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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전략(2) (77/170)
  • 두 번째 전략(2)

    두 번째 전략(2)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바람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눈 깜짝할 사이에.

    푸욱!!

    영웅 늑대의 단단한 털가죽을 뚫고 들어가 큰 상처를 입혔다.

    “크라아악?!”

    영웅 늑대의 비명과 함께 굵은 핏방울이 튀어 올랐다. 그런데 화살은 하나가 아니었다. 총 세 개였다.

    푸부북!!

    뒤이어 날아온 화살들이 영웅 늑대의 몸에 꽂혔다.

    비틀! 순간 영웅 늑대의 몸이 휘청거렸다.

    “크르···르르!!”

    영웅 늑대의 눈동자에 무시무시한 분노가 맺혔다. 상대가 누가 되었든 일단 눈에 보이면 물어뜯을 기세였다.

    푸부북!!

    화살들은 끝없이 날아왔다. 영웅 늑대는 쏟아지는 화살비를 뚫고 전장의 끝에 도착했다.

    “키에엑~!!”

    전장의 끝에는 고블린이 서 있었다.

    고블린을 발견한 영웅 늑대는 광견병에 걸린 미친 짐승처럼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고블린의 목덜미를 단숨에 물어뜯었다.

    콰드드득!!

    열심히 화살을 쏘아대던 고블린은 비명조차 한 번 질러보지 못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크아앙!!”

    단순에 고블린을 처치한 영웅 늑대는 전장의 양쪽 끝을 바라보았다. 전장의 양쪽 끝에는 궁수와 하이에나 궁수가 서 있었다.

    “캬캬캬! 맛있는 늑대고기라니! 가죽은 너덜너덜해서 팔아먹지 못하겠군!”

    “죽어라, 이 사나운 짐승아!!”

    영웅 늑대는 한쪽을 선택해야 했고, 자신과 대등한 상대인 영웅 궁수를 선택했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치명적인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약자멸시를 가진 하이에나 궁수에게 뒤통수를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좋아, 그대로 있으라고. 지금 널 죽여줄 테니까!”

    괴물 하이에나 궁수가 활시위를 힘껏 당기더니 팡! 하고 놓았다.

    그러자 화살이 벼락처럼 날아갔다.

    푸욱!!

    화살은 정확히 영웅 늑대의 뒤통수에 꽂혔다.

    짐승의 뼈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화살촉은 영웅 늑대의 목숨을 어지럽게 흔들어놓았다.

    “크르···으으···으···!!”

    비틀비틀! 영웅 늑대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영웅 궁수가 한 번에 세 번의 공격을 퍼붓는 연발화살을 쏘았다.

    푸부부북!!

    연발화살은 영웅 늑대의 미간과 왼쪽 눈을 파고 들어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이걸로 끝장이다!!”

    괴물 하이에나 궁수는 하이에나답게 영웅 늑대의 상처를 놓치지 않았다.

    피 냄새를 맡은 피라냐처럼 달려들어.

    푸욱!!

    숨통을 끊어놓았다.

    “크···르르······.”

    털썩.

    영웅 늑대가 쓰러졌다. 십여 발의 화살이 꽂혀 피투성이가 된 몸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하이에나 궁수는 그제야 경계심을 풀고 다가가 영웅 늑대의 머리에 발을 올려놓았다.

    “캬캬캬! 별것도 아닌 놈이 까불긴!”

    하이에나다운 오만한 발언이었다.

    [1차 예선전(2-1)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1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산뜻한 출발이다.

    연패로 골드를 모아야 하는 9전사 러쉬와는 다르게 궁수 조합은 라이프 관리로 오랫동안 버텨야 하니까!

    “어디 보자.”

    나는 챔피언 상점을 살펴보았다. 상점에는 궁수 조합의 핵심인 켄타우로스가 있었다.

    나는 당연히 켄타우로스를 구입했다. 켄타우로스가 없는 궁수 조합은 붕어 없는 붕어빵이기 때문이다.

    [켄타우로스(★)가 합류했습니다.]

    [21골드 남았습니다.]

    그런 다음 레벨 업을 할까? 잠깐 고민했다.

    왜냐하면 2궁수와 4궁수는 단순히 두 배가 아니라 세 배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골드 관리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20골드의 지출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황금 주머니의 골드가 1~100으로 바뀐 상황에서 죽음의 던전을 거친다고 해도 골드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고 싶지만 참아야겠지.

    라이프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골드 관리도 중요하니까.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1차 예선전(2-2)]

    [상대: 2번 하폰(95)]

    [잔여 라이프(100)]

    [전투가 시작됩니다.]

    “궁수 조합?”

    “저거 궁수 조합이지?”

    “맞는 거 같은데?”

    “혹시 누구 아는 사람 없어?”

    “있을 거 같아? 자료도 뭣도 없는데! 만들어 보기는커녕 만나본 적도 없다.”

    이상현의 ‘궁수 조합’은 서버 13279에 소란스러움을 불러왔다. 그 이유는 유니버스 STFT에 관한 자료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하나도 없다.

    전부 몸으로 깨달은 것들뿐이다.

    그래서 궁수 조합은···.

    ‘생소’했다.

    간단한 조합이지만 생소한 조합이었다.

    “언제 저런 걸 생각했대?”

    “뭐, 모의게임에서 생각했겠지.”

    “흐음. 궁수 조합이라. 저게 괜찮나?”

    “나빠 보이는데.”

    “네가 보기에는 어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게임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궁수라는 직업이 상당히 성가시잖아? 앞라인만 잘 버텨준다면 1등도 노려볼 만하겠는데?”

    “1등이라···.”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궁수 조합이 어떤 힘을 발휘할지는 몰라도 궁수의 개념을 생각해본다면 근접 챔피언들보다는 좋을 게 분명하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게임을 지켜보았다.

    ‘꼭 이겨줘···!!’

    신하영은 이상현이 승리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

    나는 (2-2)와 (2-3)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완승은 아니었고 굉장히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진짜 운 좋게 하이에나 궁수의 치명타가 터지면서 이길 수가 있었다.

    치명타가 터지지 않았으면 아마도 졌을 것이다.

    [용병(★)┃오크궁수(★)┃마법사(★)┃창병(★)┃용병(★)┃엘프(★)]

    챔피언 상점을 살펴보니, 6궁수를 완성할 수 있는 오크궁수와 엘프가 보였다.

    덤으로 용병 두 명도 있었다.

    나에게는 굉장히 좋은 징조다.

    [용병(★★)이 탄생했습니다.]

    [오크궁수(★)가 합류했습니다.]

    [엘프(★)가 합류했습니다.]

    [38골드 남았습니다.]

    궁수 조합의 최대 장점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궁수(1골드), 고블린(1골드), 하이에나 궁수(2골드), 켄타우로스(3골드), 엘프(3골드), 오크궁수(3골드).

    이렇게 모으면 6궁수+5바람이다.

    그리고 이게 끝이다.

    6골드 챔피언인 그라울러가 궁수이기는 해도 땅 속성인 그라울러는 궁수 조합의 핵심이 아니다. 그래서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6궁수 이후에는 바람 속성을 가진 챔피언을 아무거나 넣어도 된다.

    물론 가장 좋은 건 하이엘프와 실피드다. 사실, 궁수 조합의 진짜 핵심은 실피드다. 바람의 파도로 적을 밀어내는 실피드.

    10바람인 상태에서 실피드에게 드래곤 하트를 장착시키면 진짜 끝장난다.

    적들은 움직일 수 없는 공포가 무엇인지, 다가갈 수 없다는 악몽이 무엇인지 제대로 경험하게 된다.

    다만, 실피드를 뽑을 때까지 생존해야 해서 어렵다. 만들기는 쉬워도 살아남기가 어려운 조합인 셈이다.

    그래서 라이프 관리가 중요한데···.

    두근두근.

    왠지 모르게 느낌이 싸늘하다.

    갑자기 오한이 든다.

    [전투까지 10초 남았습니다.]

    느낌이지만 이번 판은···.

    질 것 같다.

    도대체 뭘까?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으음···.

    이렇게 불쾌한 예감이라니.

    그렇다면···.

    [레벨 업 버튼을 눌렀습니다.]

    [레벨 4가 되었습니다.]

    [18골드 남았습니다.]

    [용병(★★)이 앞으로 나아갑니다.]

    [궁수(4)를 만들었습니다.]

    [궁수들의 사거리가 +10칸, 명중률이 +70% 증가합니다.]

    나는 레벨 업 버튼을 눌러서 용병을 배치했다.

    그 탓에 골드가 18골드로 감소했지만···. 최악의 상황 같은 건 아니다.

    최악의 상황은 죽음의 던전에서 황금 주머니가 나오지 않는 것이지, 지금의 상황은···.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1차 예선전(2-4)]

    [상대: 4번 세란(100)]

    [잔여 라이프(100)]

    나쁜 상황을 막은 상황일 것이다.

    물론 막았는지 아니면 부랴부랴 감싼 것에 불과한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

    “······.”

    보기만 해도 섬뜩한 전설의 해골전사 두 명이 덜그럭덜걱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궁수들은 재빨리 활시위를 당기며 화살을 날렸다. 피슝! 화살이 전장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

    탁탁탁!!

    살가죽을 파고드는 소리가 아닌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지휘관인 용병이 소리쳤다.

    “내가 막고 있겠다! 그사이 너희들은 화살을 퍼부어!!”

    “조금만 버텨줘!!”

    “키이익!”

    “최대한 오랫동안 버텨보라고!!”

    “와라, 해골뼈다귀들아!!”

    용병은 용감하게 달려갔다.

    그러나 전설의 해골전사들은 용병의 도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언데드답게 아무런 감정 없이 녹슨 검을 내리칠 뿐이었다.

    서걱! 서걱!

    무기질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듣기만 해도 오싹하고, 살점이 떨어져 나갈 듯했다.

    “크아아악?!”

    용병의 입에서 고통으로 가득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궁수들은 용병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다.

    “1초라도 더 버텨봐!!”

    영웅 궁수의 화살이 날아가 전설의 해골전사의 머리를 카앙!! 정확히 가격했다.

    순간 전설의 해골전사의 몸이 흔들렸다.

    지금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던 녀석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치명적인 공격이 분명했다.

    “좋았어!!”

    약자멸시의 힘을 가진 괴물 하이에나 궁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해골뼈다귀에 불과한 해골전사에게 누가 포식자인지 가르쳐주기 위해서 활을 힘껏 잡아당겼다.

    “어디 한 번, 죽어보라고!”

    피슝!

    타아앙!!

    이번에도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그 덕분에 용병의 목숨을 반으로 갈라버리려고 했던 전설의 해골전사의 움직임이 잠깐이지만 멈췄다.

    “사, 살았···?!”

    싹둑!!

    살았다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용병의 머리가 잘렸다. 주인을 잃은 몸뚱이는 허망하게 쓰러졌다.

    “······.”

    순식간에 용병을 처치한 전설의 해골전사가 이번에는 고블린을 향해서 달려갔다.

    “키이익···!!”

    괴물 고블린은 무시무시한 공포에 잔뜩 긴장한 나머지 자기 몸보다 커다란 활을 마구잡이로 잡아당겼다.

    그 결과.

    화살이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갔고.

    기적적으로.

    텅!!

    급소인 관자놀이에 적중했다.

    “······?”

    비틀비틀! 관자놀이를 타격한 화살은 전설의 해골전사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둔화시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괴물 하이에나 궁수가 “잘 가!!”라고 외치며 활을 쏘았다.

    콰드득!!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은 전설의 해골전사의 이마를 관통하여 뒤통수로 빠져나왔다.

    단단한 머리뼈에 화살촉이 잔뜩 부러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관통한 것이다.

    털썩.

    전설의 해골전사가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갈비뼈 안쪽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붉은 기운도 서서히 약해졌다.

    “키이익~!”

    “야, 이 자식아! 멍청히 서 있지 마!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라고, 이 멍청아!!”

    기적적으로 전설의 해골전사를 한 명 쓰러뜨렸지만, 아직 전설의 해골전사가 한 명 더 남아있는 상황이다.

    영웅 궁수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쉴 새 없이 화살을 쏘아댔다.

    “키에엑···!”

    고블린의 비명이 잠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투가 끝났다.

    [1차 예선전(2-4)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95라이프가 남았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1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죽음의 던전으로 이동합니다.]

    궁수들의 패배였다.

    진짜 기적적으로.

    전설의 해골전사 하나를 처치했지만.

    역시 둘은 무리였다.

    뭐, 4궁수+5바람이었으면 결과가 달랐겠지만.

    이런 생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 끝난 일인데.

    그래도 최소한의 실점으로 막아냈다.

    전설의 해골전사 둘을 상대로 5라이프면.

    나름 선방한 것이다.

    [시련의 방을 선택했습니다.]

    [현재 입장 인원: 1명]

    [30초 후에 시련의 방이 폐쇄됩니다.]

    나는 9전사 러쉬때처럼 시련의 방을 선택했다.

    사실은 괴물의 방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차지한 상태였다.

    뭐, 덕분에 보상이 겹치지 않게 되었으니, 결코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조금 아쉽기는 해도.

    [시련의 방이 폐쇄됩니다.]

    [30초 동안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나는 챔피언 상점에서 켄타우로스를 구입했다.

    [켄타우로스(★★)가 탄생했습니다.]

    [23골드 남았습니다.]

    나는 용병을 빼고, 켄타우로스를 배치했다.

    배치는 왼쪽 끝에 영웅 궁수를, 중앙에 괴물 고블린과 켄타우로스를, 오른쪽 끝에 괴물 하이에나 궁수를 배치해서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이것으로 준비가 끝났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궁수 조합에 좋은 아이템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망할 신놈들에게 기도하는 게 아니라.

    둥.

    두둥.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죽음의 던전(1)]

    [상대: 해골전사(★★), 좀비(★★), 유령(★★), 리빙아머(★★), 미믹(★★), 슬라임(★★)]

    [잔여 라이프(95)]

    [전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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