 근접한 플레이어는 다름 아닌 킬리언이었다. 그는 서버 20000의 우승자답게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킬리언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달리 이상현이 조커 카드를 쓰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골드를 저렇게 모을 수가 있나? 악마의 성배를 통해서 드래곤을 모았다고 하면 최소 300골드는 필요하잖아? 게다가 살라만더도 4성인데···.”

    킬리언의 계산으로는 저 정도의 챔피언들을 뽑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 탓에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지? 혹시 황금 주머니에서 100골드씩만 나왔나? 아이템으로 황금 주머니만 나오고.”

    지금으로써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게 아니면 저 챔피언들을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큭큭큭.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쉽지 않겠네.”

    킬리언은 삐죽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이상현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미쳐 날뛰는 영웅 드래곤을 보고 전의를 상실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라울러 때도 그랬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놈이네. 쓰러뜨리는 맛이 있겠어.”

    물론 킬리언에게 저 무시무시한 영웅 드래곤을 쓰러뜨릴 방법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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