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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죽음 (34/170)
  •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죽음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죽음

    STFT는 레벨이 상승하면 할수록, 전장에 배치되는 챔피언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라이프가 감소하는 폭이 커진다. STFT를 기반으로 하는 유니버스 STFT도 마찬가지.

    말하자면.

    평균 레벨이 6에 달하는 지금은.

    초반을 넘어선 중반이며.

    한 번의 패배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승자와 패자가.

    4등 안에 들어서 살아남는 자와.

    밀려나서 죽는 자가.

    서서히 보인다.

    문성학은 상대를 바라보며 욕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현재 문성학의 순위는 5위.

    그리고 5승과 6패를 거두었으며.

    남아있는 라이프는 66라이프다.

    많다고도.

    적다고도 할 수 없는 라이프.

    그래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데···.

    하필이면 상대가 이상현이었다.

    전승을 거두고 있는 이상현.

    “개자식···!!”

    빠드득!!

    조금 전, 사자의 방(★★★★)을 공략함으로써 문성학의 챔피언들은 한층 더 강해졌다.

    그런데 이상현은 사자의 방보다 두 단계 높은 죽음의 방을 공략했다.

    그러니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신 차리자.”

    문성학은 ‘승리’라는 헛된 희망을 품지 않았다. 대신, 이상현의 챔피언들을 최대한 많이 죽여서 최소한의 피해로 끝나기만을 바랐다.

    “이기지는 못해도 쉽게 지지는 않을 거야.”

    문성학의 눈에 자신의 챔피언들이 보였다.

    “크르르···.”

    사자의 방을 통해서 완성시킨 전설의 마귀(★★★★★)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영웅 도깨비불(★★★★)과 영웅 케르베로스(★★★★)와 괴물 지옥 마귀(★★★)와 괴물 지옥 파수꾼(★★★)과 괴물 데몬(★★★)도 약하지 않았다.

    충분히 상위권을 노려볼 만했다.

    게다가 악마라는 직업은.

    [악마(6)를 만들었습니다.]

    [악마들의 이빨에 지옥의 불꽃이 생겨납니다(3).]

    [악마들에게 지옥의 방패가 생겨납니다(6).]

    [불(5)을 만들었습니다.]

    [바람 속성에게 +100%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악마답게.

    전부 ‘불’ 속성이라서.

    직업 조합보다 상위인 불 속성까지도 쉽게 만들 수가 있었다.

    이것이 악마라는 조합이.

    시즌1~7까지 사랑받은 이유였다.

    “녀석에게 바람 속성이 많다면···.”

    문성학은 이상현에게 바람 속성이 많기를 바랐다. 만약 바람 속성이 많다면···.

    이기지는 못해도.

    많이 죽일 수는 있을 테니까.

    “···죽여주마.”

    문성학은 싸늘한 눈빛을 드러내며.

    전투를 기다렸다.

    [8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튜토리얼(1-12)]

    [잔여 라이프(66)]

    [상대: 8번 플레이어(이상현)]

    [전투 개시]

    전투의 시작은 괴물 마법사였다.

    “죽어라, 사악한 악마들아!!”

    대마법사의 지팡이에서 발사된 강력한 마법화살이 괴물 데몬에게로 날아갔다.

    “?!”

    퍼어어엉!! 강력한 마법화살은 큰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의 악마들에게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우어···어어억?!”

    실로 파괴적인 위력 앞에 괴물 데몬의 체력은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크라아아악···!”

    폭발에 휩쓸린 영웅 케르베로스와 괴물 지옥 마귀도 큰 피해를 입고 휘청거렸다.

    “오호호홋!!”

    폭발이 가라앉기가 무섭게.

    영웅 마녀의 저주가 악마들을 덮쳤다.

    부스스스!

    온몸을 썩게 만드는 부패의 저주였다.

    “?!!”

    4성이 됨으로써 더더욱 강력해진 부패의 저주는 악마들의 피부를 순식간에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었다.

    끔찍한 고통은 악마들조차도 비명을 지르게 만들 정도였다.

    “이런! 우리가 나서야겠는 걸?”

    “맞아! 우리가 나서야지!”

    “캬캬캬!!”

    돈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은.

    전장에서 제일 약한 괴물 지옥 마귀를 노렸다. 괴물 지옥 마귀는 강력한 마법화살과 부패의 저주에 휩쓸려 약해진 상태였다.

    “고오오오오오오오!!”

    물론 악마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악마들은 활활 타오르는 지옥의 불꽃과 살의를 휘감고 달려가 전설의 꼬마요정들을 덮쳤다.

    “꺄아악?!”

    “엄청 아파!!”

    “싫어싫어!!”

    꼬마요정들의 속성은 바람!

    딱 불타기 좋은 속성이었다. 때문에 5성임에도 전설의 꼬마요정들의 체력은 순식간에 줄어들어, 어느새 절반도 남지 않게 되었다.

    “고브으을!!”

    악마들에게 좋은 시절도 잠시.

    그사이 마나를 가득 채운 괴물 고블린 주술사가 늪의 저주를 펼쳤다.

    꿀럭꿀럭! 꾸르르륵!!

    악마들의 발밑에서 솟구쳐 오른 늪의 저주는 악마들에게 최대 체력을 감소시키는 ‘독’ 피해를 입히며,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감소시켰다.

    “크라아악?!”

    무시무시한 늪의 저주에 전설의 마귀가 비명을 질렀다. 머리가 셋 달린 영웅 케르베로스도 비명을 지르며 버둥버둥 몸부림쳤다. 지옥 마귀와 지옥 파수꾼과 데몬도 늪의 저주에 시달렸다.

    근접 챔피언의 비애였다.

    “숲의 분노를 받아라.”

    그리고 괴물 드루이드의 가시나무 덫이.

    늪의 저주를 더더욱 무시무시한 스킬로 만들었다.

    콰드드득!!

    늪에서 돋아난 가시나무들은 악마들을 단단히 붙잡아 자그마치 4초 동안 마비시켰다.

    “크···라···아···아악!!”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가시나무들은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뾰족뾰족한 가시들은 피부를 뚫고 들어와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하하하!! 이번에는 내 차례군!!”

    화룡점정은 괴물 지니였다.

    지니는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있는 악마들을 향해서 블리자드를 사용했다.

    “메리크리스마스!! 선물은 죽음이다!!”

    블리자드는 3×3보다 무려 두 배나 큰, 6×6에 달하는 지역을 집어삼켰다.

    “쉬이익?!”

    휘오오오오오!!! 블리자드는 멀리서 지옥의 불꽃을 토해내던 영웅 도깨비불도 집어삼켰다.

    쩌쩡! 쩌쩌적!!

    블리자드는 순식간에 전장을 얼려버렸다.

    악마들은 지옥의 불꽃마저 얼려버리는 눈보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크···아···아아···!”

    악마들의 눈동자에 공포가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까지 참아왔던 전설의 꼬마요정들이 고깔모자를 뒤집었다.

    “도와줘, 친구들아!!!”

    “하, 하하···.”

    전장을 바라보던 문성학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보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있을까?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패배할 줄이야.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하하···.”

    문성학은 진심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만 정신을 놓고 말았다.

    여섯 마리다, 여섯 마리!! 악마가 다섯 마리도 아니고 여섯 마리인데···.

    5성인 전설의 마귀까지 있었는데.

    쓰러뜨린 챔피언은 고작해야 하나였다. 심지어 바람 속성의 챔피언이었는데도 가까스로 쓰러뜨렸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란 말인가.

    도대체 이게···.

    “하······.”

    [튜토리얼(1-12)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52라이프가 남았습니다.]

    66라이프에서 52라이프.

    한 번의 패배는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결국 문성학은 참지 못하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이상현에 대한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했다.

    그러나 문성학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으아아아!!”

    52라이프.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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