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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자 (37/170)

탈락자

발키리의 날개는 그 어떤 챔피언에게 넣어도 제 역할을 해내는 아이템이다.

특히, 가치가 높고 등급이 높은 챔피언에게 효과적이다. 그리고 꼬마요정처럼 마나통 큰 챔피언에게 넣으면 최소 2인분 이상을 해낸다.

STFT에서 꼬마요정을 주력으로 삼았던 플레이어들은 무조건 발키리의 날개를 꼬마요정에게 주었다.

“대박!!”

나는 진심으로 고맙고 멍청한 신들을 위해서 일부러 대박이라고 소리쳤다.

“초대바아아아아아악!!!”

솔직히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어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연기가 어색해서 들킬 수도 있지만, 오히려 너무 어색해서 안 들킬 수도 있다.

[너, 너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죽음의 신]

[진짜 미친 운빨이다. 아무래도 내가 이상현을 사랑하고 있나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지방 4급 하천 인생인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행운의 신]

[···버근가? 땅의 신]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자니까. 괜히 더 좋게 됐잖아, 이 병신들아!! 생명의 신]

[이것은 운명의 데스티니!!! 바람의 신]

예상대로 신들은 나의 ‘운’빨에 어처구니 없어했다.

물론 운빨이 아니라 실력이지만.

그걸 말해줄 이유는 없다.

그나저나 생명의 신이라는 놈은 명색이 생명의 신이면서 말하는 건 왜 죽음의 신일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

나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내가 초대박이라고 있는 힘껏 외쳐서 그런지 그들의 표정에는 당혹감과 분노와 짜증이 가득했다.

나 참.

50골드인 조커 카드를 거의 공짜로 획득한 주제에 참으로 뻔뻔한 인간들이다.

유일하게 신하영만이 진심으로 기뻐해주었는데, 나는 그녀의 마음씨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저 웃음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위대한 신놈들조차도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는데, 하찮은 인간이 어찌 알겠는가?

그러나 목숨이 걸린 중요한 상황에서 거짓으로 웃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신하영이 언데드 조합의 아이템인 좀비의 관을 선택하기를 바랐다.

[우, 웃지 마! 확 죽여 버린다? 죽음의 신]

[안 되겠소. 조커 카드를 쏩시다. 행운의 신]

[이상현만 빼고 전부 조커 카드가 성공하면 진짜 재미있을 텐데. 생명의 신]

[난 이상현보다 너희들을 보는 게 백배는 더 재밌더라. 바람의 신]

[넌 불난데 부채질 하냐? 불의 신]

나는 신놈들인지 아니면 인터넷 방송을 보는 악성 시청자들인지 뭔지 하는 놈들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뭐, 차단 기능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기능은 없었다.

그래서 난 닥치고 조용히 낄낄거렸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응징이었다.

“난 이걸 선택하겠다.”

김원호가 영웅의 전당에서 5초 만에 선택한 아이템은 대단히 운이 좋게도 짐승의 어금니와 짝을 이루는 ‘짐승의 발톱’이었다.

[짐승의 어금니를 가지고 있습니다.]

[짐승의 어금니와 짐승의 발톱을 조합하시겠습니까?]

[단, 조합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조합?”

STFT는 물론이고 게임에 문외한인 김원호였지만 조합 아이템이 어떤 것인지는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김원호는 “조합한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아이템들을 조합했다.

콰득! 콰드드득!!

[짐승의 어금니와 짐승의 발톱이 합쳐져 ‘야수’가 탄생했습니다! 잠들었던 야수의 힘이 깨어납니다!]

[야수]

↳야수 직업의 챔피언이 첫 번째 스킬을 사용할 때, 100% 확률로 치명적인 공격 효과가 적용된다.

옆쪽에서 기본공격 시 +30%, 뒤에서 기본공격 시 +60%의 추가 피해를 입힌다(해당 아이템은 장착하면 해제할 수 없다).

“!!!”

아무리 게임에 문외한이라도 좋고 나쁨 정도는 누구나 구분할 수 있는 법!

김원호는 자신이 굉장히 좋은 아이템을 얻었음을 바로 알아차렸다.

“대, 대박이 분명해! 그런데 누구에게 주지? 한 번 넣으면 뺄 수가 없는데.”

김원호는 자신의 챔피언들을 바라보았다.

영웅 늑대(★★★★).

영웅 멧돼지(★★★★).

영웅 악어(★★★★).

영웅 오크전사(★★★★).

괴물 오크궁수(★★★).

전부 3성 이상이다.

하지만 특별한 챔피언이 없다.

전부다 고만고만하다.

심지어 영웅 오크전사와 괴물 오크궁수는 짐승이 아니라 괴물이라서 아이템을 착용할 수도 없다.

말하자면 가치가 1골드에 불과한 영웅 늑대와 멧돼지, 악어 중에서 골라야 한다는 뜻인데···.

조합 아이템을 장착시키기에는 솔직히 아까웠다.

“······.”

김원호는 심사숙고 끝에 영웅 늑대에게 ‘야수’를 장착시켰다.

[영웅 늑대(★★★★)에게 야수의 힘이 깃듭니다.]

[야수의 힘이 본능을 이끌어냅니다.]

“아우우우~!!”

김원호는 빠르게 생각했다.

‘이제 늑대 10마리만 더 모으면 5성이야. 그래! 조커 카드를 팔아보자. 혹시 돈이 될지도 모르니까.’

김원호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조커 카드도 팔 수 있나?” 하고 시스템에게 물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시스템의 대답은 [예]였다.

[조커 카드를 50골드에 판매하시겠습니까?]

“으음···.”

김원호는 조커 카드를 판매하기 전에 잠깐 망설였다. 왜냐하면 조커 카드를 개봉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대박이 나오면···.’

솔직히 불확실한 챔피언 변환보다 조커 카드가 더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아니야. 괜히 욕심내지 말자. 꽝일 수도 있으니까.’

김원호는 마음을 고쳐서 조커 카드를 판매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조커 카드를 판매하겠다.”

확실히 김원호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랐다.

[조커 카드를 판매했습니다.]

[50골드를 회수했습니다.]

“후우우.”

과감하게 조커 카드를 판매한 김원호는 챔피언 변환 버튼을 꾸욱!! 눌렀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김원호는 눈을 떠서 결과를 확인했다.

‘제발 부탁한다!!’

[하이에나(★)┃도깨비불(★)┃늑대(★)┃오크전사(★)┃트롤(★)┃오크궁수(★)]

오크전사와 오크궁수도 있지만.

늑대는 한 마리였다.

‘괘, 괜찮아.’

김원호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두 번째 변환 버튼을 눌렀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지옥 마귀(★)┃지옥 파수꾼(★)┃크루가(★)┃늑대(★)┃켄타우로스(★)┃그리즐리베어(★)]

‘한 마리···.’

이번에도 늑대는 한 마리였다.

왠지 모르게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꿀꺽.

‘괜찮아. 할 수 있어.’

김원호는 세 번째 변환 버튼을 눌렀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드루이드(★)┃마귀(★)┃하이에나(★)┃하이에나(★)┃창병(★)┃용병(★)]

“큭!!”

그런데 늑대가 없었다.

한 마리도 없었다.

김원호의 인상은 심각할 정도로 나빠졌다.

‘···할 수 있어.’

김원호는 어지럽게 흐트러진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고, 네 번째 변환 버튼을 눌렀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멧돼지(★)┃악어(★)┃검사(★)┃하이에나 전사(★)┃고블린 주술사(★)┃오크(★)]

“망할···!!”

또다시 늑대가 없었다.

또다시 늑대만 없었다.

두근두근.

불안감이 쑥쑥 자라났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김원호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대변해주었다.

그래도 김원호는 멈추지 않았다.

“한 번 더···!”

다섯 번째 변환 버튼을 누르자.

[늑대(★)┃트롤(★)┃고블린(★)┃늑대(★)┃용병(★)┃임프(★)]

드디어 늑대 두 마리가 나타났다.

“으음···.”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골드를 그렇게 썼는데, 겨우 네 마리가 나왔으니까.

김원호는 여섯 번째 변환 버튼을 눌렀다.

“제발 부탁한다!!”

김원호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간절했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케르베로스(★)┃멧돼지(★)┃악어(★)┃하이에나 전사(★)┃하이에나(★)┃흡혈귀(★)]

늑대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단 한 마리의 늑대도.

나오지 않았다.

“······.”

김원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심장이 차가워지고.

손발이 떨렸다. 이대로 얼어붙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이제.

김원호에게 남아있는 골드는 9골드가 전부였다.

‘여기서 멈춰야 돼. 더 이상 했다가는···.’

김원호는 멈춰야 된다고 생각할 만큼, 지금까지 사용한 골드가 너무나도 아까웠다.

‘빌어먹을···!!’

그러나 멈출 수가 없었다.

이미 주사위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원호는 끝장을 보자고 결심했다.

‘가자. 어차피 인생은 도박이니까. 여기서 두 마리 이상이 안 나온다면···. 가능성이 없다는 거겠지.’

반쯤 자포자기였다.

공짜로 50골드를 얻었으면서도 실질적으로 얻은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래서 김원호는.

수많은 STFT 플레이어들이 저질렀던 실수를 되풀이 하듯이.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다.

“제발······.”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늑대(★)┃늑대(★)┃늑대(★)┃늑대(★)┃늑대(★)┃늑대(★)]

그리고 6늑대를 보았다.

기적에 가까운 6늑대를.

“······.”

순간 김원호는 정신이 멍했다.

이 모든 게 거짓말 같고, 너무나도 믿기지 않아서, 진짜 현실일까? 혹시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전투까지 10초 남았습니다]

“아, 안 돼!!”

그러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전설을 완성시켰다.

[전설의 늑대(★★★★★)가 탄생했습니다!!]

[야수의 힘이 울부짖습니다!!]

“아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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