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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2) (4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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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자(2)

    STFT에서는 챔피언들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달라진다.

    특히, 고수들의 싸움에서는 배치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배치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흔하다.

    나는 지금까지 전설의 꼬마요정들을 전진 배치해왔다. 그 이유는 ‘도와줘, 친구들아!’라는 스킬을 최대한 빨리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그런 방식은 위험하다.

    전설의 오우거에게 당했듯이.

    스킬을 쓰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전설의 꼬마요정을 제일 앞에 두고, 꼬마요정 뒤에 괴물 고블린 주술사를, 그리고 주술사 오른쪽에 괴물 드루이드를 배치했다.

    영웅 마녀는 고블린 주술사 뒤에, 괴물 마법사는 마녀의 오른쪽에 배치했다.

    영웅 마녀 뒤에는 괴물 지니를 배치하고, 마지막으로 발키리의 날개와 하이에나의 왕을 착용시킨 전설의 꼬마요정을 지니의 오른쪽에 배치했다.

    말하자면 오른쪽 구석에 2열종대로 배치한 것이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시켰다.

    배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나를 따르라!!!”

    “와아아아!!!

    강철수의 챔피언들은 6전사였다.

    그리고 6성 용병-록(★★★★★★)을 선두로 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6성.

    5성도 아니고 6성이다.

    저것 또한 100% 조커 카드에서 나왔겠지.

    그 빌어먹을 조커 카드에서.

    조금 전에는 전설의 오우거더니만.

    이제는 6성 용병이냐.

    누가 확률을 조작하는 거 아니야?

    “···그나마 쉬워서 다행이네.”

    만약 상대가 전설의 오우거였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2골드인 용병이라서 싸워볼 만하다.

    게다가 튜토리얼(1-16)과 달리 배치를 해놓았다.

    상대는 멍청하게 배치했고.

    “꾸오오옷!!”

    그 배치 하나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이만 실례!”

    “너희들끼리 잘 싸워보라고.”

    용병-록의 창이 전설의 꼬마요정을 푹! 찔렀다. 가벼운 공격처럼 보였지만 창끝에 담긴 위력은 살인적이었다. 단숨에 체력을 10% 넘게 감소시켰다.

    “꺄아악?! 아파! 아파!!”

    전설의 꼬마요정은 비명을 지르며 딱딱하게 굳어버린 밀가루반죽을 던져댔다.

    물론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약간의 시간을 벌어주었고, 괴물 고블린 주술사가 늪의 저주를 완성시켰다.

    꾸룩! 꾸루루룩!!

    “성가신 짓을!!”

    늪의 저주는 용병-록과 그 뒤를 따라온 영웅 창병과 영웅 방패전사, 괴물 검사와 괴물 성직자의 발을 잠시 동안 묶어 버렸다.

    “부디, 좋은 비료가 되기를.”

    다음으로 발동한 괴물 드루이드의 가시나무 덫이 전사들을 꼼짝달싹하지 못하도록 옭아맸다.

    “크으윽?!!”

    늪의 저주와 가시나무 덫은 STFT 12년 역사가 보증해주듯이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우, 움직일 수가 없어!!”

    “빌어먹을!!”

    “마법사 놈들이···!!”

    전사들은 덫에 걸린 짐승처럼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그러나 강력한 속박에 의해 4초 동안 꼼짝 없이 묶여 있어야만 했다.

    “오호호! 내 저주도 마음껏 만끽하렴.”

    소름끼치는 마녀의 저주가 전사들을 휘감았다.

    스으으으윽!!

    부패의 저주는 전사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몇몇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마법의 힘!!”

    “오오!! 불쌍한 인간들이여! 내가 녹여주마!!”

    괴물 마법사와 지니는 사이좋게 모여 있는 전사들을 향해서 마법을 쏘았다.

    퍼어엉!! 콰아아앙!!

    강력한 마법의 힘은 전사들의 체력을 순식간에 깎아내렸다.

    “죽어어엇!!”

    물론 용병-록은 멀쩡했다. 성가신 속박에서 벗어난 록은 힘껏 창을 휘둘렀다.

    서걱!!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으아앙!! 도와줘, 친구들아!!”

    일격에 체력이 10%까지 떨어진 전설의 꼬마요정은 필사적으로 고깔모자를 뒤집어서 친구들을 소환했다.

    “그워어어···!!”

    소환된 친구들은 2골드·3성의 괴물 구울!

    강인한 전사들과 비교하면 한참이나 질이 떨어지는 허접한 존재였지만.

    구울들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시간 벌기였다.

    “으으! 나도 친구들을 부르고 싶은데···.”

    발키리의 날개를 장착한 전설의 꼬마요정이 스킬을 두 번 사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 말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전장을 바라보는 강철수의 얼굴에는 먹구름처럼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용병-록(★★★★★★)을 뽑았음에도 어째서 그늘이 드리운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모아두는 게 아니었는데···.’

    챔피언들을 한 곳에 모아둔 것.

    그것이 강철수의 얼굴을 어둡게 만든 이유였다.

    ‘빌어먹을···!! 배치 같은 게 중요할 거라고는···. 내가 이런 종류의 게임을 해봤어야 알지.’

    강철수는 오토체스류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플레이어였다. 때문에 배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보통의 초보자들처럼 한 곳에 모아두었고, 그것이 최악의 상황을 낳고 있었다.

    “이 자식···!!”

    용병-록은 6성인만큼 절대적으로 강했다.

    그런데 구울들에게 질척질척 시간이 끌리고, 고블린 주술사와 드루이드, 소환된 골렘들에게 시간이 끌리는 사이에 동료인 전사들이 전멸 당했다.

    “감히 내 친구들을···!!”

    게다가 뒤쪽에 배치해둔 영웅 궁수도 목숨을 잃어서 하이에나들에게 뒤를 내어줘야만 했다.

    “안녕! 너도 죽을 시간이야!”

    “유언장은 내가 작성해줄게! 걱정하지 말라고!”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죽어어어엇!!!”

    용병-록은 그래도 6성답게 고블린 주술사와 드루이드에 이어 마법사까지 처치했다.

    “도와줘, 친구들아!!”

    하지만 두 번째로 소환된 괴물 지옥 파수꾼(★★★)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크라아악!!”

    “쿠오옷!!”

    6성인 록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가 날만큼 허접한 친구들이었지만.

    다섯이라는 머릿수는.

    “이, 이, 비겁한 놈들···!!”

    시간을 끌어주기에 충분했다.

    전설의 꼬마요정과 괴물 지니와 하이에나들은 그 시간을 놓치지 않았다.

    “받아라! 케이크 폭탄이다!!”

    “오오! 위대한 마법의 힘이 폭발한다!”

    “용병이면 황금도 많겠지?”

    “얼른 죽어주면 좋겠는데!”

    “킥킥킥!!”

    무자비한 공격은.

    머릿수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또 혼자 남겨진 챔피언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잘 가르쳐주었다.

    “크아아악···!!”

    용병-록은 진심으로 분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죽어가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 내가······.”

    털썩.

    제아무리 6성(★★★★★★)이라도.

    죽음 앞에서는 무력했다.

    [튜토리얼(1-17)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23라이프가 남았습니다.]

    [튜토리얼(1) 순위]

    [1위: 이상현(17승, 0패) 100라이프]

    [2위: 김인식(11승, 6패) 61라이프]

    [3위: 신하영(10승, 7패) 65라이프]

    [4위: 김원호(8승, 9패) 50라이프]

    [5위: 강철수(8승, 9패) 23라이프]

    [6위: 문성학(6승, 11패) 22라이프]

    [7위: 나영곤(4승, 12패) 0라이프]

    [8위: 최재운(3승, 13패) 0라이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강철수는 괴성을 질렀다. 자신의 사소하고 어리석은 실수 때문에 졌다는 게···.

    너무나도 억울했기 때문이다.

    “이길 수 있었어···. 이길 수 있었는데···! 이길 수 있었는데에에에에!!!”

    객관적으로 본다면.

    강철수가 이길 확률이 더 높았다.

    영웅 방패전사를 앞에 세우고, 전사들을 좌우로 넓게 펼쳐서 전진시켰더라면, 늪의 저주도 가시나무 덫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다못해 용병-록을 왼쪽 끝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이동시켰더라면, 마법사들의 옆구리를 제대로 찌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멍청하고 어리석게 배치한 탓에, 늪의 저주와 가시나무 덫에 걸려 전사들이 몰살당했다.

    “으아아아아아!!!”

    그깟 배치하나 때문에.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다가.

    패배한 것이다.

    쾅!! 쾅!! 쾅!!

    이 얼마나 한심한 결과란 말인가?

    이 얼마나 비참하고 화가 나는 결과란 말인가?

    강철수는 자신의 멍청함을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할 수만 있다면 조금 전의 자신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복수하고 싶지 않나?]

    신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콰앙!! 주먹을 내리치던 강철수가 고개를 들었다. 주먹에는 피가 흥건했다.

    “···복수하고 싶습니다.”

    강철수의 대답에는 머뭇거림이 없었다.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패배했던 것을 만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었다.

    설령 그것이.

    악마의 유혹이라고 할지라도.

    [이번에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나 또한 많은 것들을 인내하고 있으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묻겠다.]

    [목숨을 걸겠느냐?]

    악마인지 신인지.

    알 수 없는 존재의 물음에.

    강철수는 이빨이 으스러질 정도로 꽈아악! 깨문 다음에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각오했습니다.”

    강철수의 대답에 신이 보답했다.

    [조커 카드를 뒤집어라.]

    강철수는 또다시 조커 카드에 손을 뻗었다.

    현재 강철수가 보유한 골드는 51골드였다.

    [조커 카드(1)를 구매했습니다.]

    [?? 튜토리얼(1-18)에서 패배할 시에 라이프가 세 배 감소합니다.]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숨겨져 있던 궁극의 방패전사-드라움(★★★★★★)이 합류했습니다!!!]

    신 혹은 악마와의 거래는.

    너무나도 달콤했다.

    어째서 자신에게 이토록 과도한 호의를 베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단 하나였다.

    “내가···.”

    강철수는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이긴다.”

    이번에야 말로 실수하지 않겠다고.

    이기겠다고 말이다.

    [7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튜토리얼(1-18)]

    [잔여 라이프(23)]

    [상대: 8번 플레이어(이상현)]

    [전투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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