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사 러쉬의 결과와 패치 (74/170)
  • 9전사 러쉬의 결과와 패치

    9전사 러쉬의 결과와 패치

    “빌어먹을···!!”

    무토는 어쩔 수 없이 악마의 성배를 선택했다. 다른 것들보다는 악마의 성배가 그나마 나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무토에게 악마의 성배는 독이 든 성배였다.

    10골드.

    드래곤 하나의 가치가 자그마치 10골드다. 이기든 지든 10골드를 받는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드래곤은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그렇다고 드래곤을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악마 조합 최강의 챔피언답게 드래곤은 대단히 강력한 챔피언이니까.

    다른 악마를 포기했으면 포기했지, 드래곤을 포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악마의 성배에서 드래곤(★)이 나타났습니다.]

    [드래곤(★)을 합류시키겠습니까?]

    “크으윽···!!”

    그 탓에 무토의 골드는 승리 수당 2골드와 2~3골드의 이자로 연명해야 하는 고약한 상태에 빠졌고, 8레벨은 엄두도 낼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영웅의 전당에서는 황금 주머니가 나오지 않았다.

    뭐, 나왔더라도 이상현이 가로채 갔을 게 분명했다. 여전히 이상현의 순위가 더 낮으니까.

    “제기랄···. 제기라아알!!”

    문토는 정말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운에 모든 것을 맡겼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파란 수수께끼 구슬(??)을 선택했습니다.]

    [용암나무 지팡이를 획득했습니다.]

    그런데 보기 좋게 실패했다.

    대실패였다.

    “으아아아아아아···!!”

    이럴 줄 알았다면 하다못해 공격력을 올려주는 싸구려 아이템이라도 선택하는 건데···! 이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아이템이 나오다니!

    무토는 괴성을 지르며 분노했다.

    후반으로 접어든 탓에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무토의 골드는 제자리걸음이었으며, 아무리 승리를 쌓아도 늘어날 기미가 없었다.

    무토는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누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다 네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저리 비켜!!!”

    [황금 주머니(60~120)를 선택했습니다.]

    [71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무토는 아이템 우선 선택권으로 기어코 황금 주머니를 획득했다. 골드가 가득 든 황금 주머니를.

    하지만 레벨은 8에 불과했으며, 드래곤을 3성으로 만든 게 전부였다.

    괴물 드래곤(★★★).

    강력한 챔피언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이상현에게는 영웅 소드마스터와 영웅 데스나이트 그리고 영웅 발키리가 있었다.

    「발할라가 우리를 부른다!!」

    그리고 이상현은.

    네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아이템을 선택했다.

    골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아이템을.

    “쿠오오오오옷!!”

    괴물 드래곤의 눈동자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활화산처럼 거칠게 날뛰는 심장에서는 불의 기운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요동쳤다.

    용의 분노!!

    그것은 세상을 불태우는 악마의 힘이었다.

    괴물 드래곤은 그 끔찍한 힘으로 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내 방패만 믿으라고!!”

    감히 드래곤의 앞을 막아선 용감한 전사가 있었으니, 그 전사는 바로 방패전사였다.

    씰룩!!

    괴물 드래곤은 겁도 없이 자신을 가로막은 방패전사를 용서할 마음이 벼룩의 간만큼도 없었다. 무자비한 마음으로 방패와 함께 녹여버릴 작정이었다.

    푸오오오오오오!!

    용의 분노에는 그럴만한 힘이 충분했다.

    전율적인 마법사 타이탄의 우레조차도 능가하는 파괴적인 힘이니까!!

    그런데···.

    “?!!”

    “난···. 물러서지 않아!!”

    도저히 믿을 수 없게도 방패전사에게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크으으윽!!!”

    물론 활활 타오르는 파괴의 불꽃에 의해 방패가 설탕처럼 녹아내렸다.

    그러나 방패전사는 쓰러지지 않았다. 두 발로 꿋꿋이 버티고 서서 드래곤을 노려보았다.

    이윽고.

    거센 불꽃이 가라앉았다.

    불꽃은 전장을 불태우지 못했다.

    “후욱! 후욱! 후우! 그래서 말했잖아. 내 방패를···. 나만 믿으라고 말이야!!”

    뜨거운 열기가 방패전사의 몸에서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전사들은 방패전사의 믿기 어려운 활약에 힘입어 파죽지세와 같은 기세로 악마들을 밀어붙였다.

    “모두 쓸어버려!!”

    “이 악마놈들! 머리통을 박살 내주마!!”

    “찢고, 죽인다!!”

    “결코 전쟁!! 결코 전쟁!!”

    “악마들을 다 죽여 버리자!!”

    영웅 소드마스터는 데스나이트에게 누가 먼저 드래곤을 처치하는지 내기를 걸었다.

    “당연히 내가 이기겠지만, 어디 한번 해보자고, 뼈다귀지만 검은 잘 쓰는 친구.”

    “······.”

    물론 데스나이트는 조금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데스나이트는 오로지 죽음을 집행할 뿐이었다.

    “죽···어···라.”

    푸욱!!

    끔찍한 비명과 핏방울들이 튀어 오르고, 악마들은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그나마 괴물 드래곤이 흉포한 기세를 드러내며 끝까지 저항했지만···.

    “쿠오···오···오······.”

    영웅 발키리의 찬란한 빛의 심판이.

    “악을 멸하리라.”

    촤아아악!!!

    악마, 드래곤의 심장을 꿰뚫었다.

    드래곤은 결코 저항할 수 없는 영원한 공포 속으로 빠져들었다.

    쿠우웅.

    [1차 예선전(1-26)에서 승리했습니다.]

    [2번 플레이어 무토의 라이프가 모두 소멸하였습니다. 더는 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모든 적을 물리쳤습니다!]

    [배신의 전장에 승리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당신과 함께 용감히 맞서 싸웠던 챔피언들이 믿기 어려운 승리에 진심으로 기뻐합니다!! 이 훌륭한 승리를 챔피언들은 오랫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최종 순위: 1위]

    [1차 예선전(1)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700포인트가 적립됩니다!!]

    [잠시 후, 서버 13279로 돌아갑니다.]

    “오, 오오오오!!”

    “이겼다!!”

    “우리가 이겼어! 지구가 이겼다고!”

    “깔끔한 완승이야!!”

    이상현의 승리는 서버 13279, 즉 지구 플레이어들에게서 환호성을 몸 밖으로 뽑아냈다. 그들은 이상현의 승리를 진심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물론 몇몇은 ‘이제 적에게 걸어도 되겠군!’이라고 생각하며 포인트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역시! 운빨이 아니었어.”

    튜토리얼(1)에서 이상현과 맞붙었던, 이상현 덕분에 16위에서 15위가 된 김원호는 매우 기뻐했다.

    김원호가 이처럼 기뻐하는 이유는 이상현에게 70포인트를 걸었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70포인트를!

    “후후후!!”

    그래서 김원호는 진심으로 기쁠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의 선택으로 490포인트나 벌었으니까!

    ‘역시 1위는 다르네.’

    ‘아깝다.’

    ‘조금이라도 걸었어야 했는데.’

    김원호와는 반대로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았던 플레이어들은 묘한 아쉬움을 삼켰다. 하다못해 10포인트라도 걸었다면···.

    솔직히 속이 쓰렸다.

    그리고 ‘적’에게 걸었던 소수의 플레이어는.

    ‘···설마 이길 줄이야.’

    ‘1위는 1위라는 건가.’

    ‘내가 잘못 생각했군.’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아쉬움을 애써 감췄다.

    뭐, 그래도 포인트를 많이 걸지 않았기 때문에 큰 손해를 입은 건 아니었다.

    ‘상현···!!’

    이상현에게 자신의 운명을 걸었던 신하영은 그 누구보다도, 심지어 당사자인 이상현보다도 더 기뻐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상현을 꼬옥!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어주고 싶었다.

    『우후후! 멋진데요? 시작부터 승리라니! 아주 훌륭한 승리예요! 정말 멋져요!』

    GM은 이상현의 승리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하이에나들만큼이나 얄팍한 얼굴이지만 그래도 진심인 듯했다.

    『자, 그러면 서버 13279에 승리를 안겨준 이상현씨를 맞이해볼까요?』

    『그리고 두 번째 출전자를 정해 볼까요?』

    GM이 갑자기 자신의 이마를 탁! 쳤다.

    『아차차! 제가 깜빡했는데, 패배가 많은 하위 두 서버는 포인트에 상관없이 탈락이랍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승리한 서버는 포인트에 상관없이 1등이랍니다! 그러니 최대한 많이 승리하세요!』

    『모두 아시다시피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은 승자를 위한 무대니까요! 패자를 위한 자리는 없답니다.』

    예상대로 승리도 중요했다. 아니, 포인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승리였다.

    그런 점에서 이상현의 승리는.

    값진 승리였다.

    [1차 예선전 결과]

    [1위: 서버(13279)│1승, 0패]

    [8위: 서버(04211)│0승, 1패]

    [8위: 서버(12451)│0승, 1패]

    [8위: 서버(19832)│0승, 1패]

    ······.

    “다행히 제가 이겼···?”

    신하영은 이상현에게 달려가 힘껏 목을 끌어안았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고 있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신하영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

    그래서 이상현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

    신하영의 돌발행동에 이상현은 깜짝 놀라서 굳어버렸다. 그러다가 신하영의 허리를 조심스럽게 감싸주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물론 몇몇은 휘이익~! 휘파람을 불거나 “이불 덮어!”라고 야한 농담을 던져댔다.

    “흠흠.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이상현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신하영과 함께 이 자리를 벗어났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야한 생각 때문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폭주(?)한 신하영을 달래주기 위함이었다.

    결단코 다른 뜻은 없을 것이다.

    “쳇! 나도 이기고 만다.”

    2번째 참가자로 나선 사람은 13위인 에이든이었다.

    그는 12위인 쿠론과 친구 사이였다.

    “이기면 나도 해줄 테니까 열심히 해봐.”

    쿠론은 기대하면서도 기대하지 않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두고 봐!! 꼭 해내고 말 테니까.”

    쿠론의 은근한 도발에 에이든은 더더욱 열의를 끌어올리며, GM을 따라 배신의 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지겠네.’

    ‘안 봐도 졌다.’

    ‘13위잖아? 무슨 수로 이기겠어.’

    ‘양심에 찔리지만···. 한판 이겼잖아? 적에게 걸자.’

    ‘설마 이기겠어?’

    ‘못 이겨. 절대 못 이겨.’

    각자의 셈법대로 움직였다.

    치직. 치지직.

    치지지직팟.

    [긴급 패치가 이루어집니다.]

    [하급 용병의 구슬의 횟수가 9회에서 6회로 줄어들며, 가격이 10골드로 늘어납니다.]

    [황금 주머니에서 나오는 골드가 1~100으로 고정됩니다.]

    [죽음의 던전에서 획득하는 아이템의 개수가 한 개에서 두 개로 늘어납니다. 혼자서 공략했을 때, 낮은 확률로 세 개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방에는 최대 3명이 들어갈 수 있으며, 만약 통과하지 못 하면 탈락 처리됩니다.]

    [영웅의 전당에 나타나는 아이템의 개수가 12개에서 16개로 늘어납니다. 또한, 아이템 선택 시간이 10초에서 5초로 짧아집니다.]

    [수수께끼 구슬에서 고급 아이템이 등장할 확률이 소폭 상승합니다.]

    [이상 패치가 완료되었습니다.]

    ‘내가···. 졌다고? 튜토리얼에서 1위를 차지한 내가?’

    1차 예선전(1)에서 패배한 무토는 자신의 패배가 믿기지 않아 한동안 멍청히 서 있었다.

    ‘졌다고······.’

    어째서 자신이 패배했단 말인가?

    도대체 어째서?

    왜 이상현을 이기지 못했단 말인가?

    6성 챔피언이 두 명이나 있었는데.

    두 명이나 만들었는데.

    그랬는데도.

    패배했다고?

    빠드드득!!

    패배를 곱씹을수록 분노라는 쓴맛이 흘러나와 무토의 몸과 마음을 괴롭혔다.

    괴로움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고, 지독한 고통은 복수를 낳았다. 복수는 모든 것이었다.

    “이···상···현···!!”

    활활 타오르는 복수심은 그 무엇으로도 꺼트릴 수가 없었다. 오로지 이상현과의 승부만이, 승리만이, 이 영원한 복수심을 꺼트릴 수가 있을 것이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무토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것은 패배자의 처량한 눈빛이 아니었다. 복수를 맹세한, 승부욕으로 불타오르는 ‘라이벌’의 눈빛이었다.

    “내가 이긴다.”

    신은 그런 무토를 내려다보며 그의 복수가 꼭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특히, 죽음의 신은···.

    무토의 복수심이 그 자신은 물론이고 이상현을 활활 불태워버리기를 진심으로 갈망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