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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4) (44/170)
  • 생존자(4)

    생존자(4)

    이상현은 착한 사람이 아니다.

    좋은 사람이 아니다.

    타인보다는 자신을 더 먼저 챙기는 사람이다. 타인은 끽해야 3, 4순위 정도라고 해야 될까?

    그래서 선행이라고 해봐야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함에 500원 혹은 1000원을 넣은 게 전부다. 만 원은 아까워서 넣지 못한다.

    뭐, 그렇다고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다.

    악한 사람인 것도 아니다.

    타인에게 베풀지 않을 뿐이지,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내가 불편한 건 어떻게든 참고 넘길 수 있지만, 남에게 불편을 끼치면 서로가 힘들어지니까.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약속 시간을 어긴 적이 없다.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10분 혹은 20분 일찍 도착해서 기다린다.

    말하자면 이상현이라는 사람은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다.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하고, 타인은 그 다음이고, 베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물질적인 여유가 없어서 다음으로 미룰 뿐인 평범한 사람.

    그게 이상현이라는 사람이다.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제발,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

    그래서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딱 잘라 거절할 수 있을 만큼 인정머리가 없지 않다.

    하물며 그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 상황이라면.

    애걸복걸 목숨을 구걸하는 상황이라면.

    모른 척하고 싶어도.

    모른 척할 수가 없다.

    “뭐든지 할 테니까, 제발,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한 번만···. 한 번만 살려주세요.”

    ‘적’을 앞에 두고 왜 갈등하느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저 사람이 적일까? 처음부터 적이었을까?

    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신이라는 존재에 의해 억지로 끌려와서, 억지로 생존경쟁을 하게 되었는데.

    진짜 적이란 말인가?

    반드시 죽여야 되는 적?

    필생의 적?

    “도와주세요, 제발, 제발, 제발······.”

    아무런 원한도, 이름은 물론이고 심지어 얼굴조차도 몰랐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반드시 죽여야 되는 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

    물론 생존경쟁이니까.

    저 사람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건 맞다.

    그게 무조건 옳다.

    그건 부정하지 않겠다.

    밟고 올라서지 못하면 내가 죽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규칙이 그렇다고 해서.

    인간으로서 쌓아온 무언가를.

    인간으로서 지켜온 무언가를.

    그렇게 가볍게 버려도 되는 것일까.

    그렇게 가볍게 짓밟아도 되는 것일까.

    인간으로서······.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자신의 자존심과 존엄성을 버리면서까지 매달리는 사람을 무시해도 되는 걸까.

    죽고 죽이는 살인에 무감각해진 나머지.

    사람들이 죽든 말든 내 알바가 아니라는.

    그런 ‘회귀자’들처럼.

    살고자 하는 사람을 버려도 되는 것일까.

    살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사람을.

    하루 전까지만 해도.

    평범했을 사람을.

    쉽게 버려도 되는 것일까.

    “죽고 싶지 않아···.”

    아아.

    알고 있다.

    버려야 한다는 걸.

    외면해야 한다는 걸.

    냉정해야 한다는 걸.

    왜냐하면 죽음의 게임이니까.

    타인을 짓밟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내가 저런 상황에 처했을 때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제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그 사람은 살고 싶어서 뭐든지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 경쟁자다.

    난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눈 감고 모른 척 해야 될까?

    아니면 “꺼져.”라고 말해야 될까?

    아니면 도와줘야 되는 걸까?

    “······.”

    어느 쪽도 정답은 아닐 것이다.

    어느 쪽도 오답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사람마다 생각이 전부 다르니까.

    그러니 무엇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난···.

    한 사람으로서.

    모른 척하고 싶지 않다.

    인간으로서.

    무언가를 버리고 싶지 않다.

    설령 그것이 죽음의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나라는 사람의.

    나라는 존재의.

    무언가를···.

    깎아내리고 싶지 않다.

    부숴버리고 싶지 않다.

    외면하고 싶지 않다.

    물론 이 행동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현이라는 사람은.

    이상현이라는 사람은 살고 싶어서 매달리는 사람을 뿌리칠 만큼 매정한 사람이 아니다.

    살인에 익숙해지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그냥···.

    아무 일 없이.

    재밌는 게임이나 하면서.

    평범하게 운이 좋았으면 하는.

    회귀자도 뭣도 아닌.

    그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말이다.

    그러나 인간의 악의는 언제나 선의를 짓밟는다.

    철저히 선의를 이용하고 배신한다.

    ‘용서 못해···.’

    문성학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다.

    이상현과 함께 죽기 위한 악마의 연극이었던 것이다.

    ‘절대 용서 못해.’

    아아! 인간의 악의는 이다지도 추악하단 말인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희망을 짓밟아버리고 선의를 목 졸라 죽이려 들다니.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다.

    ‘나 혼자 죽을 것 같아? 나 혼자는 못 죽지. 못 죽어. 같이 죽자. 같이 죽자, 이 개새끼야.’

    맹목적인 분노는 스스로는 물론이고 아무런 죄 없는 사람까지도 불태우기 위해서 활활 타올랐다.

    “으흐흐.”

    신들은 추악한 광기를 바라보며 짝짝짝!! 박수를 쳤다. 입가에 걸린 흡족한 미소는 미쳐버린 인간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였다.

    만약 문성학이라는 인간이 처음부터 악인이었다면, 뼛속까지 쓰레기였다면 이상현은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

    “이히히, 히히···.”

    그러나 문성학은 평범하게 이기적인 사람이었고, 살인과 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철두철미하지 못했다.

    “죽어, 같이 죽어···!”

    문성학은 감정에 휩쓸린 어설픈 범죄자들이 그러하듯이 자신의 범죄를 모두 고백했다.

    그리고 이상현에게 보여주었다. 자신의 챔피언들을 전부 팔아치우는 모습을.

    “?!!”

    그 모습을 본 이상현은 깨달았다. 지금 문성학이 자신과 함께 자살하려고 한다는 것을.

    “같이 죽어.”

    만약 이상현이 평범한 플레이어였다면, STFT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였다면, 지금 그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거나, 욕을 하거나, 당황해서 딱딱하게 굳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현은 평범한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STFT를 무려 12년 동안 플레이한 고인물 중의 고인물이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물귀신 작전’을 수도 없이 많이 겪어 보았다.

    이상현은 멈춰있지 않았다. STFT 플레이어답게, 세계 랭킹 1위를 달성했던 랭커답게 즉시 움직였다.

    [레벨 업 버튼을 눌렀습니다.]

    [레벨 9가 되었습니다.]

    [88골드 남았습니다.]

    우선은 레벨부터 올렸다. 그 이유는 사령술사와 하이엘프를 3성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9마법사를 완성시킬 작정이었다.

    [꼬마요정(★)┃지니(★)┃드루이드(★)┃사령술사(★)┃하이엘프(★)┃황금사자(★)]

    이상현은 지니를 구매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사령술사와 하이엘프이기 때문이다.

    [사령술사(★)가 합류했습니다.]

    [하이엘프(★)가 합류했습니다.]

    [79골드 남았습니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지니(★)┃지니(★)┃데스나이트(★)┃지니(★)┃마법사(★)┃엘프(★)]

    지니들이 나왔다.

    그러나 이상현은 넘겨버렸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사령술사(★)┃이프리트(★)┃사령술사(★)┃지니(★)┃드루이드(★)┃켄타우로스(★)]

    사령술사!!

    [괴물 사령술사(★★★)가 탄생했습니다.]

    [65골드 남았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하이엘프와 용병이다.

    2골드 챔피언인 용병이 나올지 안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무조건 얻어야 된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하이엘프(★)┃사령술사(★)┃살라만더(★)┃엘프(★)┃하이엘프(★)┃지니(★)]

    [하이엘프(★★)가 탄생했습니다.]

    [하이엘프(★)가 합류했습니다.]

    [52골드 남았습니다.]

    괴물 하이엘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섯 명이 더 필요하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지니(★)┃황금사자(★)┃이프리트(★)┃엘프(★)┃마녀(★)┃지니(★)]

    실망할 시간조차도 아깝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지니(★)┃지니(★)┃지니(★)┃지니(★)┃사령술사(★)┃드루이드(★)]

    이건 최악이다.

    결코 운이 좋은 게 아니다.

    빌어먹을 최악이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하이엘프(★)┃드레이크(★)┃하이엘프(★)┃마법사(★)┃성직자(★)┃황금사자(★)]

    [하이엘프(★★)가 탄생했습니다.]

    [33골드 남았습니다.]

    나쁘지 않지만.

    이제 골드가 얼마 남지 않았다.

    33골드는 많아 보여도 금방이다.

    게다가 용병까지 필요하다.

    33골드로는 부족하다.

    필요하다면 지금까지 모아둔 지니들은 물론이고 전설의 꼬마요정도 팔아야 한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지니(★)┃켄타우로스(★)┃마녀(★)┃골렘(★)┃꼬마요정(★)┃엘프(★)]

    욕이 나올 정도로 짜증나지만.

    그럴 시간조차도 아깝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황금사자(★)┃케르베로스(★)┃이프리트(★)┃하이엘프(★)┃엘프(★)┃지니(★)]

    하이엘프!!

    [하이엘프(★)가 합류했습니다.]

    [22골드 남았습니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19골드 남았습니다.]

    없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16골드 남았습니다.]

    없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13골드 남았습니다.]

    없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10골드 남았습니다.]

    없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7골드 남았습니다.]

    없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4골드 남았습니다.]

    없다.

    그러니까.

    [지니(★★)를 판매했습니다.]

    [지니(★)를 판매했습니다.]

    [12골드를 회수했습니다.]

    나와라.

    제발 나와라!!

    제발···!!!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두근두근!!

    [하이엘프(★)┃하이엘프(★)┃용병(★)┃지니(★)┃살라만더(★)┃바실리스크(★)]

    확률은 행운과는 달랐다.

    확률은.

    운이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공평했다.

    그래서 더더욱.

    기적처럼 느껴졌다.

    [괴물 하이엘프(★★★)가 탄생했습니다.]

    [용병(★)이 합류했습니다.]

    [1골드 남았습니다.]

    [전투까지 10초 남았습니다.]

    [전설의 꼬마요정(★★★★★)이 고정됩니다.]

    [영웅 마녀(★★★★)가 고정됩니다.]

    [괴물 고블린 주술사(★★★)가 고정됩니다.]

    [영웅 마법사(★★★★)가 고정됩니다.]

    [괴물 드루이드(★★★)가 고정됩니다.]

    [괴물 지니(★★★)가 고정됩니다.]

    [괴물 사령술사(★★★)가 고정됩니다.]

    [괴물 하이엘프(★★★)가 고정됩니다.]

    [용병(★)이 고정됩니다.]

    [용병(1)이 있습니다. 가장 높은 직업 조합(마법사)이 +1 상승합니다.]

    [마법사(9)를 만들었습니다.]

    [마법사들의 스킬의 위력이 +100%, 범위가 5×5으로 늘어납니다.]

    [요정(4)을 만들었습니다.]

    [요정들의 공격회피 능력이 +10% 상승합니다.]

    [바람(5)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적 챔피언의 이동속도가 50% 감소합니다.]

    [6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죽음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보스몬스터-쿠오라(★★★★★★)가 깊고 깊은 지옥에서 깨어납니다.]

    [보스몬스터-카마(★★★★★★)가 깊고 깊은 지옥에서 깨어납니다.]

    [보스몬스터-쿱스(★★★★★★)가 깊고 깊은 지옥에서 깨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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