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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전쟁터(2) (2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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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의 전쟁터(2)

    타이탄은 기본 공격이 스킬이다.

    말하자면 2초마다 전장에 내리치는 ‘우레’가 기본 공격인 것이다.

    그래서 1성부터 강력하다. 마법사 조합의 완성인 9마법사가 최강인 이유도 타이탄에 있다.

    타이탄이 공격할 때마다 5×5범위에 우레가 내리꽂힌다고 생각해봐라.

    미친! 저거 사기 아니야? 저걸 도대체 무슨 수로 이겨? 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마법사 타이탄은 그 정도로 강력하다.

    대신, 그만큼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타이탄을 뽑을 수 있는 레벨 구간이 10레벨부터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최고 레벨인 10레벨을 달성해야, 9마법사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9마법사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기가 대단히 어렵다.

    뭐, 조합 아이템이라든가 용병을 사용하면 9마법사를 어찌어찌 만들 수는 있지만, 타이탄이 들어간 정통 마법사와 비교하면 그 위력이 현격히 떨어진다. 때문에 사실상 9마법사는 꿈의 조합이다.

    “내리쳐라.”

    타이탄들의 드높은 목소리가 멀리멀리 울려 퍼졌다. 뒤이어 우레가 전장에 내리꽂혔다.

    우르르르콰과과광!!

    다섯 개의 우레는 전장을 밝히는 거룩한 불꽃이자, 뜨거운 피를 잠재우는 심판이었다.

    “크워···어···어어······.”

    괴물 바실리스크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챔피언들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하찮은 피조물이여.”

    타이탄들의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소멸하라.”

    괴물 바실리스크의 눈동자에 갈기갈기 찢어지는 여러 갈래의 우레가 비쳤다.

    그것이 괴물 바실리스크의 마지막이었다.

    괴물 바실리스크는 쏟아지는 우레를 견디지 못하고 딱딱한 돌이 되어 바스러졌다.

    “크와아아아악!!”

    부하의 죽음에 영웅 바실리스크가 포효했다. 용암처럼 새빨간 눈동자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푸화아악!!

    영웅 바실리스크는 자신을 가로막는 챔피언들을 향해서 회색 연기를 뿜어냈다.

    “크, 아아···아···!”

    “살려줘···!”

    “으어어···어···.”

    무시무시한 석화의 힘은 세 명의 챔피언을 돌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위로 영웅 바실리스크의 거대한 발이 떨어졌다. 파사사삭! 돌로 변한 챔피언들은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모래성처럼 부서졌다.

    “크와아악!!”

    영웅 바실리스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두꺼운 포위망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죽···어···라.”

    그 앞을 데스나이트들이 막아섰다.

    데스나이트들의 손에는 검과 방패가 쥐어져 있었으며, 눈빛은 공허하고 피처럼 붉었다.

    푸욱!!

    데스나이트의 공격은 평범한 챔피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단단한 영웅 바실리스크의 갑옷을 뚫고 들어가 치명적인 죽음의 피해를 입혔다.

    “?!”

    데스나이트의 공격에 분노한 영웅 바실리스크가 앞발을 크게 휘둘러 반격했다.

    그런데 터더덩!! 방패에 가로막혀 그 힘을 잃었다.

    “크라아악?!”

    영웅 바실리스크는 설마 자신의 공격이 막힐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진심으로 당황했다.

    분노로 가득 차올랐던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것에 반해 데스나이트들은 감정이 없었다.

    “죽···어···라···.”

    데스나이트들은 오로지.

    죽음을 집행할 뿐이었다.

    푸우욱!!

    우르르르콰과과광!!

    우레가 떨어졌다. 우레는 최후의 최후까지 버티던 영웅 바실리스크의 정수리를 내리쳤고, 죽음의 공포로 얼룩져 있던 눈을 숯처럼 새까맣게 태워버렸다.

    “그···어···어···어······.”

    쿠우웅!!

    영웅 바실리스크의 턱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이 순간까지 살아남은 챔피언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손에 든 무기를 하나둘 떨어뜨렸다.

    “······.”

    데스나이트들은 공허한 눈으로, 서서히 바스러지는 영웅을 쳐다보았다.

    드높은 타이탄들은 황혼이 저무는 곳을 바라보았다.

    스아아아······.

    ············.

    ······.

    이윽고 황혼이 저물었다.

    밤은 전쟁의 상처를 조용히 감싸 안으며 전쟁이 끝났음을 알렸다.

    [영웅 바실리스크(★★★★)를 쓰러뜨렸습니다.]

    [영웅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았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2골드를 획득했습니다.]

    [골드 이자로 +5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영웅의 전당으로 이동합니다.]

    그렇게 전쟁이 끝났다.

    영웅은.

    다시 잠들었다.

    감았던 눈을 뜨자 거대한 대리석 기둥들이 보였다. 대리석 기둥들은 앞쪽으로 쭉 뻗어나가며 눈부신 어딘가에 닿아 있었다.

    제일 앞에 서 있는 대리석 기둥 앞에는 12개의 아이템이 받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쥐와 너구리를 섞어놓은 GM이 나타나 말했다.

    『영웅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플레이어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곳은 영웅의 전당으로, 사라진 영웅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분들을 위한 곳입니다.』

    『여러분들은 이곳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선택해야 합니다. 한 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아이템의 정보는, 아이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타납니다.』

    『자, 그러면 현재 8위부터 아이템을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선택 시간은 20초입니다.』

    『부디 신중하게 선택하십시오.』

    GM이 말을 마치자마자.

    시스템이 말했다.

    [첫 번째 선택자]

    [2번 플레이어 나영곤]

    지목된 나영곤이 다급히 뛰쳐나갔다.

    “······.”

    나는 나영곤이 허둥지둥 뛰쳐나가 아이템을 보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네 개의 아이템이 보였기 때문이다.

    네 개의 아이템이란.

    요정의 고깔모자와.

    드래곤 하트와.

    도플갱어의 구슬과.

    제우스의 번개였다.

    하나 같이 좋은 아이템들이다.

    도플갱어의 구슬을 제외하면 전부 마법사들에게 필요한 아이템이다.

    요정의 고깔모자는 장착하면 ‘마법사’ 특성이 생기는 아이템이다.

    말하자면 전사가, 마법사+전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합을 완성시킬 때 쓸모가 많다.

    다음으로 드래곤 하트는 마나가 차오르는 속도가 1.5배 높아지는 아이템으로, 꼬마요정처럼 마나통이 큰 챔피언에게 장착시키면 큰 효과를 발휘한다.

    마지막으로 제우스의 번개는 타이탄을 위한 사기 아이템이다.

    제우스의 번개를 장착한 챔피언이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스킬 피해의 50%에 달하는 번개가 내리치는 것이 효과인데, 기본 공격이 스킬 공격인 타이탄에게 장착시키면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

    타이탄은 그야말로 번개의 신(제우스)이 된다.

    꿀꺽!!

    궁극의 9마법사 조합을 꿈꾸는 나로서는 제우스의 번개가 제일 탐났다.

    요정의 고깔모자와 드래곤 하트도 마음에 들지만 제우스의 번개가 훨씬 더 욕심났다.

    차선으로 도플갱어의 구슬도 나쁘지 않다. 전설의 꼬마요정을 6성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

    하지만 드래곤 하트와 도플갱어의 구슬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드래곤 하트를 선택할 것이다.

    꼬마요정은 튜토리얼이 진행되는 동안 차근차근 모으면 되지만 드래곤 하트는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이걸 선택하겠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나영곤이 아이템을 선택했다.

    나영곤이 선택한 아이템은 챔피언을 영구적으로 소환하는 소환 아이템이었다. 아무래도 당장 급한 챔피언을 보강할 생각인 듯했다.

    뭐,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먼 미래를 바라보는 것도 우스우니까.

    [두 번째 선택자]

    [6번 플레이어 최재운]

    두 번째로 나선 사람은 최재운이었다.

    최재운은 아이템을 두세 개 보더니 바로 선택했다.

    “난 이걸 선택하겠다.”

    최재운의 선택은 영웅의 전쟁터에서 등장한 ‘거인의 발자국’이었다.

    아무래도 영웅 바실리스크의 강력함을 보고 선택한 모양인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세 번째 선택자]

    [7번 플레이어 신하영]

    “응?”

    6위는 뜻밖에도 신하영이었다.

    2위였던 그녀가 6위까지 떨어진 게 조금 의아했지만 초반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에는 한두 번의 패배로도 순위가 휙휙 바뀌니까.

    “흐음.”

    그나저나 신하영은 어떤 아이템을 선택할까?

    나는 그게 궁금해져서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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