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튜토리얼의 끝 (60/170)

튜토리얼의 끝

튜토리얼의 끝

[영웅의 조커 카드(1회)]

↳1~6골드의, 최소 4성(★★★★)의 챔피언을 영구적으로 소환한다.

1대4로 싸워서 얻어낸 보상은 한마디로 사기급이었다. 최소 4성이라는 말은 평균 5성이라는 뜻이고, 운이 좋으면 6성도 가능하다는 뜻이니까.

“···혹시 이것도 팔 수 있나?”

나는 시스템에게 영웅의 조커 카드를 팔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시스템이 [영웅의 조커 카드는 300골드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해주었다.

흐음. 300골드라.

최소 4성 확정인 아이템다운 가격이다.

나는 영웅의 조커 카드를 사용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300골드로 바꾸는 게 좋을지 계산해 보았다.

“······.”

그래.

영웅의 조커 카드를 팔자.

왜냐하면 사령술사-아크힘(★★★★★★)을 이전 판에 뽑았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도전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희망적인 생각보다는 1골드·4성의 챔피언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는 게 훨씬 더 현실적이다. 나는 그런 최악의 경우를 수도 없이 겪어 보았다.

그리고 300골드면 드래곤과 실피드를 4성으로 만들고, 타이탄을 5성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확실한 것을 선택하자.

괜히 리스크를 짊어지지 말고.

[영웅의 조커 카드(1)를 판매하시겠습니까? 판매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판매한다.”

나는 미련을 가지지 않고, 혹시라도 모를 미련이 생기기 전에 영웅의 조커 카드를 팔아버렸다.

[영웅의 조커 카드(1)를 판매했습니다.]

[300골드를 회수했습니다.]

시스템이 조금 전에 말했듯이 이제 미련을 가져도 소용없다. STFT에는 팔아버린 것을 되돌리는 기능 따위는 없으니까.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 정보를 확인했다.

[플레이어]

이름: 이상현

나이: 24세

출신: 지구

서버: 13279

레벨(10)

보유 챔피언(13)

《꼬마요정-루(★★★★★★), 영웅 마녀(★★★★), 괴물 고블린 주술사(★★★), 마법사-오즈(★★★★★★), 괴물 드루이드(★★★), 영웅 지니(★★★★), 사령술사-아크힘(★★★★★★), 영웅 하이엘프(★★★★), 영웅 타이탄(★★★★), 타이탄(★), 괴물 실피드(★★★), 괴물 드래곤(★★★), 드래곤(★)》

보유 아이템(6)

하이에나의 왕, 용암나무 지팡이, 발키리의 날개, 제우스의 번개, 황금사자의 머리, 룬의 마법서

보유 골드(445)

챔피언과 아이템과 골드.

무엇하나 부족한 게 없다.

조합 또한 완벽하다.

이미 튜토리얼(3)에서 확인했듯이 튜토리얼(4)에서도, 그 이후에도 나는 승리할 것이다.

천재지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패배는 있을 수 없다.

“······.”

···분명 기뻐해야 하는 일이지만.

이건 즐거운 게임이 아니다.

재밌는 게임이 아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인간이 인간을 짓밟는 생존경쟁이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다.

너무나도 무겁다.

과연 내가···.

인류를 대표하는 16인이 될 자격이 있을까?

그리고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

············.

······.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자.”

나는 술에 빠져 하루를 보냈다. 청승맞게 혼자 마시는 술이었지만 그렇게 쓰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튜토리얼(4)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꼭 살아남으세요!!』

『최후의 16인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니까요!!』

GM은 언제나 그렇듯이 소름 끼쳤다.

[쓰레기가, 개쓰레기가, 개쓰레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뜬금없이 조커 카드를 구매해서 사령술사-아크힘(★★★★★★)을 뽑아내더니.

정성스럽게 준비한 영웅의 조커 카드는 쓰지도 않고 팔아버린다고??

최소 4성 확정인 영웅의 조커 카드를???

쾅! 쾅! 콰앙! 콰아앙!!

죽음의 신은 이상현의 말도 안 되는 엉뚱한 행동에 광분한 나머지 입에 게거품을 물었다.

주변을 압도하는 살기는 증오라는 이름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쯧쯧쯧.]

바람의 신은 그런 죽음의 신을 매우 딱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젊은 신이 안 됐어.]

바람의 신이 그럴수록 죽음의 신은 더더욱 미쳐 날뛰며, 이상현을 향한 무한한 증오심을 불태웠다.

[으아아아아아아!!!]

튜토리얼(29)까지 살아남은 플레이어는 64명.

그리고 생존이 허락된 플레이어는 16명.

튜토리얼(29)에 임하는 플레이어들의 마음가짐은 필살(必殺)이었다.

플레이어들에게 ‘적’을 동정하는 마음 따위는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 이외에는 모두가 적이었으며,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마음뿐이었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인간으로서의 가치관은 무너진 지 오래였다. 솔직히 말해서 그딴 건 생존에 불필요했다.

도덕? 윤리? 법?

그딴 게 무슨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딴 게 좋으면 너나 죽어.

뒈지라고.

플레이어들은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최후의 16인이 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난 죽지 않아. 난 살아남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살아남을 거라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긋지긋하게 봐온 GM이 말했다.

『지금부터!! 최후의 16인에 이르는 죽음의 게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짝짝짝!!

우렁찬 박수 소리와 함께.

여덟 명의 플레이어가 정해졌다.

[튜토리얼(29-1)이 시작되었습니다.]

[1번 플레이어: 이상현(100)]

[2번 플레이어: 로버트(31)]

[3번 플레이어: 모한다스(28)]

[4번 플레이어: 미셸(25)]

[5번 플레이어: 하오란(44)]

[6번 플레이어: 릐천(35)]

[7번 플레이어: 에드워드(29)]

[8번 플레이어: 김인식(14)]

[120초 후에 16인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최후의 16인으로 가는 전쟁을 준비하십시오.]

32명을 결정짓는, 튜토리얼(29-1)에 돌입한 플레이어들은 대단히 심각한 사실과 마주해야만 했다.

웅성웅성!!

플레이어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보고는 놀라움과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라이프가 100이라고···?”

“저, 저게 말이 돼?”

“이런 미친···.”

“망할···.”

“나조차도 졌는데···. 어떻게 무패인 거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안 졌다고···?”

이상현이라는 플레이어와 처음으로 마주친 플레이어들은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상하기조차도 싫은 패배의 냄새를 맡았다.

이미 튜토리얼(1)에서 이상현을 만났던 김인식은 1등은 꿈도 꾸지 않으니 4등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내가 했던 튜토리얼(1)이 가장 어려운 튜토리얼이었어. 빌어먹을. 1등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부탁이니, 내 차례가 오기 전에 제발 끝내줘.’

김인식은 이상현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혹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상현이 최대한 빨리 4명을 탈락시켜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12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튜토리얼(29-1)이 시작됩니다.]

[1번 이상현(100)│5번 하오란(44)]

[2번 로버트(31)│8번 김인식(14)]

[3번 모한다스(28)│4번 미셸(25)]

[6번 릐천(35)│7번 에드워드(29)]

[전투 시작]

하오란은 중국에서 손에 꼽히는 재벌가의 손자로 태어나 지금까지 ‘노력’으로 이루지 못한 게 단 하나도 없었다.

하오란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반드시 이루어냈으며, 그 무엇이라도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흥!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참으로 까다로운 성격이 아닐 수 없지만, 하오란에게는 재능과 노력이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그래서 ‘실패’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인생에 있어 부족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하오란은 유니버스 STFT에서도 그 괴력을 마음껏 뽐냈다.

“조커 카드라고? 그거 재미있겠네.”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리 하오란은 자신의 ‘운’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절대적으로 믿었다.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묶여 있던 영웅 기병대(★★★★)가 쇠사슬을 끊고 달려 나옵니다!!]

“뭐야? 4성이잖아.”

하오란이 튜토리얼(1)에서 뽑은 챔피언은 4골드·4성의 영웅 기병대였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기껏해야 2성의 챔피언을 뽑았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게임 시작과 동시에 우승 카드를 뽑은 셈이었다.

“뭐, 그럭저럭 괜찮네.”

당연히 튜토리얼(1)에서는 1등을 차지했다.

아쉬운 점은 게임에 대해 파악하느라고 죽음의 던전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했다는 점일 것이다.

“사자의 방은 시시했으니까, 이번에는 악마의 방으로 가볼까?”

[이상현, 신하영 플레이어가 서버(13279) 최초로 죽음의 방(★★★★★★)을 공략했습니다.]

“뭐라고? 감히 어떤 녀석이···.”

빠드드득!!

태어나기를 소황제로 태어났기에 하오란은 자신의 위에 누가 서 있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했다.

어느 정도로 싫어하냐면 혐오감과 함께 살인충동을 느낄 정도였다.

“빌어먹을!!!”

하오란은 이름밖에 모르는 이상현과 신하영에 대한 분노와 경쟁심을 활활 불태웠다.

“만나면···. 반드시 죽여주마.”

튜토리얼(1)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차지한 하오란은 튜토리얼(2)에서 방패전사-드라움(★★★★★★)과 창병-쿠훌린(★★★★★★)을 뽑아냈다.

“이제야 제법 괜찮은 놈들이 나왔네.”

터무니없는 행운이었지만 정작 하오란은 그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하오란은 6성 챔피언들을 바탕으로 튜토리얼(2)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차지했다.

“쓰레기들이 덤비기는.”

팀전인 튜토리얼(3)에서는 약간의 위기가 찾아왔었다.

왜냐하면 적 팀에 4골드·6성의 늑대인간-가르니에를 뽑은 플레이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건방진 새끼가···!!!”

[튜토리얼(3-1)에서 패배했습니다.]

[튜토리얼(3-2)에서 패배했습니다.]

두 번의 패배에 하오란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그래서 두 번의 패배로 모여진 100골드를 사용해, 조커 카드 두 장을 구매했다.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날뛰고 있던 괴물 오크전사(★★★)가 가슴을 탕탕! 두들깁니다.]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던 전설의 소드마스터(★★★★★)가 드디어 일어섭니다.]

5골드·5성!!!

하오란은 두 장의 조커 카드로 사실상 STFT 최강의 카드를 뽑아냈다. 터무니없는 행운이었다.

“큭큭큭!! 잘 가라, 병신아.”

전설의 소드마스터는 불리했던 전세를 단숨에 바꾸었고, 승리라는 당연한 전리품을 하오란에게 안겨주었다.

하오란은 자신이 최고라고 여겼다.

뭐, 하오란에게 꽝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튜토리얼(5)에서는 조커 카드가 연달아 실패하며 100골드를 날렸다.

“이런 빌어먹을!!”

하지만 불운도 잠시.

하오란은 태어날 때부터 상위 0.000001%의 운을 타고난 인간답게 튜토리얼(7)에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듀라한-듀크(★★★★★★)를 뽑아냈다.

“언데드는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3골드·6성의 챔피언을 뽑아냈음에도 하오란은 조금도 만족하지 못했다.

“쳇.”

오히려 갈증은 더 커졌다. 왜냐하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챔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멍청하게 팔아버리는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 언데드라도 전사는 전사니까.

“할 수 없지. 다음을 노리는 수밖에.”

하오란은 튜토리얼(8)에서도, 그다음 튜토리얼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

승리는 튜토리얼(29)까지 이어졌다.

물론 패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오란은 자신과 비슷한 부류, 그러니까 소황제들과의 싸움에서 패배를 맞보기도 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땅덩어리가 크고 인구수가 많은 만큼, 하오란과 비슷한 소황제들도 많았다.

“저 자식이···!!!”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봉인되어 있던 오우거-타투스(★★★★★★)가 봉인에서 풀려납니다.]

행운의 여신의 편애를 받는 게 분명한 하오란이었다.

「우워어어어어!!!」

튜토리얼(28)을 뚫고 튜토리얼(29)에 올라선 하오란의 상태는 이랬다.

[플레이어]

이름: 하오란

나이: 23세

출신: 지구

서버: 13279

레벨(10)

보유 챔피언(10)

《방패전사-드라움(★★★★★★), 창병-쿠훌린(★★★★★★), 전설의 성직자(★★★★★), 전설의 그리즐리베어(★★★★★), 듀라한-듀크(★★★★★★), 오우거-타투스(★★★★★★), 전설의 기병대(★★★★★), 전설의 소드마스터(★★★★★), 영웅 발키리(★★★★), 영웅 히드라(★★★★)》

보유 아이템(10)

오즈의 바람, 수호자의 갑옷, 수호자의 방패, 수호자의 검, 발키리의 날개, 피닉스의 심장, 영웅의 검, 용병대장의 추천서, 기병대의 창, 기병대의 깃발

보유 골드(29)

무엇하나 부족한 게 없는 그야말로 최강의 전력이었다. 아이템들도 전사들에게 괜찮은 아이템들로 갖췄으며, 튜토리얼(28)에서 획득한 기병대의 깃발은 전사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아이템이었다.

[기병대의 깃발]

↳모든 아군의 이동속도가 +25% 상승한다. 모든 군중제어기술의 효과를 25% 감소시킨다.

하오란은 튜토리얼(29)에서도 당연히 자신이 우승할 것이라고 여겼다.

“무패라고···?”

100라이프를 가진.

이상현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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