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전략(4)
두 번째 전략(4)
2라운드에서 다시 만난 무토.
무토의 조합은 내가 1라운드에서 사용했던 9전사 러쉬가 분명했다.
“크으윽! 무릎에 화살이 맞다니!”
“이런 치사한 놈들!”
“비겁하게 화살이나 쏴대다니!”
9전사 러쉬.
아무래도 내가 사용했던 것을 보고 연구해서 따라 사용하는 모양인데···.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왜냐하면 9전사 러쉬를 카운터 칠 수 있는 조합이 바로 궁수 조합이기 때문이다.
“큭! 공기가 이렇게 무겁다니···!!”
“마치 족쇄를 단 것 같아!”
이동속도가 상승하는 그림자 조합이 아니고서야 전사 조합으로는 궁수 조합을 못 이긴다.
가까이 접근하기도 전에 혹은 접근해도 켄타우로스에게 나가떨어진다.
푸부북!!
물론 6궁수+10바람을 만들기 전에는 9전사가 더 강한 건 사실이다. 5바람으로는 전사들의 접근을 막는 것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니까.
“비, 빌어먹을!”
지금은 이렇게 이기고 있어도 무토가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10레벨을 만들고, 9전사를 완성하면···. 그때는 궁수들이 처참하게 몰살당할 것이다.
6전사와 9전사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니까.
반대로 이쪽이 6궁수+10바람을 완성하면.
100이면 100.
궁수 조합이 이긴다.
“캬캬캬~! 내 화살 맛 좀 보라구!!”
뚜벅이들이 많은 전사 조합으로는 궁수 조합을 절대 못 이긴다.
이기고 싶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바람의 파도에 밀려 나가 몇 걸음을 떼기도 전에 고슴도치로 변한다.
“오~! 전사들 주제에 너무 나약한 거 아니야?”
그러니 무토는 내 상대가 아니다.
무토가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려도 이미 8레벨까지 올린 상태에서는 9전사 러쉬 이외에는 할 게 없다.
그러니 무토는 아니다.
무토가 아니라면···.
누가 내 적이 될까?
나는 아직 만나지 못한 8번 플레이어 코스토와 만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황금! 황금을 내놔라! 가짜라도 좋아! 황금을 다오! 내게 황금을 줘···!!”
[1차 예선전(2-6)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행운의 신은 최근 불만이 많아졌다.
왜냐하면 조커 카드를 사용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왜 아무도 안 하냐고?]
[이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0에 수렴할 정도였다.
설령 있다고 해도 다 죽어가는 플레이어들이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조커 카드를 할 뿐이지, 시작부터 조커 카드를 뒤집는 경우는 아예 없었다.
그 탓에 행운의 신은 짜증이 났다.
[이 바보들아! 목숨을 너무 귀중하게 다루니까 기회를 못 잡는 거잖아!!]
[목숨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아아! 조커 카드라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기회’가 있는데, 어째서 사용하지 않는단 말인가?
행운의 신은 슬퍼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하면 조커 카드를 쓰게 만들 수 있을까?]
[확 100골드로 올려 버릴까?]
[아니면 확률이 두 배라고 속일까?]
[초심자의 행운도 나쁘지 않겠네.]
행운의 신은 그런 고민을 했다. 매우 중요한 문제였기에 진지한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서버 13279의 플레이어 이상현의 게임을 보게 되었고, 조금 전의 우울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래, 바로 이거지!!]
어째서 행운의 신이 이토록 기뻐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코스토. 이상현과 1위 자리를 다퉈는 코스토라는 플레이어가 조커 카드를 뽑았기 때문이다.
[우후후~!!]
그래서 행운의 신은 따분한 표정 따위는 벗어던지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게임을 지켜보았다.
첫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코스토는 정공법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방법이 없어.’
너무 이른 판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망설이기에는 적들이 너무 강력했다. 최소 500포인트 이상을 쏟아부은 게 확실했다.
‘위험하지만 그래도 해야 해.’
물론 조커 카드는 뒤가 없는 방법이다.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게다가 모의게임에서 확인했듯이, 그 확률이 극악이다.
1%도 안 되는 확률에 목숨을 거는 행위는 그야말로 자살행위가 아닌가? 하지만 코스토는 무모한 용기를 쥐어 짜내어 조커 카드에 손을 올렸다.
두근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는 현실적인 경고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코스토는 멈추지 않고 과감하게 저질렀다.
“나와라!!”
코스토의 목소리에는 조커 카드를 뽑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함이 깃들어 있었다.
자,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간절함이 비명으로 바뀔 것인가? 아니면 소수의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간절함이 환희로 바뀔 것인가?
코스토는 조용히 그 결과를 지켜보았다.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멈춰 있던 영원한 인형, 전설의 오토마타(★★★★★)가 끼리릭 움직였습니다!]
“?!!”
믿을 수 없게도 기적은 존재했다.
그것도 바로 자신에게!
3골드·5성!!
대단히 강력한, 주력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챔피언이 뽑힌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 그림자로 바꿔야 하나?”
코스토의 조합은 그림자가 아니라 ‘괴물’이었다. 때문에 코스토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눈을 찌푸렸다.
괴물, 그림자.
그림자, 괴물.
전설의 오토마타.
잠시 후, 코스토는 결정을 내렸다.
“···팔자. 오토마타는 괴물 조합과 어울리지 않으니까.”
물 속성에다가 수호자 직업인 오토마타는 괴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챔피언이었다. 그렇다고 그림자 직업으로 바꾸자니 그것도 꺼림칙했다.
결정을 내린 코스토는 뒤돌아보지 않고 전설의 오토마타를 팔아버렸다.
[전설의 오토마타(★★★★★)를 판매했습니다.]
[215골드를 회수했습니다.]
“좋았어!!”
215골드.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황금 주머니를 세 개나 까도 얻기 힘든 금액이었다.
코스토는 즉시 챔피언들을 구매했다. 골드는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조커 카드에 들어간 비용 말고도 40골드가 더 있었기 때문이다.
[전설의 오크(★★★★★)가 탄생······]
[전설의 고블린······.]
그 결과 1골드 챔피언인 오크와 고블린이 5성이 되었으며, 고블린 주술사와 트롤과 오크 전사는 4성이 되었고, 오크궁수는 3성이 되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102골드를 남겨서, 골드 이자까지 챙길 수 있게 되었다.
“됐어! 이 정도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어!!”
바닥을 찍었던 코스토의 자신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회복되어 충만해졌다.
코스토는 잔뜩 부풀어 오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1차 예선전(2-5)와 (2-6)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가뿐한 승리였다.
그리고 (2-7)에서 이상현을 만났다.
나는 코스토를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내 상대는 코스토라는 걸, 그리고 코스토가 조커 카드를 성공시켰다는 것을.
현재 코스토가 보유하고 있는 챔피언들의 등급과 레벨을 고려하면, 1골드·6성이나 3골드·5성급 챔피언을 획득해서 판매한 것이 분명했다.
“취익! 죽인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코스토의 조합이 ‘괴물’이라는 점일까?
물론 괴물 조합도 만만치 않은 조합이다. 4골드 챔피언인 와이번과 5골드 챔피언인 드레이크가 암살자니까.
그리고 5불을 만들 수가 있어서, 바람인 궁수들에게는 치명적이다.
뭐, 임프가 없는 것을 보니, 임프는 만들지 못한 모양이지만 여하튼 방심할 수 없는 조합이다.
“그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네.”
나는 코스토가 그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승부를 지켜보았다.
「어딜 가냐, 이 징그러운 괴물들아!! 얼른 이리 와서 내 방귀 맛이나 좀 봐라!!」
나는 1차 예선전(2-7)이 시작하기 전에, 용병과 켄타우로스를 3성으로 만들었다.
최소 4성인 코스토의 챔피언들과 비교하면 허접한 수준이지만···.
이기지는 못해도.
깎아낼 수는 있다.
궁수니까.
푸부부북!!
[1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4번 세란(94)│6승, 1패]
[2위: 6번 아브리겔(93)│6승, 1패]
[3위: 5번 이상현(90)│5승, 2패]
[4위: 1번 카리스(85)│4승, 3패]
[5위: 3번 신지드(83)│3승, 4패]
[6위: 8번 코스토(82)│3승, 4패]
[7위: 2번 하폰(70)│1승, 6패]
[8위: 7번 무토(61)│0승, 7패]
역시.
4궁수+5바람으로는 무리였다.
뭐, 그래도 제법 많이 죽여서 5라이프로 끝났다는 점은 고무적일 것이다.
나는 코스토와의 전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챔피언 상점을 보았다.
“으응···??”
나는 내 눈을 진심으로 의심했다. 그 이유는 챔피언 상점에 사령술사가 가득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사령술사(★)┃사령술사(★)┃사령술사(★)┃사령술사(★)┃사령술사(★)┃사령술사(★)]
“···뭐지 이건?”
사령술사가 하나도 둘도 아니고 여섯이라고?
그것도 5레벨에?
5레벨에 6사령술사라고?
“버그는 아닐 테고···.”
나는 이 믿기 어려운 확률에 눈을 깜빡였다.
깜짝 놀란 나머지 혹시 누군가가 조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잠깐 들었다.
“···이걸 두고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하나?”
바람+궁수 조합이 언데드인 사령술사를 모은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어리석은 짓이다. 쓸데없이 골드를 낭비하는 짓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사령술사가 나온다면···. 모으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언데드인 탓에 궁수 조합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지만, 정확히는 못 쓰지만, 그라울러는 6골드 챔피언이다.
그리고 사령술사와 같은 땅 속성이라서 6궁수+5바람+5땅도 가능하다.
다만 ‘이론상’의 조합이라서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인데···.
“······.”
6궁수+5바람+5땅.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뭐, 6궁수+10바람과 비교해서 그게 훨씬 더 좋으냐고 묻는다면, 상황에 따라 다르다.
왜냐하면 땅 속성은 복불복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템을 가진 챔피언을 복제한다면 대박이겠지만, 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쭉정이를 복제한다면 꽝이다.
그래서 복불복이 심하다.
운 좋게 그라울러를 복제한다면, 10바람보다 훨씬 더 강할 것이다.
그러나 쓸데없는 챔피언을 복제하면···. 10바람이 더 좋을 것이다.
으음.
평균을 따진다면···.
10바람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적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고, 멀리서 쏴대는 게 궁수 조합의 핵심이니까.
뭐, 지금까지 6궁수+5바람+5땅 조합을 만들어보지 못해서 뭐라고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전투까지 5초 남았습니다.]
고민할 시간이 얼마 없다.
그래.
일단은 사고 보자.
나중에 뭐라도 될 테니까.
[사령술사(★★) 두 명이 탄생했습니다.]
[105골드 남았습니다.]
과연, 이 결정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쓸데없이 돈을 낭비한 것인지.
아니면 6궁수+5바람+5땅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언데드 조합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인지는.
두고 봐야겠지.
[영웅 듀라한(★★★★)과 영웅 해골전사(★★★★) 다섯이 곧 황혼에서 깨어납니다.]
[전투에서 승리하십시오! 승리하지 못한 패배자는 황혼에 갇혀 영영 그 자신을 잊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또한, 영웅이 되어······.]
우연은 없고 모든 것은 필연이라는 말이 사실이었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언데드 조합에 필요한 아이템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언데드 조합에 필수적인.
무슨 일이 있어도 손에 넣고 싶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최고의 아이템이.
꿀꺽!!
물론 내 차례까지 저 아이템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저 아이템은 언데드 조합에게 있어서는 가히 최고의 아이템이니까.
그러나 언데드 조합을 선택한 플레이어는 현재 1위다. 8위나 7위가 아니라 1위다.
그 말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나에게 있다는 것이다.
언데드 조합은 아니지만 사령술사를 모으고 있으며, 저 아이템에 대해 알고 있는 나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이다.
내가 저것을 선택하지 않고 궁수 조합의 아이템을 선택해서 10바람+6궁수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저건 위험하다. 언데드 조합에게 있어 최고의 아이템인 만큼.
저것이 1위인 세란에게 넘어간다면···.
그때는 나와 코스토의 싸움이 아니라 세란의 독주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막아야 한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
···어쩌면 사령술사들이 나온 이유가.
이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을 선택했습니다.]
[죽음의 왕관을 획득했습니다!]
[죽음의 왕관]
↳언데드 전용 아이템. 장착하면 공격력과 방어력이 +44 상승하며, 체력이 +44% 상승한다.
죽음의 왕관을 장착한 언데드 챔피언이 적 챔피언을 처치하면, 처치된 챔피언과 동일한 가치와 등급의 언데드로 부활시킨다. 부활한 언데드가 적 챔피언을 처치하면, 동일한 효과가 발휘된다.
“어, 어째서···??”
나의 선택에.
세란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래도 그녀는.
죽음의 왕관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보다.
“나도 언데드를 모으거든.”
그래서 나는.
심리전을 걸었다.
“뭐, 아닐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