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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자(2) (38/170)

탈락자(2)

탈락자(2)

전설의 늑대의 어금니가 동급인 전설의 꼬마요정을 거칠게 물어뜯었다.

콰드드득!!

물어뜯기는 전설의 꼬마요정을 일격에 터트렸다. 뾰족뾰족한 바늘로 풍선을 퍼엉! 터트리듯이 단 한 방에 죽여 버린 것이다.

“꺄악?! 마, 말도 안 돼!!”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전설의 꼬마요정은 진심으로 경악했다.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크아악!!”

꼬마요정을 처치한 전설의 늑대의 눈빛은 그야말로 야수였다. 짐승을 초월한 무시무시한 야수.

동료인 짐승들조차도 오싹한 공포에 몸을 떨었다.

“저, 저리가!!”

겁을 잔뜩 집어먹은 전설의 꼬마요정이 딱딱한 딸기 케이크를 던져보지만, 미쳐 날뛰는 전설의 늑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도.

콰아아앙!!

전설의 늑대를 막지 못했다.

콰지직!!

야수의 어금니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전설의 꼬마요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쓰고 있던 고깔모자를 벗어서 휙! 뒤집었다.

“도와줘, 친구들아!!!”

그러자 고깔모자 속에서 3골드·1성의 듀라한(★)들이 나타났다.

오른손에 피 묻은 도끼와 왼손에 머리를 든 듀라한들은 소환되자마자 짐승들을 공격했다.

콰직!

피 묻은 도끼가 짐승들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그러나 피 맛을 본 짐승들에게는 가소로운 공격이었다. 부드러운 살을 뚫고 들어가 뼈를 자르기는커녕, 가죽조차도 자르지 못했다.

콰직! 콰직!

그러는 사이.

전설의 꼬마요정이 숨을 헐떡였다.

눈동자에는 죽음의 공포가 가득했다.

“도와···!”

푸욱!

영웅 오크전사의 검이 파고들고.

전설의 늑대의 날카로운 어금니가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콰드드득!!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우우우~!!”

전설의 꼬마요정을 처치한 전설의 늑대가 울부짖었다. 다른 짐승들도 울부짖으며 듀라한들을 공격했다.

“이런! 친구가 죽었잖아?”

“신경 꺼! 그딴 것보다는 이놈이나 처치하자고!”

하이에나들은 꼬마요정들이 죽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사냥이었다.

약자 사냥!

“오크으으···!!”

전장에서 가장 나약한 괴물 오크궁수(★★★)는 하이에나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바로, 그거야! 실컷 몸부림치라고!!”

전설의 꼬마요정들과 듀라한들을 쓸어버린 짐승들은 오른쪽 구석에 숨어있는 마법사들을 향해서 달려갔다.

“크와아아!!”

선두는 전설의 늑대였다.

녀석은 광견병에 걸린 짐승처럼.

피에 굶주린 야수처럼.

콰아앙!!

푸스스스!!

마법이 터지든 말든.

저주가 쏟아지든 말든.

무작정 달려들었다.

콰드득!!

“감히, 이 똥개가!!”

영웅 마녀는 감히 자신을 공격한 전설의 늑대에게 저주를 내렸다. 부패의 저주를!

스아아악!!

“크르···아···아악!!”

비명소리와 짐승의 울음소리가 뒤섞였다.

“하하하! 감히 짐승 따위가 이빨을 드러내다니! 소원대로 모피로 만들어주마!!”

괴물 지니의 두 팔에서 파지직파직!! 푸른색의 번개가 뿜어져 나왔다.

푸른 번개는 전설의 늑대는 물론이고, 그 옆에 있던 영웅 멧돼지와 악어까지 감전시켰다.

파츠츠츠츠!!

“?!!”

뒤이어 괴물 고블린 주술사의 질척질척한 늪의 저주가 짐승들의 발목을, 괴물 드루이드의 뾰족뾰족한 가시나무 덫이 하반신을 집어삼켰다.

짐승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선사하는 마법들이었다.

“크르아아악!!”

그러나 전설의 늑대의 기세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두 눈을 시뻘겋게 빛내더니 영웅 마녀를 물어뜯었다.

“커어억···?!”

날카로운 야수의 이빨은.

마녀의 숨통을 단숨에 끊어놓았다.

“크윽! 생각보단 강한 놈이잖아?”

“빌어먹을! 이러다 적자가 나겠어!”

괴물 오크궁수를 처치한 하이에나들은 영웅 오크전사를 상대로 고전하는 중이었다.

“크와아악!!”

그 탓에 짐승들을 사냥하고 싶어도 사냥을 할 수가 없었다.

“난 강한 놈이 싫어!!”

“나도 그래!!”

약자멸시가 없는 하이에나들은.

생각보다 나약했다.

“꾸루으으······.”

영웅 멧돼지가 노릇노릇하게 타서 죽고, 영웅 악어도 죽었지만, 전설의 늑대는 죽지 않았다.

불에 타서 새까맣게 그을리기는 했어도 기세는 여전히 무시무시했으며, 괴물 고블린 주술사까지 잔혹하게 물어뜯어 죽였다.

“크르···아···아악!!”

전설의 늑대가 괴물 드루이드를 향해서 앞발을 휘둘렀다.

그러나 조금도 닿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시나무 덫이 온몸을 칭칭 휘감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짐승 같으니.”

괴물 드루이드는 전설의 늑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슬픔에 잠긴 눈동자에는 동정심이 가득했다.

“정녕, 너희들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냐? 어리석은 짐승이로구나.”

“크르아···아···아···!!”

전설의 늑대의 뒤로.

4골드·2성의 바실리스크들이 나타났다.

쿵! 쿵! 쿵! 쿵! 쿵!

“크와아악!!”

바실리스크들은 꽁꽁 묶여 있는 전설의 늑대를 에워싸더니 공격하기 시작했다.

콰직! 콰지직!!

“아···우우우···우···!!”

전설의 늑대가 사납게 몸부림쳤다. 그러나 처음부터 기울어졌던 승패를 뒤집기에는 무리였다.

“사라져라, 짐승이여!!”

대마법사의 지팡이에서 푸른색의 빛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너무나도 강렬한 빛이었다.

피슝!!

강력한 마법화살은 그야말로 섬광처럼 날아갔다. 전설의 늑대의 눈동자에 그 모습이 비쳤다.

퍼어어엉!!

거대한 폭발음이 전장을 덮쳤다. 솟구쳐 오른 흙먼지는 짐승들만큼이나 사납게 울부짖었다.

영웅 오크전사를 쓰러뜨린 하이에나들은 피투성이가 됐음에도 담배를 폈다.

후우우! 담배 연기가 어지럽게 흔들렸다.

“크으! 겨우 두 놈 밖에 못 죽였군!”

“그러게 말이야.”

그리고 전투가 끝났다.

마법사들과.

하이에나들의 승리였다.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음의 공포는 나영곤이라는 사람을 집어삼켰다. 살고 싶다는 욕구만이 모든 것을 대변했으며,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가 있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없던 일로 할까요?』

그래서 GM이 조커 카드를 준다고 말했을 때.

나영곤은 그 누구보다 혹은 최재운 만큼이나 강렬하게 주장했다.

무조건 조커 카드를 얻어야 된다고 말이다.

아이템 선택 우선권?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모르는 건 똑같으니까.

동등한 조건이니까.

그래서 나영곤은 이상현이 듣든 말든 개미눈곱 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다.

막말로 라이프가 100이나 남아있는 인간이 어떻게 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혼자서 잘 됐는데.

4등 안에 들 확률이 100%에 가까운데.

“죽고 죽이는 게임에서 양심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저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습니다. 우리가 죽는다고요!!”

그래서 나영곤은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설득했고.

매우매우 다행스럽게도.

[조커 카드(1)를 획득했습니다.]

어쩌면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줄지도 모르는 소중한 조커 카드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러나 한 장으로는 부족했다.

“부족해···. 아직 부족해···.”

나영곤은 진짜 미치광이처럼 중얼거리며, 골드가 나오기만을 바랐다.

사신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낫을 목에 들이밀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템보다는 골드였다.

“제발, 제발, 제발···!!”

나영곤은 제발 골드가 나와 달라고 신께 빌고 또 빌었다.

5초, 4초, 3초, 2초, 1초.

선택의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고.

그 마저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선택하겠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을 덥석 붙잡았는데.

[황금 주머니를 선택했습니다.]

[9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드디어 신이 웃어준 것일까?

손에 붙잡힌 것은 황금 주머니였다.

그것도 92골드가 든.

황금 주머니.

“아, 아아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나영곤의 몸속에서 부르르! 차올랐다.

그것은 운명이라는 이름의 예언서였다.

“조커···. 조커 카드···!!”

나영곤은 가지고 있던 18골드와 획득한 92골드를 가지고 조커 카드를 구매했다.

무려 두 장을.

[조커 카드(2)를 구매했습니다.]

[100골드를 지불했습니다.]

[10골드 남았습니다.]

이것으로 조커 카드는 세 장으로 늘어났다.

그래.

한 장도, 두 장도, 아닌 세 장이다.

자그마치 150골드나 되는.

희망이.

이 작은 손에 들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손에···.

목숨이 달려 있다.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와라.”

나영곤은 조커 카드를 향해서, 그리고 자신을 향해서 수십, 수백 번이나 속삭였다.

나영곤의 눈동자에는 잔혹한 죽음이 풀어놓은 끝없는 광기가 비웃고 있었다.

“나와···!!!”

이윽고 조커 카드 한 장을 개봉했다.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잠들어 있던 악마, 케르베로스(★★)가 합류했습니다.]

“으아아아···!!”

그러나 실패했다.

조커 카드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2골드·2성에 불과한.

쓰레기가 전부였다.

개쓰레기가.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던 나영곤의 마음은 그야말로 갈기갈기 찢겨져, 신이 눈앞에 있다면, 그 신을 목 졸라 죽여 버렸을 정도로 비참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나영곤의 모습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핏줄이 선 두 눈과 분노로 달아오른 숨소리는···. 악마를 보는 듯했다.

[전투까지 30초 남았습니다.]

“아···!!”

시스템의 딱딱하고 사무적인 목소리에.

나영곤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나와···!!!”

그리고 두 번째 조커 카드를 개봉했다.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갇혀 있던 괴물, 오크(★)가 합류했습니다.]

“으, 아, 아아···!!”

털썩.

케르베로스(★★)보다 더 구역질나는 쓰레기가, 개쓰레기보다 못한 오물이 튀어나왔다.

순간 나영곤의 분노는 자신의 영혼을 불태웠으며, 저주의 말은 이 세상과 모든 신들을 저주했다.

신들은 그런 나영곤을 바라보며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하며 낄낄낄!! 웃어댔다.

“으아아아아···!!”

신에게 버림받은, 저주받은 게 분명한 나영곤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두둑두둑! 손가락에 붙잡힌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뜯겨져 나왔다.

그러나 고통스럽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것은 마음이었으며,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두려움일 뿐이었다.

“헉, 허억. 헉···!!”

죽음이.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다.

[전투까지 10초 남았습니다.]

나영곤은 신을 저주하고, 저주하고, 또 저주하며, 마지막 남은 조커 카드를 바라보았다.

나영곤의 마음은 이미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희망이라는 빛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죽음의 공포가.

턱밑까지 차올랐다.

숨이 턱턱 막힌다.

죽고 싶을 정도로···.

죽고 싶지 않아.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너무나도 간절한.

기도는 신들에게 닿았다.

왜냐하면 절규하는 나영곤을.

신들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팝콘을 먹으며.

와그작와그작와작.

우물우물꿀꺽!!

캐러멜 팝콘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쪼로록! 사이다는 상쾌하고 시원했다.

“제발···!!!”

이윽고.

마지막 조커 카드가 개봉되었다.

[조커 카드(1)를 개봉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갇혀 있던 전율적인 괴물, 전설의 오우거(★★★★★)가 합류했습니다!!!]

지옥과 천국!!

확률은 그 주제를 그 누구보다 잘 다루었다.

확률보다 능숙한 조련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위대한 행운의 신조차도.

확률보다는 한수 아래였다.

[전설의 오우거(★★★★★)]

속성: 불

직업: 괴물, 전사

공격력: 997

방어력: 758

체력: 10183

마나: 10/50

스킬: 무지막지한 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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