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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3) (56/170)
  • 튜토리얼(3)

    튜토리얼(3)

    튜토리얼(2-9)이 끝나자 쥐와 너구리를 섞어 놓은 수상한 마스코트 GM이 나타났다.

    GM의 얼굴은 사무적이지 않고 친근했다.

    『우선,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튜토리얼(2)에서 살아남은 우수한 플레이어입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떨어지신 분들과 달리 여전히 살아있으며, 도착지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GM이 짝짝짝! 박수를 쳤다.

    GM과 달리 플레이어들의 표정은 결코 밝지 못했다. 또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섰기 때문이다.

    『살아남으신 4명의 플레이어에게는 차등적으로 선물을 지급해드리겠습니다.』

    [4등-7번 플레이어 김아람에게 ‘조커 카드(1)’가 지급되었습니다.]

    [3등-4번 플레이어 강수아에게 ‘황금 주머니(50~100)’가 지급되었습니다.]

    [2등-1번 플레이어 최문호에게 ‘라이프 감소1’가 지급되었습니다.]

    [1등-2번 플레이어 이상현에게 드래곤의 무덤(??)이 지급되었습니다.]

    『후후후! 선물은 잘 받으셨나요? 잘 받으셨다고요? 잘 받았다고 하니 저도 마음이 놓이는군요.』

    『아참! 선물은 지금 바로 쓰셔야 됩니다. 튜토리얼(3)에서는 쓸 수 없으니까요.』

    『튜토리얼(3)은 ‘팀전’이랍니다. 12분 동안 자신과 함께할 팀원 세 명을 모으도록 하세요.』

    『혹시 혼자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시다면 혼자 하는 것도 추천해드려요. 왜냐하면 기본 골드가 인원수대로 배분되거든요. 말하자면 골드를 아주 빠르게 모을 수 있답니다.』

    『물론 그만큼 목숨을 걸어야 해서 추천은 해드리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장담 못해요.』

    『이런, 시간초과군요! 그럼, 저는 이만!!』

    GM은 언제나 그렇듯이.

    자기 할 말만 하고 뿅! 사라졌다.

    살아남은 이상현과 최문호와 강수아와 김아람은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세상이 바뀌었다.

    “?!”

    그곳은 아주 거대한 생존의 전장이었다. 그리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튜토리얼(2)에서 살아남은 플레이어였다.

    튜토리얼(3)을 함께할 팀원을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일부터 시작했다.

    [드래곤(★)┃마법사(★)┃쿤드라(★)┃히드라(★)┃타이탄(★)┃타이탄(★)]

    [드래곤(★)이 합류했습니다.]

    [타이탄(★) 두 명이 합류했습니다.]

    [105골드 남았습니다.]

    준비시간이 12분이라는 점과.

    팀전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모아둔 골드를 다 써야할 것이다.

    솔직히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STFT 고수는.

    행동할 때 반드시 행동한다.

    그래서 고수라고 불린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

    ······.

    [타이탄(★★)이 탄생했습니다.]

    [괴물 타이탄(★★★)이 탄생했습니다.]

    나는 영웅 타이탄을 만들기 위해서 돌리고 또 돌렸다.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

    ······.

    나에게 중요한 것은 ‘완성’이었다.

    [괴물 사령술사(★★★)를 판매했습니다.]

    [15골드를 회수했습니다.]

    그래서 36골드나 들여서 만든 괴물 사령술사를 과감하게 팔아버렸다.

    어차피 필요도 없으니까.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

    ······.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괴물 드래곤(★★★)이 탄생했습니다!]

    [영웅 타이탄(★★★★)이 탄생했습니다!!]

    [0골드 남았습니다.]

    [괴물 드래곤(★★★)]

    속성: 불

    직업: 악마

    공격력: 400

    방어력: 400

    체력: 5600

    마나: 90/150

    스킬: 용의 분노

    [영웅 타이탄(★★★★)]

    속성: 땅

    직업: 그림자, 마법사

    공격력: -

    방어력: 640

    체력: 12000

    마나: -

    스킬: 우레

    완성.

    완성이다.

    괴물 드래곤과 영웅 타이탄.

    이 두 패를 손에 쥐고도 진다면.

    나는 죽어 마땅하다.

    왜냐하면 질 수 없는 게임에서 졌으니까.

    하물며 제우스의 번개와 황금사자의 머리를 장착한 9마법사 타이탄이다.

    패배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튜토리얼(3)까지 11분 남았습니다. 현재 팀원이 0명입니다.]

    “자, 그러면···.”

    나는 튜토리얼(2) 1등 보상으로 받은 드래곤의 무덤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리고 찌이익! 찢어서 바로 사용했다.

    [드래곤의 무덤(??)을 사용했습니다.]

    [드래곤의 무덤으로 이동합니다.]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드래곤의 뼈가 보였다. 자연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공룡의 뼈처럼 거대하고 깔끔하고 새하얀 뼈였다.

    그리고 뼈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였으며, 특히 갈비뼈와 머리뼈가 눈에 띄었다.

    저것들은 아이템이 아니겠지?

    “······.”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동굴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바다의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푸른 기운이 밖으로 나가는 길인지 아니면 안으로 들어오는 길인지 알 수 없는 길을 따라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푸른 기운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걸어갔다. 뼈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모양인지 가볍게 밟았음에도 빠드득빠드득 부서지며 먼지가 되었다.

    흐음.

    아이템 하나 얻으러 온 것치고는 조금 지나친 것 같은데···. 혹시 이곳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내가 막 그런 생각을 했을 때, 바로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낯선 누군가는 주변의 뼈들과 마찬가지로 뼈밖에 없는 ‘인간’이었다.

    덜그럭덜그럭. 요란한 뼈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뼈인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이곳은 드래곤의 무덤이다. 마지막까지 싸웠던 드래곤의 무덤. 그대는 이곳에서 세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세 가지 길?

    나는 눈썹을 찌푸렸고.

    뼈인간이 말했다.

    “첫 번째 길은 괴물의 길이다. 만약 그대가 이 길을 걷고자 한다면 1분의 시간을 지불해야 한다.”

    라이프나 골드가 아니라 시간을 지불해야 된다고?

    그 말은···.

    “두 번째 길은 영웅의 길이다. 만약 그대가 이 길을 걷고자 한다면 6분의 시간을 지불해야 한다.”

    팀원을 찾는 시간을 빼앗겠다는 건가?

    “세 번째 길은 전설의 길이다. 만약 그대가 이 길을 걷고자 한다면 10분의 시간을 지불해야 한다.”

    괴물, 영웅, 전설.

    확실하다.

    난이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고, 튜토리얼(3)을 함께할 팀원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나는 조금 더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 물어보았다.

    “길에 따라 보상이 다릅니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곳일수록 엄청난 보물이 기다리고 있다. 자, 어서 선택해라. 그대에게 허락된 시간은 30초다.”

    뼈인간의 말에 나는 생각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전설의 길로 가야할까?

    아니면 전설의 길보다는 못하지만 4분의 여유가 있는 영웅의 길로 가야 할까?

    뭐, 길은 하나겠지.

    “전설의 길로 가겠습니다.”

    나는 전설의 길을 선택했다.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리턴도 클 테니까.

    튜토리얼(2)에서 경험했듯이, 세상에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들을 꺾으려면, 살아남으려면 어중간한 전력으로는 안 된다.

    조커 카드를···.

    태생적인 ‘운’을 뛰어넘는 ‘실력’이 필요하다.

    “오른쪽 길로 걸어가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12년이라는.

    실력(경험)이 존재한다.

    [이것으로는 안 돼.]

    죽음의 신은 1대1로는 이상현을 죽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꾀를 내 ‘팀전’을 생각해냈고, 여러 신들과의 상의 끝에 튜토리얼(3)을 팀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상현의 성격상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선택할 게 분명하니, 드래곤의 무덤을 만들었다.

    [네놈이 아무리 강해도 한 손으로는 여러 손을 막지 못할 것이다.]

    이상현이 드래곤의 무덤에서 전설의 길을 선택한다면 이상현에게 남는 시간은 고작해야 30초다.

    만약 그 시간 안에 팀원을 구하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이상현이라도 패배할 것이라고 죽음의 신은 확실했다.

    그리고 전설의 길에도 함정을 깔아두었다.

    아이템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거라서,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이상현에게 필요 없는 아이템이라면 무가치한 아이템이 된다.

    말하자면 이상현에게는 필요 없지만 엄청나게 좋은 아이템들이 많이 깔려 있는 것이다.

    물론 수작을 부린 만큼, 그 이상으로 이상현에게 좋은 아이템도 숨겨놔야 했지만···.

    이번만큼은 힘들 거라고 죽음의 신은 믿었다.

    [흐응.]

    바람의 신은 이 모든 계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음에도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죽음의 신의 계략이 반드시 이상현만을 괴롭힌다고 보기 어려웠고, 또 이 상황을 이상현이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버려두었다.

    신격이 걸렸지만.

    바람으로서.

    그게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과연, 어떻게 될까?]

    후후후.

    바람의 신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예상대로 전설의 길에서 만난 적들은 전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5성(★★★★★)이었다.

    그리고 하극상을 일으키는 전설의 하이에나 왕도 포함되어 있었다.

    “왕은 나 하나만으로도 충분해!!”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하극상을 일으키려는 암살자답게, 바람의 파도를 뚫고 날아왔다.

    하지만 타이탄은 마법사들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었다.

    “···도마뱀부터 처리하는 수밖에!!”

    하이에나 왕은 재빨리 목표를 바꾸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빨리.

    우르르르콰과과광!!

    우레가 내리쳤다.

    하늘에서 마구 쏟아져 내리는 우레는 죽음의 천사가 쏟아 붓는 재앙이었다.

    “······?!!”

    파직파지직!! 강렬한 전기 불꽃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우레에 직격 당한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사이 램프의 요정 지니가 두 팔을 높이 들어올렸다. 반짝이는 눈동자에는 자신감이 떠올라 있었다.

    “자,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우리가 언제 만났···?!!”

    전설의 하이에나 왕이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을 때, 지니의 두 손에서 만들어진 우레가 떨어졌다.

    우르르콰과광!!

    타이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만 9마법사 지니는 4골드 최강의 챔피언이다.

    우레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이, 이럴···수가······.”

    전설의 하이에나 왕은 자신에게 들이닥친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탓에 눈을 부릅뜬 채로 쓰러졌다.

    털썩.

    암살자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하이에나 왕이 쓰러지자 나머지 암살자들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술렁술렁!!

    설마, 저렇게 허무하게 전설의 하이에나 왕이 죽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탓에 약간의 허점을 노출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괴물 드래곤이 용의 분노를 뿜어냈다.

    푸오오오오오오!!!

    용의 분노는 암살자들이 날아왔던 방향이 아니라, 뒤쪽에 있는 아군 쪽으로 날아갔다.

    “죽어라, 더러운 암살자들이여!!”

    그리고 전설의 마법사의 강력한 마법화살이 폭발음을 일으키며 전장을 뒤흔들었다.

    그 결과 두 명의 암살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목숨을 잃었다.

    “이, 이런 미친?!!”

    이제 남은 암살자는 다섯.

    그리고 우르르르콰과과광!!

    불과 1초 사이에 두 명으로 줄어들었다.

    비열한 하이에나들은 사냥감이 부족하다며 타이탄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쳤다.

    “이런 멍청이! 황금! 황금이 줄어들잖아!!”

    “정말이지, 도움이 안 되는 놈이라니까!”

    “너, 거기 꼼짝 말고 있어!!”

    푸욱!!

    8암살자와 9마법사의 승부는 그렇게 끝이 났다.

    거룩한 영웅 타이탄을 필두로 한 9마법사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상현은 승리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8암살자라. 아직은 암살자의 시대가 아니지.’

    암살자들이 미쳐 날뛰는 것은 나중의 일.

    지금으로서는 9마법사가 훨씬 더 강력했다.

    [전설의 길의 마지막. 오래전에 잠든 드래곤의 보금자리에 도착했습니다.]

    [드래곤의 보금자리에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진귀한 보물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수많은 보물들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무엇을 선택하든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드래곤의 보금자리가 조금씩 무너져 내립니다. 30초 안에 보물을 선택하십시오.]

    ‘저, 저건···!!!’

    이상현은 얼핏 보아도 스무 개가 넘는 아이템들 중에서 딱 하나를 보았다.

    꿀꺽!!

    이상현은 침착하게, 아주 침착하게, 다른 것들을 겉으로 살펴본 다음에.

    딱 10초를 남겨두고 그것을 선택했다.

    [룬의 마법서(?)를 선택했습니다.]

    [생존의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그것은 바로.

    룬의 마법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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