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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2)의 시작 (49/170)

튜토리얼(2)의 시작

튜토리얼(2)의 시작

바람의 신이 되물었다.

「올인?」

“예.”

「표정을 보니 농담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바람의 신은 흥미로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불쾌해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말했다.

“당신께서 보신대로 저에게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흐음.」

“그런데 만약 저에게 투자하신다면, 그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할 수 있다면, 튜토리얼에서 1등을 할 수 있습니다.”

내 발언에 바람의 신이 웃었다.

「웃기는 말이군. 그대보다 운이 좋은 인간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그런데도 1등을 할 수 있단 말이냐?」

“···간섭만 없다면.”

나는 바람의 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1등을 할 수 있습니다.”

「무슨 근거로?」

“···저에게 투자하겠다고 약속해주신다면 말하겠습니다. 소액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신들의 간섭만 받지 않게 해주십시오.”

「······.」

내 운명을 건 도박이다.

만약 이게 실패한다면.

바람의 신마저도 적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내가 회귀자라는 것을 밝힐 수도 있지만.

튜토리얼이 끝난 다음에 어떻게 될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리고 튜토리얼은 어디까지나 튜토리얼이다.

인간 이외의 존재들과 싸워야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회귀자라는 정보는 최대한 숨기는 게 좋을 것이다.

「소액이라···.」

바람의 신은 내 제안에 흥미로움을 나타냈다. 적어도 기분 나빠하는 기색은 없었다.

「좋다. 내 이름 ―을 걸고 맹세하겠다. 그대에게 투자하겠다. 단, 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올인을 할 것인지 아니면 소액만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하겠다.」

약속.

약속을 받아냈다.

바람의 신의 약속을.

물론 이 약속조차도 거짓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믿어야 한다.

아무것도 믿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으니까.

“조금 전에 말씀하셨죠. 저보다 운이 좋은 인간들이 수만이나 된다고.”

「그래, 그랬지. 그런데 그게 튜토리얼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지?」

“다르게 물어보겠습니다. 그들 중에서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아니면 마법사 조합이 있습니까?”

내 물음에 바람의 신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잘하는 인간과 마법사 조합?」

“예.”

회귀자가 나 혼자라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마법사 조합이 없을 거라고 100% 확신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연히 모을 수 있는 조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인데.

마법사 조합은 무조건 의도적으로 모아야 한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퍼즐을 맞춰가듯이 일일이 맞춰야 한다. 그 자리에 다른 것을 섞으면.

100% 망한다. 마법사들이 안 나온다.

때문에 우연히 모을 수 있는 가능성은.

0.0000001%도 안 된다.

그러니 없을 것이다.

「잘하는 인간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사 조합이 없는 건 확실하다.」

「왜냐하면 그대처럼 이것저것 모은 인간은 없었기 때문이다.」

없다. 마법사 조합이 없다.

그거면 된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내가 우승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나는 바람의 신에게 단언했다.

“마법사가 저 혼자라면···. 무조건 제가 우승합니다.”

내가 튜토리얼에서 우승한다고 말이다.

바람의 신이 웃었다.

「참으로 엉뚱한 대답이군.」

「그러니까 그대의 말은···. 마법사 조합이라서 튜토리얼에서 우승한다는 말 아닌가?」

“네, 맞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것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우승한다는 겁니다.”

바람의 신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마치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가늘고 길어져서···.

열길 물속보다 깊다고 일컬어지는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우승 못하면 그대를 죽여도 되나?」

“네.”

나는 바로 대답했다.

9마법사인데.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우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무조건 이긴다.

그리고 나에게는 100라이프와 192골드가 있다.

타이탄을 3성으로 만들면.

적들을 다 쓸어버릴 수 있다.

물론 상대에게 6성 타이탄이 있으면.

꼼짝없이 몰살당하겠지만.

그럴 걱정은 조금도 없다. 왜냐하면 조커 카드에서 6골드·3성 이상의 챔피언을 뽑으려면 최소 9레벨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아무리 운이 좋아도 초반에는 6골드 챔피언을 못 뽑는 것이다.

최대가 5골드 챔피언이다.

그게 STFT의 숨겨진 규칙이다.

그러니까.

이길 수 있다.

설령 상대에게 5골드·6성의 챔피언이 있다고 해도.

9마법사라면 이길 수 있다.

···만약 10레벨인 사람이 조커 카드로 6골드·6성을 뽑았다면.

그때는 죽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까놓고 말해서 그걸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무조건 이기라고 만든 챔피언을 상대로.

어떻게 이기겠는가?

그때는 하늘이 버렸다고 생각하고.

져야 한다.

그게 순리에 맞다.

「흐음.」

바람의 신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고민하는 기색은 옅었다.

「무언가 있는 건 확실한데.」

「그걸 모르겠단 말이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바람의 신이 나를 쳐다보았다.

「올인이라. 큭큭.」

「마지막으로 물어보겠다.」

꿀꺽.

나는 침을 삼켰다.

바람의 신이 말했다.

「진짜, 이길 자신이 있냐?」

목소리는 생존의 전장에서 들었을 때처럼.

가볍고, 경박하고, 시원시원했다.

「솔직히 쫄리거든.」

나는 그 물음에.

확실히 대답했다.

“무조건 제가 이깁니다.”

예외적인 변수만 없다면.

100%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날이 저물고.

아침에 밝았다.

그리고 방에 GM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이상현씨! 좋은 아침이죠? 자, 이제 전쟁터로 출발할 준비가 되셨나요?』

“······.”

나는 GM을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20분 전부터 비장한 각오를 다져왔다.

나약함과 동정심 따위는 모두 던져버렸다.

그러자 GM이 활짝 웃었다.

『좋군요. 좋은 자세입니다. 그럼, 생존의 전장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아참! 음료수는 그곳에도 있으니까 챙기지 마시구요. 후후! 농담입니다.』

“······.”

『그럼, 출발~!!』

출발이라는 말과 함께 밤하늘처럼 어두컴컴한 빛이 나를 한입에 집어삼켰다.

어둠은 터널처럼 길었고, 나를 빛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눈을 뜨자.

어제 보았던.

어제 겪었던.

생존의 전장이 보였다.

그리고 일곱 명의 플레이어가 그곳에 서 있었다.

[튜토리얼(2)]

[1번 플레이어: 최문호(54)]

[2번 플레이어: 이상현(100)]

[3번 플레이어: 민정식(62)]

[4번 플레이어: 강수아(73)]

[5번 플레이어: 김성태(48)]

[6번 플레이어: 진만표(35)]

[7번 플레이어: 김아람(57)]

[8번 플레이어: 성하늘(53)]

짝!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GM이 모두에게 말했다.

『튜토리얼(2)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분들께 알려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전투 준비시간이 30초로 고정됩니다.』

『죽음의 던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30초 안에 빨리 토론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영웅의 전당에서 아이템을 선택하는 시간은 10초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튜토리얼(3)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러니 긴장을 풀지 마시고 쭉 유지하십시오.』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저는 이만~!!』

언제나 그렇듯이.

GM은 자기 할 말만 해버리고 가버렸다. 참으로 정이 안가는 녀석이다.

“······.”

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백전노장처럼 단단하고 강인했다. 어떻게든 상대를 이기고 말겠다는 필사의 집념이 엿보였으며, 흉흉한 살기까지 서려 있었다.

역시.

살아남은 사람은 다르다.

어제와는 완전히 다르다.

고작해야 하루 차이지만.

그 하루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자.

싸워서 이기자.

[튜토리얼(2-1)이 곧 시작됩니다.]

[자리에서 준비해주십시오.]

[10, 9, 8, 7···. 2, 1]

[전투가 시작됩니다.]

[튜토리얼(2-1)]

[잔여 라이프(100)]

[상대: 1번 플레이어(최문호)]

[전투 개시]

“이겼다!! 내가 이겼어!!!”

최문호는 튜토리얼(1)에서 1등을 차지했다. 무척 힘겨운 싸움이었지만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당당히 1등을 차지하여 큰 보상을 받았다.

“이, 이건?!!”

최문호가 영웅의 전당에서 획득한 아이템은 도플갱어의 구슬로, 챔피언을 복제하는 아이템이었다.

[엘프-아카이브(★★★★★★)가 탄생했습니다.]

최문호는 도플갱어의 구슬로 3골드·6성의 엘프를 완성시켰다.

3골드·6성.

골드로 계산하면 729골드 챔피언을 완성시킨 것이다. 그것도 튜토리얼(1)만에.

참으로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다만, 그 대가로 장착하는 아이템의 수가 하나 밖에 되지 않았다. 도플갱어의 구슬만 세 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하나조차도 좀비의 관으로 전혀 쓸모가 없었다.

물론 최문호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5성일 때조차도 엘프가 적들을 다 쓸어버렸기 때문이다.

[상대: 2번 플레이어(이상현)]

그래서 상대가 100라이프인 이상현으로 정해졌을 때에도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다.

“지금까지 약한 놈들과 붙었나본데. 이번 기회에 참교육을 시켜주마.”

물론 그 생각은.

전투 시작과 동시에 와장창 깨졌다.

“어···??”

“바람이다~!!”

요정의 고깔모자를 장착한 실피드(★★)가 전장의 끝에서 바람의 파도를 날렸다.

촤아~아아아.

그러자 최전선에 배치되어 있던 영웅 골렘과 괴물 잭오랜턴이 뒤로 밀려났다.

다른 챔피언들도 전장의 끝까지 밀려났다. 그리고 바람에 휩쓸려 허우적거렸다.

유일하게 군중제어기술(CC) 면역인 영웅 허수아비만이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었다.

“화, 화살이···! 닿지 않아!!”

엘프-아카이브는 화살이 닿지 않는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경악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화살이 닿지 않은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괴물 지니도 비명을 질렀다.

“이, 이 폭풍은 도대체?!”

전장을 가득 채운 폭풍은 ‘요정’들에게 반격할 기회는 물론이고 움직일 기회조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우르르르콰과과과광!!!

벽에 달라붙어서 꼼짝달싹도 못하는 요정들에게 우레가 떨어졌다.

파츠츠츠츠!!

“?!!”

우레는 요정들을 새까맣게 태워버리며 전장에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우, 움직여야 돼···!!”

엘프-아카이브가 필사적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 결과 한 칸 전진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화살은 닿지 않았으며, 발목을 붙잡는 늪의 저주와 가시나무 덫이 아카이브를 더더욱 심하게 붙잡았다.

“움직일 수가···. 움직일 수가 없어!!”

그사이 우레가 또 내리쳤다.

우르르르콰과과광!!

우레는 타고난 샌드백인 영웅 골렘을 제외한 나머지 요정들을 모조리 재로 만들어버렸다.

램프의 요정인 괴물 지니도.

“소···원······.”

램프와 함께 새까맣게 태버렸다.

이제 전장에 남은 요정은 영웅 골렘과 엘프-아카이브가 전부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들에게는 일말의 희망조차도 없었다. 오직 절망만이 가득했다.

“이런! 맛없어 보이는 채소로군!”

“캬우우! 그러게 말이야!”

영웅 허수아비를 정리한 하이에나들은 탐욕스러운 미소를 드러내며 영웅 골렘에게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푸욱!!

날카로운 화살이 날아와 하이에나들에게 꽂혔기 때문이다.

“커억?!”

“뭐, 뭐야?!”

엘프-아카이브의 화살은 6성답게 대단히 강력하고, 파괴적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아, 안 돼···!!”

우르르르콰과과광!!

하이에나 처치.

그것이 3골드·6성 챔피언의 유일한 성과였다.

“미친······.”

[튜토리얼(2-1)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38라이프가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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