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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전략과 승리 (83/170)

두 번째 전략과 승리

두 번째 전략과 승리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봉인되어 있던 종말의 괴물, 쿤드라(★★★★★★)가 눈을 떴습니다. 종말의 시작을 알리는 울음소리가 황혼과 함께 퍼져 나갑니다.]

“?!!”

조커 카드로 쿤드라를 뽑았을 때, 코스토는 찬란히 빛나는 희망을 발견했다.

6골드·6성.

1에서 30까지 이어졌던 튜토리얼에서조차도 보지 못했던, 감히 만들지 못했던 챔피언이···.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다니? 고작해야 50골드밖에 하지 않는 조커 카드 한 장에 뽑히다니?

부르르르!!!

코스토는 벅차오르는 전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렸으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입안에 가득했던 패배의 쓴맛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코스토는 마음을 담아서 소리쳤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배신의 전장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였다.

“허억! 헉! 헉!”

한참 동안 소리를 지른 다음에서야 코스토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쿤드라를 전장에 배치했다.

「퀘에에에에!!」

쿤드라의 모습은 너무나도 위풍당당했다.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코스토는 승리를 확신했다. 제아무리 이상현의 그라울러가 강하더라도 쿤드라(★★★★★★)라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내가 이겼어어어어어!!”

코스토가 속한 서버의 플레이어들도 판도라의 상자 속에 남아있는 희망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 바로 이거지.]

[바로 이게.]

[조커 카드지.]

죽음의 신은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미궁으로 빠트리는 조커 카드에 찬사를 보냈다.

행운의 신은 조용히 짝짝짝! 박수를 치며 확률이라는 위대한 장난꾸러기에게 경의를 표했다.

[···미쳤나.]

바람의 신은 다 된 밥에 재를 솔솔 뿌리는 확률에 진심으로 욕을 퍼부었다.

[···이게 말이 돼?]

[바로 이 맛에 조커 카드를 하는 것이지.]

이번에는 죽음의 신이 바람의 신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큭큭큭!!]

[닥쳐, 삼류악당 놈아.]

바람의 신은 진심으로 정색했다.

STFT 플레이어들의 마지막은 99.9% 동일하다.

조커 카드.

플레이어들은 마지막 한 가닥의 희망을 걸고 조커 카드를 뽑는다.

확률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기에 뜨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드물게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STFT 고수들은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는다.

고수들은 마지막에 도달하면.

지금까지 모아온 골드를 다 써서 챔피언을 업그레이드시킨다.

[영웅 그라울러(★★★★)가 탄생했습니다.]

나는 102골드를 모두 사용해서.

기어코 4성 그라울러를 만들었다.

「그워어어어···!!」

이제 무엇이 두려울까?

두려울 수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코스토가 6골드·5성 이상의 챔피언을 뽑는 게 아니라면 100이면 100. 내가 이긴다.

설령, 6골드·5성의 챔피언을 뽑았다고 해도.

6궁수 그라울러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

[1차 예선전(2-28)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20라이프가 남았습니다.]

좆됐다.

아무래도 좆됐다.

[영웅의 전쟁터로 이동합니다.]

최악의 상황이다.

코스토가 6골드·6성의 쿤드라를 뽑은 것도 모자라 영웅의 전당에서 전체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거인의 발자국까지 가져갔다.

코스토에 비해 나는···.

[켄타우로스의 활을 선택했습니다.]

켄타우로스의 활이 전부였다.

고작해야 켄타우로스의 활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코스토를 이길 수 있지?

저 터무니없는 6성 쿤드라를···.

이길 수가 있나?

6골드·6성의 괴물을.

가볍게 툭 건드리기만 해도 다 죽여 버리는 괴물을.

무슨 수로 이기라고?

지금 장난해?

[전투까지 15초 남았습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으으을!!!

마지막에 와서.

마지막에 와서···.

마지막에 와서 조커 카드가 뜨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도대체 어떻게···.

하다못해 5성이었다면.

5성이었다면 그래도 이겼을 텐데.

6성이라니.

씨발···.

이건 아니잖아.

진짜 말도 안 되잖아.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 거지?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1차 예선전(2-29)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1라이프가 남았습니다.]

천국과 지옥.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의 분위기가 딱 그랬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천국이었다.

그런데 불과 몇 분 사이에 지옥으로 변했다.

“···6성?”

“···장난하냐.”

“···미친. 저걸 무슨 수로 이겨?”

“···아무리 봐도 조작 같은데.”

“···웃음도 안 나온다.”

“···돌겠네.”

“···어떻게 하면 막판에 이렇게 되냐?”

플레이어들은 이상현에게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진심으로 어처구니없어했다.

그리고 단 한 사람도 이상현을 비난하지 않았다. 이건 이상현의 잘못이 아니니까.

“···이건 어쩔 수가 없다.”

“···미친놈이 조커 카드로 6골드·6성을 뽑았는데 뭐 어쩌겠냐. 졌지만 잘 싸웠다고 해야겠지.”

“···그래. 위로나 해주자.”

“···존나 잘 싸운 건 사실이니까.”

플레이어들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이상현을 위로해 주기로 했다. 차분한 표정으로 게임을 지켜보던 김인식도 이상현을 진심으로 동정했다.

‘···안타깝군. 그 누구보다 잘했는데. 그런데 그 누구보다 불행하다니. 이거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승리를 코앞에 두고 이렇게 되었으니. 그 누구보다 불행하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상현···.”

신하영은 승패를 떠나서 이상현을 걱정했다.

[크하하하!!!]

죽음의 신은 이번에야말로 이상현이 패배할 것이라고, 추락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땅의 신과 생명의 신과 함께 축배를 들었다.

갓 짜낸 축배는 인간의 피보다 붉고, 인간의 죽음보다도 새까맸다.

[죽음을.]

[위하여~!!]

째앵~!

세 명의 신은 의심하지 않았다.

6골드·6성 쿤드라.

저 무시무시한 괴물을.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절대 못 이긴다.

이길 수 없다.

무엇보다 이상현이 포기해버렸다.

손을 놓아버렸다.

게다가 조커 카드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끝난 게임이다.

다 끝난 게임!

[···졌군.]

바람의 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의 눈에도 한 줌의 희망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이상현이 평범한 플레이어였다면 좌절감에 모든 것을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현은 평범한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STFT만 12년 동안 해온 고인물 중의 고인물이며, 지금보다 더 터무니없는 상황을 수도 없이 겪어온 베테랑이었다.

물론 6성 쿤드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진짜 아무것도 못 한 건 사실이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못 하고 박살 났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정신이 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로 맞붙었을 때.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저 무시무시한 쿤드라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아냈다.

물론 그 방법이라는 게···.

어디까지나 확률에 달려 있지만.

0%와 0.1%는 다르다.

코스토가 조커 카드에서 6골드·6성의 쿤드라를 뽑아낸 것처럼.

확률만 있으면.

그 어떤 일이라도 벌어진다.

[영웅 그라울러(★★★★)에게서 지휘관의 활을 해제했습니다.]

[아이템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괴물 켄타우로스(★★★)에게 ‘켄타우로스의 활’을 장착시켰습니다.]

[아이템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괴물 켄타우로스(★★★)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영웅 그라울러(★★★★)가 뒤쪽으로···.]

[전투까지 15초 남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지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코스토는 100% 승리를 확신했다.

“이상현. 확실히 네놈은 대단했지만···. 내 운이 한 수 위였던 것 같군.”

비록 실력이 아니라 운으로 이긴 것이지만 그래도 승리는 승리. 코스토는 자신의 승리를 자랑스러워했다.

“자, 그러면···.”

코스토의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마지막을 구경해보실까?”

만약 여기에 코스토의 ‘실수’가 있다면.

과연 그게 무엇일까?

[전투가 시작됩니다.]

코스토의 실수 아닌 실수는 간단했다.

승리에 도취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그것이 실수 아닌 실수였다.

「꺼져라, 이 괴물아!!」

STFT에서는 궁수들의 화살이 제멋대로 날아갔다. 그 이유는 챔피언이 움직이는 방향이 앞쪽으로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재수가 없으면 엉뚱한 챔피언을 때려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런데 유니버스 STFT에서는 방향이 생겨났다. 앞뒤, 좌우, 고정이라는, 5개의 방향이 생겨나서 플레이어가 챔피언을 조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싸우는 건 여전히 인공지능 마음대로지만, 적어도 방향만큼은 플레이어가 설정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궁수를 앞으로 설정하면 어떻게 될까?

방향이 없는 ‘고정’이 무작위로 화살을 쏜다면.

‘앞’은 어느 쪽으로 화살을 쏘게 될까?

답은 간단할 것이다.

왜냐하면 문제에 답이 나와 있으니까.

“꺼져라, 이 괴물아!!”

켄타우로스의 활시위에서 떠난 화살이.

바로 앞에 있는 쿤드라에게 꽂혔다.

푸욱.

이전과 마찬가지로 별 볼 일 없는 공격이었다. 모기에 물린 것보다 못한 정도?

그런데 딱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퀘에에엑?!!”

그것은 바로···.

쿤드라를 밀어버렸다는 점일 것이다.

1칸도 아닌 무려 3칸을.

3칸이나 밀어난 쿤드라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려서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한 걸음을 떼기가 무섭게.

밀어내는 화살이 또 날아왔다.

푹!

“퀘에엑?!”

이번에는 3칸이 아니라 1칸이었지만 그 1칸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었다.

쿤드라는 분노한 나머지 끔찍한 괴성을 지르며 앞발을 힘껏 내리쳤다. 그러고는 두 걸음을 전진했다.

푹.

“?!!”

두 걸음을 전진하기가 무섭게 밀어내는 화살이 날아와 쿤드라를 3칸 밀어냈다.

그 결과 쿤드라의 등은 벽에 달라붙고 말았다.

벌써 저 앞까지 달려간 다른 괴물들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퀘에에에에에에에엑!!!”

쿤드라의 울음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쿵! 쿵! 쿤드라는 몸에 화살이 꽂히든 말든 전진했다.

그렇게 세 걸음을 걸었을까?

푹.

한 걸음을 밀려났다.

푹.

이번에도 한 걸음을 밀려났다.

아니, 제자리걸음이었다.

“퀘에에에엑!!!”

쿤드라는 그야말로 악을 쓰듯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한 걸음 전진하기가 무섭게.

“저 멀리 꺼져버려!!”

켄타우로스의 밀어내는 화살이 날아와 쿤드라를 3칸 밀어냈다.

“퀘에에에웽?!!”

또다시 벽에 달라붙고만 쿤드라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푹.

그러거나 말거나.

켄타우로스의 화살은 계속 날아왔다.

그리고 “끼이익!” 몇 번이고 쿤드라를 밀어냈다.

쿤드라가 전진하려고 할 때마다 지독하게 날아와서 뒤쪽으로 밀어냈다.

참으로 고약한 줄다리기였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와 밀어내려는 자.

그사이에 낀 괴물들은···.

부와아아악.

쏟아지는 죽음에 녹아내렸다.

그리고 죽음은 새로운 죽음을 탄생시켰다.

“퀘에에에에···!!”

쿤드라는 어느새 고립되어 있었다.

그리고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퀘웨에엥!!”

왜냐하면 켄타우로스의 밀어내는 화살이 계속 벽 쪽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다.

푹. 푹. 푹.

“퀘웨에에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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