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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전사 러쉬(6) (73/170)

9전사 러쉬(6)

9전사 러쉬(6)

푸우욱!

데스나이트의 죽음의 검이 마귀-곡의 등을 뚫고 들어가 심장을 꿰뚫었다. 곡의 심장은 꼬챙이에 찔린 물고기처럼 펄떡펄떡 뛰었다.

“그···어···어···억?!”

곡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가슴을 움켜쥐었다. 부르르! 죽음의 고통이 서서히 퍼져나갔다.

떨림은 곧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그 무엇으로도 그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윽고 죽음이 선고되었다.

“죽···어···라.”

서걱!

데스나이트의 검이 마귀-곡의 목을 잘라버렸다.

부릅뜬 눈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커···억?”

비명과 함께 곡의 머리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툭. 투두두. 이마 위로 뾰족하게 솟아오른 뿔이 부러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머리를 잃은 몸뚱이가 화산재처럼 바스러지며 바람에 날아갔다.

“죽···음···이···왔···다.”

데스나이트는 흉흉한 기세를 드러내며 또 다른 마귀-곡을 향해서 걸어갔다.

“으으···!!”

“괴···물 같은 놈.”

전사들은 같은 편임에도 오싹한 공포를 느꼈다.

“흐음.”

무토는 턱을 쓰다듬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마귀-곡(★★★★★★)이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아직 한 마리가 남아있지만, 그 녀석만으로는 전황을 바꾸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역시 4레벨으로는 버겁군.”

무토는 자신의 패배를 순순히 인정했다.

딱히 부정할 것도 없었다.

레벨에서 밀린 것뿐이니까.

그래.

레벨에서 밀렸다.

단지 그뿐이니.

레벨을 올리면 해결될 문제다.

“뭐, 그전에 골드부터 모아야겠지만.”

현재 무토가 가지고 있는 골드는 13골드에 불과했다. 전설의 마귀를 만드느라고 골드를 다 써버린 탓이었다.

그래서 레벨 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지만.

아직 많은 판이 남아있다.

[1차 예선전(1-13)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73라이프가 남았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1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상대는.

이상현뿐만이 아니다.

이상현을 제외해도 6명이나 더 있다.

“후후후.”

무토는 조금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지금쯤 레벨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겠지.

레벨이 낮아서.

조합이 완성되지 않아서 졌다고.

“훗.”

미안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다. 왜냐하면 9전사 최종 빌드에 바람 속성은 기병대와 발키리뿐이니까.

그 말은, 기병대와 발키리를 제외하면 악마에게 강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9전사 최종빌드의 절반은 물 속성이다. 체력이 +100% 증가하는 물 속성.

물과 불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상극이었으며, 물이 언제나 불의 천적이었다.

STFT에서도 마찬가지.

불 속성으로는 물 속성을 이기지 못한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그것을 증명한다.

게다가 6수호자와 4질서다.

발키리가 바람이라서 악마에게 약할지는 몰라도 발키리를 공격하는 악마도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1차 예선전(1-13)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3골드를 획득했습니다.]

1차 예선전(1-14)이 끝나고.

[1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2번 무토(73)│12승, 2패]

[2위: 1번 이상현(76)│10승, 4패]

[3위: 8번 아리스(46)│8승, 6패]

[4위: 6번 센 리(50)│7승, 7패]

[5위: 7번 부에노스(47)│7승, 7패]

[6위: 3번 하레넬(31)│6승, 8패]

[7위: 4번 오쿠(22)│4승, 10패]

[8위: 5번 키리노(0)│2승, 12패]

첫 번째 탈락자가 발생했다.

탈락자의 공간은 회색빛으로 물들었으며, 탈락자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리고 GM이 나타났다.

『이런! 벌써 탈락하다니!』

『첫 번째 참가자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군요!』

GM은 벌써 탈락자가 발생해서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표정은 그렇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아주 가볍게 넘겨버렸다.

‘딱 보니 적에게 걸었군.’

‘저렇게 티가 나다니. 혹시 상관없는 걸까?’

플레이어들은 그 모습에서, 탈락자가 자신이 아닌 적에게 걸었음을 알아차렸다.

물론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기에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나도 슬슬 빠져야 하는데.’

‘조커 카드에서 꽝이 나왔으면 좋겠군. 괜히 좋은 게 나오면 곤란하니까 말이야.’

첫 번째 탈락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아닌 적에게 포인트를 건 플레이어들은 자신도 얼른 탈락하기를 바라며 영웅의 전쟁터에 돌입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영웅으로부터 손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영웅은 플레이어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지금의 영웅은 그저.

아이템을 주는 보물상자에 지나지 않았다.

[첫 번째 선택자]

[4번 플레이어 오쿠]

뜻밖에도 영웅의 전당에서 전사 직업에 좋은 아이템이 다수 나왔다.

이상현에게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게다가 한 명이 탈락한 덕분에 아이템 선택의 폭도 넓어져서 무조건 하나를 먹게 될 상황이었다.

‘아이템도 중요하지.’

그런데 이상현은 전사 직업에 좋은 아이템을 놔두고, 절대적으로 골드가 부족할 무토를 견제하기 위해서 황금 주머니를 선택했다.

‘하지만 견제가 더 중요하다는 거.’

[황금 주머니(50~100)를 선택했습니다.]

[77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무토가 빠드드득!! 이를 갈았다. 눈에는 이글거리는 분노가 가득했다.

‘이상현···!!’

왜냐하면 이상현이 코앞에서 황금 주머니를 낚아채 갔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골드가 든 황금 주머니를.

[일곱 번째 선택자]

[2번 플레이어 무토]

황금 주머니를 놓쳐버린 무토는 가야 할 길이 없었다. 어떤 길을 가도 황금 주머니보다 못했다.

‘개자식···!!’

현재 무토의 레벨은 4.

그리고 보유 골드는 53골드였다.

이제 중반을 넘어서 후반으로 향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황금 주머니는 아이템 하나의 가치를 넘어 두 개 이상의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 분명했다.

‘반드시 쓰러뜨려 주마!!’

무토는 이상현에게 복수를 맹세했다.

이상현은 그런 무토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1차 예선전(1-15), (1-16), (1-17), (1-18).

죽음의 던전까지 이어진 네 번의 혈투 끝에.

두 명의 플레이어가 더 탈락했다.

[1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2번 무토(73)│16승, 2패]

[2위: 1번 이상현(76)│14승, 4패]

[3위: 3번 하레넬(31)│10승, 8패]

[4위: 7번 부에노스(29)│9승, 9패]

[5위: 8번 아리스(15)│8승, 10패]

[6위: 6번 센 리(0)│7승, 11패]

[7위: 4번 오쿠(0)│4승, 12패]

[8위: 5번 키리노(0)│2승, 12패]

살아남은 플레이어는 다섯.

이제 게임은 후반부였다.

한 번의 패배만으로도 라이프가 10~20이 줄어드는 후반부.

아리스는 사자의 방으로 들어갔고.

부에노스와 하레넬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악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다들 포기한 건가? 뭐, 상관없지.’

이상현은 죽음의 방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무토도 죽음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상현!!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무토가 죽음의 방으로 들어간 이유는 이상현이 죽음의 방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구워어어어어!!」

두 플레이어는 죽음의 봉인에서 깨어난 구울과 미라를 상대했다.

구울과 미라는 6성답게 강력했다.

그러나 9전사 최종 빌드와 마찬가지로 6성인 마귀 두 마리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시 무덤으로 돌려 보내주마!!」

이상현과 무토는 어렵지 않게 구울과 미라를 쓰러뜨렸고,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어쩌면 이 게임의 승부를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선택의 시간이!

[무덤으로 돌아간 구울-알골(★★★★★★)과 미라-셉트(★★★★★★)의 영혼에서 여섯 개의 보물이 떨어졌습니다. 여섯 개의 보물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1. 악마의 성배]

[2. 황금 주머니(60~120골드)]

[3. 죽음의 서]

[4. 망자의 메아리]

[5. 초록 수수께끼 구슬(??)]

[6. 성스러운 목걸이]

[30초 안에 선택하십시오. 30초 후에 배신의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영웅의 전당에서 이상현에게 황금 주머니를 빼앗겼을 때, 무토의 골드는 53골드였다.

무토는 그 이후, 악마 챔피언들을 모으면서도 착실하게 골드를 모았고, 죽음의 방에 이르렀을 때, 100골드를 넘겼다.

[레벨 업 버튼을 눌렀습니다.]

[레벨 5가 되었습니다.]

[레벨 6이 되었습니다.]

무토는 열심히 모아온 100골드 중 80골드를 사용해 6레벨까지 상승시켰다.

죽음의 던전을 클리어하면 자동적으로 +1레벨이 오르니 사실상 7레벨을 만든 것이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이때···.’

무토는 악마의 성배가 너무나도 탐났다.

드래곤을 뽑을 수 있는 악마의 성배는 악마 조합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이니까!

그런데 당장 필요한 것은 아이템이 아니라 골드였다. 힘겹게 모았는데 20골드까지 떨어진 골드를 보충하는 게 우선이었다.

물론 드래곤도 좋지만, 골드가 있어야 레벨 업도 하고 드래곤도 뽑을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무토는 재빨리 손을 뻗어 황금 주머니를 선택했다. 이상현이 황금 주머니를 선택하기 전에 먼저 선택할 속셈으로.

[아이템 선택 우선권이 없습니다.]

그런데 황금 주머니를 선택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황금 주머니를 선택할 수가 없었다.

“이, 이게 대체?!”

무토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바로 그때.

이상현이 한발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이상현의 표정은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지금은 내가 선택할 차례야.”

“뭐라고?”

무토는 이상현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상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말 그대로야. 아이템 선택 우선권은 나에게 있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당연히 먼저 잡은 사람이···.”

“이거 팀 게임이야.”

“뭐···라고?”

“싱글 앤 팀. 팀 게임이라고. 앞서 네가 ‘먼저’ 아이템을 선택했잖아. 혹시 기억 안 나?”

“그, 그건···!!”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무토는 이상현보다 ‘먼저’ 도플갱어의 구슬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이상현이 도플갱어의 구슬을 양보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지금 이것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무토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죽음의 던전을 함께 공략했고, 아이템 선택권은 당연히···.”

이상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 다음은 나겠지? 우리는 팀이니까.”

“!!!”

무토는 이제야 깨달았다.

어째서 황금 주머니를 선택할 수 없는지를.

이상현이 도플갱어의 구슬을 ‘양보’했었는지를.

지금에야 깨달았다.

아니, 깨닫고 말았다.

손만 뻗으면 손에 넣을 수 있는 황금 주머니를 눈앞에 두고.

깨닫게 된 것이다.

“너,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이상현은 무토가 보는 앞에서 황금 주머니를 선택했다. 마치 자신의 것이라는 것처럼.

무토에게 꼭 필요한 황금 주머니를.

가져가 버렸다.

[황금 주머니(60~120골드)를 선택했습니다.]

[101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배신의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참으로 지독한 견제였다.

STFT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골드 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골드 관리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STFT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전략과 함께 ‘적’을 알아보고 ‘견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이상현은 무토와 처음 만났을 때, 무토가 1골드 챔피언들을 모으는 전략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죽음의 던전에서 6성을 만들려고 한다는 사실 또한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도플갱어의 구슬을 양보했다. 정확히는 아이템 우선 선택권을 양보했다.

도플갱어의 구슬이 필요 없기도 했지만, 나중에 무토와 우승 자리를 다투게 된다면 아이템 선택권이 중요해질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무토는 예상대로 6성을 만들었다.

예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도플갱어의 구슬을 쓰지 않고 만들었다는 점일 것이다.

뭐, 그 대가로 무토는 골드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이상현은 그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영웅의 전당에서 필요는 없지만 무토를 견제하기 위해서 황금 주머니를 낚아챘다.

그리고 수많은 STFT 플레이어들이 그랬듯이, 죽음의 던전에서 레벨 업을 하고 골드를 보충하려고 했던 무토의 눈앞에서 황금 주머니를 훔쳐냈다.

아이템보다 골드가 절실한 무토에게서, 필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아이템 우선권을 사용해서!!

“너어어어어어···!!”

자신의 이득을 포기하고 적을 견제함으로써 더 큰 이득을 얻는다는 전략.

이것이 STFT 고수의 기술이었다.

그리고 STFT 고수에게는 적을 알아보고 견제하는 것 이외에도.

실수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토는 초보자답게 실수를 저질렀다.

이상현이었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실수를.

만약 이상현이었다면.

1골드·6성의 마귀를 복제하자마자.

‘왜 안 팔지? 180골드는 받을 텐데.’

팔아버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6성 마귀의 가치는 높으니까.

당장 필요한 골드가 부족하니까.

그런데 무토는 팔지 않고 사용했으며.

그 탓에 골드 부족에 허덕였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결과를 낳았다.

말하자면.

그때 승부가 난 셈이다.

이 길고 긴 승부의 종점이.

6성 마귀를 복제하고 사용한 시점에서.

그러니까 1차 예선전(1-12)에서 정해진 것이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1차 예선전(1-26)]

[상대: 2번 무토(9)]

[잔여 라이프(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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