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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한 놈들에게 저격당하다 (51/170)
  • 치사한 놈들에게 저격당하다

    치사한 놈들에게 저격당하다

    인생은 경쟁이다. 좋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직장까지. 모든 게 경쟁이다.

    그리고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도 경쟁이다. STFT도 영리하고, 재빠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쟁취한다.

    GM이 『두 명! 선착순입니다!!』라고 외치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 아니, 플레이어들은 사자와 악마와 죽음의 방을 향해서 미친 듯이 뛰어갔다.

    머뭇거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와! 역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순발력이 끝내주세요. 참 감동적인 모습이에요!!』

    GM은 불과 3초 만에 사라진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워했다.

    불과 3초 만에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된 나는 팔짱을 끼고 조용히 기다렸다.

    『어라? 이상현씨는 안 가세요?』

    “갈 거야.”

    『오호. 그래요?』

    GM이 근처로 다가와 팔짱을 꼈다. 나는 그게 몹시 불편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참았다.

    다행스럽게도 불편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드득. 드드득!

    [비밀의 방(??)이 열렸습니다.]

    예상대로 비밀의 방이 열렸다.

    비밀의 방의 난이도(색깔)는 블랙!!

    딱 좋은 난이도였다.

    『우와! 이런 곳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이런 걸 발견하다니, 이상현씨 정말 대단한데요?』

    나는 GM을 무시하고 비밀의 방으로 들어갔다.

    [비밀의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3, 2, 1. 문이 닫힙니다.]

    [비밀의 방에 갇혀있던 바람과 궁수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궁수-로빈(★★★★★★)과 하이에나 궁수-바질(★★★★★★)과 오크궁수-보크(★★★★★★)와 엘프-아카이브(★★★★★★)와 켄타우로스-짐(★★★★★★)이 당신에게 활시위를 겨눕니다.]

    [30초 후에 전투가 시작됩니다.]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바람 속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 특성은 ‘궁수’다. 그 이유는 궁수 대부분이 바람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STFT 시즌1에서는 4궁수+10바람을 맞추는 게 가장 일반적이고 이상적이었다.

    10바람으로 실피드를 갖추면, 적들은 다가오지도 못하고 몰살당했다.

    뭐, 10바람까지 갈 필요도 없이 4궁수+5바람 정도만 되도 어지간한 조합은 다 쓰러뜨렸다.

    그런 궁수들이, 4궁수+5바람이 적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전부 6성(★★★★★★)으로.

    “이히히~! 바람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4궁수+10바람의 핵심인 실피드가 4궁수+10바람의 ‘카운터’라는 점일 것이다.

    푸와~아아~아~!!

    바람의 파도는 활시위를 당기려던 궁수들의 사거리를 50% 감소시켜버렸다.

    “이, 이럴 수가?!”

    “화살이···.”

    “닿지 않아!!”

    “캬캭?!”

    “쿠우웃!!”

    4궁수로 인해 늘어난 사거리로도 마법사들에게는 닿지 않았다. 최소 두 칸은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포, 폭풍이다!!”

    거대한 폭풍이 세 명의 궁수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우레가 작렬했다.

    “크아아악?!!”

    무시무시한 우레는 궁수-로빈의 체력을 절반 넘게 소모시켰다.

    물론 궁수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캬캬캿···?”

    “어라···?”

    푸부부부북!!

    궁수들은 멍청하게 접근해온 하이에나들을 순식간에 처치했다. 2초도 걸리지 않았다.

    우르르르콰과과광!!

    두 번째 우레가 내리쳤다.

    그 우레에 궁수-로빈이 바스러졌다.

    “한걸음만 더···. 죽어랏!!”

    두 칸 전진하는데 성공한 궁수들이 툭 튀어나온 드래곤을 향해서 화살을 쏘았다.

    피슝!!

    네 개의 화살이 폭풍을 꿰뚫고 날아가 드래곤에게 적중했다.

    푸부부북!!

    “쿠오오오오!!”

    드래곤은 분노했다. 하지만 공격할 수단이 없어서 마나가 차오르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와! 용용이는 튼튼해!”

    드래곤 뒤에 숨은 전설의 꼬마요정은 드래곤의 뛰어난 내구력에 감탄하며, 마찬가지로 마나가 차오르기만을 기다렸다.

    “하하하!! 이쑤시개들을 날리다니!! 내가 더 멋진 걸 날려주지!! 체인 라이트닝!!”

    영웅 지니의 우람한 팔뚝에서 생성된 푸른 전기가 손끝에 모이더니 파지지직!! 궁수들에게로 날아갔다.

    체인 라이트닝은 최대한 넓게 퍼져있는 궁수들을 모두 감전시켰다.

    “크하···아···아···악?!”

    “푸흐흐···으윽!!”

    그러나 궁수들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 활시위를 당겨서 드래곤의 머리에 화살을 명중시켰다.

    푸욱!!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전장을 뒤흔드는 거대한 비명과 함께 드래곤이 쿠우웅! 쓰러졌다. 그리고 우레가 번쩍였다.

    우르르르콰과과광!!

    “비, 빌어먹을···!!”

    “화살만 쏠 수 있어도!”

    “으아아아!!”

    활시위를 당길 수만 있다면.

    활시위를 당길 수만 있다면 다 쓸어버릴 수 있는데!!

    세 명의 궁수는 분통을 터트렸다.

    “됐···!?!”

    또 한걸음을 내딛기가 무섭게.

    “안녕! 잘 가요~!!”

    바람의 파도가 궁수들을 덮쳤다.

    아주아주 힘겹게 전진했던 궁수들은 또다시 절망과 함께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부조리한 것들이여.”

    그리고 우레가 작렬했다.

    괴물 타이탄의 우레는 그야말로 신의 심판이었다.

    “소멸하라.”

    [···밸런스 패치가 시급하다.]

    밸런스 패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 신은 다름 아닌 죽음의 신이었다. 그리고 죽음의 신이 보고 있는 플레이어는 이상현이었다.

    죽음의 신의 주장에 땅의 신이 동의했다.

    [타이탄은 문제없다고 해도 저기에 있는 실피드는 하향을 해야 될 것 같은데?]

    [내 생각도 그렇다. 예상보다 효과가 너무 좋다.]

    바람을 질투하는 불의 신이 거들었다.

    생명의 신도 밸런스에 문제를 제기했다.

    [실피드도 좋지만 타이탄도 너무 강한 것 같은데? 아무리 힘세고 강한 대머리라고 하지만 저건 너무 세잖아. 이건 반칙이라고, 반칙!!]

    [······.]

    바람의 신은 말없이 듣기만 했다.

    그러자 죽음의 신이 밸런스 패치를 제안했다.

    [실피드의 스킬을···. 아니, 바람 속성의 효과를 낮추는 게 어떻겠나? 50%에서 30%로. 그 정도면 밸런스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럴듯한 주장처럼 들렸다.

    땅의 신이 그 주장에 동의했다.

    [흐음! 그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솔직히 게임이 너무 일방적이면 재미없잖아?]

    [옳소! 40%, 아니 30%로 합시다!!]

    [30%라. 그거 괜찮네.]

    생명의 신과 불의 신도 동의했다.

    물의 신은 팔짱을 끼고 구경했다. 솔직히 아무래도 좋았기 때문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나?]

    죽음의 신이 바람의 신에게 물어보았다. 그때서야 바람의 신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당연히 엿 같지. 내가 배팅한 인간에게 태클을 거는데 좋을 거라고 보냐?]

    튀어나온 말은 험악했다.

    솔직히 험악할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이상현을 저격하고 있는데, 어찌 좋은 말이 나올까?

    그래도 바람의 신은 더 이상 험악하게 굴지 않고 타협안을 제시했다. 짜증나지만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는 건 사실이니까.

    [뭐, 좋아. 나도 바람이 지나치게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다면?]

    [대신, 너희들도 양보해야지?]

    [···무엇을?]

    죽음의 신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바람의 신은.

    [아이템.]

    [아이템 내놔, 개생퀴들아.]

    타협이 없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이템을 막 고르려는 순간.

    뜬금없이 GM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이상현씨!!』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나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게 튀어나올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서 마음을 가다듬었는데.

    『긴급 밸런스 패치입니다.』

    『아니, 초긴급 밸런스 패치입니다!!!』

    “밸런스 패치···?”

    뜬금없이 밸런스 패치라고?

    나의 물음에 GM이 대답했다.

    『넵! 현시간부로 밸런스 패치를 진행하겠습니다.』

    『첫 번째! 바람(5)의 효율이 50%에서 30%로 낮아집니다. 단, 바람(10)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두 번째, 타이탄의 공격속도(우레)가 2초에서 3초로 길어집니다.』

    『세 번째, 실피드의 바람의 파도가 밀어내는 칸이 5칸에서 4칸으로 줄어듭니다.』

    『이상! 밸런스 패치의 내용이었습니다!!』

    “······.”

    이것 봐라?

    완전히 날 저격한 거 아닌가?

    내가 조금 잘 나간다고.

    이렇게 저격을 하다니.

    『밸런스 패치 내용은 잘 알아들으셨죠?』

    그나저나 나에게 투자했다고 말한 바람의 신은 도대체 뭘 했기에 이렇게 된 거야?

    나는 이번 일을 꾸민 신놈들과 바람의 신에게 속으로 분노를 퍼부었다.

    GM이 그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긴급 패치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신 이상현씨에게는 작은 보상이 주어질 것입니다.』

    『물론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불가피하게 그렇게 됐었으니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보상이 뭔데?”

    나는 최대한 짜증을 가라앉히며 그 보상이라는 놈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우선, 이 16개의 아이템을 봐주십시오.』

    GM의 앞에 16개의 아이템이 원을 그리며 떠올랐다. 아이템들은 색깔도 크기도 전부 달랐다.

    빙글빙글 회전하던 아이템들이 딱 멈춰 섰다.

    GM이 말했다.

    『이상현씨에게 지급되는 보상은 바로 아이템입니다.』

    『물론 그냥 지급하면 재미없겠죠? 약간의 도박성을 붙여서 지급될 것입니다.』

    『첫 번째!! 아이템 정보를 세 번 확인하고, 아이템을 두 개 선택한다!!』

    GM의 목소리가 매우 높아졌다. 아무래도 지금 이 상황이 몹시 재미있는 듯했다.

    『두 번째!!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아이템을 세 개 선택한다!!』

    GM이 손을 비비적거렸다.

    『자,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물론 꽝은 없습니다! 그러나 쓸모없는 아이템은 있습니다. 아니,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템이 16개입니다!!』

    『자자,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어디, 마음껏 선택해보세요.』

    GM은 내가 1번을 고를 것이라고 확신하는 모양인지 능글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부랴부랴 나타난 바람의 신이 나에게 상당히 미안해했다.

    [진심 먄. 쪽수와 논리에서 밀렸다. 그래도 아이템으로 커버를 쳤으니 잘 해봐라. 바람의 신]

    나는 그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

    그나저나 하향패치 대신 아이템이라.

    ···완전 초대박인데?

    아이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보자들이라면 또 모를까. STFT 12년차 고인물인 나에게는 아이템 정보 따위는 코딱지만큼도 중요하지 않다.

    나는 아이템 정보를 다 외우고 있다. 농담이 아니라 아이템 설명까지도 줄줄이 외우고 있는 수준이다.

    『자, 어서 선택하세요! 참고로 전 1번을 추천해드립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하는 게···.』

    “2번. 아이템을 세 개 고르겠다.”

    나는 GM의 추천을 무시하고 2번을 골랐다.

    그러자 GM이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거 아시죠? 정말로 2번인가요?』라고 물었다.

    능글맞은 표정만 보면 나를 놀리는 것 같지만.

    [나도 1번이 좋을 것 같은데···. 2번 말고 1번으로 가는 게 어떠냐? 바람의 신]

    논리와 쪽수에서 밀린 바람의 신과 마찬가지로 나를 걱정해주는 게 분명했다.

    뭐,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1번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꽝’만 해도 아홉 개에 달하니까.

    물론 그 아이템들이 완전히 불필요한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좋은 건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필요한 거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타이탄의 공속 1초보다 가치가 없을 뿐이다.

    나는 바람의 신에게 말했다.

    “뭐, 괜찮습니다. 이래봬도 저는 뽑기 운이 굉장히, 아주 굉장히 좋거든요. 저를 믿어보십시오.”

    뽑기 운이 좋은 정도가 아니라.

    정답지를 가지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미쳤다고 1번을 고르겠냐?

    나는 2번을 골랐다.

    [2번을 선택했습니다.]

    [16개의 아이템들 중에서 3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 시간은 120초입니다. 120초 안에 세 개의 아이템을 선택···.]

    나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큰 목소리로 “가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고 외치며 순식간에 세 개의 아이템을 선택했다.

    [??을 선택했습니다.]

    [??을 선택했습니다.]

    [??을 선택했습니다.]

    『허억?!!』

    [현···!!!]

    GM은 나의 행동에 진심으로 경악했고, 바람의 신도 진심으로 경악했다.

    말없이 지켜보던 죽음의 신과 땅의 신과 생명의 신과 불의 신은 광분했다.

    [이런 개 같은 일이?!]

    [밑장 빼기냐?!]

    [내, 내가 봤어!! 내가 봤다고!!]

    [이거 사기야!! 사기라고!!]

    내가 선택한 세 개의 아이템은.

    [제우스의 번개를 획득했습니다.]

    [황금사자의 머리를 획득했습니다.]

    [도플갱어의 구슬(1회)을 획득했습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들이었다.

    나머지 13개의 아이템들을 다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만큼.

    꼭 필요한 아이템 말이다.

    [제우스의 번개]

    ↳해당 아이템을 장착한 챔피언이 적 챔피언에게 스킬을 적중시키면, 50%의 추가 피해를 입히는 ‘번개’가 발동한다.

    [황금사자의 머리]

    ↳모든 군중제어기술에 완벽히 저항한다.

    [도플갱어의 구슬(1회)]

    ↳챔피언을 복제한다(단, 아이템은 복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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