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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41/170)

생존자

생존자

쥐와 너구리를 섞어놓은 GM이 나타났다. 사무적인 표정은 몹시 싸늘해 보였다.

『지금부터는 상시적으로 전체 순위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순위를 공개하는 이유는 튜토리얼(1-16)에서 두 명의 플레이어가 탈락했기 때문입니다.』

『네, 두 명이 죽었습니다.』

『그 모습이 어떠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잘 지켜봐 주십시오.』

치직치지직.

달칵.

························.

··················.

············.

······.

『잘 보셨습니까?』

『이것이 탈락자들의 최후입니다.』

『비참한 최후죠. 그러나 동정의 여지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약했고, 운이 나빴으니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살아남는 건 4명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 표정들을 보니 잘 알아들으셨군요. 좋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부터는 게임이 끝날 때마다 순위와 승패와 라이프가 공개될 것입니다. 순위표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는 본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탈락자가 발생했으니, 대결 순서에도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운이 좋으면 전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단, 그때는 승리 보상과 골드 이자가 없습니다. 오직 기본 골드만 획득합니다.』

『싸웠던 플레이어와 연속으로 싸울 수도 있으니 계획을 잘 세우십시오. 아니면 자신의 불운을 탓하십시오.』

『4등 안에 들 때까지, 4명이 남을 때까지 분발하십시오. 튜토리얼(1)은 4명이 정해지면 끝납니다.』

『이상. GM이었습니다.』

GM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상현조차도 떠들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챔피언들에게 잡아먹히는······.

패자의 말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올라와서 “우웨에엑!!” 게워냈기 때문이다.

“헉. 허억···.”

그래도 비교적 가볍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팽팽하고 아슬아슬하던 실이 툭 끊어졌다.

플레이어들은 생존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이제야 확실히 깨달았다.

4등 안에 들지 못하면.

남을 밟지 않으면.

남을 밟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죽는다.

“하아, 하아, 하아.”

그 결과.

플레이어들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렸다.

인간으로서 쌓아온 무언가가.

인간으로서 지켜온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

그나마 이상현만이···. 그것을 무너뜨리지 않고 힘겹게 지켜냈다.

물론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로웠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것을 넘지 않았다.

[튜토리얼(1) 순위]

[1위: 이상현(16승, 0패) 100라이프]

[2위: 김인식(11승, 5패) 65라이프]

[3위: 신하영(9승, 7패) 65라이프]

[4위: 강철수(8승, 8패) 48라이프]

[5위: 김원호(7승, 9패) 50라이프]

[6위: 문성학(6승, 10패) 29라이프]

[7위: 나영곤(4승, 12패) 0라이프]

[8위: 최재운(3승, 13패) 0라이프]

“······.”

강철수는 빠드득!! 이를 악물었다.

왜냐하면 튜토리얼 1-15와 1-16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충격적인 연패였다. 게다가 라이프 감소폭이 매우 커서 48까지 떨어졌다.

9패인 김원호보다 2라이프나 더 낮다는 것 또한 강철수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빌어먹을···.”

더 큰 문제는 다음 상대가 이상현이라는 점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인원수가 짝수라는 점과 대결 순서를 생각해본다면 이상현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어떡하지? 도대체 어떻게···.”

머리를 굴린다고 해서 답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면 세상이 얼마나 쉬울까.

안타깝게도 머리를 굴려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패배는 확정적이며, 창병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네 명만 더 모으면 되는데···. 남아있는 82골드를 다 써도 창병들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꾸우욱.

이대로 져야하는 걸까?

또 져야하는 걸까?

이제 라이프가 절반도 남지 않았는데.

무력하게 져야 한다고?

“씨발···.”

강철수는 패배가 너무나도 괴로웠다. 하다못해 조커 카드에서 비싼 챔피언이라도 나왔더라면······.

창병(★★)이라도 나왔더라면······.

바로 이때.

[죽음이 두렵나?]

움찔!

낯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철수는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누, 누구···?”

[죽음을 각오하겠느냐?]

낯선 목소리는 바로 위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세상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강철수는 목소리의 주인이 ‘신’이라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유니버스 STFT가 시작할 때, 신들을 즐겁게 만들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철수는 공손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누구십니까?”

[신.]

신. 이 단어보다 알아듣기 쉬운 단어가 또 있을까?

강철수의 심장이 마구 날뛰었다.

두근두근.

[마지막으로 묻겠다.]

[감히 죽음을 각오하겠느냐?]

그 물음에 강철수는 생각했다.

‘죽을 각오라고? 죽을 각오···.’

내가, 할 수 있을까?

죽음을 이겨낼 수 있을까?

꿀꺽.

강철수는 불안한 눈빛으로 물어보았다.

“죽음을 각오하면···. 살아남을 수 있습니까? 저 이상현을 이길 수 있습니까?”

[그건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길 가능성은 생긴다.]

불확실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런 대답에도 강철수는.

무조건 해야 된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한수 아래라고 여겼던 ‘김원호’에게조차도 이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철수는 죽음을 각오했다.

“···하겠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겠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물론 이 결심이 어디까지 갈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앉아서 죽는 것보다는 나아보였다.

[라이프를 걸어라.]

[그리고 조커를 열어라.]

[그러나 명심해라.]

[패배한다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과연 이 목소리는.

신일까.

아니면 악마일까.

‘이길 수만 있다면···.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아.’

강철수는 자신의 운명을 걸었다.

[조커 카드(1)를 구매했습니다.]

[?? 튜토리얼(1-17)에서 패배할 시에 라이프가 세 배 감소합니다.]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숨겨져 있던 궁극의 용병-록(★★★★★★)이 합류했습니다!!!]

[용병-록(★★★★★★)]

속성: 바람

직업: 전사, 용병

공격력: 682

방어력: 765

체력: 8704

마나: 10/35

스킬: 도발

[마법사(★★)가 탄생했습니다.]

[193골드 남았습니다.]

나는 12년 동안 그래왔듯이 챔피언 상점에서 챔피언들을 구매했다.

그리고 쓰러지듯이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두 손으로 압박했다.

“아······.”

이제야 위태롭던 마음이 진정된다. 아주 조금이지만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여전히 토사물의 냄새가 코를 찔러서 괴롭다. 아직도 목구멍에 건더기가 남아있는 것 같다.

진심으로 구역질이 난다.

“······.”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아니다.

탈락한 사람들이···.

챔피언들에게 잡아먹히는 그 순간만큼은.

“후우···.”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욱신거린다.

너무 아파서 차라리 기절하고 싶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내가 죽는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그러니까.

나약해질 수는 없다.

설령, 나영곤을 내 손으로 탈락시켰다고 할지라도.

무조건 견뎌내야 한다.

내가 탈락할 수는 없으니까.

죽고 싶지 않으니까.

“······.”

[전투까지 30초 남았습니다.]

그래.

죽을 수는 없다.

내가 죽을 수는 없다.

설령, 남을 짓밟더라도.

올라서야한다.

STFT는 처음부터 그런 게임이 아니던가.

[Single & Team fight Tactics]

그리고 나 또한.

언제나 혼자였다.

36살 동안.

12년 동안.

혼자서 게임을 해왔다.

친구나, 동료는 없었다.

“···이기자.”

무엇보다 이곳은.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곳이다.

목숨을 건 죽음의 게임이다.

그러니까 싸우자.

설령, 상대가 초보자라 할지라도.

나 혼자 회귀자라 할지라도.

싸우자. 이기자.

그래서 살아남자.

“무조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전장을 바라보았다.

“······.”

전장에는 챔피언들이 있었다.

나와 함께 싸워주는.

언젠가 나를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챔피언들이.

“꺄하하하~!”

“나 잡아 봐라~!”

“요, 꼬맹이 녀석들!”

“잡히면 1골드다.”

[7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튜토리얼(1-17)]

[잔여 라이프(100)]

[상대: 3번 플레이어(강철수)]

[전투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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