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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의 끝(6) (65/170)

튜토리얼의 끝(6)

튜토리얼의 끝(6)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도.

두려움은 신하영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두려움에 저항하기란 불가능했다.

철저히 잡아먹혔다.

‘참아야 해, 꾹 참아야 해···.’

신하영은 두 눈을 꼭 감고 곧 다가올 죽음을 기다렸다. 그러자 부들부들 몸이 떨렸다.

마음은 순식간에 바스러져서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싫어, 싫어···.’

죽음의 공포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죽을힘을 다해 막으려고 노력해도 결코 막을 수가 없는···.

너무나도 끔찍한 악몽이었다.

‘엄마, 아빠···.’

결국, 신하영은 눈물을 흘렸다. 눈물뿐만 아니라 실금을 해버렸고,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난 죽고 싶지 않아. 죽기 싫어.’

마음의 외침은 강렬했지만 공허했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콰드득!!

신하영은 챔피언들이 죽어 나갈 때마다 움찔움찔 몸을 떨며 “제발···.”이라고 절규했다.

「쿠오오오···!!」

절망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 커졌다.

신하영은 도저히 고개를 들 용기가 없었다. 마지막 전장을 바라보면 죽을 것만 같았다.

차라리 이대로 기절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럴 수만 있다면···.

최소한 고통스럽지는 않을 텐데.

“싫어···. 싫어···. 살려줘···! 누가 날···. 살려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두려움이 신하영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제 그 무엇도 신하영을 구원해줄 수 없었다.

「죽···어···라.」

신하영은 신에게 버림받았고.

운명에 버림받았고.

확률에 버림받았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패배뿐.

그리고 패배는···.

「크···흐···흐흐.」

죽음이었다.

피할 수 없는 죽음.

신하영은 절규했다.

[튜토리얼(30-4)에서 승리했습니다.]

[라이프가 감소하지 않습니다.]

[튜토리얼(30-4) 결과]

[1위: 이상현(85)│3승, 1패]

[2위: 잭 로어(25)│3승, 1패]

[3위: 강무혁(22)│3승, 1패]

[4위: 하오란(11)│3승, 1패]

[5위: 신하영(9)│1승, 3패]

[6위: 에바(0)│1승, 3패]

[7위: 안토니오(0)│1승, 2패]

[8위: 장웨이(0)│0승, 2패]

트롤리 딜레마라는 게 있다.

광차 문제라고도 하는데, 레버를 당기면 5명이 사는 대신 1명이 죽고, 레버를 당기지 않고 내버려 두면 5명이 죽는 대신 1명이 사는, 윤리학 사고실험이다.

관점과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문제로, 어느 쪽도 정답이 될 수 없다. 어떻게 끼워 맞추느냐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니까.

나는 이 문제에서.

그 사람이 나와 관련이 있는지를 따진다.

말하자면 나와 관련이 있는 쪽으로 레버를 당긴다는 것이다.

1명이 내 가족이라면 나는 기꺼이 5명을 희생시킬 것이고, 5명 중에 내 가족이 있다면 나는 1명을 희생시킬 것이다.

나는 그런 이기적인 인간이다.

팔을 안쪽으로 굽히는 인간이다.

물론 나와 신하영은 아무 관계도 아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내 손으로.

‘탈락자’를 정할 수 있다면.

그래야 한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신하영을 살릴 것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그녀는.

나에게 고맙다고 해줬기 때문이다.

“······.”

그래.

나는 그런 시시한 이유로.

생명을 선택했다.

“뭐, 뭐야···?”

신하영이 죽고, 튜토리얼(30)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하오란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어, 어떻게 저년이···?”

자신보다 약한 신하영이 무슨 수로 이상현을 이긴단 말인가? 자신조차도 이기지 못한 이상현을 도대체 무슨 수로?

“서, 설마···?”

하오란은 튜토리얼(30)이 시작되기 전에 이상현과 신하영이 몰래 만났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 기억에 도달하자.

이상현이 ‘의도적’으로 패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신하영을 살리기 위해서.

승부를 조작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끔찍한 결론에 도달하자.

“너,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하오란의 얼굴이 미친 듯이 달아올랐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투 순서대로라면.

신하영 다음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나, 나, 나, 나르으으을···!!!”

튜토리얼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기에 마음이 느낀 안도감은 대단히 컸다.

그런데 튜토리얼이 끝나지 않았다.

튜토리얼이 끝나지 않고.

한 번 더 이어졌다.

“이렇게 되면···.”

하오란의 외침과 신하영의 생존.

잭 로어와 강무혁은 그 두 가지를 통해서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했다.

두근!

두근두근!

이상현이 일부러 졌다.

신하영을 살리기 위해서.

일부러 진 것이다.

“그,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강무혁의 중얼거림은.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전투까지 30초 남았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운명의 여신은.

편견이 없는 확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잠시 후, 그 답이.

밝혀졌다.

[12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튜토리얼(30-5)이 시작됩니다.]

[1번 이상현(85)│6번 하오란(11)]

[5번 신하영(9)│-]

[7번 잭 로어(25)│8번 강무혁(22)]

확률은 너무나도 정직했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다.

2번, 3번, 4번, 5번.

그리고 6번까지.

순서대로.

진행 시켰다.

그 행위에.

예외란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하오란은 절규했다.

[뭐, 뭐야 저게?]

모두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말이었다.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고?

응? 응? 응?

[져, 졌다고? 일부러···. 졌다고?]

[이상현이···. 졌단 말이야?]

[오, 맙소사.]

[이런 미친···.]

[지져스.]

도저히 믿기 힘든 이상현의 패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컸다.

내기인 무패 우승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최후의 16인이 달라질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게 대체···?]

죽음의 신은 격앙된 표정으로 화면을 노려보았다. 눈빛은 이글이글 타올라서 분노의 화신처럼 느껴졌다.

화면 속에는 의도적으로 무패 우승 달성에 실패한 이상현이 있었다.

[오오, 이것은 운명의 데스티니~! 바람의 윈드~!!]

유일하게 무패 우승 달성에 ‘실패한다’에 걸었던 바람의 신은 축제 현장에 나온 것처럼 덩실덩실 춤을 췄다. 어찌나 흥에 겨운지 다른 신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씨바아아알!! 이게 뭐냐고?!]

[뭐긴 뭐야, 이 바람의 신의 과감한 배팅 능력이지. 이번 기회에 모두 잘 알아둬! 폭풍은 두 번 분다는 것을!! 폭풍은 두 번 분다는 것을!!]

[닥쳐!!!]

무패 우승에 걸었던 신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사이 120초가 지났다.

[아···.]

이상현의 승부 조작으로 인해 신격을 잃은 신들은, 특히 죽음의 신은 경악했다. 그 이유는 이상현의 다음 상대가 바로 하오란이었기 때문이다.

[안 돼···. 안 된다고···.]

[이건 안 돼······.]

이상현이 나타나기 전까지 ‘우승 후보’로 거론되었던, 최후의 16인이 확실히 되었던 하오란이.

이상현과 붙게 된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하오란에게 신격을 건 신들은 많았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죽음의 신도 있었다.

[이, 이, 이상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언!!!]

이상현의 행동으로 인해 죽음의 신은 내기는 물론이고, 하오란에게 걸었던 신격까지도 잃게 생긴 것이다.

[헤헷!! 개판이네.]

그래서 와장창!! 난장판이었다.

레버를 당기는 일에 죄책감이 없을 수는 없다. 그 이유야 어찌 됐든 내 ‘선택’에 의해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게 되니까.

당연히 죄책감이 매우 크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탈락시키고 살아남은 주제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

···그들과는 경우가 다르다. 왜냐하면 신하영을 살리기 위해서 ‘선택’한 거니까. 당연히 다르다.

하지만 난···.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고 레버를 당겼다.

「소멸하라.」

그 행동으로 인해 하오란의 챔피언들이 바스러지고, 부서지고, 쓰러졌다.

우르르르콰과과광!!

하오란의 챔피언들은 평범한 경우였다면 튜토리얼에서 우승했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나 최강의 마법사 타이탄 앞에서는, 전설의 타이탄 앞에서는 한 줌의 먼지에 지나지 않았다.

「멸하라.」

설상가상으로 꼬마요정-루의 고깔모자에서 나타난 친구들은 5골드·5성의 전설의 데스나이트였다.

「죽···어···라.」

이런 상황에서 하오란이 나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하오란에게 6골드·6성의 발키리가 있다고 해도 날 이기지 못한다. 0%다.

“후우······.”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선택으로 인해 두 사람의 운명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나도 무거웠기 때문이다.

··················.

············.

······.

그래.

정신 차리자, 정신.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지 말자.

이렇게 후회할 것 같았으면, 후회하는 척할 거였으면 처음부터 저지르지를 말았어야지.

그러니까 이를 악물자.

비겁해지지 말자.

나쁜 놈이면 나쁜 놈답게.

자신의 선택을.

얼버무리지 말자.

「끝이다.」

타이탄의 우레가 마지막을 알렸다.

우레에 휩싸인 전설의 소드마스터는 끝끝내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게 하오란의 마지막이었다.

“안 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하오란의 절규가 귓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난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았다. 내 선택으로 인해 탈락하게 된 하오란의 최후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콰득! 콰드드득!!

“······.”

그래.

나는 이기적인 놈이다.

목숨을 선택하는 나쁜 놈이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 돌아온 회귀자도 뭣도 아닌.

게임밖에 모르는 그런 인간이다.

[튜토리얼 최종결과]

1위: 이상현

2위: 알렉스 로드 윈

3위: 잭 로어

4위: 강무혁

5위: 카라할스

6위: 올리베이라

7위: 리 쉔

8위: 왕슈잉

9위: 신하영

10위: 마모나

11위: 엘리자베스

12위: 김인식

13위: 쿠론

14위: 에이든

15위: 제임스

16위: 김원호

튜토리얼이 끝나고.

최후의 16인이 정해졌다.

[최후의 16인]

7,102,486,084명의 플레이어 중에서 살아남은.

인류 최강의 플레이어.

쥐와 너구리를 닮은 GM이 나타나 살아남은 인간들에게 말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인류 최고의 플레이어입니다.』

『최후의 16인!!』

『여러분들은 70억 명이 넘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그 위대한 목표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서버 13279의 대표가 되어 유니버스 STFT 본선에 진출할 것입니다.』

『20000개의 서버가 참가하는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에 말이죠.』

살아남은 16명은, 최후의 16인은 숨을 삼켰다.

왜냐하면 튜토리얼은 튜토리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GM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십.』

『그 위대한 게임은.』

『우주의 운명을 결정짓는.』

『신의 자비입니다.』

GM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섬뜩했다.

『튜토리얼 1위부터 16위까지. 모든 순위가 결정됐지만 그래도 불만이 있으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자비로운 신들께서는 그런 분들을 위해 특별한 무대를 준비해주셨습니다.』

『바로, 순위 쟁탈전입니다.』

순위 쟁탈전이라는 말에 가라앉았던 플레이어들의 분위기가 갑자기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GM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한 표정이었다.

GM이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자신의 순위에 이의가 있으신 분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순위에 ‘도전’하십시오. 그리고 승리하여 원하는 순위를 차지하십시오.』

『순위 쟁탈전에서 패배한다고 해서 탈락하는 건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단, 도전했다가 패배하면 꼴등으로 추락하며, 16등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도전자에게 도전을 받아서 패배한 사람은 순위가 3단계 낮아집니다. 물론 승패에 불복하고 도전할 수 있으니 언제든지 도전하십시오.』

『그리고 어부지리로 순위가 상승할 수도 있으니, 그 점은 잘 생각해보십시오.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는 것도 하나의 실력이랍니다!』

『아차차! 순위가 왜 중요한지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그게 가장 중요한 건데. 여러분! 순위가 중요한 이유는 보상 때문입니다.』

『1위부터 16위까지.』

『튜토리얼 보상이 차등적으로 지급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차등 지급입니다.』

『분명 여러분들은 같은 팀이지만 8장 밖에 없는 최종 결승행 티켓은···. 이런! 스포일러가 심했군요! 여하튼 지금보다 좋은 보상을 원한다면.』

『순위 쟁탈전에 도전하십시오.』

『그리고 쟁취하십시오.』

『쟁취하는 자만이 영광을 얻는 법입니다.』

순위 쟁탈전.

그 말에 다수의 플레이어는.

꺼졌던 승부욕을 또다시 불태웠다.

‘그래, 바로 이걸 원했어!!’

특히 2위인 알렉스 로드 윈이 그랬다. 그는 자신보다 높은 곳에 있는 이상현을 노려보았다.

‘저 자식이 나보다 더 강하다고? 그건 말도 안 돼!!’

알렉스 로드 윈은 순위 쟁탈전을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되찾겠다고 결심했다.

알렉스 로드 윈이 튜토리얼(30-2)에서 뽑아낸 6골드·5성의 전설의 히드라는 그런 자신감을 가지기에 충분한 챔피언이었다.

“······.”

이상현은 그런 알렉스 로드 윈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이상현이 바라보고 있는 건.

신들의 의도였다.

순위 쟁탈전 이면에 숨어있는 의도 말이다.

‘순위 쟁탈전···. 이건 신놈들의 악의가 분명해. 일부러 도전하게 만들어서 보상을 줄이려는 악의적인 의도가.’

16명 중에서.

오직 이상현만이 순위 쟁탈전의 ‘의도’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악의를 받아온 이상현만이.

지독한 악의를 알아차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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