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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4의 전투(2) (58/170)
  • 1대 4의 전투(2)

    1대 4의 전투(2)

    STFT에서 스킬과 특수효과의 발동 순서는 아이템 다음이 챔피언이다.

    말하자면 룬의 마법서의 ‘마법’이 챔피언들의 스킬보다 먼저 발동되는 것이다.

    “위대한 룬의 마법이 우리를 감싸 안으리라. 환호하라! 더 없이 높은 힘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니!!”

    신비로운 에메랄드빛이 하늘에서 내려와 마법사들과 괴물 드래곤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적들에게 피처럼 붉고 저주스러운 루비빛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덜미에 단단히 달라붙었다.

    [모든 아군의 공격력이 +100, 방어력이 +100, 체력이 +1000, 공격속도가 +20%, 공격 회피 능력이 +25% 스킬 회피 능력이 +15% 상승합니다.]

    [모든 적군의 이동속도가 30%, 공격속도가 20%, 체력이 20%, 마나가 100 감소합니다.]

    룬의 마법서는 9조합 효과를 능가하는, 그야말로 사기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바람인 괴물 실피드가.

    “바람이당~!!”

    바람의 파도로 40여명에 달하는 챔피언들을 모두 벽까지 밀어버렸다.

    5칸에서 4칸으로 줄어들었지만, 요정의 고깔모자 덕분에 8칸으로 늘어난 덕분이었다.

    그 다음으로 영웅 타이탄의 우레가 우르르르릉!! 포효했고, 마법사-오즈의 지팡이가 빛났다.

    “사라져라, 죽은 자들이여!!!”

    퍼어어엉!!

    거대한 폭발은 열 마리에 가까운 언데드들을 집어삼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야호! 도와줘, 친구들아!!”

    꼬마요정-루의 고깔모자에서 여섯 명의 친구들이 나타났다. 친구들은 1골드·4성의 영웅 도깨비불이었다.

    푸훅! 푸후후욱!!

    그리고 영웅 하이엘프의 손에서 만들어진 작은 회오리바람이 전장에 살며시 날아오르더니 무시무시한 폭풍이 되어 언데드들을 덮쳤다.

    “부디, 편히 잠드시길.”

    영웅 하이엘프는 죽어서도 죽지 못한 자들을 위해서 기꺼이 기도를 올렸다.

    “하하하하!!!”

    요란한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램프의 요정 지니였다.

    지니는 사이좋게 모여 있는 언데드들을 향해서 우락부락한 근육을 실컷 자랑하더니, 두 손에 활활 타오르는 불덩어리를 만들어냈다.

    “썸머타임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살라만더의 불꽃이었다.

    살라만더의 불꽃은 버둥버둥 몸부림치는 언데들에게 날아가 불꽃과 연기를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화룡점정은 마법사-오즈였다.

    “사라져라!!!”

    마법사-오즈의 용암나무 지팡이가 펄펄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뜨겁게 빛났다.

    그리고 강력한 마법화살이 언데드들에게 작렬했다.

    퍼어어엉!! 퍼어어엉!! 퍼어어엉!!

    “우···워···어···어······”

    언데드들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마법폭격에 바스러지고 부서지고 먼지로 변했다.

    “살···아···나···라.”

    영웅 사령술사들이 필사적으로 시체를 일으켜 세웠지만, 시체를 일으켜 세우는 시간보다 폭사하는 시간이 더 빨랐다.

    퍼어어엉!!

    무자비한 마법폭격 앞에서는, 압도적인 물량이라는 장점은 결코 장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단점이었다.

    “사라져라, 죽은 자들이여!!!”

    마법사-오즈는 이미 죽은 자들을 위해서 쉴 새 없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멸하리라.”

    영웅 타이탄 또한 우르르르콰과과과광!! 우레를 내리치며 언데드들을 먼지로 돌려보냈다.

    하이에나들은 먹잇감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캬하하하!! 기분 좋게 웃어댔다.

    “맛없지만 황금은 기분 좋지!!”

    “오오! 언제나 무덤을 파헤치는 일은 기분이 좋단 말이야!!”

    “우리는 도굴꾼~! 위대한 도굴꾼이라네!!”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1대4였지만.

    숫자의 우위는 무의미했다.

    푸오오오오오오!!!

    [···이게 게임이냐?]

    죽음의 신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딱 그거였다.

    이게 게임이냐?

    그 말에는 무수히 많은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었다. 땅의 신과 생명의 신과 불의 신도 동의했다.

    [밸런스 개판이네.]

    [이거 4대1 아니었냐?]

    [아무리 조합간의 상극이 존재한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네 명의 신은 밸런스 패치를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튜토리얼이 끝나면 무조건 밸런스 패치다. 마법사 조합은 아무리 봐도 사기야.]

    [그래, 맞아. 4대2도 이해가 안 되는데, 4대1은 진짜 말이 아니지.]

    [저걸 무슨 수로 이겨? 아무도 못 이기지. 그나마 5골드·6성을 띄운 인간들이 가능성이 있겠지만···. 이 꼴을 보면 그것도 힘들 것 같은데.]

    [지금 바로 패치하는 건 어때?]

    [···아쉽지만 그건 안 된다. 게다가 이미 한 번 했지 않느냐? 이번에도 그 짓을 했다간 우리가 끝장날 거다.]

    [뭐, 그렇겠네.]

    [쳇. 빌어먹을.]

    신들은 이상현이 이기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에 큰 불만을 드러냈지만 그게 전부였다.

    바람의 신은 그런 신들을 향해서 비아냥거렸다.

    [신이라는 녀석들이 정말 할 짓이 없고만. 자식들아, 그럴 시간에 얼른 유망주를 발굴해서 투자나 해.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나를 봐봐. 아무런 걱정이 없잖아?]

    빠드드득!!

    바람의 신의 조롱에 죽음의 신과 땅의 신과 생명의 신과 불의 신이 발끈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바람의 신의 말대로 쓸데없는 짓이었기 때문이다.

    [오! 벌써 승부가 났네? 푸후후!! 4대1이었는데도 이기다니. 역시,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니까.]

    튜토리얼(3-1)의 승부가 끝났다.

    4대1이었지만.

    1인 이상현의 승리였다.

    [튜토리얼(3-1)에서 승리했습니다.]

    [4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사냥으로 +7골드를 획득했습니다.]

    [50초 후에 튜토리얼(3-2)가 시작됩니다.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한 번의 승리로 획득한 골드는 49골드. 0골드까지 박박 긁어내서 사용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번 팀전은 나에게 있어 그야말로 노다지다.

    뭐, 상대팀에서 조커 카드를 꺼내들어 말도 안 되는 괴물을 소환한다면, 1대4의 승부가 내 목을 조르는 사신이 될 수도 있지만.

    내 경험상.

    그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적적으로 5골드·5성? 6골드·6성?

    내가 뽑은 적도 거의 없었지만.

    적이 뽑은 적도 거의 없었다.

    그래.

    불타오를 때 조커 카드를 뽑아봤자.

    꽝만 나올 뿐이다.

    확률적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

    그리고 6골드·6성이라도.

    타이탄과 같은 원거리 계열만 아니라면 내가 이길 확률도 있다.

    왜냐하면 저쪽은 언데드 조합이고, 언데드 조합의 속성은 땅이니까.

    물 속성과 같이 체력을 늘려주는 게 아니라면, 이 넓은 전장의 끝까지 오기 전에 다 때려잡을 수 있다.

    그러니까.

    괜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5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튜토리얼(3-2)가 시작됩니다.]

    [팀-레드: 이상현(100)]

    [팀-블루: 김기태(30), 장석권(24), 하경찬(11), 이성호(35)]

    [전투 시작]

    「그···어···어······」

    4대1로 붙어서 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패배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져, 졌다고···?”

    “우리가···.”

    “아······.”

    “이게 대체···.”

    공황장애가 발생했을 정도로 김기태와 장석권과 하경찬과 이성호는 당황했다.

    도저히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멍한 상태로 눈을 깜빡이거나, 현실을 부정하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전투까지 25초 남았습니다.]

    시스템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준 다음에서야, 네 사람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아니, 억지로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여전히 갈팡질팡 어지럽지만 눈을 떠야 했다.

    “아, 안 돼···!!”

    특히, 라이프가 11밖에 남지 않은 하경찬이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10레벨을 달성하고, 조합을 완성시킨 하경찬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모, 모두 뭐하고 있어?! 당장 골드를 써!!”

    “그, 그래···!!”

    “조커 카드를···. 사야 돼!!”

    기껏해야.

    수많은 패배자들이 선택했던 조커 카드가 전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쓰라고 있는 조커 카드가.

    악마처럼 음흉하게 웃고 있는 조커 카드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15골드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하경찬에게는 골드가 부족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모으고 있던 챔피언들을 팔아야만 했다.

    [데스나이트(★★)를 판매했습니다.]

    [8골드를 회수했습니다.]

    [사령술사(★)를 판매했습니다.]

    [4골드를···.]

    ······.

    하경찬은 가까스로 50골드를 마련했고, 바로 조커 카드를 구매해 개봉했다.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자신의 머리를 감추고 있던 히드라(★★)가 머리를 치켜듭니다.]

    6골드·2성 히드라.

    죽음의 던전을 돌지 않은 초반이라면 모를까. 10레벨을 달성한 지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챔피언이었다.

    하다못해 땅 속성이었으면 그나마 약한 언데드 챔피언을 대신해서 써먹을 수라도 있겠지만···. 히드라는 물 속성이었다.

    “으, 아···아아···!!”

    조커 카드 뽑기에 실패한 하경찬은 머리를 감싸며 절망했다. 다른 사람들의 상황도 하경찬과 비슷했다.

    “아, 안 돼애애애···!!”

    김기태가 뽑은 조커 카드 두 장에서는 1골드·5성의 골렘과 2골드·3성의 케르베로스가 나왔다.

    장석권의 조커 카드 한 장에서는 5골드·1성의 데스나이트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이성호의 조커 카드 한 장에서는 그나마 본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3골드·4성의 영웅 흡혈귀가 나타났을 뿐이었다.

    “아, 아아아···!!”

    최소 5골드·5성의 챔피언들을 기대했기에.

    그 이하는 네 사람에게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오히려 더 큰 절망을 안겨주었다.

    [5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튜토리얼(3-2)가 시작됩니다.]

    [팀-블루: 김기태(30), 장석권(24), 하경찬(11), 이성호(35)]

    [팀-레드: 이상현(100)]

    [전투 시작]

    “제발······.”

    절망은 간절한 기도가 되었고, 현실은 그들에게 절망에 내몰린 기도 따위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가르쳐 주었다.

    「오늘도 바람을 타고 놀아요~!!」

    튜토리얼(3-2)가 끝났다.

    그리고 한 명의 플레이어가 탈락했다. 그는 자신의 언데드들에게 잡아먹혀, 언데드가 되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플레이어는 그 끔찍한 모습에 구역질을 하더니 속에 든 것을 게워냈다.

    “우웨에에에엑···!!”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괜히 생각해봤자 마음만 아프니까.

    꾸욱.

    [지니(★)┃황금사자(★)┃타이탄(★)┃드래곤(★)┃마녀(★)┃쿤드라(★)]

    [타이탄(★)이 합류했습니다.]

    [드래곤(★)이 합류했습니다.]

    [88골드 남았습니다.]

    두 번의 전투로 획득한 골드는 100골드였다. 평균적으로 7~10판은 해야 획득하는 금액을 고작해야 두 판 만에 획득한 것이다.

    룬의 마법서에 정신이 팔렸던 것치고는 최상의 결과다. 이번만큼은 진짜 운이 좋았다.

    “······.”

    나는 고개를 들어,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표정에는 다급함과 초조함과 분노와 억울함과 살려달라고 외치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이제 저들 중 한 사람은···.

    어쩌면 세 사람 모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것도 내 손에 의해서.

    두근두근.

    내가 밟지 않으면 밟히는 세상이라지만···.

    마음은 정말이지 답답했다.

    역시, 나하고는 이런 건 어울리지 않는다. 경쟁은 너무나도 싫다.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죽을 생각 같은 건 없다.

    너무나도 현실적이게도.

    타인보다 내가 우선이다.

    물론 그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

    [4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튜토리얼(3-3)이 시작됩니다.]

    [팀-레드: 이상현(100)]

    [팀-블루: 김기태(15), 장석권(9), 하경찬(0), 이성호(20)]

    [전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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