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전사 러쉬(2)
9전사 러쉬(2)
두리번두리번.
전장에 홀로 외롭게 서 있는 창병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빛을 하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전진했다.
주변은 꺼림칙할 정도로 고요했다.
“······.”
두근두근.
심장 소리가 혈관을 가득 채우고 흘러나와 발바닥까지 적셨다. 축축해지다 못해 질척질척해진 발바닥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지옥이었다.
하지만 창병은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 입안에 잔뜩 고인 긴장감을 억지로 집어삼키며.
뚜벅뚜벅.
“?!”
바로 그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창병은 화들짝 놀란 나머지 발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서 창을 겨누었고, 괴물들을 발견했다.
“크르르르···!”
“키히히~!!”
시뻘건 눈을 빛내며 피 묻은 몽둥이를 든 괴물 오크와 괴물 임프. 두 괴물은 창병을 노려보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 먹음직스러운 고기를 앞에 둔 인간의 미소와 흡사한 미소였다.
“으, 으···아아···아!!”
겁에 질린 창병이 허겁지겁 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우지끈!! 창은 괴물의 손에 가로막혀 허무하게 부러졌다.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를 잃어버린 창병의 운명은 하나였다.
“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이 전장에 메아리쳤다. 괴물들은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와그작와그작! 꿀꺽!!
외로운 창병의 최후는.
너무나도 비참했다.
[1차 예선전(1-1)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95라이프가 남았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9골드를 획득했습니다.]
[30초 후에 1차 예선전(1-2)이 시작됩니다.]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무슨 꿍꿍이지?]
죽음의 신이 이상현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옆에는 땅의 신과 생명의 신이 있었다.
[뭐가 그렇게 심각해?]
[왜 이리 심각해?]
두 신은, 이상현에게 악감정은 있어도 그 이상의 감정은 없었다. 그래서 죽음의 신과는 달리 가벼웠다. 조금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있다.]
[···녀석이 어떤 일을 꾸미고 있다.]
죽음의 신의 주장에 땅의 신과 생명의 신이 코웃음을 쳤다.
[넌 너무 심각한 게 문제라니까.]
[기껏해야 골드 모으기 전략이겠지!]
[야, 그렇게 마음에 걸리면 신격을 걸면 되잖아? 도대체 뭐가 문제야?]
[킥킥! 그런데 그러기는 싫지?]
[···시끄럽군.]
죽음의 신은 인상을 찌푸렸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저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것 보라니까! 넌 그냥 신경이 예민한 거야. 이상현이 잘난 게 아니라.]
[그냥 별것 아니라고.]
땅의 신과 생명의 신은 재차 별것 아니라고 강조했다. 죽음의 신의 표정은 떫은 것을 먹은 것처럼 일그러졌고, 갑자기 바람의 신이 나타나 한마디 했다.
[츄라이, 츄라이~!! 이상현한테 한 번 걸어보셔! 나처럼 초초초대박이 터질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바람의 신의 모습은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 벼락부자처럼 번쩍번쩍했다.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 모습을 본 죽음의 신이 빠드득!! 이를 갈았다.
[···너나 실컷 걸어라.]
[그래? 그러지 뭐!]
바람의 신은 너무나도 가볍게 신격을 걸었다. 왜냐하면 이상현 덕분에 왕창 벌었으니까!!
그런 가벼운 행동에 죽음의 신은 더더욱 분노했지만 꾸욱 참았다.
[···두고 보지.]
[응!]
장난기 많은 바람답게 마지막까지 불붙은 기름에 물을 끼얹는 바람의 신이었다.
[창병(★★)이 탄생했습니다.]
[방패전사(★★)가 탄생했습니다.]
[궁수(★★)가 탄생했습니다.]
[멧돼지(★)가 합류했습니다.]
[리빙아머(★)가 합류했습니다.]
[레벨 2가 되었습니다.]
[107골드 남았습니다.]
‘순조롭군.’
이상현의 행동은 챔피언 상점에서 챔피언을 구매하고, 레벨을 2로 상승시키고, 창병과 방패전사를 전장에 배치한 게 전부였다.
[창병(★★)이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방패전사(★★)가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이상현은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챔피언을 업그레이드시키는데 열을 올리지 않았다.
고작해야 2성으로도 충분한 모양인지 팔짱을 꼈다.
‘아주 순조로워.’
이상현의 계산으로는 99%였다.
99%.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1차 예선전(1-2)]
[상대: 5번 키리노(100)]
[잔여 라이프(95)]
[전투가 시작됩니다.]
[1차 예선전 중간 순위]
[1위: 2번 무토(100)│4승, 0패]
[2위: 7번 부에노스(95)│3승, 1패]
[3위: 8번 아리스(93)│2승, 2패]
[4위: 3번 하레넬(92)│2승, 2패]
[5위: 4번 오쿠(91)│2승, 2패]
[6위: 6번 센 리(90)│2승, 2패]
[7위: 5번 키리노(85)│1승, 3패]
[8위: 1번 이상현(76)│0승, 4패]
튜토리얼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1위를 차지했던 이상현의 4연패.
서버 13279의 사람들은 얼굴을 잔뜩 구기며, 이상현이 8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이상현도 운빨이었네.”
“우리라고 다를 게 있겠냐만···. 그래도 조금 심한데?”
“하다못해 4위도 아닌 8위라니.”
“실망이군.”
“다졌다고? 최소한 1판은 이겨야 하는 거 아니야?”
“···안 걸어서 다행이네.”
“혹시 적에게 건 놈은 없겠지? 아무리 포인트가 욕심나도 그랬다가는 우리 다 죽어.”
“설마···. 그래도 첫판은 지켜보겠지.”
“아, 망할!! 괜히 걸었어.”
“시작부터 4연패라···. 이거 참. 운빨좆망겜답다고 해야 하나. 뭔가 이상하네.”
“······.”
신하영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침착하게 참았고, 이상현에 대한 믿음을 더 단단하게 다졌다.
‘힘내요. 용기를 잃으면 안 돼요.’
사람들이 떠드는 대로 이상현은 8위를 기록하게 될까? 이대로 침몰하는 것일까? 변변찮은 저항 한 번 못해보고, 운빨좆망겜에 먹히는 것일까?
방금 막 4연패를 당한 이상현의 표정에 그 답이 선명히 적혀 있었다.
2연패를 하자.
골드는 단숨에 133골드까지 상승했다.
그 이유는 기본 골드 10골드와 이자 10골드, 그리고 연패로 6골드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26골드!!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나는 챔피언 상점에서 창병(★) 두 명과 검사(★)와 하이에나 전사(★), 오크 전사(★) 두 명을 구매했다.
그리고 레벨을 3으로 상승시켰다.
[113골드 남았습니다.]
골드를 많이 사용했음에도 골드는 100골드 이상이었다.
6번인 센 리에게 져서 3연패를 했을 때.
나의 골드는 139골드였다.
챔피언 상점에는.
[암살자(★)┃창병(★)┃창병(★)┃창병(★)┃창병(★)┃성직자(★)]
네 명의 창병이 있었다.
3레벨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뜻밖의 행운이었다.
[괴물 창병(★★★)이 탄생했습니다.]
[암살자(★)가 합류했습니다.]
[성직자(★)가 합류했습니다.]
[129골드 남았습니다.]
그리고 4연패를 했을 때.
정확히 155골드가 되었다.
[죽음의 던전으로 이동합니다.]
『자! 이상현씨부터 출발해주세요! 구조는 튜토리얼 때와 똑같으니까 혹시 헷갈리지 말고요~!』
『튜토리얼에서 1등을 차지한 이상현씨가 어떤 방을 고를지 정말 기대되네요!』
“······.”
현재 8등인 나는 여섯 개의 방 중에서 하나를 제일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끝에서 한 단계 위인 ‘시련의 방’을 선택했다.
방의 색깔은 당연히 실버였다.
[시련의 방을 선택했습니다.]
[현재 입장 인원: 1명]
[30초 후에 시련의 방이 폐쇄됩니다.]
“후.”
아마 다른 사람은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시련의 방은 끝에서 두 번째니까.
그리고 저들은 초보자니까.
“후후.”
뭐, 들어와도 상관없다.
보상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늘어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조금 더 편해진다?
딱 그 정도다.
그러니 아무래도 상관없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시련의 방이 폐쇄됩니다.]
[30초 동안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전투 준비!
지금까지 이 말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크(★)┃해골전사(★)┃해골전사(★)┃궁수(★)┃검사(★)┃용병(★)]
나는 챔피언 상점에서 오크와 해골 전사와 검사를 구매했다.
[오크(★★)가 탄생했습니다.]
[해골전사(★★)가 탄생했습니다.]
[검사(★)가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필요 없어진 멧돼지(★)와 하이에나 전사(★)와 오크 전사(★)를 팔았다.
[155골드 남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골드에는 변동이 발생하지 않았다.
정확히 155골드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후우우.”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에.
레벨 업 버튼을 눌렀다.
꾹! 꾹! 꾹! 꾹!
[레벨 4가 되었습니다.]
[레벨 5가 되었습니다.]
[레벨 6이 되었습니다.]
[레벨 7이 되었습니다.]
[0골드 남았습니다.]
3레벨에서 7레벨이 되는데 필요한 비용은 정확히 155골드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55골드!!
나는 전사들을 배치했다.
[괴물 창병(★★★)이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방패전사(★★)가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궁수(★★)가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해골전사(★★)가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오크(★★)가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성직자(★)가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암살자(★)가 앞쪽으로 나아갑니다.]
[전사(6)를 만들었습니다.]
[전사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70, 체력이 +700 상승합니다.]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이제 죽음의 신이 간섭하든 말든.
죽음의 던전 통과는 100% 확실하다.
통과 실패? 그딴 건 있을 수 없다.
만약 그딴 게 있으면.
조작이 분명하다.
추악한 조작 말이다.
그러니까 무조건 통과한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죽음의 던전(1)]
[상대: 오크전사(★★), 하이에나 전사(★★), 하이에나 궁수(★★), 용병(★★)]
[잔여 라이프(76)]
[전투가 시작됩니다.]
시련의 방은 죽음의 방이나 악마의 방보다 난이도가 훨씬 낮지만, 그렇다고 보상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단지, 난이도가 높은 방에 비해 ‘아이템’과 ‘고급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현저히 낮을 뿐이다.
이것을 다르게 말하면, 아이템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은 똑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난이도가 낮은 방을 고르는 전략도 존재한다.
아이템과 고급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낮다는 말은, 반대로 ‘골드’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뜻이니까.
내가 괴물의 방이나 사자의 방이 아니라 시련의 방을 고른 이유도 골드를 획득하기 위함이다.
알뜰살뜰하게 다 써버린 골드를 복구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시련의 방을 고른 것이다.
그래.
처음부터 전략이었다.
골드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
「크윽! 분하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용병이 쓰러지고.
나의 전사들은 승리를 거두었다.
힘들지 않은.
가뿐한 승리였다.
[오크전사(★★)와 하이에나 전사(★★), 하이에나 궁수(★★), 용병(★★)을 모두 쓰러뜨렸습니다.]
[몬스터와의 치열한 전투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레벨 8이 되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스몬스터인 오크전사(★★)와 하이에나 전사(★★), 하이에나 궁수(★★), 용병(★★)의 몸에서 두 개의 보물이 나왔습니다.]
[1. 파란 수수께끼 구슬(??)]
[2. 황금 주머니(30~60)]
[30초 안에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예상대로.
바람대로.
경험대로.
황금 주머니가 나왔다.
나는 즉시 황금 주머니를 선택했다.
[황금 주머니(30~60)를 선택했습니다.]
[51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죽음의 던전이 닫힙니다.]
[배신의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죽음의 던전이 끝나고.
1차 예선전(1-5)이 되었을 때.
플레이어들의 레벨은 3~4였다.
그 이유는 챔피언을 3성(★★★)에서 4성(★★★★)으로 만드느라고 골드를 소모했기 때문이다.
뭐, 이제 겨우 1차 예선전(1-5)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결코 낮은 레벨은 아니었다.
아직 한 바퀴도 돌지 않았고, 골드도 관리하고 있으며, 영웅의 전쟁터에도 가지 않았으니까.
말하자면 ‘평균’적인 상태였다. 무엇하나 모나지 않은, 무난한 경기형태.
그 때문에 단 한 명의 플레이어가 불러올 파장은···, 감히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1차 예선전(1-5)]
[상대: 8번 아리스(93)]
[잔여 라이프(76)]
[전투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