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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전략(7) (82/170)

두 번째 전략(7)

두 번째 전략(7)

아브리겔은 세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9레벨을 만들었다.

9레벨. 그 의미는 대단히 컸다. 왜냐하면 9전사 러쉬를 선택한 무토와 같은 조합 파워를 가지면서도 1~3골드 챔피언들이 월등히 강했기 때문이다.

무토의 1골드 챔피언이 3성이라면 아브리겔은 5성과 6성이었다.

말하자면 아브리겔은 무토의 상위호환인 셈이다!

물론 9레벨을 만드느라 모든 골드를 써버려서 소드마스터 하나를 뽑는 것조차도 버겁지만.

[소드마스터(★)가 합류했습니다.]

[7골드 남았습니다.]

그게 무슨 상관일까? 골드야 차근차근 모으면 그만이고, 라이프는 많은데! 10레벨도 네 번째 죽음의 던전을 통과하면 공짜다!

그래서 아브리겔은 우승을 자신했다. 자신감을 가지기에 충분한 전력이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전장을 지배해주마.”

때마침 1차 예선전(2-19)에서 만난 상대는 이상현이었다.

약해빠진 궁수 조합을 들고나온 어리석은 플레이어.

아브리겔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이상현을 탈락시켜버리겠다고 결심했다.

“후후후!!”

“날 믿어라. 내가 너희들과 함께한다.”

창병-쿠훌린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옆에서 전설의 방패전사가 “겁먹지 마라, 햇병아리들아! 별것 아니니까!”라고 소리쳤다.

두 병사 모두 근육이 장난 아니었다. 탄탄한 근육은 오직 위험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전사만이 가질 수 있는 훈장이었다.

“너나 쫄지 마, 대머리야!”

“햇병아리에서 그만 졸업시켜줘! 언제까지 햇병아리야? 이제는 어엿한 전사라고!”

“오, 그래? 아가야, 젖이나 더 먹고 오렴!”

“젖? 누구 젖? 네 마누라 젖 말이야?”

“내 젖.”

“푸하하하!!”

“오, 이런 변태자식!!”

“둘 다 변태구만!”

전사들의 분위기는 떠들썩하고 활기찼다. 두려움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전사들의 우락부락한 근육은 빈틈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눈빛은 매처럼 날카로웠다. 전사들은 전투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둥! 둥! 두웅~!

전투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몸을 속박하던 족쇄가 풀렸다.

“가자!!”

적을 처단하기 위해서 앞쪽에 배치된 전사들은 족쇄가 풀리는 것과 동시에···.

부와아아악.

죽음에 휩쓸렸다. 죽음은 괴물 성직자를 집어삼켰고, 성직자는 한 걸음을 채 떼기도 전에 녹아내렸다.

“피를 내놔!!”

흐물흐물 녹아내린 괴물 성직자의 시체에서는 괴물 흡혈귀 샘솟아 올랐다.

콰득!!

괴물 흡혈귀는 바로 옆에서 달려가던 전사의 뒷덜미를 물어뜯었다. 갑작스러운 일에 “무, 무슨?!” 영웅 검사는 진심으로 당황했고, 죽음이 쏟아졌다.

부와아아악.

죽음을 따라서 화살비가 내렸다. 푸부부북!! 무자비한 화살들은 영웅 검사를 고슴도치로 만들어버렸다.

“크···아······.”

순식간에 영웅 검사가 녹아내렸다. 그리고 검사의 시체에서 구울이 꿈틀꿈틀 기어 나왔다.

“크워어어!!”

영웅 구울이 울부짖었다.

죽음은 그야말로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그리고 새로운 죽음을 낳으며 전사들을 잡아먹었다.

“모, 모두 진정해!! 내가···?!!”

전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려던 전설의 방패전사의 머리 위로 구정물처럼 시커멓고 녹조처럼 찌든 끔찍한 죽음이 쏟아졌다.

부와아아악.

방어력과 체력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방패전사였지만, 쏟아지는 죽음과 화살비를 감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살···려어······.”

희망은 죽음에 잡아먹혔고, 좀비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워어···어어···!!”

전설의 좀비는 썩어버린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명을 찾아다녔다.

나약한 소드마스터는 죽음이 스쳤을 뿐인데도 바스러졌으며, 남아있는 전사라고 해봐야 창병-쿠훌린과 영웅 궁수가 전부였다.

“오, 오지···?!”

죽음은 멈추지 않았다.

죽음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토록 용감했던 창병-쿠훌린조차도.

죽음 앞에서는 나약했다.

“으, 아아···!!”

이제 혼자 남은 영웅 궁수가 다급히 화살을 메웠지만···.

부와아아악.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축배를 들었던 죽음의 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피처럼 붉은 축배는 땅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아마도 푸웃! 하고 뿜어낸 듯싶었다.

[···내가 이 장면을 저번에도 봤던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착각은 아니겠지?]

[···아니야.]

땅의 신과 생명의 신도 몹시 당혹스러워했다.

왜냐하면 불과 30초 전까지만 해도 이상현의 허접한 챔피언들이 쓸려나갈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쓸려나가기는커녕 오히려 쓸어버렸다. 현재 선두권에서 우승을 다투는 아브리겔을···. 압도적인 무력으로 쓸어버렸다.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 탓에 죽음의 신은 진심으로 당황했고, 땅의 신과 생명의 신은 [···또 시작인가.]하고 중얼거렸다.

이때를 놓칠세라 바람의 신이 나타났다.

[바로 이거지!!]

바람의 신은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그것도 죽음의 신의 코앞에서.

[이 맛에 이상현에게 배팅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닥쳐!! 아직 안 끝났어!!]

죽음의 신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발악하는 목소리가 분명했다.

[캬캬캬캬!!]

죽음의 신과 땅의 신과 생명의 신처럼 깜짝 놀라서 당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 사람들은 바로 서버 13279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몇 초 걸렸지?”

“···10초도 안 걸린 것 같은데?”

“···너무 빨리 끝나서 모르겠다.”

“···내가 헛것을 본 게 아니었구나.”

“···미쳤네.”

“···녹아내리지 않았냐?”

“···녹아내렸지.”

“···설마 저걸 하려고 지금까지 기다렸던 건 아니겠지?”

“···야,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사람들은 이상현이 만들어낸 기적에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처음에 이상현을 절대적으로 믿었다가 나중에 크게 실망했던 김원호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게 진짜네. 저게 진짜였어. 와, 진짜···. 미쳤다, 미쳤어. 진짜 대박이다.”

김원호는 이상현이 만들려고 했던 진짜 조합이 저 무시무시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김인식도 김원호와 같은 생각이었다.

“저걸 만들기 위해서 지금까지 기다려왔던 거군. 흐음. 역시 운빨이 아니라 실력이었어.”

김인식은 이상현의 실력을 진심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신하영은···.

“아자!!!”

그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기뻐했다.

무토에게 있어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상현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물론 승리도 중요하다. 이겨야지만 1차 예선전을 1등으로 통과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상현을 쓰러뜨리는 게 100배는 더 중요했다.

[괴물 발키리(★★★)가 탄생했습니다.]

3성 발키리의 완성은 무토에게 큰 힘을 주었다.

“드디어···. 드디어 완성했다! 완벽한 9전사를!! 최강의 전사를!!!”

11연패를 딛고 일어서 8연승을 거둔 무토에게 3성 발키리는 호랑이에게 날개가 달린 격이었다.

이제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각오해라 이상현! 네놈이 나에게 가르쳐주었던 전략으로 반드시 네놈을 박살 내주마!!”

이상현을 향한 무토의 적의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철천지원수를 대하는 느낌마저도 들었다.

이처럼 승부욕을 아득히 뛰어넘은 적의는 과연 어떠한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

무토의 다음 상대는 다름 아닌 이상현이었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1차 예선전(2-20)]

[상대: 5번 이상현(39)]

[잔여 라이프(37)]

[전투가 시작됩니다.]

죽음이···. 끔찍한 죽음이 들이닥쳤다. 전사들은 감당할 수 없는 공포에 휩쓸려 비명을 질렀다.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동자는 덧없는 희망을 찾아서 방황했다. 허억. 허억. 허억. 턱밑까지 차오른 숨소리가 하나둘 사라졌다.

스아아악.

죽음이···. 죽음이 번져 나간다. 세상에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일컬어졌던 흑사병보다 더 빠르게 번져 나가며 생명을 부패시키고 새로운 죽음을 탄생시킨다.

“으, 아아···.”

용감했던 전사들은 자비를 구걸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공허한 외침이었다.

설령 닿았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에게는 기적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부와아아악.

생쥐와 벌레들이 들끓는 하수구에서 꿀럭꿀럭 넘쳐흐르는 구정물처럼 죽음이 흘러넘쳤다.

전사들은 그 죽음 속에서 미친 듯이 몸부림치다가 결국에는 잡아먹히고 말았다.

“······.”

이윽고 모든 숨소리가 사라졌다. 전장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오로지 죽음만이······.

그워어어어어어!!

덧없는 희망 위에서 포효할 뿐이었다.

이건 전쟁이 아니다.

일방적인 학살이지 결코 전쟁이 아니다.

용감무쌍했던 전사들은 제대로 된 반격 한 번 못해보고 쓸려나갔다. 3성 발키리조차도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

비유적으로 녹아내린 게 아니라 정말로 녹아내렸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 치즈처럼 주르륵 녹아내려서 끝장났다. 그것도 불과 몇 초 만에.

무토는 그 비현실적인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숨을 쉬는 것조차도 잊어버려서 돌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영원과도 같은 몇 초가 흘러가고.

무토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이, 이게 대체···?”

불과 십여 분 전까지만 해도 이상현의 병력은 그야말로 허접쓰레기였다. 정말 나약해서 시시하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달라지다니.

무토는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무토는 “어떻게?”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러다 전투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움직였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1차 예선전(2-21)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1라이프가 남았습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게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무토는 빠드득!! 이를 악물었다. 이가 으스러질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당혹스러움으로 가득 했던 눈빛은 분노와 승부욕과 적의로 활활 불타올랐다.

“그래···. 그래야 네놈답지. 큭큭큭! 그렇지 않아도 너무 시시하던 참이었거든. 네놈이 이렇게 나와 줘야 나도 밟아줄 마음이 생기지.”

패배의 충격이 무토를 실성하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그를 더더욱 날카롭게 만든 것일까?

그것은 두고 볼 일이었다.

“큭큭큭.”

무토는 조용히, 그러면서도 악착같이 패배를 받아들였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집념이었다.

영웅의 전쟁터에서 드러난 6궁수 그라울러의 괴력은 어마어마한 파장을 낳았다.

부와아아악.

5땅의 효과로 인해 두 마리로 불어난 그라울러는···. 괴물을 넘어선 괴물이었다.

마법사 타이탄조차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끄아···아아······.」

영웅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1초 아니면 2초였다. 최소 3골드 이상의 챔피언이었음에도 그랬다.

5골드·4성의 영웅 살라만더조차도.

쏟아지는 죽음 앞에서는 무력했다.

부와아아악.

「푸흐···흐으으······.」

그라울러는 죽음의 신이었다.

모든 것을 죽음으로 물들이는 죽음의 신.

아직 그라울러의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코스토와 세란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슨···.”

“저게 그라울러라고···?”

특히, 세란의 충격이 대단했다.

그 이유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그라울러는 저렇게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하기는커녕 데스나이트보다 약한 것 같아서···. 솔직히 골드가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랬는데.

분명 그랬는데.

저렇게 강력하다니.

세란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말도 안 돼······.”

이상현은 그들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자신도 이렇게까지 강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시···. 이론상의 조합은 사기라니까.’

이상현은 콧숨을 내쉬며.

승리를 자축했다.

아직 게임이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이상현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끝난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승리를 만끽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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