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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전사 러쉬(3) (70/170)

9전사 러쉬(3)

9전사 러쉬(3)

용병의 구슬은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용병의 구슬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STFT 고수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9전사 러쉬.

초반에 연패로 돈을 잔뜩 모아서 죽음의 던전에서 8레벨까지 만들어, 용병의 구슬로 9전사를 만드는 전략이다.

용병의 구슬이 꼭 필요하다는 것과 시작 챔피언으로 전사가 나와야 한다는 점 때문에 조금 까다롭기는 해도 상당히 유효한 전략이다.

랭크 게임에서도 종종 나온다.

다만, 골드 부족으로 인해 첫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완성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튜토리얼 1위 보상이 50골드였다.

‘충분히 가능해!!’

이상현은 50골드를 보자마자 9전사 러쉬를 떠올렸다. 그리고 약간의 운이 따라준다면 첫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 9전사 러쉬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계산했다.

그래서 조커 카드와 같은 아이템이 아닌 50골드를 선택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1차 예선전(1-5).

아직 한 바퀴는커녕, 이제 겨우 절반을 돈 시점에서 9전사가 나타났다.

창병, 방패전사, 궁수, 해골전사, 오크, 검사, 성직자, 암살자, 그리고 용병으로 이루어진 9전사가.

배신의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무엇이든지 박살 내주마.”

괴물 창병은 그야말로 영웅처럼 위풍당당했다.

2성에 불과한 방패전사와 궁수와 해골전사와 오크도 자신감이 가득했다.

“쿠오오오오!!!”

전사들은 얼른 전쟁이 시작되기를 바랐고.

잠시 후, 몸을 속박하던 강력한 마력이 사라졌다.

“가자!!”

해방과 동시에 전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가로로 쭉 늘어선 9명의 전사는 그야말로 거대한 파도처럼 앞으로 밀고 나갔다.

“약해빠진 놈들이···!!”

챙!!

9전사들과 대적하는 적은 같은 전사였다. 그것도 영웅이라고 불리는 전사들이었다.

다만, 그 수가 매우 적어서 셋밖에 되지 않았다.

“혼쭐을 내주마!!”

영웅 창병의 창이 힘차게 달려오는 검사를 향해서 빠르게 날아갔다.

카아앙!!

그런데 검사가 그것을 가볍게 막아냈다.

“건방진 애송이 주제에 잘도 까부는구나!!”

1성(★)과 4성(★★★★).

누가 애송이인지는 분명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믿을 수 없게도 1성에 불과한 검사가 영웅 창병을 밀어붙였다.

“이, 이게 대체?!!”

영웅 창병은 그 믿기지 않는 사실에 두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1성 따위가 자신의 창을 막아낸단 말인가?

3성은커녕 고작해야 1성 따위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영웅 창병의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검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흥! 애송이!!”

검사는 단숨에 영웅 창병의 품으로 파고들어 푸욱! 날카로운 공격을 적중시켰다.

영웅 창병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만 비명을 질렀다.

“크아악?!”

“아직 멀었어!!”

검사는 더더욱 기세를 올리며 영웅 창병을 압박했다. 한 번의 공격으로 세 번의 피해를 입히는 연격은 치명상을 입히기에 충분했다.

서거걱!!

영웅 창병은 끔찍한 고통에 피를 흘렸다. 그의 가슴에는 세 개의 칼자국이 뚜렷했다.

“이, 이 노오옴···!!”

분명 1성과 4성의 싸움이건만.

어째서 영웅 창병이 밀리는 것일까?

그 이유는 9전사에 있었다.

[영웅 창병(★★★★)]

속성: 물, 땅

직업: 전사

공격력: 218(+15)

방어력: 185(+15)

체력: 3020(+150)

마나: -

스킬: 찌르기

[검사(★)]

속성: 불

직업: 전사

공격력: 220(+150)

방어력: 215(+150)

체력: 2350(+1500)

마나: 30/65

스킬: 3연격

9전사.

전사의 완성!!

공격력과 방어력과 체력이 무지막지하게 오르는 9전사라서, 1성임에도 4성인 영웅 창병보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높은 것이다.

이것이 ‘9전사 러쉬’의 위력이었다.

고작해야 1성(★)으로 4성(★★★★)과 맞먹는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전략!!

게다가 초반이라서 그 의미가 더더욱 컸다.

“아, 안···!!”

“돼!!!”

3명에 불과한 영웅들과 달리, 전사들은 자그마치 9명이었다.

전투력이 호각인 상황에서 3배에 달하는 머릿수의 차이는···. 저항할 수 없는 악몽이었다.

푸우욱!!

검사(★)와 맞서 싸우던 영웅 창병(★★★★)이 쓰러졌다. 영웅 창병의 이마에는 화살이 꽂혀 있었다.

“화살은 거들뿐.”

털썩.

[···우리가 지금 뭘 본 거냐?]

[···내 착각이 아니라면 1차 예선전(1-5)만에 우승자가 결정되는 모습을 본 것 같은데?]

[···역시 그렇지?]

[···아마도.]

[······.]

[······.]

[······.]

죽음의 신과 땅의 신과 생명의 신은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뿌우! 뿌우! 뿌우! 코끼리피리를 부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은 바로 바람의 신이었다.

[봐봐, 이렇게 우승이 쉽잖아! 그러니까 너희들은 노력이 부족한 거야, 노오오오력이~!!]

또다시 이상현에게 신격을 걸었던 바람의 신은 죽음의 신과 땅의 신과 생명의 신을 놀려댔다.

[캬캬캬~!!]

[다, 닥쳐!!!]

정겨운 신들과 마찬가지로.

서버 13279, 즉 지구의 플레이어들도 이상현의 9전사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저래서 용병의 구슬을 선택했구나.”

“···저런 용도로 쓰려고.”

“···저런 방법이 있었네.”

“···흥.”

“···저게 다 계산이었다고? 시작부터?”

“···그건 말도 안 돼.”

“···얼마나 머리가 좋으면 저럴 수 있는 거지?”

사람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으며, 믿기 어려운 반전에 혀를 내둘렀다.

“···역시. 1위답네.”

튜토리얼 2위인 잭 로어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물론 그도 처음에는 이상현의 생각을 읽지 못해서 인상을 찌푸렸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놀라움을 넘어서 저 기막힌 ‘전략’에 감탄마저 느끼는 중이었다.

3위인 강무혁도 ‘확실히 대단하네.’ 하고 이상현을 진심으로 인정했다.

그러고는 이상현이 1등을 할 거라고 판단했다.

‘반신반의하면서 걸었던 포인트가 40이었지. 7배면 280포인트군. 이거 참.’

강무혁이 이상현에게 걸었던 포인트는 자그마치 40포인트였다.

1등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 ‘적’에게 걸지 않고 이상현에게 걸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강무혁도 보통은 아니었다.

그리고 신하영은.

‘상현···!!’

이상현의 반전에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기뻐했다.

[1차 예선전(1-5)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6골드를 획득했습니다.]

4연패를 부정하듯이.

깔끔한 승리를 거두었다.

단 한 명의 챔피언도 죽지 않았다.

모두 살아서.

‘적’의 라이프를 깎아냈다.

용병의 구슬로 불러낸 용병과 8레벨도 도움을 주었으니, 최소 15라이프는 깎였을 것이다.

이것이 9전사 러쉬의 힘이다.

단기 결전 최강이라는 9전사 러쉬의 힘.

9전사 러쉬를 완성한 내가 해야 할 일은.

골드 모으기와.

전사 교체다.

허접한 1골드 전사가 아닌, 2골드 이상의 전사들로 하나둘 챔피언을 교체하는 것이다.

[검사(★)┃마법사(★)┃그리즐리베어(★)┃오우거(★)┃듀라한(★)┃성직자(★)]

[검사(★★)가 탄생했습니다.]

[그리즐리베어(★)가 합류했습니다.]

[오우거(★)가 합류했습니다.]

[듀라한(★)이 합류했습니다.]

[성직자(★)가 합류했습니다.]

[66골드 남았습니다.]

마법사도 엄연히 전사지만.

전사+마법사라서 약하다.

그래서 구매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 1성에 불과한 암살자와 성직자를 빼고, 그 자리에 오우거와 그리즐리베어를 집어넣었다.

「우오오오오!!」

1성에 불과한 녀석들이지만 무척이나 든든했다.

그리고 이제 겨우 시작이다.

9전사를 만들었음에도 66골드다. 이것을 100골드로 만들고,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 도착하면···.

9전사를 넘어선.

9전사 최종 빌드에 도달한다.

그렇게 되면.

설령 다른 플레이어가 조커 카드에서 5성급 챔피언을 뽑는다고 해도. 쉽게 이기지는 못해도 쉽게 지지 않을 것이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1차 예선전(1-6)]

[상대: 2번 무토(100)]

[잔여 라이프(76)]

[전투가 시작됩니다.]

무토는 튜토리얼에서 1위를 차지한 플레이어였다. 그리고 보상으로 50골드를 선택했다.

100포인트는 당연히 자신에게 걸었으며, 죽음의 던전이 시작하기도 전에 5성을 만들었다.

[전설의 마귀(★★★★★)가 탄생했습니다!!]

연전연승!!

무토는 파괴적인 힘으로 4연승을 거두었고, 죽음의 던전에서는 악마의 방을 돌파했다.

“아아, 이것은···!!”

악마의 방에서 획득한 아이템은 도플갱어의 구슬이었다. 무토는 도플갱어의 구슬을 아끼지 않고 전설의 마귀에게 사용했다.

[전설의 마귀(★★★★★)를 복제했습니다.]

무토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현재 3레벨이니···. 어쩌면 6성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무토는 레벨 업을 하지 않고, 100골드를 모아서 전설의 마귀를 6성으로 만들기로 했다.

튜토리얼과 달리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니라서 가치가 높은 챔피언보다는 가치가 낮은 챔피언이 주력일 것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무토의 그런 결정은 나쁘지 않았다. 악마 조합의 특성상 가치가 낮아도 충분히 강하니까.

게다가 튜토리얼과 달리,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에서는, 6성(★★★★★★)에게 스킬이 하나 더 존재했다.

‘궁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5성보다 훨씬 더 진화한 것이다.

그래서 무토는 설령 패배하더라도 무조건 6성을 만들 작정이었다.

‘벌써 8레벨이라고? 그리고 용병의 구슬?’

1차 예선전(1-6)에서 맞붙게 된 이상현을 보고 무토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전사가 아홉 명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1-6)인데, 아홉이라니?!

‘···저런 전략이 있었군.’

무토는 이상현의 전략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는 흥미로움과 함께 불길함이 피어올랐다.

‘이상현···.’

무토는 이상현이 가장 큰 적이 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1차 예선전(1-6)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91라이프가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여지없이 적중했다.

나는 상대의 챔피언이 전설의 마귀 두 마리와 영웅 도깨비불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도플갱어의 구슬이라니.”

물론 9전사를 믿었기에 승리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내 믿음대로 9전사는 가뿐히 승리를 거두었다. 죽은 것은 1성인 듀라한과 그리즐리베어 뿐이다.

[1차 예선전(1-6)에서 승리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6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나는 12년 동안이나 그래왔던 것처럼 챔피언 상점부터 살펴보았다.

[방패전사(★)┃방패전사(★)┃방패전사(★)┃방패전사(★)┃방패전사(★)┃방패전사(★)]

응?

으응??

“나 8레벨인데??”

4골드 챔피언들로 꽉 차 있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결과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하. 방패전사라니.

8레벨인데 6방패전사라니.

이런 일은 처음인 것 같은데.

아무튼.

뭐, 잘됐네.

방패전사는 꼭 필요한 챔피언이니까.

[괴물 방패전사(★★★)가 탄생했습니다.]

[78골드 남았습니다.]

영웅 방패전사까지 만들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8레벨로는 무리다.

그리고 6방패전사가 나온 것만 해도 기적인데,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

나는 9전사 러쉬 ‘최종 빌드’에 필요한 챔피언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았다.

기억을 해내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몇 초 걸리지 않았다.

나는 불필요한 챔피언들을 정리했다.

[리빙아머(★)를 판매했습니다.]

[암살자(★)를 판매했습니다.]

[4골드를 회수했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70골드와 80골드는 다르다. 1골드 차이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나중에 그 1골드 때문에 울고 웃느냐가 결정될 수도 있다.

내 경험담이다.

그러니 골드는 알뜰살뜰하게 모아놔야 한다.

STFT는 진짜.

티끌 모아 태산이니까.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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