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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고블린 버그 (85/170)

황금 고블린 버그

황금 고블린 버그

생존자들에게 48시간이 주어졌다. 모의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플레이어들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모의게임에서 궁수 조합과 9전사 러쉬, 그리고 질서 조합을 연습했다.

특히, 궁수 조합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연습의 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야! 10바람+6궁수가 진짜 최고네! 9전사는 아예 상대가 안 돼.”

“그러게. 9전사 러쉬도 나쁘지 않은데···. 10바람에게는 뭘 어떻게 해볼 수가 없네.”

“9전사 러쉬는 복불복이 너무 심해. 라이프 관리도 골드 관리도 힘들고. 후반에는 별로야.”

“질서는 너무 만들기가 힘들어. 궁수 조합을 카운터치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들면 강하잖아?”

다른 서버와 달리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의견 교환이 무척이나 활발했다.

‘과연 어떻게 될까?’

이상현은 현재 7위로 10바람+6궁수를 카운터치는 9전사 조합을 시험하는 중이었다.

9전사에 ‘실피드’를 섞은 조합인데.

“바람이다~!!”

실피드의 방향을 뒤쪽(아군)으로 돌려서 바람의 파도를 사용하니, 벽에 붙어 있던 궁수들이 앞으로 끌려 나왔다.

‘가능하네.’

STFT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자 이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 저게 되네.”

“그러게. 저것도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는데?”

“암살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암살자들은 뒤로 날아오잖아.”

“흐음.”

“밀어내는 게 아니라 끌어당기는 거라. 뭔가 그럴듯한 그림이 나올 것도 같은데.”

“상당히 재밌는 결과네. 저것 말고도 다른 스킬들도 방향을 틀면 저렇게 되겠지?”

모의게임을 지켜보는 플레이어들은 실피드가 만들어낸 변수에 놀라움과 함께 호기심과 전략적인 생각들을 마구 그려냈다.

“문제는 실피드를 뽑는 게 힘들다는 거겠지.”

“최소 9레벨은 돼야 하니까.”

“혹시 옆으로 미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일렬로 뭉치면 드래곤이 모두 정리하는 거지!”

“계획은 그럴듯하네.”

“계획이라도 그럴듯해야지.”

“악마의 성배가 있어야 가능하겠지.”

“그러면 불가능하겠네.”

엉뚱한 생각들도 많지만, 모름지기 전략이라는 것은 그런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하는 법.

플레이어들의 이런 토론은 서버 13279의 전력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개인의 생존에만 초점을 맞춘, 여전히 솔로 플레이만 하는 9999개의 서버와는 딴판이었다.

“오, 드디어 끝났네.”

“제법 빨리 끝났네.”

“아쉽지만 재미있었어요!”

“궁수를 상대로 제법 선전했습니다.”

이상현이 속한 조의 모의게임이 끝났다. 이상현의 순위는 6위로 상당히 낮았다.

10바람+6궁수 조합을 깨지 못한 탓이었는데, 그래도 저번 판보다는 순위가 상승하기는 했다.

“다음은 내 차례다!”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크크크! 이번 판은 반드시 이겨주마.”

“난 6궁수로 간다!”

“나도 6궁수 10바람이다!!”

“둘 중 하나는 죽을 게 분명하겠네. 겹치면 챔피언이 잘 안 나오니까!”

“난 보급.”

“보급 조합을 하겠다고? 보급을 몇 번이나 해봤지만, 보급은 쓰레기던데.”

“보급은 허들이 너무 높아.”

“하지만 잘 되면 좋잖아?”

“그렇게 따지면 안 좋은 게 뭐가 있냐?”

‘시즌3’에 새로 생긴 조합은 보급으로 고블린, 미믹, 미라로 이루어져 있다.

보급은 기존의 조합들과는 달리 조금 특수하다.

그 이유는 해당 챔피언들을 3성(★★★)으로 만들어야지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고블린의 경우 3성을 만들면 고블린으로 갈지 아니면 황금 고블린으로 갈지 정할 수 있다.

황금 고블린의 경우 1스테이지에 한 번씩 5골드를 지불하면 수수께끼 구슬(??)을 하나 획득할 수 있다.

미믹은 3성을 만들면 일반 미믹으로 갈지 보물상자 미믹으로 갈지 정할 수 있으며, 보물상자 미믹은 적을 처치하면 1골드를 획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라는 3성을 만들면 파라오를 만들 수 있는데, 단독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러나 황금 고블린과 보물상자 미믹을 모아서 보급(3)을 만들면 1스테이지 마다 1~10골드를 획득하고, 15% 확률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골드와 아이템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로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조합이다. 때문에 모의게임에서의 성적은 대체로 5등 이하였다.

참고로 보급 조합을 제일 먼저 발견해서 알려준 사람은 바로 이상현이었다.

“마지막으로 하겠습니다.”

“오! 드디어 나랑 붙네!”

“이번 판에는 제대로 해보쇼!”

“또 6위는 아니겠지?”

“마지막이니까 1등!!”

방금 막 모의게임을 끝낸 이상현은 쉬지 않고 다음 모의게임에 돌입했다.

아무래도 실력이 좋다 보니, 다른 플레이어들은 이상현과 함께 모의게임을 진행하는 걸 선호했다.

[모의게임을 시작합니다.]

[10, 9, 8, 7···. 2, 1]

[게임 시작.]

이상현이 이번에 연습할 조합은 보급이었다.

잘 풀렸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마법사 조합만큼이나 개사기인 조합이 바로 보급이라서 반드시 연습이 필요한 조합이었다.

보급이라는 조합은 전투력은 낮지만, 골드는 진짜 잘 버는 조합이다.

파라오까지 모아서 3보급을 만들면 모으는 게 극악인 조합 아이템도 비교적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복불복이라서 실력보다는 고도의 행운을 요구하는 조합이다. 행운이 없으면 100% 망하는 조합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조커 카드나 다름없는 보급 조합을 선택한 이유는 ‘버그’가 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정확히는 버그라기보다는 꼼수다. 황금 고블린이 주는 수수께끼 구슬 꼼수 말이다.

일반적으로 수수께끼 구슬은 구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가능한 것도 있지만 그건 얼마 안 되는 소수고, 황금 고블린이 주는 건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패턴이 있다.

아이템을 주는 패턴이 존재한다.

STFT 시즌3이 끝나갈 때쯤에 밝혀진 사실인데, 황금 고블린이 주는 수수께끼 구슬에는 패턴이 존재하며, 그 패턴이 66가지라는 것이다.

내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패치가 된 후라서 써먹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억은 하고 있다.

왜냐하면 혹시 패치 이후에도 그러한 패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고등학교 시절에도 하지 않았던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짓을 시즌7까지 했다. 진짜,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시즌3에만 존재했다가 사라져서 더는 볼 수가 없었다.

유니버스 STFT가 STFT와 미묘하게 다르지만, 그것이 나로 인해 발생한 결과라면···.

황금 고블린의 패턴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번 기회에 그것을 확인해볼 생각이다. 물론 티 나지 않게 할 생각이다.

모의게임에서 괜히 쓸데없는 짓을 했다가 본게임에서 써먹지 못하면 완전히 망하는 거니까.

[수수께끼 구슬(??)을 선택했습니다.]

[수수께끼 구슬에서 쓸모없는 칼을 획득했습니다.]

[쓸모없는 칼이 3골드로 교환됩니다.]

참고로.

황금 고블린 전략을 꺼내 들었을 때, 수수께끼 구슬을 선택하는 것은 불문율이다.

[도깨비불(★)┃마귀(★)┃마귀(★)┃마귀(★)┃도깨비불(★)┃배교자(★)]

나의 첫 시작은 도깨비불과 악마조합이었다. 나는 즉시 도깨비불을 팔아버리고,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방패전사(★)┃해골전사(★)┃유령(★)┃늑대(★)┃골렘(★)┃창병(★)]

첫 번째 변환은 실패다.

골드가 아쉽지만 고블린이나 미믹, 혹은 녀석들이 속한 조합이 나올 때까지 돌려야 한다.

나는 챔피언 변환 버튼을 다시 눌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고블린이 나타났다.

[고블린(★)이 합류했습니다.]

이제, 악마 조합에서 고블린이 속해 있는 괴물 조합으로 바뀌었다.

나는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고블린(★)┃임프(★)┃고블린(★)┃오크(★)┃고블린(★)┃고블린(★)]

고블린 네 마리.

나쁘지 않은 숫자다.

[고블린(★★)이 탄생했습니다.]

[고블린(★) 두 명이 합류했습니다.]

[40골드 남았습니다.]

나는 고블린만 구입하고, 챔피언 변환 버튼을 두 번 더 눌러서 고블린을 3성으로 만들었다.

[고블린이 3성(★★★)이 되었습니다.]

[괴물 고블린(★★★)으로 만드시겠습니까? 아니면 황금 고블린(★★★)으로 만드시겠습니까?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황금 고블린으로 만든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황금 고블린(★★★)이 탄생했습니다!]

[황금 고블린(★★★)]

속성: 땅

직업: 괴물, 보급

공격력: 80

방어력: 90

체력: 1350

마나: -

스킬: 수수께끼 보따리

능력치는 STFT에서 가장 구릴 것이다. 3성임에도 공격력과 방어력이 100을 넘지 못하고, 체력은 기껏해야 1350에 불과하니까.

그러나 스킬 하나만큼은, 복불복이 강하기는 하지만 6골드 챔피언과 감히 비빌 수 있다.

[수수께끼 보따리]

↳5골드를 지불하면 수수께끼 구슬(?)을 하나 획득할 수 있다(단, 한 번에 한 번밖에 획득하지 못한다).

나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5골드를 지불했다. 그러자 황금 고블린이 수수께끼 구슬을 토해냈다.

[자린고비인 황금 고블린(★★★)에게서 수수께끼 구슬(??)을 사들였습니다.]

[25골드 남았습니다.]

“과연 무엇이 나오려나.”

나는 잔뜩 긴장감을 머금고 수수께끼 구슬을 깠다.

[수수께끼 구슬(??)을 사용했습니다.]

[녹슨 창을 획득했습니다.]

녹슨 창!

66개의 패턴 중에서.

기병대의 창과 영웅의 검을 뽑을 수 있는.

전사 패턴이다.

물론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곧 밝혀질 것이다.

황금 고블린에게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직 패치되기 전이라는 사실이.

66개나 되는 패턴을 일일이 기억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은 아니지만, 반평생 동안, 12년 동안, 한 우물만 판 고인물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기껏해야 66개밖에 안 되니까.

[수수께끼 구슬(??)을 사용했습니다.]

[아무것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모의게임(1-4)에서.

네 번째 수수께끼 구슬을 깠을 때, 나는 전사 패턴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작해야 세 번 만에 무슨 확인이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패턴과 완전히 일치했다.

[전투까지 15초 남았습니다.]

이런.

괜한 의심을 할 때가 아니지.

나는 전사들을 뽑기 위해서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납니다.]

[방패전사(★)┃고블린(★)┃창병(★)┃고블린(★)┃미믹(★)┃임프(★)]

보급 조합의 단점이자 장점은, 보급 조합 이외의 챔피언들이 잘 나온다는 점일 것이다.

보급 조합이 나올 확률은 33.3%밖에 안 된다.

그 탓에 보급 조합을 완성하기는 상당히 힘들지만, 그 덕분에 수수께끼 구슬 패턴을 활용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어쩌면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66개나 되는 패턴을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전사들을 구매한 다음,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러서 2성을 만들었다. 다음으로 재빨리 3레벨을 만들어서 괴물 황금 고블린과 함께 배치했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게임에서 이기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바라는 건 어디까지나 패턴 확인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확인 말이다.

「끼끼~! 끼이이이~!」

8등으로 탈락할 때까지.

꼼꼼히 확인해본 결과.

황금 고블린 패턴은 존재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100% 일치했다.

두근두근!

그 사실이 나에게 주는 안도감은 상당히 컸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비밀무기를 하나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확률에 달려 있지만, 66가지의 패턴 중에는 ‘최후의 수호자’라는 조합 아이템을 만드는 경우의 수도 존재한다.

그 아이템을 만들면.

99.999% 이긴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수호자의 갑옷과 방패와 장갑과 신발과 투구와 검을 모아야지만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아이템만 해도 여섯 가지다. 룬의 마법서가 다섯 가지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무조건 이기라고 만든 아이템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수께끼 구슬 패턴 중에는 최후의 수호자를 포함하여 거의 무조건 이길 수 있는 패턴이 3가지나 존재한다.

말하자면 상황에 따라 황금 고블린의 패턴을 사용해서 승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무기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그리고 그 무기가 나만의 무기라면···.

확률은 더더욱 높아질 것이다.

[···보급 조합이라.]

죽음의 신은 거의 관음증 환자처럼 이상현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할 짓이 없으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즐기는 것 중 하나였기에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보급 조합을 하겠다는 말이지.]

죽음의 신은 10000개의 서버에서 벌어지는 보급 조합의 평균 승률을 찾아냈다.

[···1.3%라.]

보급 조합을 사용했을 때의 승률은 매우 처참했다. 반대로 보급 조합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승률은 매우 높아서, 보급 조합이 함정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죽음의 신은.

[···그렇게 보급 조합이 좋으면 하게 해줘야지.]

이상현에게 축복을 내려주기로 은밀하게 결심했다. 오직 죽음의 신만이 내려줄 수 있는 축복을.

[···큭큭큭.]

이것은 간섭일까? 아닐까?

놀랍게도 죽이고 싶은 플레이어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행위는 간섭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아무 쓸모 없는 행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스템은 말없이 침묵했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으리라.]

[···오오. 죽음이여!!]

바람의 신은 죽음의 신의 딱한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애쓴다, 애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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