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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의 끝(5) (64/170)

튜토리얼의 끝(5)

튜토리얼의 끝(5)

러시안룰렛.

회전식 연발권총에 하나의 총알만을 장전하고, 머리에 총구를 겨누어 달칵! 방아쇠를 당겨서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목숨을 건 게임이다.

튜토리얼(30)에서 이상현은 그런 러시안룰렛 같은 존재였다. 아니, 튜토리얼(30)이 시작하기 전부터 그런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 이유는 최후의 16인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제발 걸리지 마라.’

‘저 녀석만 아니면 돼···!’

‘난 살고 싶다고!!’

‘신이시여···!’

튜토리얼(30-1)에서 그 사실이 명명백백해졌다.

이상현은 목숨을 빼앗아가는 총알이다.

섬뜩한 낫을 든 사신이다.

러시안룰렛이다.

그래서 라이프가 부족한 플레이어들은 진심으로 빌었다.

“제발···!!”

이상현과 만나지 않기만을 빌었다.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꿀꺽.

[12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튜토리얼(30-2)이 시작됩니다.]

[1번 이상현(100)│3번 장웨이(16)]

[2번 에바(14)│4번 안토니오(18)]

[5번 신하영(20)│7번 잭 로어(36)]

[6번 하오란(14)│8번 강무혁(22)]

[전투 시작]

“···망할.”

희비가 교차하고.

장웨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장웨이는 튜토리얼(1-1)에서 조커 카드로 3골드·5성의 전설의 암살자를 뽑았다.

시작부터 무모한 도전을 하여 두 번 다시 없을 값진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하나만 뛰어난 건 좋지 않아. 그리고 골드가 훨씬 더 중요해. 이런 종류의 게임은 골드가 핵심이야.”

장웨이는 시작부터 엄청난 패를 뽑았지만,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팔았다.

[전설의 암살자(★★★★★)를 판매했습니다.]

[243골드를 회수했습니다.]

사용하면 튜토리얼(1) 우승이 확실한 패를 팔다니?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과감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장웨이의 과감한 선택은 1골드·4성 챔피언 3명과 93골드로 돌아왔다.

“1골드 챔피언은 4성이면 충분해.”

1골드 챔피언은 4성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장웨이는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3레벨까지 상승시켰다.

[그림자(3)를 만들었습니다.]

[그림자들의 이동 속도가 +20% 빨라집니다. 스킬을 회피할 확률이 +5% 생깁니다.]

장웨이는 탄탄한 1골드 챔피언들을 앞세워 거침없이 진격했다. 그 누구도 장웨이를 막지 못했다.

“이 게임은···. 최대한 골드를 모으고, 골드를 관리하면 이기는 게임이 분명해.”

장웨이는 STFT의 핵심을 꿰뚫어 보았다. 게임에 문외한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장웨이는 탁월한 센스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튜토리얼(2-3)에서 패배했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아. 고작해야 한 번 졌을 뿐이니까.’

작은 패배는 골드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골드 관리만큼이나 라이프 관리도 훌륭해서 튜토리얼(29)까지 오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

그러다 튜토리얼(29)에서 4등으로 살아남았다.

물론 장웨이의 실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했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실수는 없었다.

‘왜 졌지? 도대체 왜···?’

그러나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장웨이는 그것을 느꼈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장웨이는 가장 무시무시한 적을 앞에 두고 자신에게 부족했던 게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조합. 조합이 제일 중요한 거였어. 골드보다 더 중요한 건 조합이었어.”

조합! 조합이야 말로 STFT의 진짜 핵심이었던 것이다. 골드보다 더 중요한 핵심 말이다.

‘어쩐지···. 다른 것들이 더 많이 나오더니.’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장웨이는 탄식했다.

장웨이에게는 ‘그림자’보다 더 상위인 땅 속성을 만들 기회가 많이 있었다.

그런데 그 기회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번번이 놓쳤고,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골드가 많다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

장웨이는 자신에게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게임에 문외한인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장웨이의 플레이는 대단히 훌륭했다.

‘다시 할 수 있다면···.’

장웨이는 고통스러움에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할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이길 수 있을 텐데!!

그런 무의미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장웨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라져라.」

장웨이. 그의 유일한 불운은, STFT를 다시 한 사람과 만났다는 것이다.

그게 장웨이의 유일한 불운이었다.

콰과과과광!!!

[튜토리얼(30-2)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감소합니다.]

[더 이상 라이프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잔여 라이프 0]

[잔여 라이프 0]

[잔여 라이프 0]

[잔여 라이프]

[0]

‘다시 하고 싶다.’

콰지직!!

장웨이의 바람은 이룰 수 없는 바람이었다.

[튜토리얼(30-2) 결과]

[1위: 이상현(100)│2승, 0패]

[2위: 잭 로어(36)│2승, 0패]

[3위: 강무혁(22)│1승, 1패]

[4위: 에바(14)│1승, 1패]

[5위: 안토니오(12)│1승, 1패]

[6위: 하오란(11)│1승, 1패]

[7위: 신하영(15)│0승, 2패]

[8위: 장웨이(0)│0승, 2패]

“······.”

장웨이의 탈락.

그 사실에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묫자리가 하나 줄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안도했다.

‘난 절대 안 죽어.’

이제 남은 묫자리는 세 개.

[전투까지 60초 남았습니다.]

이상현이라는 러시안룰렛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자, 이제 누가 걸릴 것인가?

누가 장웨이 다음으로 묫자리에 누울 것인가?

[전투까지 30초 남았습니다.]

라이프가 부족한 플레이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러시안룰렛의 결과를 기다렸다.

두근두근.

플레이어들의 몸 밖으로 심장 소리가 빠져나왔다. 이윽고 러시안룰렛의 결과가 밝혀졌다.

[12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튜토리얼(30-3)이 시작됩니다.]

[1번 이상현(100)│4번 안토니오(12)]

[2번 에바(14)│7번 잭 로어(36)]

[5번 신하영(15)│8번 강무혁(22)]

[6번 하오란(11)│-]

[전투 시작]

“으아악?!!”

생존 가능성이 1%라도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매우 컸다.

두 번째 희생양으로 지목된 안토니오는 비명을 질렀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아니라며 기뻐했다.

‘이번만 넘기면 돼!’

‘난 살 수 있어!’

‘죽어라. 제발 죽어!’

라이프가 부족한 플레이어들은 안토니오가 죽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참으로 이기적인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비정상은 아니었다.

지극히 정상적인 생각이었다.

“왜, 왜···!!”

안토니오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망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손을 뻗어주지는 않았다.

STFT에서 가장 큰 변수를 만들어낸 건 아이템이다.

아이템 하나가 기적을 만들고, 패색이 짙은 싸움을 뒤집어버린다.

뜻밖에도 안토니오에게는 ‘마법사 조합’에게 대항할 수 있는 아이템이 두 개나 있었다.

[악마의 책벌레]

↳모든 마법사 직업의 위력을 20% 감소시킨다(중복 불가).

[페르마의 여백]

↳모든 마법사 직업의 마나 소모량을 15 증가시킨다(최대 2번까지 중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전혀 쓸모가 없어서 욕을 퍼먹었지만, 마법사 조합을 만난 지금은 달랐다.

두 개의 아이템은 그야말로 환골탈태하여 안토니오를 도왔다.

원래였다면.

시작과 동시에 바람의 파도가 몰아닥치고, 고깔모자에서 나타난 친구들이 날뛰었을 것이다.

“으으으···!”

“친구들을 부르고 싶은데···!”

실피드와 꼬마요정-루는 아이템 ‘페르마의 여백’으로 인해 전투 시작과 동시에 스킬을 사용하지 못했다.

마법사-오즈와 하이엘프와 지니도 아이템 효과로 인해 마법을 쓰지 못했다.

“크윽···! 악마들을 쓸어버리지 못하다니! 분하다!!”

아이템 하나가 만들어낸 놀라운 결과였다.

“어리석은 것들.”

물론 마나 기반이 아닌 타이탄의 우레는 예외였다. 다만, 그 위력이 예전만 못했으며, 범위 또한 4×4로 줄어든 상태였다.

우르르르콰과과광!

우레에 휩쓸린 악마들은 새까맣게 그을렸지만, 하나뿐인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한 방에 죽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컸다.

“쿠오오오오오!!”

악마들의 대장인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드래곤의 심장에서는 주홍색 불꽃이 용암처럼 들끓었다. 그것은 세상을 불태워버리는 지옥의 불꽃이었다.

푸오오오오!!

드래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지옥의 불꽃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가 실피드와 꼬마요정-루를 덮쳤다.

“꺄아···아아···악!!”

“싫···어어···!!”

실피드와 꼬마요정-루는 불과 상극인 바람 속성이었다.

둘은 지금까지의 전투와는 다르게 그 힘을 사용해보기도 전에 새까맣게 타버려 재가 되었다.

후둑후둑.

악마들의 사기가 단숨에 하늘을 찔렀다.

뒤늦게 마나를 가득 채운 마법사-오즈가 강력한 마법화살을 날리려고 했지만.

이미 악마들이 코앞까지 달려온 뒤였다.

“이, 이놈들이?!!”

마법사-오즈도 실피드와 꼬마요정-루처럼 불 속성에 취약한 바람 속성이었다.

푸화아악!!

타오르는 지옥의 불꽃은 마법사-오즈를 한입에 집어삼키며 활활 불태웠다. 그러고는 승부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크라아아악!!”

기세등등해진 악마들이 포효했다.

지금까지 무패였던 마법사들이 정말 패배하는 것일까? 악마들이 기적적으로 승리를 붙잡는 것일까?

흠칫!!

기적과도 같은 짜릿한 함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마법사 조합의 완성이자 끝판왕인 타이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라져라, 추악한 사마귀들이여.”

우르르르콰과과과광!!

위력이 20% 줄었다지만, 범위가 4×4로 줄었다지만, 타이탄의 위용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저, 한 방이 두 방으로 변했을 뿐이었다.

“꿰에···에엑···!!”

말하자면 그게 전부였다.

어쩌면 이상현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안토니오가 느낀 절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 아, 안 돼애애애···!!”

부들부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안토니오의 다리는 썩은 나뭇가지처럼 부러져서 움직이지 못했다.

어쩌면 사신에게 붙잡힌 것일지도 몰랐다.

엉금엉금.

안토니오는 필사적으로 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다리를 붙잡은 사신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발버둥 칠수록 더 강하게 달라붙어서, 도저히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사, 살려···! 살려줘···! 제발···! 제발 살려줘! 여기까지 와서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다고···!!”

안토니오는 죽을힘을 다해서 기어갔다.

그러나 죽음은 피할 수 없었고, 지금까지 안토니오를 위해 싸웠던 악마들이 나타났다.

“크르···으으으···.”

썩어버린 시체처럼 눈알이 빠지고 비늘이 너덜너덜한 드래곤이 입을 벌렸다.

“히, 힉···! 으아아악···!!”

잠시 후, 안토니오의 절규가 메아리쳤다.

콰직!! 콰드득!!

[튜토리얼(30-3) 결과]

[1위: 이상현(100)│3승, 0패]

[2위: 잭 로어(36)│3승, 0패]

[3위: 강무혁(22)│2승, 1패]

[4위: 하오란(11)│2승, 1패]

[5위: 에바(8)│1승, 2패]

[6위: 신하영(9)│0승, 3패]

[7위: 안토니오(0)│1승, 2패]

[8위: 장웨이(0)│0승, 2패]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최후의 16인이 될 사람과.

그 앞에서 탈락할 사람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가 없다.

탈락자와.

승리자가.

정해진다.

아마도 다음 판에.

모든 게 결정될 것이다.

‘이제 끝이구나.’

신하영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다.

지금까지 흘러온 순서대로라면.

튜토리얼(30-4)에서 이상현과 만나게 될 테니까.

이길 수 없는 이상현과···.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면···.

‘괜찮아. 난 괜찮아···. 괜찮아. 난···. 괜찮아. 원망하지 않아. 절대로 그 사람을···. 원망하지 않아.’

신하영은 죽을힘을 다해서 울음을 참았다. 그리고 이상현을 원망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 사람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원망하면 안 돼. 원망하면···. 안 돼.’

어느 누가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을까?

어느 누가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있을까?

이제 겨우 21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슨 수로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덜덜덜.

그래도 신하영은 죽음 앞에서 당당해지고자 했다. 적어도 이상현에게 받은 따뜻한 마음만큼은.

지켜내고 싶으니까.

그래서 꾹 참고, 꾹 참았다.

[12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튜토리얼(30-4)이 시작됩니다.]

[1번 이상현(100)│5번 신하영(9)]

[2번 에바(8)│8번 강무혁(22)]

[6번 하오란(11)│7번 잭 로어(36)]

[전투 시작]

‘괜찮아. 난 괜찮아.’

러시안룰렛의 방아쇠가 당겨졌고.

총알이 향한 대상은.

바로 신하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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