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전략(3)
두 번째 전략(3)
STFT를 하다 보면.
운수대통인 경우가 가끔 있다.
마치 시스템이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획득하는 경우가.
드물게 발생한다.
[보스몬스터인 해골전사(★★)와 좀비(★★)와 유령(★★)과 리빙아머(★★)와 미믹(★★)과 슬라임(★★)의 몸에서 다섯 개 개의 보물이 나왔습니다.]
[1. 수수께끼 구슬(??)]
[2. 황금 주머니(1~100)]
[3. 무릎에 맞은 화살]
[4. 켄타우로스의 활]
[5. 괴물 용병의 구슬(3회)]
[30초 안에 세 개를 선택하십시오.]
“···와우.”
궁수 조합에 필요한 아이템이 두 개나 나왔으며, 황금 주머니까지 나왔다.
어디 그것뿐인가? 아이템을 두 개도 아니고 무려 세 개씩이나 선택하라고 하신다.
첫 번째 아이템 선택에서도, 6궁수가 등장했을 때도 느꼈지만···.
이번 판은.
뭔가 되는 판이다.
무엇을 해도 되는 판!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세 가지 아이템을 선택했다.
[황금 주머니(1~100)를 선택했습니다.]
[77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무릎에 맞은 화살을 선택했습니다.]
[켄타우로스의 활을 선택했습니다.]
[죽음의 던전이 닫힙니다.]
[배신의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무릎에 맞은 화살]
↳궁수 전용 아이템. 기본 공격을 적중시켰을 때, 50%의 확률로 적 챔피언의 이동속도를 3초 동안 50% 감소시킨다. 치명적인 공격을 적중시켰을 때에는 적을 3초 동안 멈춰 세운다.
[켄타우로스의 활]
↳궁수 전용 아이템. 기본 공격을 적중시켰을 때, 25%의 확률로 적 챔피언을 1칸 밀어낸다. 그리고 1%의 확률로 적을 벽 끝까지 밀어낸다.
궁수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아이템이다.
켄타우로스의 활을 두 개 장착한 켄타우로스는 사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괴물 하이에나 궁수(★★★)에게 ‘무릎에 맞은 화살’을 장착시켰습니다.]
[켄타우로스(★★)에게 ‘켄타우로스의 활’을 장착시켰습니다.]
[아이템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나는 이 믿기 어려운 행운에 살짝 흥분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골드가 114골드라는 점도 나를 흥분시켰다.
챔피언 상점을 살펴보니 엘프 두 명과 오크 궁수가 보였다.
[엘프(★★)가 탄생했습니다.]
[오크 궁수(★)가 합류했습니다.]
[105골드 남았습니다.]
나는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누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지금 버튼을 누르면 엘프를 3성으로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크으윽!
그래도 참아야겠지.
궁수 조합은 길게 보는 조합이니까.
나는 골드 이자를 위해서 충동을 꾹 참았다.
대신 챔피언들의 구성과 배치를 바꾸었다.
[영웅 궁수(★★★★)가 고정됩니다.]
[괴물 하이에나 궁수(★★★)가 고정됩니다.]
[켄타우로스(★★)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엘프(★★)가 고정됩니다.]
[용병(★★)이 앞으로 나아갑니다.]
[바람(5)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적 챔피언의 이동속도가 40% 감소합니다.]
[궁수(4)를 만들었습니다.]
[궁수들의 사거리가 +10칸, 명중률이 +70% 증가합니다.]
[요정(2)을 만들었습니다.]
[요정들의 공격회피 능력이 +5% 상승합니다.]
나는 괴물 고블린(★★★)을 빼고 엘프(★★)를 집어넣었다. 등급은 엘프가 떨어져도 궁수로서의 전투력은 엘프가 훨씬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엘프(★★)]
속성: 바람
직업: 요정, 궁수
공격력: 145
방어력: 85
체력: 1173
마나: 30/30
스킬: 바람의 화살
바람의 화살!
이 스킬은 범위 스킬로, 화살이 적중한 곳을 중심으로 3×3의 피해를 입히는 스킬이다.
강력한 스킬은 아니지만, 범위가 넓고, 마나 소모가 작아서 자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용병의 도발과 훌륭한 짝꿍을 이루는데, 용병이 도발로 적들을 모으면 엘프가 바람의 화살을 날려 적들을 일망타진할 수가 있다.
물론 마법사 타이탄과 비교하면 허접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래도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1차 예선전(2-5)]
[상대: 6번 아브리겔(100)]
[잔여 라이프(95)]
서버 13279의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궁수라는 조합이 ‘생소’하기는 해도 과연 저게 좋은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상현의 실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없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궁수 조합은 아직 ‘시험’조차도 못 해본 조합이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잠시 들떴던 분위기는 빠르게 가라앉아서, 이상현이 출전하기 전과 똑같아졌다.
“이거, 실패한 거 아닐까?”
“내 생각도 그래.”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아.”
“무난한 정도?”
“그저 그렇네.”
“차라리 5성 챔피언을 빨리 만드는 게 좋아 보여.”
“전략적이기는 하지만···. 애매하네.”
(2-1), (2-2), (2-3), (2-4)까지 쭉 지켜본 바로는 그랬다.
생소하고 특이하기는 해도 그렇게까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딱 그 정도의 느낌이었다.
“흥. 바보들.”
김원호는 그런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상현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궁수 조합을 꺼내 들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튜토리얼에서부터 마법사 조합을 생각해낸 인간인데. 그걸 모르다니.”
“···이상현씨가 이길 거라고 보십니까?”
김인식의 물음에 김원호가 대답했다.
“당연하죠. 아마도 90% 정도의 승산을 가지고 올라갔을 겁니다. 물론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 오! 저것 보세요. 지금 웃고 있네요.”
김원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이상현이 있었다. 그리고 이상현은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화면 너머지만 그것이 느껴졌다.
“아마 지금부터는 다를 겁니다.”
김원호는 팔짱을 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과연 김원호의 말대로 상황이 달라질까?
“······.”
김인식은 조금 기대에 찬 눈빛으로 1차 예선전(2-5)이 시작되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바람 속성은 적 챔피언의 이동속도를 40% 감소시킨다. 썩 대단한 능력은 아니지만, 궁수들에게는 1~2초라는 시간을 벌어주는 최고의 능력이다.
피슝!!
바람을 가로지르며 날아간 화살이 전설의 창병의 머리에 적중했다. 뾰족한 화살촉은 투구를 뚫고 들어가 머리에 상처를 입혔다. 치명상은 아니었으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궁수 따위가···!!”
분노가 끓어오른 전설의 창병의 얼굴은 무시무시했다. 내면의 악마가 깨어난 듯했다.
“조금만 참아! 조금만 더 가면 저 녀석들을 응징할 수 있을 테니까!!”
놀랍게도 전장에 나타난 전설의 창병은 한 명이 아니었다. 두 명이었다.
플레이어 세란처럼 플레이어 아브리겔도 6성 챔피언을 모으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전설의 해골전사들을 상대로는 패배했었던 이상현의 챔피언들이 이번에는 이길 수 있을까?
“꺼져라!!”
그런 의문이 피어나기도 전에, 켄타우로스의 화살이 전설의 창병을 뒤로 밀어냈다.
1칸도 아닌 2칸을.
“크으윽?!”
밀려난 창병은 저릿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그사이 켄타우로스가 소리쳤다.
“모두 공격!! 적들이 다가오기 전에 고슴도치로 만들어버려라!!”
“오오! 지휘관 나으리! 날 빼놓으면 섭섭하지!!”
켄타우로스의 옆에서 나타난 챔피언은 용병이었다.
용병은 전설의 창병들에게 달려가더니 ‘도발’을 사용했다.
“새끼들아! 그것도 창이라고 세우고 다니느냐? 창이 그따위니까 하루하루가 시무룩하겠구나! 어쩐지 발기부전 치료제가 불티나게 팔린다더니만.”
“뭐, 뭐라고?!”
“허접한 용병 나부랭이 따위가!!”
거침없는 도발은 떨어져서 달려오던 전설의 창병들을 한 곳으로 모았다.
그러자 엘프의 바람의 화살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가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크흐읍?!”
“?!!”
바람의 화살은 전설의 창병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영웅 궁수와 괴물 하이에나 궁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활시위를 당겼다.
특히, 하이에나 궁수가 열성적이었다.
“캬하하~! 오늘도 죽기 좋은 날이로군! 아주 좋은 날이야! 그런 의미에서 둘 중 둘만 죽어라!!”
피슝!!
거칠게 쏘아낸 괴물 하이에나 궁수의 화살에는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네놈들을 반드···커헉?!”
화살에 적중당한 전설의 창병을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부르르르! 창병은 꼼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다!!”
켄타우로스는 화살에 맞고 무릎을 꾼 전설의 창병을 향해서 활을 당겼다.
푸욱!!
밀어내는 화살은 무릎을 꿇어버린 전설의 창병을 무자비하게 뒤로 밀쳐냈다.
이번에도 1칸이 아닌 2칸이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창병이 이를 갈며 외쳤다.
“이, 이, 빌어먹을 자식들이···!!”
“꼬우면 덤벼보라고!”
용병은 용감무쌍하게 도발을 걸며, 궁수들이 한 발이라도 더 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었다.
그 덕분에 궁수들은 2초라는 시간을 벌었고, 2초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긴 시간이었다.
푸부부북!!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화살들과 전설의 창병들.
전설의 창병들은 힘겹게 화살들을 쳐내며 전진하고 또 전진했다.
그러나 몇 걸음을 내딛기가 무섭게.
“물러서라!!”
켄타우로스의 밀어내는 화살에 의해 밀려났다.
“이, 이익···!!”
[1차 예선전(2-5)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상대는 5성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었다. 그랬는데, 궁수들은 큰 위기 없이 상대를 물리쳤다.
이것이 4궁수+5바람의 힘이다.
뚜벅이들을 상대로 큰 힘을 발휘하는, 암살자 조합이 없는 곳에서는 왕 노릇을 하는 조합!!
이제 3성과 4성을 갖추고, 레벨 업만 하면 끝난다. 힘들 게 전혀 없다.
나는 챔피언 상점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챔피언 상점에는 궁수들과 함께 사령술사가 있었다.
언데드 조합인 것도, 마법사 조합인 것도, 하다못해 6레벨인 것도 아닌데 사령술사라니?
“······.”
[오크궁수(★★)가 탄생했습니다.]
[켄타우로스(★★)가 탄생했습니다.]
[115골드 남았습니다.]
궁수들 속에 뜬금없이 나타난 사령술사.
이게 무슨 의미일까?
우연일까? 아니면 뽑으라는 시스템의 뜻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까?
나는 12년 동안 이런 경우를 수도 없이 많이 경험해보았다.
그리고 경험상···.
[사령술사(★)가 합류했습니다.]
일단은 사두는 게 좋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물론 아무 일도 없는 게 가장 좋다. 궁수 조합에서 다른 조합으로 갈아타는 건 어려우니까.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1차 예선전(2-6)]
[상대: 7번 무토(71)]
[잔여 라이프(95)]
‘지금이다! 놈은 반드시 온다!!’
2라운드.
무토는 이상현과의 싸움을 준비해왔다.
오랫동안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만큼 손꼽아 기다려왔으며, 이상현이 사용했던 9전사에 대해서 모든 지혜를 총동원해 철저히 분석했다.
그 결과 무토는 9전사에 대하여 상당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인공지능과 싸우는 모의게임에서 파악한 거라 실전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무토는 조금도 겁내지 않고, 미치도록 준비해온 9전사를 꺼내 들었다.
[방패전사(★★)가 탄생했습니다.]
[창병(★)이 합류했습니다.]
서버의 동료들은 무토를 위해서 500포인트를 모아주었다. 현재 4승이라서 얼마든지 우승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토는 그 500포인트를 50골드로 바꾸어서 전사들을 끌어모았고, 이상현이 그랬듯이 4연패를 했다.
그리고 죽음의 던전을 통해서.
[레벨 8이 되었습니다.]
8레벨을 달성했다.
그리고 황금 주머니와 수호자의 갑옷을 획득했다.
[황금 주머니(1~100)를 선택했습니다.]
[34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수호자의 갑옷을 획득했습니다.]
간절히 원했던 100골드에는 턱없이 부족한 골드였지만 그래도 0골드까지 내려갔던 골드를 조금이나마 회복시켰으니 큰 불만은 없었다.
수호자의 갑옷도 9전사에게 괜찮은 아이템이었다.
‘이상현이 했던 방식과는 다르지만···. 조금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돼. 어차피 길은 똑같으니까.’
처음, 용병의 구슬이 없었을 때, 무토는 당황했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려서 계획을 수정했다.
죽음의 던전에서 용병의 구슬을 획득하거나, 획득하지 못한다면 연패 기간을 늘려서 골드를 모으기로.
무토의 그러한 생각은, 9전사 러쉬를 했었던 수많은 STFT 플레이어들의 생각과 비슷했다.
다만, 무토의 9전사 러쉬는 9전사 러쉬를 완성한 이후를 생각하지 않은, 9전사를 최대한 빨리 만드는 것에만 초점을 둔 급조된 9전사 러쉬였다.
그래서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기다려라 이상현! 네놈이 사용했던 조합으로···. 반드시 네놈을 박살 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