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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의 끝(4) (63/170)
  • 튜토리얼의 끝(4)

    튜토리얼의 끝(4)

    튜토리얼(29-4)에서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김인식은 기뻐하기는커녕 자신의 마지막을 예상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네.’

    왜냐하면 순서상 자신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느낌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두근두근.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심장이 그것을 예감했다.

    다음 판에서 이상현과 맞붙게 될 것이라고.

    튜토리얼(29-5)이 마지막이라고.

    덜덜덜.

    김인식은 소주를 한 병 더 들이켰다. 혹시 자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애써 부정했지만.

    “빌어먹을···.”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었다.

    자신이 분명했다.

    “빌어먹을···!!”

    김인식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곧 찾아올 죽음을 아득바득 노려보았다.

    김인식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하지만 울음을 터트리지는 않았다. 악착같이 참고 또 참으며 견뎌냈다.

    입에서 소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씨바아아알···!!!”

    김인식은 빌어먹을 세상을 향해서 울부짖었다.

    [12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튜토리얼(29-5)이 시작됩니다.]

    [1번 이상현(100)│4번 미셸(13)]

    [5번 하오란(20)│7번 에드워드(10)]

    [8번 김인식(8)│-]

    [전투 시작]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부전승!

    놀랍게도 부전승으로 튜토리얼(29-5)을 넘어간 것이다. 싸우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다.

    “딸꾹!!”

    김인식은 그 믿기 어려운 행운에.

    처음으로 행운의 여신의 존재를 느꼈다.

    [이런 시벌??]

    물론 행운의 신은 김인식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왜냐하면 김인식이 뒈진다에 걸었기 때문이다.

    “사, 살았다···.”

    조금 민망한 일이지만.

    김인식은 지렸다.

    튜토리얼(29)이 끝나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숫자는 32명이었다. 32명. 70억 명이 넘었던 플레이어가 32명까지 줄어든 것이다.

    실로 터무니없는 낙차였다. 32명과 70억 명이라니. 이 어마어마한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

    그리고 32명을 16명으로 줄여야 하는 끔찍한 사실을 어떻게 견뎌야 한다는 말인가?

    꿀꺽.

    플레이어들의 분위기는 몹시 우울하고 무거웠다. 두꺼운 죽음의 그늘이 덧씌워진 것 같아서 살아있는지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눈빛은 표독스러웠으며, 반드시 살아남고 말겠다는 악착같은 욕구가 가득했다.

    “······.”

    이런 숨 막히는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이상현이었다.

    이상현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탈락할 걱정이 없었다. 그 이유는 최후의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최후의 16인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서버(13279)]

    [최후의 16인(인간)]

    ??위. 이상현

    어째서 이상현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상현의 라이프가 100라이프였기 때문이다.

    튜토리얼(29)이 끝난 시점에서 100라이프. 그에 반해 다른 플레이어들의 라이프는 10~30사이였다.

    말하자면 이상현이 튜토리얼(30)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반전은 무슨. 그냥 올려!]

    [1등 아니면 2등이겠지.]

    [100% 무패 우승이다.]

    그래서 신들은 이상현의 이름을 최후의 16인에 올렸고, 이상현과 붙게 될 플레이어들이 더 큰 절망과 좌절감을 느끼기를 바랐다.

    “···도대체 얼마나 운이 좋은 거냐.”

    “···저 녀석만 피하면 살 수 있어.”

    “···여기까지 와서 죽을 수는 없어. 난 꼭 살아남을 거야. 반드시 살아남을 거라고.”

    “흥···.”

    “···내가 더 강해.”

    “···마음에 안 들어.”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공통된 마음은 ‘이상현을 만나고 싶지 않다’였다.

    왜냐하면 이상현과 만나면 패배할 게 분명하니까.

    그래서 이상현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

    이상현은 말없이 플레이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분한 표정은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속은 겉과 딴판이었다. 속에서는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응?’

    문득 이상현의 눈에 신하영이 보였다. 그녀는 이상현을 손짓으로 조용히 부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이상현은 자신을 부르는 신하영을 따라갔다. 다른 사람들이 두 사람을 힐끔 쳐다보았지만,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한적한 곳에 멈춰 섰다. 그곳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던 곳이었다.

    “오랜만···이라고 해야겠죠?”

    신하영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인사했다.

    “네, 오랜만이네요.”

    이상현의 웃음도 어색했다. 안면이 있다고는 하나 친한 것도 아니고, 친하지 않은 것도 아니니까.

    냉정히 말하면 경쟁자가 아닌가? 짓밟지 못하면 내가 짓밟히는, 그런 경쟁 관계 말이다.

    “그때···.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해서 이렇게 이상현씨를 불렀어요.”

    신하영은 이상현에게 고개를 숙여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표현했다.

    이상현은 조금 놀랐는지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쑥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제가 좋아서 한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좋아서 한 일. 그 말에 거짓은 없었다. 이상현은 정말로 좋아서,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한 일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도요. 이상현씨가 절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전 벌써 탈락했을 거예요.”

    이상현에게는 사소한 일이었지만 신하영에게는 아니었다. 그 사소한 도움이 목숨은 물론이고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신하영은 진심으로 고마웠다.

    “정말···. 고마워요.”

    신하영이 이상현을 와락! 끌어안았다.

    “?!!”

    이상현은 신하영의 돌발행동에 깜짝 놀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난처함에 식은땀까지 흘렸다.

    “···오, 오해하지는 마세요.”

    “······.”

    “그냥···. 무서워서 그래요. 무서워서······.”

    신하영이 이상현을 끌어안은 이유는 간절히 기댈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죽고 죽이는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잠깐이라도 좋으니 기대고 싶어서···.

    그래서 눈물을 흘렸다.

    “죄···송···해요. 하지만···. 너무 힘들어요. 제가 이런 곳에 있다는 사실이···. 무서워···요.”

    신하영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린 이상현은 말없이 등을 두드려주었다.

    “흑···.”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이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 말이다.

    그래서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이겨낼 수 있다고.

    조용히 위로해주었다.

    ‘고마워요.’

    신하영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곳일 것이다.

    이곳은 지옥의 밑바닥이다.

    무덤의 입구다.

    나는 그 끔찍한 악몽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왜냐하면 적어도 나만큼은 그래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튜토리얼의 마지막.』

    『최후의 16인을 결정짓는 날입니다.』

    『자.』

    『긴말은 필요 없습니다.』

    『이기십시오.』『살아남으십시오.』『당신의 적을 모두 물리치십시오.』

    『이기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 적을 물리치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

    『이겨서, 살아남으십시오.』

    『이곳에서 승리한다면 당신은 최후의 16인이 되어 지구를 대표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최종 우승자가 된다면 위대한 존재께서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실 것입니다.』

    『지금부터 튜토리얼(30)을 시작하겠습니다.』

    32명의 플레이어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조용히 다음을 기다렸다.

    플레이어들이 기다리는 건.

    조 편성이었다.

    벌써 최후의 16인에 이름을 올린 이상현과 같은 조인가, 아닌가.

    그것이 플레이어들의 관심사였다.

    띠링~!!

    [튜토리얼(30-1)이 시작되었습니다.]

    [1번 플레이어: 이상현(100)]

    [2번 플레이어: 에바(23)]

    [3번 플레이어: 장웨이(24)]

    [4번 플레이어: 안토니오(18)]

    [5번 플레이어: 신하영(25)]

    [6번 플레이어: 하오란(14)]

    [7번 플레이어: 잭 로어(36)]

    [8번 플레이어: 강무혁(29)]

    [120초 후에 마지막 전쟁이 시작됩니다.]

    [최후의 16인을 결정짓는 전쟁을 준비하십시오.]

    “?!!”

    이상현과 같은 조에 속한 플레이어들은 비명과 절망을, 이상현과 같은 조에 속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생존에 대한 희망을 불태웠다.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은, 천국과 지옥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

    신하영은 이상현과 같은 조가 되어서 무섭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현씨···.’

    [12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튜토리얼(30-1)이 시작됩니다.]

    [1번 이상현(100)│2번 에바(23)]

    [3번 장웨이(24)│4번 안토니오(18)]

    [5번 신하영(25)│6번 하오란(14)]

    [7번 잭 로어(36)│8번 강무혁(29)]

    [전투 시작]

    튜토리얼(30)을 시작하기도 전에 최후의 16인에 이름을 올린 이상현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붙어보기 전에는 모른다고 에바는 생각했다.

    ‘게임에 100%는 없어. 이 게임도 마찬가지일 거야. 내가 이길 수도 있어.’

    지금까지 수없이 쌓아온 승리들을 생각해본다면 승산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압도적인 승리니까.

    ‘내 챔피언들은 절대 약하지 않아.’

    하물며 튜토리얼(25)에서 획득한 아이템 ‘종말의 괴물’이 있지 않은가?

    [종말의 괴물]

    ↳쿤드라 전용 아이템. 전투 시작과 동시에 모든 적 챔피언에게 ‘공포’를 일으킨다. 공포에 사로잡힌 챔피언은 4초 동안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으며, 공포가 끝난 후 12초마다 100% 확률로 공포에 사로잡힌다.

    ‘이길 수 있어.’

    에바는 침착하게 ‘마지막 전장’을 바라보았다.

    가로 10칸, 세로 10칸의 마지막 전장은 섬뜩한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위대한 룬의 힘이 세상을 비추리라!!」

    「혼돈···. 파괴···. 망각···.」

    그리고 룬의 마법서와.

    종말의 괴물이 교차했다.

    무시무시한 공포가 흑사병처럼 퍼져나가며 마법사들을 휩쓸었다.

    “아으···으으···!!”

    실피드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몸을 고슴도치처럼 둥글게 말고는 부들부들 떨어댔다.

    “고, 고혈압이···!”

    “히끅! 히끅···!”

    마법사-오즈와 꼬마요정-루도 공포에 질린 나머지 고슴도치가 되고 말았다.

    오들오들 새파랗게 질린 표정에서 공포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싫어, 싫어, 싫어···.”

    하이엘프도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램프의 요정 지니는 램프 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러고는 램프에 [sold out]이라는 팻말을 붙였다.

    “가, 감기에 걸린 것 같아.”

    “내, 내 생각도 그래. 으으으.”

    비열한 하이에나들조차도 무시무시한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몸을 떨어댔다.

    언데드라서 공포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령술사-아크힘은 “시···체···가···없···다···.”라고 중얼거리며 시체가 생기기만을 하릴없이 기다렸다.

    “바스러져라.”

    그리고 황금사자의 머리를 장착한 타이탄은 모든 군중제어기술(CC)에 면역이었다.

    우르르르콰과과과광!!

    우레는 달려오는 괴물들을 향해서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었다.

    “?!!”

    진정한 공포는 두려움도 나약함도 아니었다.

    진정한 공포는.

    오직 ‘죽음’뿐이었다.

    타이탄의 우레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그 무엇도 남아있지 못했다. 모두 바스러져서 소멸했다.

    “퀘에에에엑···!!”

    쿤드라의 분노에는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괴물의 왕 쿤드라조차도 공포를 느꼈는데, 다른 괴물들은 어떻겠는가?

    부들부들. 덜덜덜.

    공포를 울부짖기는커녕 괴물들은 도리어 가장 끔찍한 공포를 느끼며, 죽음을 향해서 전진했다.

    “사라져라.”

    우르르르콰과과과광!!!

    타이탄은 그야말로 공포의 화신이었다.

    에바는 싸워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모른다고 생각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니까.

    그랬는데 붙어보니 깨달았다. 저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기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괜히 100라이프가 아니었구나.”

    에바는 압도적인 힘의 격차를 느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무엇인지, 타이탄의 첫 일격에 자신의 챔피언들이 모래성처럼 바스러지는 것을 보고 똑똑히 깨달았다.

    이상현은 절대 이길 수 없다.

    “···내가 처음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불행 중 다행이라면.

    쿤드라가 실피드를 처치했다는 점일까?

    그리고 암살자인 드레이크와 와이번이 비교적 약한 챔피언들을 처치하여 라이프 감소폭을 줄였다는 점일 것이다.

    뭐, 다르게 말하자면 그것 이외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비참한 패배였다.

    「소멸하라.」

    우르르르콰과과광!!

    마지막 전장에 우레가 내리쳤다.

    그러자 지금까지 분전하던 쿤드라가 벼락 맞은 나무처럼 쿠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제발.”

    에바는 자신의 라이프가 다 줄어들지 않기만을 진심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두근두근.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었다.

    [튜토리얼(30-1) 결과]

    [1위: 이상현(100)│1승, 0패]

    [2위: 잭 로어(36)│1승, 0패]

    [3위: 안토니오(18)│1승, 0패]

    [4위: 하오란(14)│1승, 0패]

    [5위: 강무혁(22)│0승, 1패]

    [6위: 신하영(20)│0승, 1패]

    [7위: 장웨이(16)│0승, 1패]

    [8위: 에바(14)│0승,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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